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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매스컴과 솔직한 리뷰

닻올림픽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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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사운드아트 워크샵과 닻올림픽 후기를 이제서야 올립니다...

윗 사진은 Luis가 철공소에서 주문해온 악기입니다. 지난번 인터뷰에도 이야기 했듯이 루이스는 음의 높이나 리듬, 등 좁은 의미의 음악적 요소 이외에 음향과 음색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하기 용이한 악기를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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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진: 류한길, 마야 오소니치, 마티아 쉘란더


지난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우연히 알게된 사운드아트 창작 워크샵을 통해 즉흥음악 페스티벌인 닻올림픽에서도 연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행위예술과 즉흥음악이 묘하게 어우러진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알게모르게 공통점이 있는 음악가들이 전세계에서 모여들었는데, 연주자들중 외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서울 문래예술공장에서 이렇게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게 초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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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밍업게임


즉흥음악이라는 장르가 태생적으로 모호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고 워낙 한국에선 씬(scene)이라고 부를만한 현상이 없다시피 해서, 이렇게 닻올림픽이라는 행사가 대규모로 열린다는것은 즉흥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에겐 참 귀중한 기회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분들을 섭외하면서 여러가지 절차상의 어려움을 다 극복하신 류한길씨와 진상태씨에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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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ㅋ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연주자는 윌 구트리와 사토 유키에, 이옥경씨, 그리고 알렉산드로 보체티였습니다.  알렉산드로의 음악에 대해서는 루이스가 인터뷰에서 극찬을 한 바가 있으니 그의 글을 일부 인용합니다:

"언어와 텍스트-사운드의 처리작업은 굉장히 독특한 방식이었고, 재미있고 때로는 웃기기까지 했다!!  그가 생각하는 퍼포먼스의 개념은 과감하고 극단적인데 아주 신선했다.  Lora Totino와 같은 sound poet의 변증법적인 유머와 제스쳐의 성향을 띠면서도 작곡가 베리오(Berio)가 해왔던 인성의 변형도 포함되어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텍스트 기반 음악은 그 만의 고유한 해석과 관점이 있다.  그는 공연 내내 컴퓨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연자(인간)과 컴퓨터 중 어느 것이 지금 음악의 진행을 맡고 있는지 애매한 상황을 연출하는데, 이것은 짜릿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곡의 진행을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하게 되기도 한다.  목소리로만 일궈내는 소리와 제스쳐들의 다양함이 놀랍다."

인터뷰 원문: 2012/11/01 - 사운드 아티스트 루이스 가르시아 (Luis Garcia) 

드러머인 윌 구트리는 어릴 때부터 즉흥음악계의 신동소리를 들으며 활동해온 연주자인데, 규칙적인듯 한 강렬한 비트를 넣으면서 그 안의 불규칙성에 온 신경을 모아 그것이 또하나의 규칙을 이루게끔 시나브로 리듬패턴을 변질시키는 음악을 연주하는데 시종일관 굉음에 가까운 큰 소리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이 어느 순간 몽롱해지는 효과를 연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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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기와 윌 구트리


이옥경씨 또한 베테랑 즉흥연주자인데, 아주 제한된 소리들을 집요하게 끌고나가는 어법으로 연주를 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첼리스트입니다.   딱히 신선하거나 참신하다는 느낌보다는, 굉장한 테크닉과 숙련도에 반하게 되었던 경우입니다.   숙련된 연주로 완숙미를 자랑한 연주자들과 그렇지 않은 뮤지션들로 대체로 나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옥경씨 이외에 알레산드로 보세티, 타악기 연주자 엔리코 말라테스타 등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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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유키에 세트. 여기에 테이블기타가 추가 되었었죠.  


사토 유키에씨는, 한마디로, 이런 것도 공연이라는 명목으로 연주될 수가 있다는 그 놀라운 엉뚱함 때문에 오히려 감명이 깊었던 케이스였습니다.  굉장히 코믹하고 허를 찌르는게 무한도전 수준이었습니다.  피카츄를 비롯한 각종 장난감을 활용하여 일본 만화의 한 장르같은 느낌이 드는, 초현실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연주할 때는 흰색 털로 된 꼬리를 부착하고 나왔으니...  이 외에도 허를 찌르는 엉뚱함을 무기로 내세운 퍼포먼스들이 몇몇 있었는데, 자동차 경적소리를 활용한 진상태씨도 그러했도, 탁구공을 하나씩 떨어트리는 작품, 그리고 마티아 쉘란더와 박다함씨와의 듀오 또한 그런 취지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워크샵 참가자들은 "문래 레조넌스 2" 팀 이름으로 출연을 했는데, 금요일에는 다 같이, 토요일에는 두 팀으로 나뉘어서 공연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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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조넌스팀 리허설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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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악기 세팅입니다 ㅠ


첫날 문래레조넌스 팀 공연


둘째날 문래 레조넌스 팀 공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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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서 뒷풀이중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매우 열려있고 활기가 넘쳤으며 새로운 음악에 대한 기대감이 분위기로 느껴지는 재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즉흥연주라고 해서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지라, 들으면서 난해하고 피곤할 줄 알았는데, 어지간한 현대음악 공연보다 훨씬 즐거웠고, 3일 연속 하루종일 일을 하고 저녁도 못먹으면서 부랴부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노곤하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즐거운 행사였습니다. 

문래 레조넌스 팀은 일부 뒷풀이 모임을 가지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계속 할 지에 관한 논의가 한창중입니다.  지금은 알 수 없는 우리 팀의 미래가 사뭇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