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잠시 방문한 영국에서 있었던 일들입니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고서 의외로 금방 짐을 찾고 너무나 익숙한 커피숍 안에서 몸을 녹이면서 잠시 상념에 잠겼습니다. 나에게 과연 '집'이란 무엇인가. 그렇게도 떠나기 싫었던 영국에서 벗어나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여러가지 바쁜 일들이 생기고, 편하고 안락하면서도 활기찬 서울 생활에 순식간에 적응을 하고 나니 영국에 내가 살았었다는 생각 자체를 까마득히 잊고 8개월이라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잠깐 볼일 보러 방문한다고 생각했던 영국 땅을 밟는 순간, 외국을 방문한다는 느낌보다는 집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면서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죠.
빅토리아 기차역
사우스햄턴에서 사흘을 보내고 런던으로 왔습니다. 제가 박사과정을 밟은 사우스햄턴에는 터줏대감들은 많이 떠나고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 연락이 닿는 친한 분들을 한자리에 불러내어 한 잔 걸쳤습니다. 결국 10명 정도 모이게 되었죠. 각자 조용히 천천히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할 시간과 여건이 안되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들 반가웠고 즐거웠습니다! 고맙게도 며칠 후에 제가 런던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곳으로 몇몇 분들이 나와서 배웅을 해 주셨습니다. 제가 잠시 피아노를 가르쳤던 상은이와 상윤이와도 실컷 놀고 매우 아쉬워하며 작별의 인사를 했죠^^
런던에 와서 세리네 집으로 갔습니다. 제가 오는 날에 맞춰 주희언니와 수연이도 방문을 해서, 네명의 여자와 아기 하나가 다같이 한 방에서 폭풍수다를 떨었죠! ㅎㅎ 걸스토크의 최고봉을 이루는 밤이었습니다 ㅋ
수연이는 결국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저와 세리와 브런치를 함께 했습니다. 저는 잠깐 함께 한 후, 서둘러서 리허설에 참석하러 뉴몰든으로 떠나야 했구요..ㅠ
코스타(Costa)에서 커피 한잔.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 초코가루가 인상적이네요..
수많은 사람들과 오랫만에 만나서 급하게 수다를 떨고 기약없이 헤어지는 일이 반복 되다보니 점점 몸과 마음이 피곤해 지더군요..
mulled wine at Covent Garden
Lis Rhodes at Tate Modern(프로젝션과 소리를 밀접하게 연결시키는 설치물이었습니다)
with Daniel at millenium bridge(이녀석은 이 사진이 맘에 든다고 하네요..;;)
옥스포드에서 시간강사를 할 때 가르쳤던 다니엘과 2년만에 다시 만나서 테이트 모던을 구경 했습니다. 당시엔 학부생이었는데, 지금은 막 박사과정을 시작했다면서, 원래 1년차는 이렇게 한가하냐고 제게 묻더군요.. '한가한게 아니라 네가 알아서 부지런히 해야 하는거야 임마!'하고 한대를 쥐어박으려다, 제가 보낸 박사 1년차의 생활을 떠올려 보고 나서 곧 살며시 주먹을 내려놨습니다..
London. map, street, bus
런던은 항상 급하게 와서 음악회나 전시회만 보고 서둘러서 떠나던 곳이었습니다. 한번도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너무 익숙하다보니 관광을 제데로 안 해본 느낌.. 막상 이렇게 잠깐 방문을 하곤 하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런던의 도시풍경 사진이 전혀 없더군요! 급하게 아무데나 하나 찍었습니다.
베네치아로 떠나기 전날 밤에는 사우스햄턴에서 알고 지냈지만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는 진경이와 규섭이를 세리와 함께 만났습니다. 철없던 학생시절에 만난 동생들이 어엿한 직장인들이 되어있으니 느낌이 새롭더군요.. 허겁지겁 먹고 나서 디저트만 간신히 촬영 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영국이지만,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서 다시 오고 싶은 곳입니다. 제 2의 고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고생이 많았지만.. 익숙하고 친근한 풍경들과 날씨(!), 친구들이 있으니 앞으로 이곳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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