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벌써 7년전...
 

친오빠가 결혼을 할 예정이었는데 나에게 결혼식 음악을 부탁 했었다.  자신의 결혼식엔 특별히 작곡된 세상에 하나뿐인 음악을 쓰고싶다나...@#$%?

그리하여 무상으로 위촉료고 뭐고 없이(! ..뭐 물론 선물은 받았었다..ㅎ 쿨럭) 결혼식 진행을 위한 모든 음악들을.. 신랑, 신부입장, 퇴장, 심지어 반지교환식 배경음악까지 싹 새로 작곡했던 기억이 있다.  나름 영화음악처럼 주제선율을 하나 만들고 그걸 이리저리 분위기를 바꿔서 적용했었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특히 신부입장 음악을 신경써서 작곡했는데, 신부입장!이라는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우뢰와 같은 박수가 나올 줄이야....ㅠㅠ

심혈을 기울였던 섬세한 선율들은 폭풍과 같은 박수소리에 파뭍혀 빛을 잃고.. 그저 마지막 화음 몇개만 덩그러니 울릴 뿐이었던 순간... 일개 시누이일 뿐인 나는 하객들앞으로 뛰쳐나가 박수좀 그만치고 음악을 들으라고 윽박지를 수도 없는 일... 그저 색동저고리를 입고 그 광경을 경악하며 지켜볼 수 밖에.....@.@ ㅠ


무튼....

뼈아픈 과거는 그만 묻어두로, 이제 화제를 돌려서..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음악에 대한 이야기!

구글이미지


2011년 4월 29일, 세기의 결혼식인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혼인식이 거행된 지 벌써 몇달이지났지만, 각종 영국 언론에서는 한참동안 로얄 웨딩의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았었다.  이번 결혼은 특히 왕위를 이어받을 왕자의 결혼식이고 장차 왕비가 될 사람을 왕가에 맞아들이는 중대한 결혼이기 때문에 이전의 찰스 황태자와 다이아나 비의 결혼식과 맞먹는 최고로 큰 행사 수준으로 크게 다뤄졌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결혼 행진곡(바그너 작)과 축혼행진곡(멘델스존 작)이 왕실 결혼식에서는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는 짐작을 하였지만, 그 대안으로 어떤 음악이 쓰일지 내심 궁금하기도 하였다.  당연히 이 날을 위해 특별히 위촉되고 초연된 작품도 있었다.


일단 연주자부터 영국 최고의 단체들:

The Choir of Westminster Abbey,

The Chapel Royal Choir of St James’ Palace, (합창지휘: James O'Donnell)

The London Chamber Orchestra (지휘: Christopher Warren-Green)

The Fanfare Team from the Central Band of the Royal Air Force.

 

로얄웨딩에 사용될 노래 Jerusalem관련 기사

 

이번 결혼식에는 영국 교회음악 작곡가 Hubert Parry의 신작들이 많이 쓰이기도 하였다.


윗 동영상은 결혼식 전체를 담은 1시간짜리 동영상이니 시간이 남아도는 분들만 클릭할것!


신부입장시에는 Hubert Parry의 I was Glad와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때 사용된 음악이 쓰였다.  (관련기사)

 


결혼축가는 존 루터의 This is the day


결혼식에 쓰인 음악 전체 목록을 보실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구글이미지

전체적으로 아주 웅장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결혼식이었고 일반적인 영국사회의 분위기와는 매우 다르게 종교적인 상징성을 매우 부각시켰다.

또한, 윌리엄과 해리 두 왕자들은 제복을 입고 있어, 왕족이 직접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던게 인상깊었다.  결혼식 후에는 웨일즈로 가서 공군 구급대 조종사의 역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하니, 솔선수범하며 평범하고 겸손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 매우 고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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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2.02.02 2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이거 동영상 다운로드 해서 봤는데...ㅋㅋㅋㅋㅋ 오르간 음악은 언제나 들어도 웅장해요...ㅎㅎ 요즘 이 오르간 음악에 빠져서 바하의 오르간곡을 듣고 있어요..ㅋㅋ 국내에서는 성공회가 그렇게 많이 없어서 많이 듣지 못하지만... 가끔 성공회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면... 무척 차분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능...ㅎㅎㅎ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2.02 2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오르간 음악 엄청 좋아해요^^ 바하의 오르간 곡들 정말 멋지죠! >.<
      성공회성당까지 가서 미사를 드리시는군요!

