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아이를 낳은 지 19일 되는 날 쓰기 시작하여 125일 되었을때 보완하고, 아이가 14개월 8일 된 날 완성 했습니다. 




그동안 써오던 태교일기를 앍어오신 분이라면 무척 궁금하셨을 것 같네요.. 

저는 무사히 딸아이를 낳았답니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관계로... 더 기억의 저편에 사라지기 전에 생생하게 후기를 남겨드리고파 아이를 재우고 다음 수유텀이 도래하기전 폭풍전 고요인 이 타임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참고로 자정을 넘긴 오늘은 아이 나이 19일 ㅎ


결과적으로 자연분만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그럴 수 있었던 힘은 자연분만에 대한 평소 나의 간절한 바램, 운동-특히 막달에 잠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들은 순산요가 강좌, 그리고 mp3 파일들로 들은 순산을 위한 최면(hypnobirth) 음성파일들이었다 ㅎㅎ 


아이를 가지기 전, 결혼도 하기 한참 전에 우연히 보게 된 자연분만에 관한 다큐들로 인해 나의 혹시 모를 출산에 대한 간절함은 매우 커졌다. 처음은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가 수중분만을 했던 2000년대 다큐였고, 두번째로 영향이 컸던 것은 뉴욕의 산모들을 취재한 the business of being born이라는 미국 다큐였습니다. 2009년즘 처음 본거 같은데, 예전엔 지인이 보내준 링크에 어찌저찌 담겨있는걸 간신히 본거같은데 요즘엔 유투브에도 나와있네요.





당시 미국 병원에서는 왜 제왕절개가 많을까, 자연분만이 과연 어려운 것인가, 출상산파(?)를 고용하여 집에서 아이를 낳는 산모들은 무슨 일을 겪을까를 취재한 다큐를 보며, 아이가 나오고 싶을때 자연스럽게 나오게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정신무장을 할 수 있었다.



[40주 - 미친듯이 걸어다닌 한 주] 

예정일을 넘긴 시점부터는 유도분만을 피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예정일 이후 첫 진료날 까지 아이 소식이 없으면 유도분만 날을 잡자는 의사샘의 말씀이 있었기에 은근한 압박이 있었지만, 워낙 한달 전부터 심한 가진통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걱정하진 않았다.  우리 꼬롱이는 분명히 일찍 나올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남편과 이야기하며 생각한 건데, 아이 머리가 좀 크고 무거웠다면 일찌감치 골반으로 내려와 출산일도 예정일보다 좀 빠를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꼬롱이는 머리가 아주 작게 태어나서 예정일을 넘긴것 아닐까 싶다. 과학적인 근거는 찾지 않고 우리끼리의 생각 ㅋ


마지막 진료날, 아이 몸무게가 3.3키로에 육박하고 예정일을 넘겼기 때문에 더이상 지체하면 너무 늦어진다며 이번 주 금요일로 유도 날짜를 잡았다.  별 생각 없이 덤덤하게 의사샘 말씀대로 예약을 하기 했는데, 병원에서 나오면서 눈물이 나려 했다.  우리 꼬롱이가 원하는 때에 자연스럽게 나오게 해주고 싶었는데 뭔가 실패한 산모인 것처럼 몰아가는 병원의 분위기가 야속했고, 그토록 열심히 걸어다니고 매일 19층 집까지 계단을 걸어 올라왔는데도 아이를 내보낼 생각이 없는 이 몸뚱아리가 원망스러웠고, 방 뺄 생각이 없는 꼬롱이의 마음속이 너무나 궁금했고 배는 답답하고 속은 텁텁하고..... 게다가 무슨 드라마에나 나올것 같은 급작스러운 진통까지 종종 느껴지면서 공공장소에 걸어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음악회는 끊은지 한참 됐고... 수업은 대리 강의 맡겼고!

눈물로 밤을 지새며 남편에게 온갖 패악질을 부리다가 결국 각방생활 개시;;;


결과적으로 걷기와 계단운동은 분만시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현재 산후회복이랑 육아와 수유를 위한 체력 비축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다.  잠이 부족하고 모유 만들어 바치느라 진이 빠지긴 하지만 몸이 고장난 느낌은 사라진지 꽤 됐으니 말이다.  돌아보면 예정일을 넘기면서부터 일주일간 꼬롱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에 미친듯이 걷고 운동을 한 것이 축복이었다. 꼬롱이는 알아서 뱃속에서 좀 더 자라주고, 엄마는 열심히 운동하고 ㅋ 뱃속에 있을 때가 천국이라는 말... 그 때는 정말 그말이 너무너무 싫었으나... 사실이었다 ㅋ!


결국 유도분만 하기로 한 금요일 하루 전 오후, 

다음날 분만을 하러 가기 위해 짐을 주섬주섬 챙기다가, 안그래도 나올 준비중인 꼬롱이한테 괜히 빨리 나오라고 다그치는거 같아서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엉엉 울어버렸다.  그것도 밖에서 산책하면서 미친x처럼 길에서 ㄷㄷ 

그리고 내가 봤던 다큐가 갑자기 떠올랐다. 내 아이는 준비되면 알아서 나올 것이라는 다큐 속 주인공 산모의 얼굴과 목소리가 떠올랐고, 우리 아이도 그럴 것이고,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길것이라는 결심도 섰다.

결국 훌쩍이며 집에 오는 길에 유도날짜를 미루기로 결심. 때마침 안내전화가 왔을 때 나의 생각을 강하게 어필했다.  고로... 일단 진료를 다시 한번 받은 후에 유도분만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병원에서 나와 서울숲으로 놀러가서 한강 전망대에서 찍은 컷


병원에 가서 일단 초음파로 양수의 양을 확인했는데, 양수 양이 부족하다며 오늘 유도 해야한다는 의사샘 말씀에 마음이 무거워질 무렵, 꼬롱이가 꿈틀대더니 초음파 화면상으로 공간이 조금 더 생겼다! ㅋㅋ 그래서 위험수준인지 여부를 정하는 양수의 양에 턱걸이를 하여 무사통과를 하게 되니 의사샘도 웃으시고, 결국 3일 후인 월요일에 다시 양수상태를 보는 것으로 결론;; 밀당의 귀재 꼬롱이 덕에 주말을 건졌다고 생각했다.  그땐 그리 생각했다.......


2015년 10월 16일 23시경(40주 6일)

유도분만 날을 기껏 미뤄놨는데 저녁산책 하다가 늦어서 서둘러 집에 오는 길에 엄청난 진통과 배뭉침이 나타나서 길에서 데굴데굴 구를뻔하며 간신히 집으로 기어왔다. 속옷을 혹시나 하고 3주전에 받은 테스트 용지에 대 봤더니 녹색으로 확 변한것이 양수가 맞다;; 그때만 해도 유레카를 외치며 당장 병원에 가자고 들떠있었다. 양수가 먼저 터지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른채;;;


2015년 10월 17일 0시(41주 7일)

병원에 도착하여 다시 검사받고 양수가 파수된것을 확인하고 진통대기실 겸 회복실 안착. 일단 자연진통이 오는지 확인해보고 아니면 내일 7시부터 촉진제를 맞거나 일단 9시 의사선생님 진료 후에 정하겠다고 하길래 최대한 자연진통이 걸리길 원했던 나는 후자를 선택. 남편은 비어있는 옆 침대에서 자고 나도 잠을 청함. 이때만해도 아까의 어마어마한 배뭉침으로 인해 무지개빛 꿈에 부풀어있었음.


한달간 시달리던 가진통조차 없는 평온한 밤을 보낸 후...


2015 10월 17일 09시(41주)

밤사이에 진통이 오는지 확인 해 보고 유도분만을 위한 촉진제 투여 여부를 의사샘 회진때 결정하기로 했는데, 진통은 커녕 평소에 앓던 가진통조차 없었다. 

결국 자는듯 마는듯 불편한 밤을 보내고 의사샘 회진 끝에 9시부터 본격 촉진제 투여! 옥시토신이 누가 모성 호르몬이랬을까? 투여받는 나는 온갖 욕설뿐이 안나오던데... 점점 강도가 세지고 간격이 좁아지면서 오후 3시경에는 2분간격의 어마무시한 진통이 되었다. 벌써 대기실엔 두어명의 산모가 왔다 가고, 


2015 10월 17일 오후 16시 마지막 내진때 선생님이 양수막을 완전히 터트리셨는지 뜨거운 액체가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며 촉진제 투여를 멈춰버리고 자연진통이 와서 계속 진행되면 좋고 아니면 내일 다시 유도를 시작하자고 한다.  제발 진통이 멈추지 않고 분만으로 이어지길 기도하던 마음이 무색하게 서서히 줄어들어서 해가 진 7시 무렵엔 아예 없어져 버렸다. 허무하고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할 무렵  일단 저녁을 드시라며 밥이 나왔다. 링겔로 연명하던 하루의 마무리는 허겁지겁 병원밥으로... 이놈의 망할 링겔은 왜 꼽고 있는건지... 손이 따갑기만 하다.



