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인근의 부라노(Burano) 섬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낚시와 페인트 칠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어보이는 섬이었습니다. 그만큼 굉장히 조그만한 곳에 형형색색의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붙어있는 곳이었죠. 옛날에는 레이스공예의 산실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기념품 가게에서만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현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부라노를 떠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매물"이라고 뜻을 추측할 수 있는 vendesi라고 표시된 집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 중 몇군데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부라노 섬의 아름다운 아기자기함에 반해서 잠시 생각에 잠겨봤습니다.  서울이건, 영국의 어느 도시건, 베네치아건 간에 제가 하는 일은 결국 집에서 곡을 쓰는 일, 가끔 연주 있으면 가서 리허설 구경하고 음악회 끝났을 때 인사하는 일일터.. 제 곡이 연주되는 곳이야 항상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깝지는 않을 바에야 인터넷만 된다면 대도시에 살 필요가 뭐가 있을까요?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이곳, 부라노 섬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더 열심히 작업을 하지 않을까 하는 야릇한 환상에 젖어들었습니다.  제가 vendesi라는 글귀에 유독 눈이 간게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쓰레기 수거 날에 맞춰서 봉지를 걸어놓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제 물이 들어찰지 몰라서 허공에 매달아 놓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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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 세리(블로그)가 주말에 베네치아에 놀러와서 이틑날엔 리도섬, 부라노섬 등에 다녀왔습니다.  산 마르코에서 바포레토를 타면 금방 도착하는 리도 섬에서는 김기덕이 황금사자상을 탄 베니스 영화제도 개최되고, 그 외에도 기나긴 해변 길 때문에 여름엔 바캉스족이 끊이지 않는 곳이랍니다. 


리도의 길가에서 컨셉사진 시도...


리도의 해변에서 신나게 사진 찍는 세리..근데 너 지금 날 찍는거니?^^;;


리도의 바포레토 선착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아주 작은 벼룩시장이 열렸습니다.  


인근 호텔에 걸려있던 일러스트


짧은 리도관광을 마치고 저희는 부라노를 수소문해서 찾아가기 시작 했습니다.  비교적 작은 바포레토.  대중교통수단이 마치 요트같네요!


혼자 신난다고 타이타닉의 한 장면 마냥 맨 앞에 가서 섰습니다.  이곳 어린이들도 시큰둥..


바포레토를 기다리며...


인근의 무인도(로 추정되는 섬)들을 바라보며 베네치아로 돌아오는 바포레토 안에서.


도촬이 그닥 잘 나오진 않았지만.. 베네치아에 돌아와서 집에 가는 바포레도 않의 시민들은 우리들의 설레인 마음과는 달리 바깥의 풍경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떨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당연한 건가요? ^^:;


외지인들이 알 수 없는 베네치아 인들의 피곤한 일상.. 이들은 물에서 지내는 것이 그저 불편하고 답답할 따름일지, 점점 차오르는 해수면에 위협감과 불안감을 느끼며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려 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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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2.11.26 02: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에 시달려 떠나가지 않나 싶네요...언제 물이 넘칠지 모르는데 살면서 계속 툭하면 겪는 일이라면 피곤해서 살 수가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