  2. Favicon of https://mary-ann.tistory.com BlogIcon 메리앤 2012.02.03 1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웅장한 음악 잘 듣고 갑니다~
    추운 날씨, 미끄러운 길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3. 우와 2014.03.15 0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들어도 웅장하고 위엄있어 보이는 결혼식이네요 이런말을 얘기하기는 좀 그렇기만
    서민 결혼과 왕실결혼은 엄연히 다르다는걸 느꼈네요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내부 공연 장면 Julia Ryan, The Church of England Newspaper)]

런던에는 몇세기 전부터 뮤지컬 전용 극장들이 많이 지어졌었는데, 연극을 위한 전용 극장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많이 지어졌답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시기인 1500년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셨다면 그 때의 풍경을 화면으로나마 접해 보셨을 겁니다. 연극이 진행 되는 동안 무대 바로 앞에 서서 때론 환호하고, 때론 야유를 퍼붓는, 관객과 배우들이 밀접하게 호흡하는 공간으로 극장이 존재했었죠. 이 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1996년에 복원사업이 완성되어 글로브(Globe)라는 이름의 전용극장이 오픈했습니다.

[닥터 파우스투스(Doctor Faustus)공연 모습. 주인공: Paul Hilton 사진: Keith Pattison ©independent.co.uk]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샘 와너메이커(Sam Wanamaker)의 착안으로 이루어진 셰익스피어 극장 복원사업은 1970년 셰익스피어 글로브 재단(Shakesphere Globe Trust) 이 창설되었고, 20여년의 꾸준한 연구와 재원마련 끝에 1997년 완성된 극장이 엘리자베스 여왕이 참석한 가운데 오픈하게 됩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와너메이커 감독은 1993년에 이미 세상을 뜬 후였습니다.

[Sam Wanamaker ©globe-education.org]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시즌을 운영하는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은 현재는 오프시즌으로, 시즌때에 맞춰서 제작된 연극 프로덕션들을 들고 투어를 나갈 예정이랍니다.

특히, 연극 제작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인데요, 전문적으로는 연극 코치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부터 장애아를 위한 특수교육 목적의 프로덕션까지, 인근 시민들을 위해 존재하려는 극장의 부단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글로브 극장의 교육 프로그램 (©shakespearesglobe.com)

음악을 하는 필자에게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겨울을 위한 콘서트(Concert for Winter)”라는 제목의 프로젝트인데요, 지역 초등학교 및 중학교와 연계하여 학생들을 노래와 춤을 통해 무대에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답니다. 유서깊은 셰익스피어 극장이라고 해서 전문적으로 훈련된 연극배우만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글로브 극장의 음악 공연 모습 (©shakespearesglobe.com)

수동적인 관객에서, 좀 더 교류하는 관객으로, 나아가서 직접 무대에 서보는 기회까지 어릴때부터 경험하게끔 하는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은 오프 시즌에는 자유롭게 내부 투어를 관람할 수도 있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테임즈 강변에 있는 셰익스피어 극장으로 나들이 오시기 바랍니다!


주소: 21 New Globe Walk,
 Bankside, 
London 
SE1 9DT

홈페이지: http://www.shakespearesglo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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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rthurjung.tistory.com BlogIcon Arthur Jung 2012.02.04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토님의 글을 보니, [셰익스피어 인 러브]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상당히 흥미롭게 봤었는데.. 그러고 보니 벌써 십몇 년 전 영화네요 ^^;
    기네스 팰트로는 지금 크리스 마틴과 함께 영국에 살고 있나요? ㅋ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2.05 1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팰트로가 벌써 40세가 되었으니;;;
      여전히 크리스 마틴과 잘 살고 있는 듯 합니다^^
      http://www.entertainmentwise.com/news/68768/Gwyneth-Paltrow-and-Chris-Martin-Fall-In-and-Out-of-Love




어렵게 장만한 롱릿 사파리 공원 티켓을 활용하기 위해 만 하루를 투자하여 두시간 거리를 차를 타고 롱릿(Longleat)에 있는 사파리 공원을 다녀왔다.

www.longleat.co.uk

윗 사진은 롱릿 하우스 전경- 바스 귀족 후작의 저택으로 1580년에 완공 되었다고 한다.  물론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우리에겐 사파리가 너무나 급하므로!)