자궁문은 1.5센치밖에 안열려서 분만실이 아닌 대기실에서 밤을 보내야 할 판인데, 답답해서 걷기운동이라도 하면 아이가 내려오려나 싶어도 양수가 나오고 있으니 걷지 말라고 하고, 이날 하루동안 대기실을 드낙거린 산모만 몇명인지... (제왕절개 두명, 자연분만 두명, 34주 이른둥이 큰 병원으로 가기 위해 대기... 커튼 뒤로 들리는 사연들이 많았다)

제왕절개 회복실까지 겸하느라 빠방하게 난방을 틀어둬서 진통하던 나는 온몸이 불덩이같고, 각종 설움과 울분이 폭발하여 간호데스크에서 하소연을 했다. 제발 가족분만실로 옮겨주세요 엉엉~

산모가 입원한 시점이 중요한게 아니라 진행상태가 중요한거라며 등만 쓰다듬어 주시던 간호사도 계셨지만, 만 하루가 되도록 1.5센치 자궁문인 채로 2분간격 진통만 겪다 도루묵 돼서 ㅈㄹ거리는 산모가 안쓰러웠는지 시끄러웠는지, 결국 밤에 가족분만실로 옮겨주셨다. 이때만 해도 진통이 다시 없어져 버려서 링겔 꽃은 손과 콸콸거리는 양수만 제외하면 불편한게 없는 몸이었던지라, 가족분만실 옮기면서 와~ 호텔같다! 화장실도 딸려있어! 우리 둘(셋?)밖에 없어~ 하며 즐거워하고, 남편도 덕분에 편히 잘 수 있다며 고마움을 표시해줬다.. ㅋㅋ


내일이 오기 전에 제발 자연진통이 와달라며 기원 또 기원을 하고 있는데, 자정무렵 10분 간격의 진통이 시작됐다.

남편은 옆에서 코를 콜며 자고 있는데, 아무래도 내일 아침즈음에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가 본격적인 육아전쟁일 듯 하여 지금은 깨우지 않고 혼자 견뎌냈다.  아직 이정도면 뭐 그래도 혼자 버틸 수 있어... 생리통의 한 20배 정도밖에 안아픈걸 ^^;


심장박동 측정기를 통해 꼬롱이는 여전히 귀엽게 쿵작쿵작쿵작쿵작....하고 힘차게 심장을 펌핑하는게 보였다 ^^




아픔과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진통 어플이나 만지작 거리던 이 시기는 그나마 가장 평화로웠다.  자연진통이 시작되었으니 곧 아이가 나올거란것도 알고 있어서 수술은 안할거라는 확신(이 때만 해도 금방 나올줄 착각;;;)도 있고, 밖에 전망도 좋고... 



새벽 7시가 되면서 촉진제 투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0분 간격이던 진통이 순식간에 5분이 되었고 강도도 어마어마하게 늘었지만, 아직은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견딜 정도의 멘탈이 남아있었다.  커피+가벼운 식사를 위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바깥외출을 남편에게 허락했고, 시간을 빨리 가게 하기 위해 병실 티비를 틀며 키아누 리브스의 매서운 콧날을 감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9시 이후로는 진통어플은 더이상 조작이 불가했고, 티비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 할 정도로 진통이 자주 와서, 챙겨온 짐볼 위에 앉다가 침대위에 엎드리다가 간호사에게 심장박동측정기를 잘 대고 있으라는 핀잔듣기를 무한반복... 

진통을 하며 압력이 위로 쏠려서 구토를 했고, 나중에는 초록색 물(쓸개즙)이 입에서 콸콸 쏟아져나왔다. 기겁을 한 남편이 간호사실에 보고하러 갔으나 이런건 보통(???)이라는 대답을 듣고 왔다.

나중에는 졸면서 이상한 꿈을 꾸다가 진통과 함께 확 깨어나기도 할 정도로 탈진 돼있었는데, 난 누구(산모)고 여긴 어딘지(분만실 ㅠ)깨닫는 순간 엄습하는 공포와 막막함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 어떻게든 잠에 안들려고 온갖 신경을 호흡에만 집중시켰다.  

합~(들이쉼) 

스....sssssssssssss.....(길게 내쉼) <- 이틀동안 -_-


2015 10월 18일 오후 13시

병원에 오고 두 밤을 자고 오후가 되었는데 자궁문이 2.5센치밖에 안열려있다.  그놈의 내진만 몇번째인지...  

형용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절망감이 들었다.

다 필요없고 수술이나 해서 이 고통이 끝났으면 했다.


보다못한 간호사 한 분이 아주 특별한 제안을 했다. 

내진을 하면 아기가 속에서 움직이는게 보인다며, 엄마도 낳을 준비가 다 돼있고 아기도 나오고 싶어하는데 자궁문만 안열린 듯 하니 본인이 약간의 마사지(?)를 해서 자궁문을 열어보겠다는 것이다. "다 괜찮으니 제발 자연분만만 하게 해주세요!"를 외친 것으로 동의를 끝낸 나는 그 신의 손을 가진 간호사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다.

"이번부터는 진통이 올때마다 아이를 낳듯이 힘을 줘보세요"

 간호사 샘은 이젠 아예 매 진통마다 내진 비슷한걸 하기 시작했다. 그냥 내진도 아파 죽겠는데 진통을 하면서 내진을 당하는 고통이란.... 이 순간을 떠올리면 나에겐 둘째란 영원히 없다 ㅋㅋㅋㅋ

그런데 이러길 시작한지 불과 10여분이 지났는데, 자궁문이 7센치로 열렸다면서 이제 슬슬 분만준비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기적도 이런 기적이 없었다. 만 이틀가까이 1센치밖에 안열린 자궁이... 간호사의 신의 손짓으로 바로 7센치라니... 꿈만같았다.

자궁문이 다 열렸다는 말을 들을 겨를도 없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분만이 시작되었다.

"무릎에 손을 대고, 남편은 산모님 머리를 받쳐주세요, 크게 숨을 쉬고 다음 진통에 힘을 줘보세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이 때부터 막당에 들은 순산요가 수업 내용이 빛을 발했다. 힘주기 연습을 할때 수없이 했던 지겨운 동작, 강사샘이 알려주신 바로 그 동작이 시작된 것이다. 연습덕인지 본능때문인지,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음에 다시 힘 줘보..."라고 간호사 분이 말씀하셨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숨을 쉴 겨를도 없이 내 몸통은 이미 반사적으로 초승달 모양이 된 채로 아래에 힘을 주고 잇었다. 엄청난 핵대변을 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간호사 샘들이 말이 간간히 들려왔다:


"산모님 잘 하고 계세요!"


이 때 소리를 지르면 안 좋다고는 많이들 했지만, 어차피 똥누듯이 힘주는데 소리를 지르긴 곤란했고, 이를 악물고 목구멍애서 끄~~~~~~~~~응 하는 소리만 자꾸 났다. 이정도느 괜찮겠지 싶었는데:

"산모님! 소리를 내시면 힘이 빠져나가서 아이가 나오는 힘이 덜 들어가요"

"아 죄송합니다!" (끙 소리도 내지 말라는건가;;;)

남편 말로는 이말을 들은 후부터 난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며, 어떻게 그와중에 조용히 있냐고 독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 소리를 안내니 더 집중이 가능했던 것 같기도.. ㅎㅎ

몇번의 힘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간호사 샘들이 다시 숨을 들어마시고 힘을 주라고 옆에서 안내해주는 타이밍보다도 빠르게 나도 모르게 힘이 마구마구 들어갔다. 반사적으로 머리가 확 들어올려지고, 남편은 엉겁결에 머리를 받쳐주고...


"아이 머리가 숱이 약간 적게 보이네요"


베테랑 간호사분의 능숙한 격려였다. 너무나 희망찬 메시지... 내 아이가 육안으로 보인다는 그 말.....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추라고 한다. 여기서 더 밀면 위험하다고(?)... 

그래서 밀기를 멈춘 채로 아이 머리가 가랑이 사이에 낀 채 의사 선생님을 기다렸다. (이제까지는 간호사분들과 분만을 진행 한 것이다)

아마도 실제 분만의 순간에는 안전상 의사선생님이 필요한데, 내가 분만이 이렇게 빠를 줄 몰라서 의사 선생님 내려오실 타이밍이 안 맞았던 듯 하다.

그래서 그렇게 난 아이 머리를 걸친 채로, 애를 낳기 직전 상태로 몇분간 대기해야했고 그래서인지 아이 머리에 테두리처럼 둘러진 자국이 있었는데 크면서 금방 사라졌다.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겠지만, 난 분만 자체에 대한 고통이 없었다. 그저 엄청나게 아프고 뻐근하다는 기분? 진통을 하도 오래해서 덜 느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내 몸 구조가 유리해서일 수도 있다. 

드디어 의사선생님이 도착하시고, 두어번의 힘주기 후 "이제 힘 빼세요"라는 엄청나게 반가운 간호사 샘의 지침이 내려왔다. (이는 순산요가 시간에 배운 분만 2기 - 머리가 이미 나와서 나머지 몸통을 빼내는 순간 힘을 오히려 빼고 입을 크게 벌리고 하아하아 하고 숨쉬는 단계 - no 고통 ㅋㅋ)

그 사이 한 간호사가 능숙하게 남편의 손에 장갑의 끼워주고 가위를 쥐어주고 창 밖을 잠시 보라 하고 있었다.  

각종 다큐에서 본 응애~응애~소리가 우리 아기 입에서 들려왔다.  남편보고 탯줄을 자르라고 하는걸 내가 뜯어말리려 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가지고, 탯줄을 좀 기다렸다가 자르는게 아이한테 좋다고 해서;;;). 하지만 병원에서는 처치를 어서 해야한다며 속히 진행을 시켰고, 아이를 씻고 건강을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가는 내내 아기는 응애응애거리고, 아빠가 열심히 달래는 소리가 났다.  나는 바로 회음부 절개를 꼬매는 시술이 시작되었는데, 무통을 안맞아서 그런지 욕이 나올정도로 따끔거렸다. 

