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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여행과 해외체류기

베네치아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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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오빠와 배낭여행을 하던 2002년 8월, 유럽의 도시에 기차를 타고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역에서 지도를 사고 당장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지도상으로 길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었다. 

베네치아에 도착한 날도 어김없이 기차역에서 지도에 코를 박고 있었다. '흠, 여기가 기차 앞 가장 큰 길이군. 지금 나서면 보게 될 큰 길이 이 길이 맞겠지...?'

"지수야, 저기 한번 봐봐..."
약간 놀란듯한 오빠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드니까 눈앞에 드넓은 한강이 펼쳐졌다. 내가 생각했던 지도상의 역앞 큰 길이 길이 아니라 물로 된 대 운하였던것이다...

우린 지도따윈 집어치워버리고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가서 아무 바포레토(수상버스)나 잡아타고 감격스러운 유람을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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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와 똑같은 풍경이 계절을 바꾸고 10년이란 세월을 지나, 그 때의 어리벙벙한 주제에 활기만 가득 찼던 나에서 조금 변한, 강산이 한번 변하는걸 겪느라 약간의 그늘이 드리워진(?) 듯한 모습을 하고 아주 약간의 연륜과 티끌만큼의 지혜를 쌓은 나를 두팔벌려 맞이 해 주었습니다. 작곡가라는 단점 투성이로 밖에 안보이던 직업을 내세워서 레지던시에 초청을 받아 베네치아 땅(?)을 만 10년 후에 다시 밟게 될 줄이야... 그것도 여행시절엔 숙박이 너무 구하기 힘들어 포기하고 당일치기로 두번 와야 했던 이 곳에 무려 2주라는 시간을 도시 안에서 먹고 잘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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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베니스란 곳으로 초청받아 이번 달 말까지 머물게 되었습니다!

비행기가 마르코 폴로 공항에 착륙할 즈음에 보이던 풍경은 아쉽게도 사진으로 담을 수가 없었지만, 수많은 베네치아가 될 뻔한 습지대들과, 소규모 양식장들을 보며 다시금 베네치아를 만든 사람들의 위대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읽은게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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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버스를 간발의 차로 놓치는 바람에 귀가 찢어질 정도로 목소리가 큰 이태리 아저씨의 독백을 들으며 바포레토 선착장 벤치에 앉아 기다렸는데 결국 옆에 비슷한 노선의 5.1이 먼저 와버렸습니다. 퇴근길로 지친듯한 현지인들은 앞뒤의 실내 의자로 들어가 앉았지만, 저는 풍경을 감상하느라 엄청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이폰 카메라에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를 강요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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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세개나 지고 끌고 초행길을 가면서도 사진을 찍느라 가다 서다를 반복 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레지던시에 도착 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하룻밤을 자고 새벽 7시에 시내의 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지금도 실감이 안나는군요.. 이 곳 이야기는 앞으로 여러개의 글로 계속 올리겠습니다! 


2012/11/07 - 떠납니다! + [최기순 야생동물 사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