영국의 사파리는 뭔가 개념부터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관람객 중심으로 짜여진 여느 동물원이나 사파리와 달리 동물중심의 공간이었고, 그래서 애버랜드 사파리의 서커스와 같은 곰의 두발서기 묘기같은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연스럽고 널찍한 공간에 동물들이 자유롭게 풀어져 있었다.

롱릿에 간신히 도착한 후, 우리가 처음으로 한 일은 도시락을 까먹고 기념품을 구경한 것이었다.. 필수코스는 미리미리 해치워야..?

 엄청나게 긴 팔과 다리를 가진 원숭이..대략 부러웠다는 ㅠ

롱릿 하우스 근처의 위락시설을 대충 훑어본 후 본격적인 사파리 구경에 나섰다.. 광대한 숲과 평원에 펼쳐진 사파리로 차로 도착하는데만 롱릿 하우스에서 10분정도 걸렸다.  여기는 개인 승용차로도 들어갈 수 있는 점이 신기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개인 승용차를 이용하는 자유를 주어주는 대신 개인의 목숨은 알아서 책임지도록 되어있고, 각종 기괴한 표지판들만이 목숨을 보전하는 안내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럼 잔소리는 이만 줄이고,

이제 본격적인 스크롤 압박 동물 사진 투척 개시:

원숭이들이 차를 보고 반가워서 뛰어오를 수도 있으니 차가 긁히기 싫으면 스킵하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중고차를 몰고 온 우린 개의치 않고 들어갔더니 원숭이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뛰어올랐다.  윗 사진의 원숭이는 친절하게도 차유리에 붙어있던 낙엽을 치워줬다 ㅎ

이 때 즘 되어서 살짝 두려움에 떨 뻔 하기도...호랑이들이 차는 신경 안쓰고 자기들끼리 신경전에 돌입하고 있다.

사파리를 무사히 마치고 살아 돌아온 후 다시 롱릿 하우스 근처로 와서 새 쇼 "Hunters of the Sky"를 구경하였다.  새들이 인간을 배려하지 않고 마구 저공비행하므로 두개골 피어싱을 면하려면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제때 피해야 한다.

겁에 질린 관람객들.. 객석이 긴장된 웃음바다와 비명소리로 몹시 술렁였다.

동물들을 가둬놓은 곳 중에서 동물이 진심 행복해 보이는 곳은 이 롱릿이 나에겐 최초였고, 다시 가보고 싶은 사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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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ravfotos.tistory.com BlogIcon 트레브 2012.01.29 1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동물원은 동물들의 감옥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곳은 동물이 주인인것 같네요. ^^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1.29 1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그랬던것 같아요. 인간들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불청객이 된 듯한 느낌이었죠. 이런 시스템도 규칙을 잘 준수하는 방문객들 덕분에 가능했겠죠. 참 인상 깊었답니다..




작곡을 전공하다가 일개 학생신분에서 벗어나 작곡가로서 거듭나는 과정으로는 누군가에게 작품을 위촉받아 자신의 창작의 댓가를 금전적으로 받는 일이 생기는 것이 포함되지 않을까?

오랜 세월동안 막연히 동경만 하던 일이 나에게도 드디어 이루어졌었다.

사연을 이야기 하자면 좀 길다...