마취 주사 두 대나 놨다고 하는데도 너무 기분나쁘게 따가워서(화장실에 들어갈때랑 나올때가 다르다더니, 분만이 끝난 동시에 그 곳;;;의 감각이 확 살아나면서 견딜수 없게 찢어지는 아픔이 느껴졌다) 자꾸 씩씩거이고 아야아야 하게 되었는데, 곧이어 아이를 초록 천으로 감싼 간호사분이 내 얼굴 옆에 아기가 뉘어지게끔 갖다주시고 울고있던 아기는 "꼬롱아 태어나느라 고생했어~ 이제 괜찮아~~~ ^_____^"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바로 울음을 멈췄다.


우리 병원에서 해주는 아빠를 위한 캥거루 케어.  이날 맨 가슴에 아기를 안은 아빠는 핵감동을 먹고 딸바보로 등극한다 ㅋㅋㅋㅋ


병원밥. 출산 직후엔 미역국을 대접으로 주고, 다음부턴 여러가지 반찬을 함께 주는데 맵고 짠 음식은 없다. 


병실샷(태어난 날 밤)





퇴원후 ^^



애기를 출산하고 14개월이 지나서야 완성한 후기(사실은 거의 다 적은 채 정리 마무리만 못하고 있었다)! 남들은 다 잊고 둘째를 낳는가고 하지만 뒤끝으로 치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멀티 A형인 나로서는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네버엔딩 육아에 비하면... 쉬운? 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디어) F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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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2.28 07: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2017.01.08 0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2017.02.06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8개월이 지났는데도 글을 보니 꼭 그때 일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전 막판에 5센티 이상 열리지 않고 아가도 내려오지 않아 수술했는데 자연분만 하셨다니 대단하세욧~
    그리고 아기 너무 너무 이쁘네요~
    ㅜㅜ



생각해보니 난 제법 극성엄마긴 한가보다.
태교때부터 이것저것 운동을 하긴 했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도 얼른 커서 같이 돌아다니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희원이가 3개월이었을때 백화점에서 하는 베이비 마사지 수업을 (두번만 출석했지만) 다녔고, 집 근처 강동 어린이회관에서 하는 놀이수업도 두달 다니다가 지난 여름엔 노리야 강좌를 3달간 다녔다(출석률 60%정도? 아가는 변수가 많다.. 특히 집에서 낮잠을 곤히 자고 있을때... 그냥 PASS!!!ㅋ)
지난 가을엔 피곤에 쩔은 엄마 대신 토요일에 하는 벨라뮤직 플레이 반에 아빠가 희원이를 데리고 다녔으니...
어린이집만 안다녔지 이런저런 교육(?)은 꾸준히(??) 받은 셈 ㅋㅋㅋ

이번 학기엔 얼마전부터 걷기 시작하면서  부쩍 돌아다니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희원이를 위해 놀이수업도 오로지 몸을 많이 쓰게 하는걸루 검색해다가 신청했다. 트니트니는 13개월부터 가능해서 등록 당시 12갤반이었던 희원이는 제일 막내아기로 턱걸이 신청이 가능했다.
13~20갤반은 다들 걸어다니고 뛰어다니는 아기들이다. 유모차를 미는 엄마조차 몇명 없다.  암튼, 큰 친구들 틈에서 몸을 마음껏 많이 써서 낮잠도 자기를 희망^^ (엄마도 몸을 많이 쓰게 된다는게 함정이지만 ㅠ)

둘째 시간이었던 어제는 거미놀이가 테마였다. 등에 거미를 달고 거미줄 위를 기어다니기... 파리와 모기들을 거미 입에 넣어주기 등등...

트니트니는 다른 수업과 달리 남자선생님이 계시다. 엄청 활기찬 수업...

이렇게 거미처럼 기어다녀보라는 선생님 말씀에 '걸을줄 아는 내가 뭐하러 기어야하지?' 하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 희원이... 선생님 가시니 곧 걷기 시작 ㅋㅋㅋ

수업 끝나고 오후에 난데없이 낮잠을 두세시간씩 잤다. 요즘 하루에 한번밖에 낮잠을 안자는데 이날은 오전 오후 두번을 오~랫동안~ ^^

열심히 논 당신, 쉬어라!!!(제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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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5 09: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아직 기어다니던 7개월 때의 우리애기...
거실을 황량한 벌판처럼 꾸며주고 장난감은 조금씩 몇개 꺼내두고 지냈는데 유일하게 장난감이 아닌 뮤직박스(오르골)에 대단한 집착을 보였다.

아기띠로 업어재우기

엄마 탄산수 마시겠다고~

소파에 끼었는데 울지 않고 혼자 낑낑댐

후배한테 바운서 빌려주기 전에 한번 태워봤다. 그네같아서 한동안 좋아하더니 바로 다음날부터 빠져나오려 몸부림... 그래, 물려줄 때가 됐어! ㅋ

그림 보고 즉흥연주?!

잠실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 ㅋㅋ
돌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불과 몇달 안됐는데도 엄청 애기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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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aybemustbe.tistory.com BlogIcon lifewithJ.S 2016.12.01 17: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희원이가 많이 컸어요 ㅎㅎ
    첨에 희원이 나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
    피아노 치는 모습은 엄마를 닮아 벌써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요?
    요새 워킹맘으로 사시는 거 어떠세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6.12.05 12: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피아노 너무 잘(?)쳐서 미래의 사교육비가 걱정이에요 ㅋㅋ
      요즘엔 이모님과도 적응되고 일과도 자리잡히고 가끔 시댁찬스(!!)를 일주일씩 쓰면서 힐링하고, 해서 그럭저럭 지치지 않고 지낼만 해요. 봄에는 참 힘들었는데... 아기랑 일이랑 병행하는게 너무 익숙치 않아서 당항스럽기도 했던거같아요. 그래도 방학을 학수고대하는건 여전히 마찬가지긴 하죠 ㅎㅎㅎ



거의 매달 희원이 월령이 늘어나는 18일 전후로 우린 케익 세레머니를 가졌다.
 사실은 달다구리를 먹고 싶은 애엄마를 위해서지만 희원이가 자라나는 속도에 비하면 일년에 한번만 축하하기에는 좀 아까워서이기도 하다.

이젠 빵도 제법 잘 먹으니 케익도 시식하렴~ 이번달엔 특별하게 자허토르테~ 왜 특별하냐고요? 엄마 마음이에요!^^ ㅋㅋㅋㅋㅋㅋ

돌을 전후로 제법 몇걸음씩 걷더니 한달 사이에 아장아장 걷다가 가끔 넘어지고 가끔은 뛰기도 하는 아기가 되었다. 이제 기어다니는건 극도로 피곤할때만... 같은 체구의 아기여도 직립보행을 할 땐 훨씬 커보인다. 뭔가 커다란 어린이가 된 기분...
그런데 안아보면 쪼그맣고 아빠 품에 안겨있는걸 보면 정말 작다. ♡
현재 키 약 80센치 추정... 몸무게 9.5키로 정도.

혼자 재울땐 이제 자자고 이야기 하며 불을 다 끄고 누워있으면 옆에 와서 보드북을 넘겨가며 혼자 책을 보(?)다가 스르륵 옆에 쓰러져 잔다.  애아빠랑 셋이서 잘 때는 놀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서 아빠 배꼽을 마구 후벼판다. 배꼽에 상처가 나서 딱지가 앉았다 ㅋㅋㅋㅋ
문제는 부녀가 잠들고 나서 나혼자 몰래 일어나 곡을 쓰거나 다음날 수업준비 등 이런저런 밀린 일을 처리하고 나서 다시 자러 가면... 희원이가 가로로 내 베게에 누워있거나 큰 대자로 내 자리 한복판을 뒹굴고 있다 ㅠㅠ  그래서 가끔은 소파에서 노숙... (추워 ㅠ)

이케아에서 봐둔 데이베드를 희원이 방에 놓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중... 문제는 넘쳐나는 잡동사니!
물려줄건 과감히 물려주고! 버릴건 과감히 버리고! 정리를 좀만 더 잘 하면 희원이 방에 희원이 침대를 놓을 수 있을텐데.... 그러면 엄마가 편히 잘 수 있을텐데(응?)

지난 주말 시골 다녀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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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쟁이 애기랑 지내면서 강의도 나가다 보니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가 리움에서 열린다는 것 보다 리움미술관 어딘가에서 비가 쏟아진다는 소문을 더 자세히 알던 수준의 문화정보 습득력을 가졌다...

그 비 희원이도 맞게 해줘야겠다 + 독박육아인 금요일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일념으로 우진이를 불러서 함께 리움으로 ㄱㄱ~ 한강진역 이디야에서 만나 아메리카노 한잔의 여유를 즐긴 후 오르막길 유모차 밀기 대장정에 나섰다.

낑낑대며 유모차를 미는걸 보기 안쓰러운지 옆에서 도와주겠다며 대신 밀어주고 있는 싱글녀 우진양.. 후회중이진 않았지?^^;;
디럭스 유모차는 무겁다는게 단점... 하지만 승차감 때문에 포기못함!

