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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음악감상실

4분 33초의 스펙터클한 연주 - 존 케이지의 음악은 살아있었다?


지난 수요일에는 일신홀에서 TIMF멤버들이 연주한 현대음악회에 다녀왔습니다.

Sound on the Edge라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총 네번의 현대음악 공연인데, 프로그램이 매우 알찬 것 뿐만 아니라, 4회 공연을 단돈 5만원에 볼 수 있게 해주는 패키지 상품(?)까지 있어서, 주저없이 지르고 말았습니다^^

"현대음악의 고전"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안톤 베베른(Anton Webern),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죄르지 리게티(G. Ligeti) 등의 곡들이 연주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최고의 클래식이자 참 연주하기 힘든(?) 존 케이지(John Cage)의 4'33"도 이날 연주 되었습니다.  이 곡은 4분 33초(절대숫자 273을 초단위 시간으로 전환한 것)동안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인데, 그 의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침묵의 시간동안 행해지는 모든 무대 안팎의 소음들이 모두 음악이라고 주장하며 음악의 범위에 대한 성찰을 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출처: 구글이미지)

무대 안의 소리가 모두 음악이라면... 그렇다면...  !!!

나와 절친 후배 가영이는 이 시간에 어떻게 "연주"에 기여를 할 것인가를 의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노래를 부를까?"  "갑자기 소리를 지를까?"

생각보다 엄숙한 공연장 분위기로 인해 자유분방한 일탈행동은 결국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만, 소심하게나마 일정한 리듬으로 발을 구르거나 손가락으로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는 등의 자잘한 소리들을 내며 킥킥거리다 가영이는 급기야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고, 저는 공연 막바지에 손뼉을 쫙! 하고 한번 쳐봤습니다... ㅋㅋㅋ

결국 시간이 다 되어서 피아니스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고, 참 긴 시간이라고 생각한 4분 33초는 무슨 소리를 낼까 고민하는 사이에 어느덧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제서야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후회감....


'아, 왜 더 과감하지 못했을까...!' ㅠ


인생이 연극이라면 공연은 단 한번뿐이고 리허설은 없습니다.  하고싶은걸 하는데 망설일 시간따위야 없다는걸 일깨워준, 제겐 귀중한 경험습니다^^ 청중에게 더이상 수동적이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존 케이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겐 의미 없을 것 같은 5분 남짓의 시간이 제겐 상당히 짜릿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답니다!  엄숙한 클래식 음악의 전통에 Fluxus운동을 도입하여 전위예술의 물꼬를 튼 존 케이지에게 경의의 박수를...









4분 33초의 다양한 해석들 ㅋㅋ



2012/10/01 - 세상에서 가장 느린 음악 - 존 케이지의 639년짜리 오르간 곡 Organ2 / ASL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