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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매스컴과 솔직한 리뷰

가까이 있지만 먼 학교, 이주노동자의 가족 - 독립영화 <학교가는 길> 리뷰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수요일에는 위드블로그에서 제공하는 표를 받고 인디영화를 한편 봤습니다.  장소는 신사역 1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있는 <인디플러스>라는 독립영화전용관이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이런 좋은 문화공간도 알게 되었네요…

근처에 사는 친구를 불러내서 두명이서 보러 들어갔는데, 이성친구도 아닌데 커플석을 줬습니다.  
냐하 -_-




일반적인 영화보다는 조금 짧은, 65분의 러닝타임으로 진행된 영화였지만, 그 무게감으로 인해 결코 짤막하거나 가볍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다큐라는게 인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영화적 장치들이 많이 갖춰져있는, 예술적인 형태를 띄는 형식이었습니다.  일례로, 화면과 소리를 불일치 시키거나 느리게 화면진행을 시키고 어쩔땐 스틸컷까지 나오는가 하면 인터뷰를 독백의 형태로 제시하여 나레이션처럼 처리를 하는 한편 진짜 나레이션, 즉 보통 다큐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제 3자의 목소리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논픽션인 점만 제외한다면 다큐보다는 극영화라는 장르에 더 가깝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연기(?)"가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이들과 친밀감을 유지한 김민지 감독님의 역량 덕분인 것 같았습니다.  (작가와의 대담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었는데, 이 때 감독님은 극영화적 요소를 많이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태의 다큐멘터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중파에서 나오는 다큐멘터리가 제게 거슬리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이 "너무나도 떠먹여 주듯이 친절하게 알려주는" 나레이션이었고, 감상자에게 "지금 이러이러한 이유로 감동을 느껴야 한다"라고 알려주는 듯한 태도가 괜히 빈정이 상하곤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설명이나 감상을 배제한 채 따뜻하게 카메라로 품은 후 관객에게 그것만을 제시를 하는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저는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게다가 영화가 끝날 무렵까지 배경음악이 전혀 없었는데, 이것 또한 보는 사람에게 특정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느낌이어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불법체류자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이 문제에 관해 뭔가를 강력하게 주장하거나 강한 문제제기를 하기 보다는 "이주노동"이라는 틀을 통해 삶의 보편적인 치열함과 불가항력, 막중한 환경이 지배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가만히 제시하는 것이 이 영화의 위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학교가는 길"이라는 제목이 2007년에 제작된 이란영화와도 같고, 그 점을 떠나서도 다소 평범한 느낌의 제목이다 보니 검색에서 불리하고 인지도를 높이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였습니다.  

"어머니는 몽골로 송환되고, 딸은 학교를 그만두고 돈 벌러 간다. 아들은 격투기에 대한 꿈을 접는다. 아버지는 마음과 몸에 병이 생긴다. 밥은 줄어들고, 불안한 생활은 지속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한국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다. 불법체류자로서 꿈도 포기당하고, 삶이 위협당하지만, 이들은 몽골로 돌아갈 수 없다. ‘몽골은 일도 없고, 학교도 재미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안와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아이의 목소리는 절실하다. 이 순간 ‘불법체류’라는 굴레는 비껴나 버린다. 이것은 아마 생존을 위한 삶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공감을 발휘하는 까닭일 것이다. " (인디다큐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오정훈의 글에서 발췌 - 출처: kmdb.or.kr)

인디포럼의 남다은씨와 씨네 21 영화평론가 정한석님과 이루어진 작가와의 대담에서 김민지 감독은 이 영화를 찍게 된 계기가, 강화도에 가는 길에 우연히 버스 창밖으로 본 공장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너무 슬프고 아름다워서 이들을 수소문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막살과 아우간의 부모님을 포함한 몽골 출신 가족을 2010년에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때 운명처럼 끌렸던 자신이 감흥을 느꼈던 그 장면을 그대로 살려서 다큐에 연출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도 그 단편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시선을 쥐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개 개인에 불과한 사람이 카메라와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행동에 옮긴다면 이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 그리고 다큐영화에 대한 매력이 듬뿍 느껴지는 인디포럼 행사였습니다.

인디포럼 월례비행 12월 프로그램

<학교 가는 길>

김민지 감독 2012 | Documentary | Color | HD | 65min 

4년 전 엄마 아빠를 따라 몽골에서 한국으로 온 막살. 아직 한국어는 서툴지만 태권도는 누구보다 자신 있는 열세 살 소년이다. 가족 모두가 미등록 신분이라 늘 불안하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막살은 드디어 격투기 대회에 나가게 되고, 엄마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딴다. 막살 가족이 평온한 일상을 되찾아갈 무렵, 엄마는 밀린 집세를 내기 위해 서울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때마침 서울에서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미등록 이주자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엄마는 밤늦게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경찰의 단속에 잡혀 몽골로 강제 송환되는데...

FREE WORLD라는 무지개가 움직인다.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유연한 노동. 그 공백을 메울 이주민의 유입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 그 무지개를 따라온 한 가족이 있다. 그리고 마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해체당하는 비극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겪는 현실의 부조리를 지켜보면서도 스스로 기존의 질서 속에 편입되어 들어간다. 한 아이의 결단을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은 무엇인가. 성장하는 이주 1.5세대들에게 1세대 부모와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갈 희망은 존재하는가?

연출 김민지
제작 안건형 
촬영 김민지, 허철녕 
편집 김민지 
음악 첸 밍창
조연출 신부연, 김소희 

2012 제12회 인디다큐페스티발 심사위원특별언급
2012 제9회 EBS국제다큐영화제
2012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12 제7회 이주민영화제
2012 제12회 전북독립영화제
2012 제12회 퍼블릭액세스영화제
2012 제17회 광주인권영화제

2012 제38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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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생애 첫 베스트 리뷰 선정! 기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