금요일 낮 11시반즘 도착하니 매우 한적했다. 유모차 관람객은 특별히 도슨트의 안내를 받아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비오는 설치물을 본 후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나머지 전시를 보고 지상으로 올라오면 된다. 여기선 유모차가 아주 상전이로구나~~ ^^
그런데 주말이면 혼잡할듯 ... 오늘은 우리가 거의 유일한 유모차 관람객이어서 이런 쾌적한 대접이 가능했을듯!

엘레베이터는 층간이동시 실내 조명이 화려하게 바뀐다 ㅋㅋ

이게 그 비속 장면^^
미치된 우산을 쓰고 들어가면 안쪽에서 바깥을 봤을때 온통 무지개빛이 나는 안개벽이 보인다.

사진에선 잘 안나오지만 장관이었다... 나는 뭐 희원이 젖지 않게 아둥바둥 하느라 정신 없이 허둥대느라 자세히 음미하진 못함. orz... 뭐 그렇지... 사는게 다... 그런거지... 캬하하

다른 층 전시는 깜박하고 사진을 못 찍었다. 희원이 쫒아다니고 통제하느라 정신이....@.@  특히 어마어마한 이끼로 된 큰 벽면체을 봤을땐 만져보겠다고 난리난리를 피워서(작품이라 만지면 안되는데;;;) 전시장 떠나가라 짜증을... ㅠㅠ

워크샵 룸에는 일반인이 자유롭게 엘리아슨의 철학이 담긴 조형물을 만들어볼수 있는 체험관이 있었다. 전시된 조형물을 아작내는 희원 ㅜㅜ

간신히 데리고 나외선 이태원에 있는 채식식당 플랜트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동안 유명세를 치룬 이곳은 외진 골목길에 있는 식당인데도 대기 팀이 우리 앞에 두팀이나 있을정도...

다향히 울퉁불퉁한 이태원 길을 오면서 희원이는 곯아떨어지고 우리는 평화로이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ㅋㅋㅋ

평소엔 음식사진 잘 안찍는데 여긴 늘 감동이라서 ㅠㅠ
멀지만 더 자주 오고 싶은 플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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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라는 카페/베이커리/가구박물관/와이너리 복합단지 건물에 와서 차 한잔의 여유 + 이유식 먹이기 전쟁ㅋ

엄청나게 긴 테이블 가운데에 식물들이 심어져 있는 컨셉이 특이했다.

큰 계단식 의자는 작은 공연을 위한 객석으로 손색이 없다.

엄청나게 큰 공간이지만 주말엔 자리가 없을정도로 바글바글~ 심지어 지하주차장도 있으니...(우린 금요일 오전 11시경 방문)

인접한 가구전시장도 잠시 둘러봤다. 2016년 11월 현재 뭔가 준비중이어서 제대로 된 전시는 얼마 없다.

사실은 친구부부와 아가랑 1박 2일로 다녀온 원주 오크밸리에 가는길에 테라로사에 들렀던 것! 오크밸리 콘도는 골프단지와 스키단지가 따로 있는데 현재 골프단지 콘도 수령장은 수리중이라 우린 좀더 작은 스키단지로 가서 물놀이를 했다. 비수기라 한산했다. (수영장컷은 방수카메라로 찍었으나 옮겨서 블로그에 올리기 번거롭고 귀.찮.아...

요즘 부쩍 더 과감하고 대범해진 희원이는 수영장에서도 잘 놀았지만(튜브 없이 아빠 어깨만 잡고도 잘 놀고, 약간 눕혀줬더니 배영하듯 고개를 확 제끼는가 하면, 물을 약간 맛보더니 마시려고 들어서 못하게 막아야 했을정도 ㅋ), 밖에서 제법 잘 걸으며 난생 처음 보는 자갈도 줍고, 풀도 뜯고 정신없이 탐색하며 논다.

돌아오는 길엔 이천 아울렛 들러서 희원이 모자랑 물병 두개 샀다(물을 나무 안마셔서 물병으로 꼬실려고).. ).금토 1박 일정으로 다녀오니 돌아오는 길만 막혔고 비수기라 비교적 한산하고 쾌적하게 다닌편~
온돌방 두개랑 침대방 하나가 있는 콘도에 올러갔는데 아이 하나씩 있는 두 가족이 이용하기엔 넉넉했다. 우린 심지어 각방사용까지 가능했다ㅋㅋ 좀 무리해서라면 세가족까지도 가능은 할듯... (애들이 많지 않다면)
근처에 뮤지엄 산(구 한솔뮤지엄)이 있지만 우리 모두 여러번씩 가봐서 패스~
10월/11월 물놀이, 단풍놀이 나들이 강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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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원이 수영복이 작아졌는데 주말에 물놀이 갈거라...
래쉬가드 1~2세 사이즈 새로 주문했다!

요바프(yobaaf) 래쉬가드 블로그 친구분꺼 보고 군침만 흘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겥!!!

사진 찍을 새도 없이 피사체의 움직임이 정신없이 빠르다... 카메라 뺏기기 전에 후다닥~~~

핑크색과 노란색중에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남자 색깔을 질렀다. 나중에 희원이가 알아서 핑크핑크를 외칠날이 분명히 올 것이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가 반영 안될때라도 다양한 색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 ㅋㅋ
참고로, 희원이는 현재 9.5키로에 약 78센치인데 1~2 사이즈가 적당히 넉넉하니 오래 입을듯 합니다. 긴팔 수영복은 안전상 손발이 다 나와야 한다는데 이건 7부라 문제없음~ (근데 너 색연필을 입에 물고 뭐하니...)

태그마저 잔잔하고 예쁜 디자인...
알고보니 이런 좋은 뜻에 수익이 일부 기부 된다고 하니 더욱이 뿌듯하다.

소비를 통한 기부는 언제나 기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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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03 1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6.11.06 18: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그거 보고 산거에요!! ㅎㅎㅎㅎㅎ 링크 걸고싶었는데 요즘엔 거의 폰으로만 글써서... 기능이 없네요 ㅠ
      우주디자인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남자용인거 같아도 그냥 질렀어요^^ 어차피 중성미가 넘쳐흐르는 아가니까 ㅋ
      덕분에 예쁜 수영복 샀어요! 감사해요^^




결혼식 마치고 하와이로 신혼여행 떠난 날의 기록.
이날 희원이(aka. 꼬롱이)는 수정란이 된 후 세포분열 시작 ㅋㅋ

(뇌가 아직 없어서 몰랐겠지만)
나름 태교여행이었다능~~!

오아후(와이키키) 가기전 마우이 4박

결혼준비를 항목별로 분업을 해서 신행준비는 오로지 신랑몫이었다.  결혼식 전엔 자잘한 신경 쓸 거리들에 무심하고 하와이에만 들떠있는 남친의 모습을 보면 약올랐는데, 나와보니까 오롯이 홀로 철저히 고민하고 준비해준것이 어찌나 고맙고 다행이던지 ㅎㅎ

스튜디오를 생략한 대신 예전에 카스에서 반응좋아서 질렀던 흰 반팔 드레스를 들고가서 마우이 해변가에서 오도방정을 떨었다 ㅋㅋ 호텔 투숙객들이 지나가면서 큭큭거림

(드레스:
맨 위 본식 - 루이엔젤,
아래 셀프사진 - yo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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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16. 10. 23.) 친구의 은혜로운 한턱 덕에 안드라스 쉬프의 피아노 독주회를 갈 수 있었다. 바흐 전문가답게 모두 바흐의 곡들로 이뤄진 프로그램.

첫 곡은 이탈리안 협주곡
그 다음엔 프랑스 어쩌고 b minor(모르는 곡)
휴식 후엔 무려 골드베르그 변주곡이었다.

글렌 굴드 이후 바흐 해석의 살아있는 화신이 내한한다 했으나 턱없이 적는 나의 정보력과 경제력은 이러한 대가의 표를 미리 예매해서 볼 깜냥이 전혀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운 좋게 친구가 표가 생겨서(!?... 유명한 사람인데 왜 매진이 아니지) 들뜨고 감사한 마음으로 빗속에서 남편의 차에 초보딱지를 달고 미숙한 핸들링을 동원해 난생 처음 자가운전으로 예당으로 달렸다(얼결에 전면주차했는데 어케 나가누... ㅠㅠ).

음악회는 강산이 한번 변할때마다 한번씩 올 법한 많은 일반인(?) 관객 틈에 섞여 앉은 1층 뒤편까지 이탈리아 협주곡의 우렁찬 F장조 화음이 울려퍼지며 시작되었다. 내가 오스트리아에 유학가서 처음으로 피아노 레슨때 배운 곡이라 나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곡이다(작곡전공으로 음대에 가서 피아노 레슨을 받는건 전공필수 과목이긴 하지만 직접적인 공부와의 연관성이 적어서 살짝 취미스러운 활동이 되기 때문에 부담없이 덕질이 가능했다).

한음 한음 모르는 음이 없다보니 연주 타이밍과 템포, 셈여림 등 모든 연주법적인 해석들이 편안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고, 너무나 맑은 음색에, 정말 별 힘 안들이고도 청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 연륜이 과히 연애로 치면 선수중에서도 올림피안급이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와~ 저놈 선수네... 말고 그 이상의 그 무엇... 이 뭔지 들리지가 않는다.  특히 내가 잘 모르는 b minor 곡이 연주될 때 그 현상이 뚜렷했는데, 제대로 된 연주였다면 다음 순간이 늘 궁금하고 흥미로워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자꾸만 목에 힘이 빠지고 입이 쩍쩍 벌어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눈물이 났다. 옆 아저씨도 쏟아지는 졸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무척 고생하는 눈치였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저 정도 연륜이면 그닥 힘을 안들이고 능숙하게 바흐정도는 껌으로 연주할 수 있으니 힘빼고 영혼없는 연주를 해도 되는건가? 연주자란 게 궁극적으로 무엇인가??

