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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음악감상실

사운드아트 창작 워크샵 - 알레산드로 보세티 -2/2- 및 필 민튼의 야생합창단 공연 후기

지난 글에 이어서...

사흘에 걸쳐 진행된 사운드아트 창작워크숍 첫주 프로그램의 후반부에는 잠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체험하는 간단한 게임이 진행 되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두명이 마주보고 서서, 한명을 상대방의 과거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 하고, 다른 사람은 마주보는 사람의 미래에 대하여 추측하여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이때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안되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쉬지 않고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면, 먼 과거(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가능하겠으나, 잘 모르는 사이라면 방금 있었던 일이나 방금 상대방이 한 행동을 묘사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미래를 읊는 상대방도 앞 사람이 곧 할 것 같은 가까운 미래의 행동을 추측하여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댄 그래햄(Dan Graham)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것입니다.


게임 지시사항 원문(보세티 샘이 제공하셨습니다):

"Two people who know each other are in the same space. While one predicts continuously the other person's behavior, the other person recounts (by memory) the other's past behavior. Both performers are in the present, so knowledge of the past is needed to continuously deduce future behavior (in terms of causal relation). For one to see the other in terms of the present (attention), there is a mirror reflection or closed figure-eight feedback/feedahead loop of past/future. One person's behavior reciprocally reflects/depends upon the other's, so that each one's information is seen as a reflection of the effect that their own just-past behavior has had in reversed tense, as perceived from the other's view of himself."

막상 직접 하기엔 상당히 어렵습니다...초인적인 집중력과 철판이 필요;;;


이전 글과 연관된 이야기인데 언급을 못한 내용이 있습니다.

노암 촘스키(Noam Chomski)와 윌리엄 라보프(William Labov)의 상반된 언어학적 입장인데요,

촘스키는 모든 언어를 아우르는 공통적인 문법과 법칙들이 있다고 믿으며 언어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transformational grammar(만국공통문법)로 정립하는 연구를 한 반면, 

라보프는 사회학적 언어학(social linguistics)을 연구하며 모든 언어가 그 주변의 정치적/사회적 환경과 절대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믿습니다.  

두 이론에 대한 옳고 그름은 가릴 수 없지만, 보세티 선생님은 후자의 입장을 취하며 소리 채집을 할 때에도 주변환경과 잡음, 말하는 사람의 태도 등을 많이 참고한다고 합니다. 

더 읽기: 

Transformations (context-free) grammar : http://en.wikipedia.org/wiki/Noam_Chomsky#Linguistic_theory

말하는 소리를 음악, 더 나아가 하나의 곡으로 만들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 중에는 말을 가사로 취급하여 노래로 부르는 것 외에 수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녹음한 것을 전자음향으로 편집할 수도 있고, 말하는 소리를 악기로 표현할 수도 있지요(극히 적은 예를 들자면 말입니다). 실제로 작곡가 야나첵(Janacek - 특수문자 안써서 죄송합니다)는 녹음 기술이 생기기 이전 사람인데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음높이와 리듬으로 채보하여 기록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특히, 딸이 죽기 직전에 한 말을 채보하기도 하였는데요, 이를 음악에 썼다면 이것은 위에 언급된 라보프의 언어학적 접근과 유사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이 외에도 언어를 활용한 작곡가들을 극히 일부 예를 들자면:

Steve Reich - Different Trains

Steve Reich - Different Trains part 1-America before the war from Lost Highway on Vimeo.


Rene Lussier - 캐나다의 퀘벡 주 출신으로, 역사, 정치, 사회적으로 영향이 있는 연설들의 말소리를 편집한 곡을 만들었습니다.


Peter Ablinger - speech melody (이에 대해선 저도 포스팅을 하나 한 바 있습니다)

2013/02/04 - 말하는 소리를 피아노로 옮겨적은 음악


여담이지만, Ablinger의 피아노 곡에서 목소리를 아예 빼버리면 어떨까 궁금합니다. ㅎㅎ순수 기악곡^^

등등.. 많은 작곡가들이 있습니다. 



한글날 전날이었던 10월 8일 화요일에는 문화역 서울 283(숫자 맞나요?)에서 열리는 타이포잔치 한글전야제 행사가 있었던 관계로, 구경을 하러 갔습니다. 진상태씨와 최준용씨가 각기 탁구공을 수백개 담은 상자를 들고 높은 구조물 위에 올라가 계십니다... 작년에도 연주되었던 곡(?)을 재연하셨습니다...ㄷㄷ

 

이어 연주된 필 민튼의 야생합창단 공연은 단원들의 생목소리와 잡소리만을 이용한 공연이었는데, 길이가 30분은 족히 넘었는데도 긴장감이 넘치고 흥미진진했습니다. 두번의 3시간짜리 워크샵을 거친 합창공연 준비 치고는 몹시 정제되고(???) 수준높은 공연이었습니다!

동영상을 폰카로 찍긴 찍었는데,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 말고는 공유할 방법을 도무지 못 찾겠습니다 ㅠ

제 작토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해놨습니다.  (아래를 보세유)


당장 내일(아니 오늘 좀이따 ㅠ)부터 새로운 워크샵이 시작되는 관계로 더 늦기 전에 부지런히 기록에 남겼습니다.  지금 시각 월요일 새벽 2시 19분인데, 이 글은 며칠 후에 발행 할 예정이랍니다.  요즘 이래저래 아주 늦게 자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날들의 연속이네요... 아무쪼록 내일 일찍 일어나는데에는 성공하여 9시에 있을 화성학 수업을 청강할 수 있길(아니, 이미 무사히 했기를) 기원합니다. 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