12월 말 영하 10도를 넘나들던 어느 날 저녁...
급하게 저녁을 먹고 더부룩한 속을 정리하겠다며 산책길에 나섰다가 추위에 떨기만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며칠을 급체하여 앓아 누웠다. 워낙에 한파가 심하게 몰아쳤던 올해 겨울, 나는 그 후 겁에 질려서 매일 하던 산책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말았다. 11월에 유럽에 한달간 다녀온 이후에는 작곡에 전념하겠다는 핑계하에 시차적응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집에 가만히 있다보니 입이 심심해서 자꾸 군것질을 해댔는데, 스트레스를 받은 채로 먹다보니 속은 항상 더부룩했다.
매일 저녁식사 후 한시간씩 산책하던 버릇 하나가 사라졌을 뿐이었는데, 생활리듬이 전부 망가지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정신건강마져 크게 손상되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일단, 운동으로 몸을 많이 쓰지 않아서 밤에 잠이 잘 안왔고, 매사에 의욕이 없고 조금만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크게 상심하며 부정적인 마음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했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집중력이 흐렸다. 이 상태로 억지로 쓴 곡은 다시 봐도 참 엉망진창이었다.
겨울 내내 차라리 겨울잠이나 잘 걸 그랬다 싶을 정도로 생산적이지 못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본격적으로 건강을 챙겨야 겠다는 위기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려고 수영을 등록했는데, 밖이 추워서인지 의지력 결핍인지, 밥먹도록 빠지기 일쑤였고,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점점 크게 들기 시작했다.
우린 왜 답을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방법을 실천할 줄 모를까? 컨디션이 좋을때는 자만하다가 정작 몸이 최상의 상태가 아닐 때는 뭐가 뾰족한 수가 없을까 하는 생각에 건강 관련 서적에 관심을 갖게 된다. 몰랐던 지식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규칙적인 생활, 올바른 식생활, 적당한 운동 등을 처방하는 책들이다. 얼마전에 읽게 된 <마흔, 아프지 않게 살고 싶다>도 비슷한 맥락의 책인 것 같다.
결국 책을 읽으면서 깨우치게 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진리인, '나 자신을 잘 돌보며 살자'는 것이라는 점이다. 뾰족한 묘안이라는 것은 없으며, 자신의 안팎을 사랑으로 잘 보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이자 여러 유명인사들을 치료한 전적이 있는 한방 명의인 신준식 교수님이 쓴 책이다.
비록 마흔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도저히 남일같지가 않아서 일단 책을 읽게 되었는데, 몇가지 구체적인 증상에 따른 효과적인 한약재에 대한 정보를 제외하면 거의 다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을 한의학의 틀에서 잘 정리한 책이다. 게다가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고 일화들을 섞어서 증상과 처방을 소개하고 있어서, 읽어나가는데 전혀 지루할 틈을 느낄 새가 없었다. 특히, 1장에서 정신건강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사실 많은 질병들이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들춰보며 나 자신을 아끼는 데 소홀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을 해 봤다. 마흔살이 되었을 때 웃으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앞으로 x년간의 목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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