----- intermission -----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마음을 비우고 순수하게 작곡법적인 흥미만을 가지고 들었다. 짧지 않은 테마인데 무려 30여개에 달하는 많은 변주... 성격변주도 아니고 전부 엄격변주에 가까운 마라톤 음놀이를 바흐는 어떻게 지치지 않고 해냈을까... (듣는 사람은 지치는데...)

그걸 생각하니 경이롭고 한음 한음이 저렇게까지 허투루 안쓰인다는게 신기했다. 내년 성신여대 2학년 전공실기에 변주곡 작곡과제가 있으니 그 핑계로 학생들과 현미경 분석에 돌입하고픈 S/M적인 충동이 마구 일었다.

암튼, 연주회로서의 쉬프 독주회는 글쎄... 음반보다는 약간 과감하긴 했지만 그래도 집에서 누워서 듣는거보다 긴장감과 에너지가 과연 라이브에 걸맞게 차이가 충분히 크게 있었나 싶다. 나쁜연주는 분명 아니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훌륭한 연주였다. 그런데 특별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저 정도 유명세면 주저없이 기립박수를 치는 관중들을 보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그래도 예술가로서의 양심을 걸고 자신이 부끄럽지 않은 수준으로 최선을 다해 플러스 알파를 제공하는 연주를 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생각도 들었다. 저 나이가 되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매너리즘에 안 빠지기가 그렇게 어렵나?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이 50대에 무대 연주법을 통달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곧바로 은퇴를 계획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약간은 더 이해가 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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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아니스트 2016.10.23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쉬프의 두번째곡이 너무 좋았는데요..
    바로크음악의 정수를 들을 수 있어서 마냥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바로크음악을 별로 안좋아하시나봅니다. 그 음악이 졸리다뇨 너무하시네요 한순간도 귀가 즐겁지않은 시간이 없었어요.
    자신이 즐겁지않다고해서 저런 귀한 연주가를 폄하하시는건 정말 이해가 안되네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6.10.24 0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 들으셨다니 그 또한 너무 좋은 일이네요.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반응이 같겠습니까? 감상 결과가 다르다 해서 너무하다는 식의 원망섞인 반응은 적절하지 않아 보이네요. 제가 무식해서 두번째 곡엔 별 감흥을 못 느꼈을 수도 있고 변수야 많죠~ 그런데 저도 바로크 음악 너무 사랑해서 쳄발로도 2년 넘게 배웠고요, 십대 소녀시절부터 굴드를 대체한 쉬프가 너무 고맙고 존경스러웠고... 그래서 오히려 기대가 너무 컸나봅니다. 방법론을 초월하는 뭔가 플러스 알파가 있지 않을까... 대가인데... 하는 어찌보면 과욕일수도 있었겠네요. 제가 권위있는 평론가도 아니고 일개 개인 블로거로서 일기수준의 리뷰를 적은 것 뿐인데...^^;; 쉬프에 대한 옹호로 감정적인 댓글을 다실 필요까진 없어 보이는데... 좋은 연주로 행복한 시간 보내셨는데 제가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송구스럽네요... 하지만 저도 제 느낌을 표현할 권리가 있답니다 :)

  2. 피아니스트 2016.10.24 1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제가 어제 너무 좋은 시간 보내고 와서 조금 흥분한 상태였나봅니다.
    차분한 댓글 감사드리구요 , 혹시 감정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연주도 연주지만 그분의 연주태도도 무척 존경스럽습니다. 언제나 음악 그이외의것은 다른 아무것도 중요하지않다는 진실한 태도가 참 좋아보여요. 가끔 우리나라와서는 최선을 다하지않는 연주가들도 보았거든요.
    외국에 계셔보셨다니 그들이 보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어느정도 실감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만드는 잡지인 <문화 + 서울>에 격월로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웹상에서 보려면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있는 아카이브(여기)를 방문 해 주세요.  


첫 글이라 호들갑 스럽게 사진 찍어 올립니다 ㅎㅎ




아래 글은 편집되기 이전 단계의 원고입니다.  


=====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것만으로는 절대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시중에 파는 수많은 자기계발서 들이 알려주고 있다. 대인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기본 전제로 깔고 있고, 구체적인 인맥관리 요령,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부터 해서 시간 관리를 잘 하는 방법과 정리정돈 팁까지...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 자신의 내공을 쌓는 데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가 없는 것인가(일단 성공의 의미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인정받고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라는 정의 하에 둔다고 하면)?

적성과 성격에 따라 어울리는 직업이 같은 사람들 여러 명을 한데 모아보면 그 중에서도 대조적인 다양한 성격 차이가 존재한다. 작곡가라는 직업은 음악에 재능을 가지고 작가정신이 있으면서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중에서도 영업 능력과 대인관계에 탁월하여 자신의 작품에 몰두하는 시간 못지않게 사람 사이의 관계에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세상에 드러내는 성과를 거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은둔형 외톨이와 같이 바깥 세상일에 관심 없고 사람을 피하며 오로지 자신의 작업에만 몰두하는 작곡가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작품이 뛰어날 경우 사후에야 세상에 알려지거나 우연한 계기로 다른 사람에 의해 발굴되기도 한다.



20세기의 미국 작곡가 콘론 낸캐러우(Conlon Nancarrow, 1912-1997)의 경우 위에 말한 두가지 유형 중 후자에 해당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흔한 혈액형 유형별 성격으로 분류했을 경우 소위 말하는 "트리플 A"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로 뒤끝이 길고 소심한 성격으로 추측된다. 젊은 시절 재즈 트럼펫을 연주하였으나, 어느 날 자신의 악기가 도난당한 이후로 크게 마음을 다쳐서 다시는 트럼펫 연주를 하지 않았으며, 1940년에 작곡한 7중주 실내악 작품이 뉴욕에서 초연 되었을 때에는 연주가 너무나 마음에 안든 나머지 악보를 다 찢어버리고 다시는 자신의 작품을 연주에 올리지 않으려 했을 정도로 상심이 컸다. 이후에 작곡된 작품들은 어차피 연주를 염두에 두지 않고 썼기 때문에 인간의 능력으로는 정확한 연주가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으로 복잡한 리듬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출처: Wikipedia


이후에 두루마리 종이에 구멍을 뚫어서 음악을 연주하는 자동피아노(1897년 에드워드 S. 보티에 의해 발명)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수학적인 계산을 통한 복잡한 리듬을 연주하게끔 하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냈는데, 이는 일반적인 5선 악보에 기보하지 않고 직접 종이에 자를 대고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작곡을 하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서양음악의 전통에서 자유로운 리듬 기법이 가능하게 되었는데, 같은 음형을 복잡한 비율로 확대하거나 축소하여 돌림노래(캐논)을 만드는 작업을 즐겨 하였다.  일반적으로 음의 길이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비율은 1:2나 1:4정도로 단순한 숫자에 그치는 반면, 낸캐러우의 Study들은 15:16:17 등, 일반인의 귀로 인지하기 힘든 비율이거나 심지어 그의 Study 33번은 2:비율로 된 음 길이의 돌림노래이다.

뿐만 아니라, 낸캐러우는 중세 유럽 음악에서 유래 된 아이소리듬(isorhythm) 기법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멜로디의 음의 수와 리듬형태의 음의 개수가 어긋나서 그 둘의 최소공배수에 도달할 때 까지 끊임없이 같으면서도 다른 형태의 선율이 반복되는 기법이다.


Study 49c의 마지막 부분 원본 악보(?)

(출처: www.nancarrow.de)


이 작품들은 30여년이 지나 60대가 되어서야 연주되기 시작하였고, 그 이전에는 작곡가 본인은 철저한 은둔생활을 하며 아내에게 전적으로 생계를 맡기다시피 하며 본인은 자신만을 위한 지하 스튜디오 공간에서 두루마리 종이에 구멍을 뚫으며 지냈다고 한다. 이렇게 작곡된 자동피아노를 위한 습작(Study)들은 51개가 남겨져 있다.

아내가 수많은 두루마리 종이들을 보며 나중에 만약에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뜨면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물어봤더니 어깨를 으쓱하고서는 "태워버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낸캐러우는, 일평생을 멕시코에 살면서도 그 나라의 음악계와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85세에 타계하였을 때에는 단 두명의 멕시코 작곡가만이 그의 장례식을 지켜봤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세상과의 교류에 비중을 두지 않는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70년대부터 시작된 낸캐로우의 작품에 대한 미국 음악계의 관심은 그를 어쩔 수 없이(?) 수많은 기자들 및 음악가들과 교류를 하게 만들었고, 말년에는 그의 작품이 연주되는 많은 음악회들에 불려다니게 되었다. 특히 동년배 헝가리 작곡가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현대음악가인 죄르지 리게티는 그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칭송하며 자신도 낸캐러우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 그가 태워버리라고 했던 두루마리 종이들은 결국 현대음악계의 귀중한 자료로 취급되어 스위스의 파울 자허(Paul Sacher) 재단이 구입하여 보관하고 있다. (이 재단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필사본을 사들이는 등, 현대음악 자료 보존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는 재단이다)


리게티가 말하는 낸캐러우(독일어, 스페인어 자막) - 1:20 꼭 들어보세요!


