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닻올림에서 주최하는 문래 레조넌스 사운드 창작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오도방정을 떨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2주 간격으로 두번에 걸쳐 3일간의 워크샵이 각각 진행(총 6일)되는 관계로 여러 일정을 많이 옮겨야만 했었죠. 무슨 배짱인지 모르게 지원할때 이미 선발되어 참가하는 걸 기정사실화 하고 제가 맡은 대학 수업 일정을 뒤집어 놨습니다. 개교기념일 수업, 수시입시기간 음대 밖 수업을 선언하고 학생들 눈물바다..ㅠ
칼국수 접대 해 뒀으니 상황종료.
이번 워크샵은 두번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그 중 첫 파트를 3일간 맡으신 작곡가 알레산드로 보세티(Alessandro Bosetti)는 작년에 닻올림픽 즉흥음악 페스티벌에 출연한 바가 있습니다. 그걸 보고 저는 이미 큰 재미와 감동을 느낀바.... 그런데 바로 그 분이 올해 워크샵 진행을 맡았다고 하니 이게 꿈이여 생시여..? ^^;
언어를 이용하여 작곡을 하는 다양한 방식을 연구중인데, 음악은 살짝 무섭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많은 작업들이 수두룩하죠. 그 중 하나인 Pool and Soup라는 게임을 이번 워크샵에 소개하였습니다.
풀앤 숲을 설명하기에 앞서서 위 동영상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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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출신인 보세티씨는 먼 산(즉 알프스...쩌네요)을 바라보며 자랐다고 합니다. 알프스의 많은 지역들은 지형상 매우 고립된 곳들이 많은데, 덕분에 숨겨진 언어가 다양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보세티 샘은 프랑스 동남쪽부터 오스트리아까지 알프스 산자락을 떠나 언어채집 여행을 하였는데, 불어에서 파생된 언어부터, 라틴어 계열 언어, 이태리어와 독일어 사투리까지, 실로 방대한 뿌리들이 얽힌 지역의 말들을 녹음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여행하며 발견한 언어들을 간략히 나열하자면:
파투아(Troubadour) - 프랑스어와 이태리어가 섞임
발쩌(Valzer? 나중에 검색해서 수정하겠습니다. 일단 적기바쁨 ㅠ) - 400~600년 전 독일어. 그 옛날에 스위스 세력에 쫒겨 고립된 분지에 정착한 민족.
레토 로만어 - 라틴어에서 직접적으로 파생된 언어. 현재 100만명정도 구사.
침브리어 - 400년전 독어 (발쩌랑 다른 종족)
슬로베니아어
...이 시점부터 동쪽으로 갈 수록 슬라브 계통 언어가 노골적으로 등장하며 완전히 다른 언어권에 들어서게 됩니다.
위에 올린 동영상은 하나의 단어를 위 언어들로 채집한 다양한 버젼들을 다시 편집하여 같은 뜻의 다른 소리들을 쓰나미같이 들이붓는(이건 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소리의 파도를 만든 것입니다. 언어학자의 관점이 아닌, 작곡가의 관점이기 때문에 위에 나열된 언어를 가장 정확하게 표준적으로 구사하는 버젼을 궂이 찾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동영상 설명은 여기에서 마무리 하고, 이제 풀앤 숲 게임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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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앤 숲(Pool and Soup)은 대여섯 이상이서 할 수 있는 게임인데, 기본적으로 사람이 하는 말을 이용하여 하나의 곡을 즉흥적으로 한명(또는 불특정 다수)이 지휘자 역할을 맡아서 만들어 가는 게임입니다. 구체적인 동작만 미리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답니다! 아래에 지시사항들만 나열 해 보겠습니다(동작은 도무지 글로 설명이...글고 저작권도 나름 있을지도 있어서 조심스럽네요ㅎㅎ)
아무 말이나 논스톱으로 지껄이기. 단, 현재 이 상황에 대한 묘사는 피할 것.