때는 2004년 여름.  오스트리아로 유학 온지 1년이 되어갈 때였다.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으로 온갖 희한한 과목들로 시간표를 꽉꽉 채워왔던 지난 두 학기...
덕분에 되려 작곡에 소홀하게 되고 지도교수님이 약간 기분이 언짢으신 듯 했기 때문에 꾸역꾸역 현악 사중주 곡도 완성해서 콩쿨에 내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빨래도 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첫 1년을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하얗게 불태우고 지칠대로 지쳐 슬럼프가 찾아왔던 여름방학.
수업이 없으니 제대로 된 곡을 써야 했지만, 집주인의 시집살이(?)를 못견디고 기어이 이사를 가는 등, 각종 딴짓에 여념이 없었던데다, 원하던 여행도 제대로 하고 싶었던 걸 보니 어지간히 곡이 쓰기 싫긴 했나보다.  

꿈에 그리던 이웃나라 스위스를 일주일에 걸쳐 다녀오던 길, 동선을 어이없이 비효율적으로 잡은 나는 스위스 서쪽 끝에서 바로 잘쯔부르크까지 하루만에 집으로 올 예정으로 일찌감치 기차에 올랐었다. 베른에서 라우터브운넨까진 무사히 왔는데, 그 이후에 기차가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을 하더니 취리히에 다 와서 제대로 문제가 생겼다....고 추측만 할 뿐 불어는 커녕 엄청난 억양의 스위스독일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난 대략 패닉상태.  

옆자리에 앉아있던 청년이 오스트리아 사투리로 승무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오옷..이건 들린다!'  귀를 있는대로 쫑긋 세우며 경청했다.  아마도 오늘 자정즘에 취리히까진 가더라도 그 이후엔 기차들이 올스톱일 거라는... !@#$% 

국제미아가 되는 것인가...

승무원이 떠난 후 오스트리아 청년과 폭풍대화에 돌입했다.  대체 어찌된 일인지, 보상은 해주는지.. 숙박은? ㅠ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지만 어찌됐건 통성명을 하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휴가를 바르셀로나에서 보내고 기찻길로 집으로 돌아가려던 후버트.  
오스트리아가 닭다리 뉘어놓은 것 처럼 생겼다면 서쪽의 얇은 뼈 부분.  산간지역이라 인구밀도가 낮고 교류가 적어 사투리가 심한 Dornbirn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알아듣기 힘든 희한한 말투로 독어를 하고 있었다.  견디다 못해 한마디 해줬다.

정말 너희 동네 억양 특이하구나...


으잉?  난 표준어(Hochdeutsch) 쓰고 있었어..


'오우;;;;'


엄청난 사투리로 들렸던 후버트의 말투가 사실은 나름 나를 배려해 준답시고 자신의 사투리를 엄청 완화시킨 나름 표준어였던 것이다. 
얼마 후에 후버트에게 전화가 와서 수화기 넘어로 대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치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 언어를 미루어 짐작하듯이, 독일어 단어들의 단편들이 흩어져 들리는 희한한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다르구나;;;;ㅎㅎㅎ


알아들었어?  내가 뭐라고 했었는지?


뇌의 주름을 총동원해서 한두마디 해독해 봤더니, 재밌다며 박장대소한다.

이렇게 시간을 때우며 취리히까지 자정에 갔더니 모든 기차 올스톱.  다음기차는 무려 새벽 7시 -_- 

먹을수도 잘 수도 없는 애매한 시간 애매한 장소에 떨어진 우리들은 그저 하염없이 시내를 걸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견디다 못해 새벽 두시에 야식을 사다가 호숫가에 앉아서 먹고, 새벽 5시에 아주 이른 아침을 먹으면서 알콜중독 스위스인들과 눈인사를 하고 겁에 질려 서둘러 나와 취리히 구석구석을 배회하며 어두운 가게들을 아이쇼핑하고 유적지를 기웃거리며 폭풍수다를 떨었으니...  