작업하며 정확한 리듬 기보를 위해 돋보기를 사용중인 작곡가 낸캐러우(출처: www.nancarrow.de)


자신의 커리어와 세속적인 성공에 관심이 없었던 은둔형 작곡가의 삶은 그만큼 자신의 예술적 호기심과 탐구정신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다 줬고, 그리하여 현대음악계에 둘도 없는 독창적인 리듬의 세계를 선사하여 인류에게 귀중한 자산이며 성공의 기준과 방법은 책에 쓰여 진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남들이 봤을 때 미친 짓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자신만의 독특한 관심사는, 그만큼 독특하기 때문에 세상에 더없이 귀중한 유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세상의 트리플 A형들이어, 그들은 정녕 위대하오니 절대로 능구렁이들 틈바구니에서 주눅 들지 말 지어다!





참고자료:

http://www.artsjournal.com/postclassic/2007/08/a_farewell_retrieved_from_the.html - Kyle Gann

http://www.nancarrow.de/arbeitsweise.htm - 낸캐러우 소개 독일어 사이트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do?docid=b18j2149a&q=자동%20피아노 - 다음 백과사전

http://en.wikipedia.org/wiki/Conlon_Nancarrow#Later_life - Wikipedia

The Music of Conlon Nancarrow By Kyle G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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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ww.facebook.com/suhyun.noh BlogIcon 노수현 2014.04.10 0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는건 정말 쉽지않은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블로그 항상보고있는데... 글 솜씨가 ^_^Good인것 같아요.
    새로운 작곡가도 알게되서 좋네요 ^^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4.04.10 2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니 이런 과찬의 말씀을 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를 뻔 했습니다 ㅋㅋ

      음... 개인 블로그 위주로만 쓰다가 대량유포용 인쇄매체(? 표현이 좀 뭐하네 ㅋ)에 올리는 첫 글이라 문체도 어색해지고 조금 버거웠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ㅎㅎ 평소에 편하게 느끼는 이 블로그에 먼저 글을 다 써놓고 그걸 워드에 옮겨적으니 좀 되더라능... ㅋㅋㅋ





얼마 전에 통영국제음악제에 다녀왔습니다 ㅎㅎ

개막날인 토요일에는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개막공연과 샤리노의 음악극, 두 개의 공연이 연달아 이루어질 예정이어서, 이 날 낮에 친구랑 통영에 가서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고 근처 저렴한 숙소에 묵고 오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김수현 기자님과도 연락이 되어 훈이시락국에서 만찬(?)을..ㅎㅎ

(훈이시락국, 분소식당. 사실은 식도락 여행이었음 ㅋ)


오늘은 두 공연 중 샤리노의 음악극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한산신문 기사 - 샤리노의 음악극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클릭하고 읽어주세요.


실존인물인 작곡가 제수알도(Carlo Gesualdo)의 비극적인 스토리(제수알도의 와이프가 바람을 피우자 사냥 나가는 척 해놓고 나갔다 와서 둘이 사랑을 나누는 현장을 급습하여 둘 다 살해 한 후, 처벌을 받기는 커녕 귀족의 신분을 이용하여 그들의 시체를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 매달아 뒀다고 함 - 이후 본인은 은둔생활을 하며 작곡에 전념했다고 함)를 바탕으로 한 "잔혹 치정극"이라는 이야기 정도만을 사전지식으로 듣고 대체 현대음악의 어법으로 어떻게 풀어나갔을지 호기심이 잔뜩 들었습니다. (실제로는 샤리노가 작업을 하던 도중, 알프레드 슈니트케가 같은 소재로 오페라를 쓰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Giacinto Andrea Cicognini의 연극 Il tradimento per l'onore 를 활용하고, 작곡가 Claude Le Jeune의 Elegy(슬픈 노래)를 차용하였다고 합니다. 


(Claude le Jeune의 Elegy)


음악도 멋졌지만 무대세팅과 연출이 감탄스러웠고, 공연장의 분위기와 어우러져서 비현실적이고 실험적인 공연의 현장이 효과적으로 탄생하였습니다. 특히 여주인공이 유체이탈(?) 되어 노래하는 사람(성악가)과 연기하는 사람(무용수)가 따로 있었던 것이 마음에 들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유일하게 노래하는 사람이 무대 전면에서 연기를 하여 극적인 효과가 더해졌습니다. 

음악극의 전체적인 인상을 요약하자면 "극단적 절제"와 "고상한 압축"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정이 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파편화된 선율을 시종일관 고집하며 다소 부자연스러운 억양의 노래가 두시간 가까이 지속되었는데, 그 고집스러움과 자제력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Lucia mie traditrici © Attilio Maranzano


극단적인 절제...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 자칫하면 게으름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서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두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음악극 전체를 한가지 텍스쳐로 밀고 나간다는 것은 어지간한 베짱 아니고는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다소 불친절 해보이는 진행(음악적인 진행 자체가 실종에 가까웠습니다)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반인 관객의 긴 한숨과 뒤척거림이 느껴지긴 했지만, 어찌됐건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멜로드라마적인 진행을 하지 않고 마치 현미경으로 한가지 성분만을 연구하듯이 치열하게 섬세하고 세밀한 작업에 들어간 것은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극단적인 절제와 미니멀리즘(여기선 특정 사조의 의미가 아님)의 결과로 마지막 장면에서 부부사이인 두 주인공이 노래를 멈추고 대화체로 서로를 대할 때 약간의 감정이 드러나는 것이 상대적으로 감정의 폭발에 가까운 서스펜스를 낳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남편은 이미 아내의 애인을 살해 한 후였고, 아내는 자신이 살해당할 것을 직감한 상태인데, 이 때의 속삭임과 고함은 관객이 마치 폭력가정의 집 안방에 본의아니게 초대되어 불편하고 무섭지만 나갈 수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한, 공포에 질려있는 손님이 된 것과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한국 드라마에도 더 심한 고함소리와 싸우는 장면이 참 많은데, 왜 이런 임팩트가 없을까요? ㅎㅎ

드라마에서 부자연스럽고 경직된 억양으로 이야기 하다가 마지막에서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을 해보다가 저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아마도 모두 채널을 돌렸을테니까요 ㅎㅎ 어쩌면 "죽음의 꽃"과 같은 진행은 관객이 객석을 떠날 수 없는 환경에 놓였을 때만 가능한 전개방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서 저는 좀 엉뚱하지만 영화 어바웃 슈미트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잭 니콜슨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인데, 평범한 미국 직장인이자 남편인 슈미트씨가 은퇴하고 아내와 사별하고 딸이 결혼하는 와중에 여러가지 사건들을 겪는데, 무기력함 때문에 분노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항상 마지막에 긴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고 조용히 혼자 울거나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런 무력감을 영화 내내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하다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크게 울음을 터트리는데, 이것이 이전까지의 주인공의 모습과 대조되어 거의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렇게 절제 이후의 표출은 그 절대적인 강도가 크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큰 변화이기 때문에 임팩트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예는 무수히 많을텐데, 문득 이 영화가 생각났던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어찌됐건  "죽음의 꽃"에서도 마지막 장면에서만 실제로 감정이 드러남으로 인해 극단적인 상황의 연출이 작은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악극 중간에 삽입된 Claude de Jeune의 Elegy를 인용한 부분에 대한 언급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원곡과 거의 같은 형태로(물론 편성은 다르고 노래도 없지만) 인용되어 음악극 진행의 무미건조함과 대조되는 인터메조와 같은 역할을 했었는데, 이것이 갈수록 음역이 높아지고 텍스쳐가 파편화 되어 마치 한밤중에 해골바가지가 바람에 살포시 흔들리는 것 과 같은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주인공의 피폐한 감정을 대변하는 듯하여 오싹하면서도, 그 역시 절제와 집착(?)으로 인해 이루어진 효과라는 것에 감탄을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극단적인 절제와 높은 음역대, 풍자적인 묘사와 기괴함, 모두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템들이라 계속 희열을 만끽해가며 감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샤리노가 내가 원한 걸 이미 해버렸다는 것이 살짝 아쉽기도 한 밤이었습니다^^ 



통영음악당 콘서트홀. 음악극은 맡은편 "블랙박스"에서 열렸다. 