하고 있던 이야기의 일부를 loop(무한반복)걸기.
loop의 간격을 조정(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길어지거나 짧아짐)
더 크게/작게
더 빠르게/느리게
lock - 두명 이상이서 대화 시작하기
일시정지
샘플 걸기(남이 내는 소리 따라하고 그걸 loop)
scramble(불규칙하게 소리내기)
plug-in(목소리 음색을 바꾸기 - 코를 막던지 알아서 수단 방법 총동원)
뜻 뒤집기(하던말을 반대로 말하기 - 거짓말하기)
주어 바꾸기("어제 내가 산에 다녀왔는데" -> "어제 제 친구들이 산에 다녀왔다는데" 등
이리하여 자유롭게 생각나는대로 하던 말(언어)이 쪼개지고 파편화되고 변질되어 뜻을 전달하는 언어의 기능이 희박해지고 소리 그 자체로 인식되기 시작하며 언어와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인간의 뇌는 정보수집으로서의 언어구사 기능 영역과 소리를 잠정적 음악으로 인식하는 영역이 확연히 다른 위치에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 둘을 섞으면 수시로 이 영역들이 왔다갔다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요를 듣고있으면 가사가 아예 안들리거나 음악이 뭐였는지 기억도 못할 만큼 가사 내용에 빠져들거나 둘 중 하나인데, 뇌의 영역들이 분리가 되어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가곡 및 오페라는 애시당초 가사가 잘 안들리므로 패스 ㅡㅡ)
update: 공연 실황 동영상입니다(2013년 9월 25일)
저는 카메라 시야 밖에 있는데 아주 잠깐(20:30에서 약 1초) 화면 안에 들어옵니다 ㅎㅎ;
한편, 만약 의미전달의 기능을 배제하고 소리의 특징으로만 언어를 관찰한다면, 특정 언어가 그 뜻을 배제한다면 다른 언어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미적가치를 부여하여 비교할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자음이 다소 많은 독일어나 슬라브권의 언어가 마치 비음악적이고 웃긴(?) 언어로 취급되고 모음이 많고 억양이 풍부한 이태리어나 프랑스어가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경험적으로 형성된 정치적 맥락으로서의 언어에 대한 느낌(예를 들어 2차대전 당시 독일 군인이 하던 말투는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었으므로 많은 유럽인들이 독일어의 소리 자체에 부정적인 편견을 갖게 됨) 또한 무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 자체에 미적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틀린 것이고, 특정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사실 모순적이라고 보세티 샘은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사람이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이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다양한 음악어법들을 비교하며 그 미적가치의 우열을 가리려는 행위와 다름없지요. 물론, 모음과 자음의 비율, 문법 등의 각 언어별 특성과 차이는 존재합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과 마찬가지로요.
워크샵에 참석하신 분들은 참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저도 여기저기서 작품을 많이 본(고로 왕성한 활동 중이신?) 화가도 계셨고, 문래동에서 대안공간을 더줏대감처럼 운영하신 분, 무용가 겸 안무가, 유명 밴드의 멤버, 비디오 아티스트, 작곡가, 연주자 등... 한 자리에 모여있는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은 분들이 단지 독특한 배움의 장에 이끌렸다는 이유만으로 이자리에 둥그렇게 앉게 되었답니다.
일부 문래 레조넌스 2의 멤버들도 보여서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물론, 닻올림 운영자이신 진상태씨와 워크샵 운영을 맡은 류한길씨, 통역의 홍철기씨와 이옥경씨도 몹시 반가웠구요.
사흘에 걸친 워크샵에서 다뤘던 다른 내용들도 소개하고 싶은데 글이 이미 다소 길어진 관계로 다음편에 계속...
to be continued.....
*풀 앤 숲 게임은 닻올림픽 즉흥음악 페스티벌 첫 날 공연중에 저 포함한 워크샵 일부 멤버들이 "Mullae Resonance 3"라는 이름의 팀으로 무대위에서 선보이게 됩니다. 떨리네요 ㅎㅎ;;
관련 글: 2012/11/08 - 닻올림픽 후기
부록: 알레산드로 보세티가 개발한 마스크미러를 활용한 퍼포먼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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