비포선라이즈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머리로는 낭만적이라고 생각됐는데, 몸은 그저 피곤에 쩔어 낭만이고 나발이고 집에만 가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고, 옆에 있는 후버트는 남자로 보이는게 아니라 독어회화로 나의 뇌를 폭파시키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악마같았다.  (실상은 취리히에서 국제미아로 전락할 뻔한 나를 구제해준 아주 고마운 친구였는데 말이다) 

토할 것 같은 우여곡절 끝에 각자 집으로 무사히 도착한 후 우린 근근히 소식을 주고받는 펜팔이 되었다. 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준비하러 잠시 한국에 왔고, 후버트는 난데없이 스페인어 어학연수를 받겠다며 직장을 때려치우고 남미로 떠났다.  이 때가 2007년 초:

거의 소식이 끊긴지 1년이 넘어갈 무렵, 후버트에게 이멜이 왔다.

"잘 지내지?  (중략)
사실은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서 연락했어.  내 베프가 몇달 후에 30번째 생일인데, 아주 특별한 선물을 해 주고 싶거든.  혹시 네가 내 친구를 위해서 짧은 소품을 작곡 해 줄 수 있을까 해서.. 그래서 그 악보를 친구한테 전달 해 주고싶어.  친구만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곡을 선물하는거지.  내 친구중에 첼로하는 애가 있는데, 그애한테 연주를 맡길 까 생각중이야.  그러니까 첼로 솔로 곡을 써 줄 수 있겠니?
물론 작품료는 내가 내줄께 (어느정도로 할 건지 상의해보자)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위촉하는거지.
그럼 답장 기다릴께.  안녕!"


이렇게 하여 내 생에 첫 위촉곡이 탄생했다.  드디어 끝없이 갈고 닦은(?) 내 작곡내공을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거만하게도 시간당 노동비를 20유로로 계산하고, 솔로 첼로곡 작곡에 필요한 시간을 대략 10시간으로 잡아서 무려 200유로를 불렀는데, 다행히도 후버트가 흔쾌히 받아들여서. 일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친구의 이름 타마라(Tamara)의 철자를 응용해서 음이름으로 시(Ti) 미(mi) 라(ra) 를 응용한 첼로소품을 작곡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오글거리는 컨셉이지만, 타마라를 개인적으로 모르는 나는 음악적으로 그 친구만이 해당되는 곡을 만드는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내놓은 나름의 해결책이었다. ㅋ


필사본을 보내기 전에 컴퓨터로 입력해 두었다 ㅋ(근데 지금보니 크레센도 표시가 다 날라가있네 아하핳)  ©J.S.Shin

 
곡을 부랴부랴 완성하고서 가장 빠른 우편으로 후버트에게 필사본을 보냈고, 후버트는 내 한국통장에 거금을 송금해주고 거래(?)가 완료되었다.
 
후버트의 투자로 자기만의 곡을 받게 된 그 친구는 참 복받은듯!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친구가 지구 어딘가에 있다는게 참 신기하다.  

지금은 공부를 더 하겠다며 석사과정을 밟고있는 후버트.  착한사람이 성공한다는 만인의 진리(?)를 널리 증명하길 바라며 응원하는 마음을 보내고 싶다.




오옷.. 내생애 첫 메인등록까지..!  이래저래 뜻깊은 글인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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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인맘 2012.01.26 2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밤 눈을 뗄 수 없었던 재밌고 따뜻한 신토끼의 무용담?!?! ^^

  2. 2012.01.26 2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1.27 2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한번 검색해서 정리 싹 해봐야겠어요~ ㅎㅎ
      믹시위젯이 다른 사람들 거랑 다르게 색깔도 다르고 슬림하게 생겼던데, 그것도 하단정리하면 가능한가요?

  3. Favicon of https://namsieon.com BlogIcon 작가 남시언 2012.01.27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하시네요 ㅋㅋㅋㅋ
    음악 하시는 분들...정말 대단하신듯 ㅋㅋ

  4. jg lee 2014.04.07 2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작곡 검색하다 들어왔네요. 아는척하고 지낼까용??
    제 페북으로 들어오실수 있으면 좋겠는데...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4.04.09 1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페북은 직접 만난 사람들하고만 친구를 맺지만 제 페북페이지로 오시면 블로그 소식 드립니다^^ http://www.facebook.com/jagtotistory




옛 선생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가 답장으로 딸이 만들었다며 보내주신 카드를 받았다. ㅎㅎ



보내주신 분은 나의 지도교수님 프란츠 짜운쉬름(Prof. Franz Zaunschirm)!
 