샤리노(오른쪽)과 티그란 만수리안(왼)




1박2일의 짧은 시간동안 통영을 방문하려니 콜택시가 필수였습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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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09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4.04.10 23: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혹시 내가 잘 아는 그 친구 맞나요? 작년에 일주일에 한번씩 만났던.. ^^ 통영음악당에서 얼핏 본 것 같은데 ㅎㅎ
      티스토리가 요즘 미쳐서 댓글이 차단된다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저는 댓글이 몹시 반가운 사람이기 때문에 전~혀 네버 차단같은거 절대로 안합니다! 오해마시길...^^;;;ㅠㅠㅠ

      헐 5분을 늦어서 아예 못보다늬... 정말 아쉬웠겠다...ㅜㅜ 그래도 비록 시행착오가 있지만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여러 경험을 하고 다니는것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될거에요^^ㅠ
      음악극은 자막도 있고 나름 음악 외적인 스토리 진행이 있어서 '제한적인 요소'가 그나마 견딜만 한데 순수 기악곡이라면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저도 음악회장에서 샤리노의 실내악 작품을 들으며 몹시 괴로워 했던 기억이...^^;;

    • 2014.04.12 0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4.04.14 1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래 뭐 모를 때가 제일 기고만장 하다능...ㅎㅎ
      듣고 배우는건 많은데 정리 할 겨를은 없으니 고민 될 수밖에 없죠^^
      어차피 평생에 걸쳐서 할거니까 느긋하게 초심 유지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음악 따라 해 보다보면 기술도 늘고 할 날이 올..까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네ㅎㅎ;;;
      그러게 아쉽네요.. 먼 타지(?)에서 봤는데 인사도 못하고 ㅋㅋ
      좀 먼 발치에서 봐서^^;; 젤리는 언제든지 환영^^




얼마전에 음악회에 갔다가 굉장히 오랫만에 존경하는 대 선배님을 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여기있는 이 블로그를 자주 와서 읽어보시며 음악회 정보를 검색할 때 참고하러 들르신다고, 게다가 이런거 좀 읽어보라며 제자들에게도 무려 추천을 하신다며... 

그리고 앞으로도 애독 하시겠다고...잘 부탁한다고...........





여기가 이렇게 유명한 곳이었다늬...!

작곡학도의 성지가 될 것이라는 후배의 예언이 들어맞기 시작하나요??!?


어느덧 선배 후배 제자 지인 및 워너비 작곡가들에게 은근 주목받는 블로그가 되고 나니 글 쓰기가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닙니다...  ㅠ   만,

결국 글을 쓰기 시작을 하면 정줄을 놓고 유체이탈이 되어 방언이 터져 나오듯이 타자기를 두르립니다.. ㅎㅎ 그렇지 않으면 퀄리티 컨트롤에 대한 압박 때문에 미적거리다 글을 임시저장 해 놓고 최소 3개월은 방치 하거든요 ㅠ 

제 티스토리 관리자 페이지를 한번 구경하신다면 연민의 눈물이 절로 또르르 굴러나오실 겁니다.

임시저장만 십여개... ㄸㄹㄹ




오늘도 어김없이 미치도록 쓸데없는 서두를 늘어 놨습니다.

그럼 본론:




지난 주 화요일에 본 공연은, 여느 현대음악 공연이나 다름 없는 것과 동시에 매우 특별하고 감동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일단, 여느 현대음악 공연과 다름이 없었던 점은, 아담한 공연장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지 오래 되지 않은 듯한 젊은 연주자 분들이 한국 작곡가의 곡을 초연 했다는 점, 단체명에 쓰인 단어들이 뭔가 앞서나가는 현대예술을 암시했다는 점, 다들 흑백 의상을 입고 계셨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특별하고 감동적인 점은:

말씀 드리자면 이야기가 약간 길어질 수도 있겠네요^^

이 단체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셨던 선배 언니와 올 초부터 부쩍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데, 제가 "노카" 공연을 연 날인 5월 11일, 공연을 보러 오신 언니와 잠시 수다를 떨 기회가 생겼고, 그때 언니가 몇몇 선배들과 의기투합 해서 단체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언뜻 하셨습니다.  그 취지는:

"우리나라에 양질의 현대음악 연주를 제공하여 좋은 작품을 녹음하고 음반을 제작하며 출판까지 하는 것."


project21AND에서 출판되어 판매중인 악보들(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저희 또래와 선배님들이 현대음악으로 작품활동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아쉬워 해오는 부분이 바로 연주입니다. 애써 곡을 열심히 작곡 했어도 너무나도 바쁜 연주자님들, 그리고 그들에게 리허설 수당을 두둑히 줄 수 없는 주최측의 사정으로 인해 턱없이 부족한 리허설 일정을 할당받은 곡들은 제대로 해석되지 못한 채 초연을 하고 영원히 서랍속에 들어가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같은 곡이 여러번 연주가 되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왜냐하면 많은 작곡단체들은 현대음악 발표회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초연곡 위주로 하는 것을 더 의미있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대한 많은 곡들이 초연되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연주를 거쳐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해석을 하면 더 빛을 발했을 수많은 곡들이 단 한번 연주 된 후 다시는 세상에 선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제 곡들을 예를 들어도, 현악사중주 3번은 두번 연주 되었는데 두번째가 훨씬 나았기 때문에 속으로 정말 십년감수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고, 피아노 솔로 곡은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총 여섯 번을 연주했는데, 여섯번째가 가장 제 의도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무조건 나중 연주가 더 나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작곡가 본인도 자신의 곡을 들어본 후 나중에 다음 연주자에게 어떻게 곡에 대해 설명을 하고 연주를 도와줄지에 대한 노하우도 생기고, 같은 연주자가 여러번 연주를 하면 당연히 그 해석의 깊이가 깊어질 수 있습니다.

초연 위주로 음악회를 꾸리느라 애써 쓴 곡들이 대부분 재공연이 되지 않는다는 이 현대음악 연주의 현실은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의 현대음악계의 고질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첫 공연에서 성심성의껏 준비하여 충분한 리허설을 거친 제대로 된 해석을 거칠 수 없는 현실에 닥친 한국은 그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작곡가들의 창작욕구와 작품의 질이 저하되는 폐해를 낳게 됩니다. 열심히 써봤자 어렵고 까다로운 부분은 제대로 연습이 안될거면, 일부러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곡을 쓸 이유와 동기부여가 옅어지는 것이지요.  대충 쓴 곡을 대충 연주하며, 무대와 객석에서 함께한 수많은 음악가들이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음악회인지 결혼식인지 알 수 없는 많은 공연들을 봐오면서 이게 소위 말하는 "작품활동"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현대음악 작곡이란 것을 과연 하긴 해야 하나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현대음악 공연들의 수준을 단정짓는 것은 하나의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굉장히 역사가 오래된 한 작곡단체에서 하는 공연에서 매우 수준 높은 연주(심지어 피아니스트는 곡을 모두 외워서 악보를 안보고 쳤습니다.  현대음악 공연에서는 거의 없다시피 한 일입니다)를 하는 것을 보며, 무조건 오래된 작곡단체나, 같은 포맷을 유지하며 장기간 지속된 공연 시리즈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면 안되겠다고 느끼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연주자와 작곡가가 한명 한명 노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얼마 전 부터는 상당히 수준 높은 현대음악 전문 단체들도 생겨나고 있어서(10년이 넘은 TIMF앙상블을 비롯, 카리엔 앙상블, 올해 창단된 앙상블 Eins 등) 연주자들도 이런 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 반갑기도 했습니다. 

---

그래서, 제 선배 언니와 오빠들(이라고 하기엔 제겐 선생님 뻘이지만...)께서도 project21AND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작품에 많은 투자를 하여 전문적인 녹음과 연주를 하겠다고 의기투합하신 것입니다.  특히, 연주보다 몇달 전 이미 녹음 작업을 한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그에 곁들여 일반인 및 잠정적 후원자 분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도 기획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지향 Moiré 2의 녹음 현장(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얼마전에 치룬 첫 연주회는 현대음악 공연이 종종 열리는 일신홀에서 이루어 졌는데, 일신홀 개관이래 사상 처음으로 입석을 팔아야 할 정도로 일찌감치 모든 자리가 매진이 되었습니다. 저는 간신히 자리를 얻을 수 있었는데, 시작 직전에 도착한 것 치고는 상당히 운이 좋은 경우였습니다.  아비규환이 될 뻔한 음악회장 로비는 질서를 유지한 관객분들 덕분에 심하게 혼잡하지는 않았지만, 수십미터로 늘어진 대기줄 때문에 공연이 20분이나 늦게 시작되는 사태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연주자들의 밀도 높은 연주는, 정말 제 마음까지 뿌듯하게 했습니다.

---

공연이 끝나고 선배 언니와 인사하느라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쁘게 오가며 뒷풀이 장소인 근처 식당의 명함을 제 손에 쥐어주고는 황급히 다시 사라져 버릴 정도로 뒷정리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언니의 그런 모습을 보니, 왠지 마음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라면 자신의 곡이 연주되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면, 확답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언니의 이타적인 행보가 더욱 신선하고 먹먹하게(?) 다가왔습니다.  저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선배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쓰다 보니 좀 민망할 정도로 찬양 일색의 글이 되어버렸군요 ㅎㅎ

project 21AND가 만수무강 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한껏 보내며 새벽 글을 이만 마칩니다^^;;;





*부록: 이화미디어의 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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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비건요리를 주제로 한 블로그를 만들려다가 전문성이 떨어질 것 같아서 작곡을 주제로 한 블로그를 만들었던 아픈(?) 과거가 있을 정도로 비건 음식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물론,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에서 바삐 동분서주 하느라 요리는 커녕 "집밥? 그게 뭐에요? 먹는거에요?" 하며 지내고 있지만요.  (근데 먹는게 맞군요..ㅋㄷ)



그 옛날, 2009년부터 Alien's Day Out이라는 블로그를 즐겨 읽었습니다. 서울에서 비건으로 살아가기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가지고 꾸준히 블로그를 해 오던 이미파씨를 처음에는 그저 팬으로, 나중에는 고객, 결국 친구로 알게 되었는데, 온라인 샵을 운영해오다가 얼마전에는 오프라인 샵을 동업자 한 분과 함께 이태원에 열었답니다!



