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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매스컴과 솔직한 리뷰

리움미술관에서 2프로 부족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제는 레슨 하다 말고 급체로 뻗어버리고, 어제는 비실거리다가 오후 약속은 중요한거라 어길수가 없어 억지로 나갔다 오느라 심신이 지치는 하루였습니다... 신바람나게 곡이나 술술 썼으면 했던 야심하지만 소박한 계획을 세웠던 1월의 반이 넘어버렸는데,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는것 같은 이 불길한 예감...

제가 블로그에선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일절 안하려 하고, 글을 쓸때만은 밝은 톤을 유지하느라 애쓰는 편이라 더이상 신세한탄은 자제해야 할듯...^^ 

오늘은 제 화풀이를 엉뚱한 곳에 한번 늘어놓겠습니다.  

바로 며칠전에 방문한 리움미술관!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전시가 다음달 초까지 열리고 있어서 엄마랑 데이트할겸 방문했습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747-18
삼성미술관 Leeum
(TEL) 02-2014-6901

  1.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출구에서 이태원 방향으로 100m 이동 후, 오른쪽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하여 언덕길로 약 5분정도 올라옵니다.
  2. 주차공간이 협소하오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대형전시물이 주를 이루는 이번 전시회는 단순하면서도 신비로운 작품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다행히 관람객도 서도호의 <집속의 집> 전시때처럼 많진 않았고, 초현실적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기에 적합했습니다!  2012/06/09 - 희제랑 리움미술관 간 날

안료를 사용하여 진한 색감을 입체물에 불어넣어서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조형물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설치물도 있었지만 실제 벽을 파거나 땅을 뚫어서(?) 만든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는 좀 불가사의 했습니다!

이런 작품들 말입니다...


많은 미술관들의 방침과 달리 리움에서는 사진촬영이 자유로운 편이어서 굉장히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진 촬영을 불허하는 전시장도 나름의 사정이 있기야 하겠지만, 기억에 오래 남기고 싶은 강력한 시각예술 작품은 정말 어떻게든 사진으로 담아가고 싶은 욕심이 크거든요.. 제가 설마 이걸 상업적 용도로 쓰겠습니까;;

거울과 같은 반사체를 이용한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거꾸로 보이는 거울.


카푸어의 대표작인 My Red Homeland.  인도 출신 미술가라 그런지 자신의 뿌리에 대한 표현을 이런 대지의 힘이 솟아오르는 거대한 스케일로 담아낸 듯 합니다.  (하지만 정작 미술과 리플렛에 담긴 작품설명에는 "모국 인도에 대한 은유라기보다는 보편적인 고향으로서의 대지, 탄생의 장으로서의 땅을 은유한다고 볼 수 있다"고 써있네요)  도저히 한 화면에 들어가지가 않아서 대각선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ㅋ;

거대한 왁스덩어리...

우주의 새로운 모델을 위한 실험실(Laboratory for a New Model of the Universe)

왼쪽부터: <큰 나무와 눈>, <현기증(Vertigo)>

큰 나무와 눈을 자세히 보면 구형마다 반사되는 형체가 다른것이 보입니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해설은 http://moonsoyoung.com/90155823651 <-여기에 잘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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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감히 리움미술관같은 막강한 권력(?)의 대형 미술관을 비판할 식견과 지식이 있겠냐만은, 개인적으로 느낀 몇가지 아쉬운 점에 대해서 썰을 풀어보고 싶습니다.

리움미술관의 상설콜렉션을 들여다보면, 주류 현대미술의 역사를 한눈에 보는 느낌이 듭니다.  국립이나 시립미술관과는 달리 사실상 개인의 취향이 듬뿍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재력가의 사립 미술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컬렉터의 개성이나 큐레이팅이 들어간 느낌이 들지 않고, 그저 이미 유명한, 미술학도면 누구나 아는 작가들의 대표작 중 규모가 크지 않은 것들이 하나씩 들어와 있는 셈입니다.  물론 그렇게 전시를 구성하기로 한 결정 자체도 미술관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람의 자유이긴 합니다만, 이 커다란 미술관 그 어디에도 신진예술가를 발굴하려는 노력이나 컬렉터 개인의 안목과 신념이 들어간 문제작을 유치하려는 흔적은 존재하지 않고 검증에 검증을 거친, 이미 작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만 들어차 있다는 것은 제겐 매우 유감스러웠습니다.  