(사실... 저기에 있는 Prof. Zaunschirm은 오스트리아식 표현으로는 틀린 표기이다.  왜냐하면, 앞에 Prof같은 호칭을 붙일 때,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달게 되는 모든 경력을 순서대로 다 나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박사학위를 땄으면 Dr. 
-석박통합이 아니고, 따로 석사학위를 받았다면 Mag.  (마기스터의 줄인말. 석사학위만 있는 사람도 Mag.라는 존칭이 붙는다)
-교수니까 Prof.
-그런데 대학 교수이므로 Univ.Prof.
-계약직이나 외부 전임강사가 아닌 정교수일 경우 O.Univ.Prof. (O.는 ordentlich의 약자)

그러므로 나의 옛 스승님의 정식 명칭은 무려
O. Univ. Prof. Mag. Dr. Franz Zaunschirm
 되시겠다;


근데 이걸 왜 설명했지?ㅠ  그럼 서둘러서 삼천포로 흘러간걸 물꼬를 돌려서...)


학부때까진 작곡만 주구장창 파다가 유학나와서 석사과정을 밟을땐 음악이론(Musiktheorie)전공도 병행했었다.  (그래봤자 겹치는 과목이 엄청 많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하여, 강의법 등 교육내용과 작곡이론 및 음악학을 짬뽕시킨 전공인 무직테오리를 작곡전공과 동시에 밟을때 나를 가장 자상하게 도와주신 짜운쉬름 선생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딱 전형적인 오스트리아 아저씨를 떠올렸을 때의 이미지였다.
 

당장 비엔나 왈츠라도 추실 것 같은 말끔한 정장차림에 매일 바뀌는 형형색색 나비 넥타이와 한결같은 콧수염까지.. 내가 나름 갈고 닦았던 독일어회화가 모두 일시정지 할 것만 같은 교과서적인 차림새를 하고 계셨다.  게다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약간 화난 듯한..이라고 오해했던) 무표정한 얼굴.  아주 웃기고 재미있는 일이 있을 때는 살짝 눈만 반짝이시는 듯 할 뿐 시종일관 변하지 않는 표정...  질문이라도 하면 엄청나게 빠른 말투로 이것저것 설명 해 주시는데, 많은 정보를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무표정한 얼굴과 오스트리아 억양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대략 패닉상태로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다.

유학 떠나기 전에 잠시 들었던 유학대비 독일어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유학생들 하는걸 보면 폭포와 같이 쏟아지는 양질의 정보를 큰 대야로 받아도 모자랄 판에 겨우 숟가락 하나로 허겁지겁 받으러 다니는 형상이라는.. 


(언어의 장벽과 그것을 깨야만 하는 이유를 참 찰지게 비유하셨던 그때의 강사님은 오르간 전공으로 10년을 유학하셨던 분이었다.)

이런 저런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하니 부끄러운 모습으로 남지 않기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열심히 수업을 듣고 이것저것 이해하건 말건 물어보고 했다.  '선생님이 화나신게 아닐게야!  분명히 내가 한 헛소리들은 신경 쓰시지도 않을 것이야!'라고 자기최면을 애써 남발하며...

총 3년의 오스트리아 유학시절 중 첫 2년은 인근 대학에서 독일어 수업을 받으러 다녔다.  그 사실을 안 짜운쉬름 선생님은 지나가다 나의 독일어 교재를 보고 의아해 하면서 물어보셨다.  이제 전공공부 하느라 바쁠텐데 왠 독일어 수업?

그 때 난 강박증 비슷하게, 계속 어학 수업을 들어야만 한다는 집착때문에 작곡공부와는 별개로 덤으로 수업을 다니고 있었지만, 사실 엄연히 다니던 대학을 두고 다른 곳에 가서 전공과 관계없는 어학수업을 듣는 일이 그닥 효율적이진 않았기 때문에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 하실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대답했었다:
계속 배우지 않으면 까먹으니까요;;


선생님은 인상이 깊으셨는지 눈이 약간 커지시면서 (aber 표정은 그대로)
마치 수영할때 가만있으면 가라앉으니까 계속 팔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란 말이지?
라고 하시곤 홀연히 복도에서 사라지셨다. 