지도앱이 없으면 절대 찾아갈 수 없는 외딴 골목길에 있는데도 다들 용케 찾아오셨네요...ㄷㄷ

궂~~이 골목길을 찾아 들어가는 이유는, 무지 맛있는데 속이 안불편한 건강한 음식이라는 점? 

그런데 맛있기까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좋은 글을 완성 하려다보니 글이 임시저장 상태로 너무 오래 있었습니다. 

공개가 너무 늦어져서 영영 이대로 묻혀지지 않도록 일단 발행합니다...



꼭 지도 앱 사용해서 찾아가세요!


http://www.facebook.com/STUDIOPLANT

용산구 이태원동 63-15 PLANT

* 저 플랜트 측에서 받은거 없습니다 ㅎㅎㅎ이분들 제가 글 쓰는거 모르심ㅋㅋㅋㅋ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1동 |
도움말 Daum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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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zero-gravity.tistory.com BlogIcon 무중력고기 2013.11.22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전에서는 채식 식당 찾아보기 힘든데.. 메뉴가 궁금하네요 ㅎㅎ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12.23 1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항상 두가지씩 있고 1주일에 한번씩 바뀌어요 ㅎㅎ 디저트는 수시로 다양하게 새로운게 나오고요 ㅎㅎㅎㅎ 대전에도 적어도 두어개는 있을법할텐데.. 채식 커뮤니티나 페북그룹에 가입해 보셨어요?^^

    • Favicon of https://zero-gravity.tistory.com BlogIcon 무중력고기 2013.12.24 0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커뮤니티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찾아봐야겠네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12.27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ㅎㅎ
      http://www.facebook.com/groups/173393656056618/?fref=ts (채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깻잎) 여기 추천이요~




10월 중순부터 11월초까지는 그야말로 음악회들의 쓰나미였습니다.  양질의 공연들 중 제가 아는 사람이 얽혀있지 않은 음악 외 장르는 아예 레이더망에서 포착할 겨를조차 없이 지인들의 음악회만 하루에 여러개씩 겹치는 나날들이었죠..(이렇게 쓰고나니 무슨 사교계의 인기녀같지만 그냥 음악 전공하고 나와서 활동하는 사람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ㅎㅎ) 특히, 닻올림픽에서 연속 사흘을 출연한 직후에 동시에 열렸던 범음악제랑 국제전자음악제, 그 와중에 지도교수님의 추모음악회 형식의 공연이 열렸던 10월말은 체력이 고갈되어감을 실감할 수 있는 나날들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10월 말일에는 제 곡이 초연된 진주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이것들이 다 지나간 직후인 11월 초의 어느 일요일, 

홍대 클럽 "타"에선 범상치 않은 공연이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EAM(Electro-acoustic music) concert in the club...



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합니다. 기억해 내려니 일단 웃음부터 나와서..)

몸살기운에 칼칼한 목을 데리고 지하철에 두시간동안 몸을 실을 정신이 있을지 모르겠던 꿀같은 일요일 저녁, 정말 갈까말까를 엄청 망설였는데(사실 이미 못간다고 이야기까지 해 놨었는데), 이 포스터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는게 묘하게 끌려서 일단 몸에 패딩잠바를 칭칭감고 기어나왔습니다:



미치겠닼ㅋㅋㅋㅋㅋㅋ 고퀄의 우주초연 전자음악 작품들이랰ㅋㅋㅋㅋㅋㅋ

파격적이고 참신하면서 장난스러움을 유지하는 컨셉이 일단 마음에 들었습니다.

"현대음악은 듣기 어렵다...일반인을 위한 음악이 아니다.."라는 편견에 도전하는 방법은 사실 참 다양합니다. 

예전에는 음악 자체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둘로 나누자면 어차피 대중을 겨냥한 것이 아니니까 그냥 두자는 식의 자포자기파, 그리고 인본주의적인 친절함으로 무장하여 듣기 '쉽고 편안한' 현대음악을 추구하다보니 물에 술을 섞은건지 술에 물을 탄건지 알 수 없는(네, 설명하면서 이미 제 개인적인 의견이 만천하에 드러났군요 ㅋㅋㅋ)파.

또 한가지 방법으로는 초고퀄의 엄선된 작품을 정성이 하늘을 찌르는 고난도 연주로 선보여 그 무시할수 없는 에너지를 객석에 퍼트리는것이 있는가 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게릴라 식으로 무작정 퍼트리는 방법이 있죠(홍보전략이 좋아야 합니다)

애시당초 "현대음악"이라는 장르 조차 접할 기회가 있기는 커녕 그런 음악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청중들에게는 일단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죠.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좀 해봤었는데(곡은 바꿀수가 없었거든요), 결론적으로 뭐 거창한 건 없고, 불특정 다수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환경을 활용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이 블로그를 꾸려왔습니다.  

이야기가 좀 이상하게 흘렀는데... 


그리하여 EAM concert in the club을 준비하신 이 분들은 우리가 새롭고 색다른 음악을 기대하며 찾는 홍대 클럽을 전자음악 공연을 위한 장소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것, 이 점에서 "일반인을 위한 현대음악"을 실현시키는 또 다른 방식을 실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조진옥 작곡가의 입담으로 인해 어지간한 인디밴드의 코미디언급 멤버 저리가라 할 개그신공을 보여주셨고 ㅠ

기존의 전자음악 음악회장이 클래식 공연장이었던 관계로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 새우깡 먹으며 병맥주를 나발불기, 시작하던지 말던지 그냥 옆사람과 떠들다가 음악소리 들리면 그제서야 아닥하기, 곡 해설을 들으며 낄낄거리고 질문하고 따지고 토달다가 음악회가 끝나고 질문에 대답해줬던 작곡가와 토론하며 술친구가 되기. 

네, 유토피아나 다름 없더군요! 눈물이 다 나려 하더이다...ㅠ


과 선배님이신 남상봉 작곡가와 함께(네 괜히 친한척 한거구요, 이분 결혼 하셨고 저희 아무 사이 아닙니다 =.=) 

저 솔로에요!  심심해 미치겠는데 좋은 사람 어디 없나요? (발악중)


저는 잉여짓하다 타이밍을 심하게 놓친 관계로 각 곡에 대한 상세한 감상평은 내기 힘 들 것 같습니다... ㅠ

게다가 밤이 극심하게 깊었군요.  이만 취침모드로 들어가고 이 1주일간 '임시저장' 상태였던 글은 이제 제 손을 떠나보내고 세상에 공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곡마다 자세히 나와있는 양질의 공연 리뷰를 읽으실 분은 여기를 클릭 해 주세요...라는 극도의 무책임한 멘트만을 날리며 저는 이제 다시 오프라인으로 ㄱㄱ.......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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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책:

코덱스 세라피니아누스(Codex Serafinianus)

이세상에 없는 언어로 이세상에 없는 사물들과 원리들을 묘사한 책입니다.

저자는 "아무 뜻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고 하네요 ㅎㅎ


이렇게 아무 뜻이 감지되지 않는 어린 아이와 같은 상태를 어른들도 겪게 하고 싶었다고, 저자는 밝힙니다. 

백과사전 형식으로 되어있는 이 책의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인데, 작가의 친필 싸인이 들어있는 초판 인쇄본은 5000달러에 판매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1983년판, 1993년, 2006년판이 있는데, 가장 최근 것이 그나마 살만한 가격이라고 합니다.. 

득템하고 싶지만 한권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관계로....ㅠ

인터넷 바다에서 감상중입니다 ㅋㅋㅋ 




개인적으로 몹시 매력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뜻을 알 수 없으므로 내용전달의 기능을 읽은 언어가 되고, 그 자체로서 일종의 예술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유가 되려 주어졌기 때문이죠.  그림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해독할 수 없는 과학적 원리들과,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들...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여부 및 암기에 대한 압력이 사라지고, 온전한 감상이 비로소 가능하지 않을까요?  제가 추상미술을 볼때의 마음가짐과 흡사하게 말입니다 ㅋㅋㅋ 


(아래 사진들을 구글이미지에서 펌.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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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nissi99.tistory.com BlogIcon 아쌤수학 2013.11.14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뷰온! 대박이네요. 쓸모없는 책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이네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11.15 00: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저도 이렇게 쓰잘데기 없는 책은 처음봤어요 ㅎㅎ 괜히 그래서 더 갖고싶어요^^;;

    • Favicon of https://nissi99.tistory.com BlogIcon 아쌤수학 2013.11.15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제보고 갑자기 기억에 떠올라서 또 와서 보니깐, 이번엔 혐오스럽네요. 이거 보고나서 문득 여기 포스팅에 나온 장면이 생각납니다. 아무튼 유익한 책은 절대 아닌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11.16 1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런... ㅠ
      읽으시고 오히려 기분이 안 좋아지시고, 유익하지 않다고 느끼시면 정말 차라리 안 보시는게 낫겠네요.

  2. Favicon of http://cyworld.com/blumerry BlogIcon 유닝 2013.11.15 0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왕.. 사서 가만히 보고 싶어요 어떤 느낌이 들지요.. 저자는 특별한 의미 없이 썼어도 독자는 무언가 느낄테니깐요 : ) 그런데 작곡 토끼님은 언제 처음 음의 한계를 느끼셨어요? 음ㅡ소리 가 표현 할 수 있는 한계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11.15 04: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항상 느껴서 처음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네요^^
      이 책 너무 흥미롭죠?
      책에 있는 그림중 하나를 골라 음악으로 표현 해 보고 싶어요...
      아 또 한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