2012년 3월에 전시된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한마디로, 과시형 전시이자, 부를 축적하기 위한, 투자가치가 안정적이라고 검증된 유명작가들의 작품만 들어와 있는 것인데, 미술을 전공했다는 홍라희 여사는 가난한 예술가의 작가정신과 그들 중 작품관이 뚜렷하고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사들이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프 쿤스, 루이스 부르주아, 서도호.. 모두 최고의 안목이 있어야만 알게되는 작가들이 아니라, 미술의 '미'자만 알아도 훌륭한줄 다들 아는데 일반인에겐 너무너무 비싸서 못사는 작품들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미술작품으로는 최고 명품인 셈인 것이죠.  샤넬가방을 사면 자동으로 최고의 안목을 지닌 세련되고 아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리움미술관이 제 눈에는 부의 과시의 장으로밖에 보이지가 않았는데, 요즘 제가 좀 까칠해져서 더욱 삐딱하게 보이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ㅎㅎ;;

하지만, 런던에서 본 테이트 모던의 특별전(물론 블록버스터 전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긴 합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으니까요)과 사치(Saachi)갤러리의 개성있는 전시(결국 Saachi씨의 개인적인 검증을 거친 영국의 무명작가들은 집중조명을 받고 유명세를 타며 부를 거머쥐게 됩니다.  지금은 부작용도 없잖아 있지만, 우리나라 미술인들이 보기엔 마냥 꿈만 같은 일이겠지요..)를 즐겨 방문하던 제게는 리움 미술관에 대한 (어쩌면 때이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서 살짝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작년 3월에 한국을 방문하셨던 현대미술을 매우 사랑하는 독일인 작곡과 지도교수님도 "이 컬렉션은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수집했을 리가 없다"며 강한 실망감을 표시할 정도였으니까요.. 

일례를 덧붙이자면, 영국 최고 권위의 미술상인 터너 프라이스(Turner Prize)의 4명의 후보작가들의 경향만 봐도 영국미술계가 얼마나 과감하게 작품을 선정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행위예술이 주된 매체인 스파르타쿠스 체트윈드(Spartacus Chetwind), 정신의학자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선보인 루크 포울러(Luke Fowler)등이 후보군에 올랐으니 말입니다. 

어찌됐건, 주류건 아니건간에 현대미술을 서울시내의 대형 미술관에서 크게 선보인다는 점 자체로서는 고무적인 현상이고, 리움 미술관의 기여도도 과소평가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상 과천에 오래전부터 현대미술관이 존재해 왔지만 말입니다)

제가 즐겨 읽는 article이라는 미술잡지 1월호에 한해동안 발표된 시각예술 관련 논문 중 14개를 엄선하여 지면에 싣는, 다소 파격적인 기획물이 나왔습니다.  저로서는 양질의 미술관련 글을 읽게 되어 매우 반가웠는데, 그 중 <미술사의 소비>(박소현 저)의 블록버스터 전시에 관한 내용이 리움미술관의 전시를 본 느낌과 관련해서 많이 와닿았습니다.


블록버스터 전시가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진단은 수십만 명이라는 가공할 관람객 규모에서는 이견이 없겠으나, 이미 주어진 보편성의 성좌를 탈권위화하는 취향의 다변화 혹은 취향의 민주화라는 차원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각주:1]


이 사회에는 컬렉터가 자신의 안목과 판단력을 믿고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작품을 유명하지 않은 작가에게서 구매하는 일은 흔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가장 혁신적이고 순수해야 할 "순수"예술에서도 따라붙는 명품사랑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 음악과 별반 다를게 없는 것 같아서 더욱 속이 상했던 것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이런식으로라도 느리게 한단계씩 발전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 하겠지요?  고전 명화감상에서 현대 명작품 감상의 단계를 거친 후에야 개인의 취향이 미술감상과 구매에 적용되는 '취향이 민주적'인 사회가 도래할 것 같습니다.  먼 훗날에...

저부터라도 알려지지 않은 갤러리들도 많이 돌아다니며 작품을 보러 다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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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늘도 참 쓸데없는 일에 열을 올리며 하루를 보냅니다!  씁..


  1. 박소현. 미술사의 소비. 미술사학. 미술사학연구회 제 38집 101p-130p, 2012. article 2012년 1월호 109p에서 발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