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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여행과 해외체류기

물에 잠긴 도시에 사는 베네치아 사람들이 집을 지키는 방법


베네치아에 온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이 곳의 날씨는 우려했던 것과는 정 반대로 굉장히 맑은 하늘에, 뜨거운 햇살이 마구마구 비쳐옵니다..^___^

아직도 베네치아에 왔다고 말씀을 드리면 절반 이상이, 그곳 홍수가 났다는데 괜찮냐~ 하고 걱정 하십니다. 그만큼,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또한 홍수에도 민감한 곳이니까 드는 걱정이겠지요.  저도 이곳에 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비에 대비한 장화를 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이곳 물은 다 빠지고, 현재 맑은 날이 계속되니 침수되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베네치아의 길들이 물에 잠기는 경우는 원인이 집중호우가 아니라, 가끔씩 만조가 심하게 일어나는 해수면 상승, 즉 아쿠아 알타(acqua alta)현상 때문이라고 하네요(Su의 귀띰).

해수면이 상승할 때 쓰이는 임시 다리/길

사실, 꼭 홍수가 아니더라도, 달의 위치에 따라 만조가 되는 현상이 오면 해수면이 굉장히 높아지는 아쿠아 알타(Acqua Alta)가 자주 일어나는 베네치아에서, 광장이나 길들이 물에 잠기는 일은 다반사입니다만, 아무래도 이는 지구의 온난화가 가속화된 최근의 일이긴 하지요.  (출처: 아틀리에 플레인 베니스

많은 베네치아인들은 외지인이 생각하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홍수에 대비하는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물이 지긋지긋한 사람들은 베네치아의 건물중에 습하고 불편한 1층에 살기를 꺼려해서, 집 값이 그나마 저렴한 편이고, 매물도 그나마 잦은 편이지요.  (워낙 작고 유명한 동네다 보니 매물 자체가 잘 없는 편인 와중에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어떤 이유에서건 1층에 계속 살고있는 베네치아인들은 높아지는 수면에 대비하기 위하여 바닥을 높히고, 썩어들어간 나무 문의 아랫부분을 잘라내고, 계단을 만들거나 물을 막는 별도의 문지방(?)을 높게 만들어 놓습니다.  계속되는 수리와 보수때문에 건축적으로 옛날처럼 비율이 맞지가 않아서 멋졌던 건물들도 이제는 좀 테가 덜 난다고 하네요.. ㅠ

이 글에 올린 1층 현관문 사진들은 마지막 두 개를 제외하면 모두 부라노 섬의 사진들입니다.  레이스 공예로 유명한 섬 부라노.. 지금은 레이스 산업 자체는 거의 명맥이 끊어지고 기념품 가게들만 즐비하지만, 건물 앞면을 진한 원색으로 칠해놔서 관광객들과 특히 사진 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콩알만한 섬입니다.  저도 알량한 아이폰 카메라로 정신없이 셔터를 터치했는데, 그 중에 계단이나 수문이 달린 일반 서민들의 집 1층 현관문들 사진을 여기에서 소개하겠습니다.  그럼, 즐겁게 감상하세요~! :


위와 같이 나무를 대충 접착시켜 놓은 듯 한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입니다.  건물이 완전히 상하지만 않게 물을 막아놓은 것이지요.  (이것 또한 아틀리에 플레인 베니스를 운영하는 Su의 정보였습니다.) 그 외의 1층집들의 수문은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수문을 설치 해 둬서 평소에는 드나들기 힘들지 않게 해 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