.....(저거 칭찬인긔?  이미 떠나셨으니 여쭤볼 수 없음 ㅠ)

세월이 제법 지나 선생님의 진심은 그 무표정한 콧수염 너머에 따뜻한 마음에 있다는 걸 점차 깨닫게 되고, 선생님도 나를 낮설게 여기지 않으시고 먼저 챙겨주기 시작하셨다.  

유학시절 급성 맹장염으로 입원을 한 적도 있었는데, 그 때 주치의(Hausarzt)시스템에 대해 처음으로 뼈저리게 체험하고 뒤늦게 주치의를 구하느라 아픈 몸 이끌고 방황할 때, 어떻게 알아내셨는지 먼저 내가 사는 집으로 전화하셔서 안부를 물어보시고 수소문 끝에 적절한 의사를 찾아서 예약도 도와주시기도 하였다.  

사실 맹장염이 시작은 급성이었는데 수술 후유증이 심하고 의지할 주치의조차 없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었다.   아프고 무기력해져서 비행기타고 한국에 갈 힘조차 없이 늘어져 있을 때 이렇게 선생님께서 챙겨주시니 감사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었다.  '그래, 더이상 이렇게 아프다고 넋놓고 있는다는건 부모님과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라고..다짐하면서 열심히 관리를 하고 애써 학교에 다시 나갔었고, 쓰다 만 곡을 열심히 완성해서 다음학기에 연주시킬 수 있었다. 


입학 하자마자 우연찮게 봤던 어느 작곡과 학생의 졸업연주를 가볼 일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자기 혼자 음악회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제대로 된 하나의 콘서트를 만들어 나갔었다.  그때 순진했던 나는 당연히 모든 작곡전공 석사 졸업연주 이런 식인 줄 알고 미리부터 치밀하게 준비 해 나가 1시간 반 분량의 음악회를 기획하고 한 곡은 지휘까지 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꼭 혼자 할 필요는 없었고 한사람당 30분 이상 분량만 발표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이건 또 무슨 집착인지, 나도 꼭 그 때 처음봤던 그 음악회만큼 하고 싶어서 극구 추진했었다.

이런 과정을 보신 선생님은 퍽 감명이 깊으신 듯 했다.  나중에 만난 필자의 부모님에게 까지 그 때 음악회 이야기를 하시면서 칭찬을 펼치신 것으로 봐서 말이다.  

나중에는 성공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전공분야만 열심히 파고드는게 성공의 충분조건이 아닌 이유에 대한 체계적인 가르침이 있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듯한 내용이 당시에 그저 공부밖에 할줄 아는게 없었던 필자같은 사람에겐 꽤 큰 도움이 되는 이야기 들이었다.  이런식으로 선생님은 학생 하나하나에게 필요한 것 위주로 가르치셨고, 당신의 경험담을 아낌없이 나누는 자상한 분이었다.

여차저차 해서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고, 졸업 무렵에는 필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든든한 멘토가 되신 선생님은 너같은 애를 이대로 졸업하게 할 수는 없다며 모짜르테움 재단에서 매년 젊은 음악인 한명에게 수여하는 메달을 받도록 하겠다며 재단측에 적극 추천을 하신 결과 나는 파움가르트너 메달(Bernhard-Paumbartner Medal)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ㅠ  덕분에 부모님이 처음으로 잘쯔부르크를 방문하셨을 때 뜻깊은 추억거리를 남겨드릴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더 감사하는 마음이 컸다. 


졸업식 다음날 메달을 받았다.  시상식때 찍은 사진
왼쪽이 짜운쉬름 선생님이다.
(오른쪽은 선생님 못지않게 무표정의 대가인 당시 모짜르테움 대학 총장 
존칭은 어마어마하게 길고 복잡할테니 생략 ㅠ)

메달사진 투척~! 
(자랑 맞음)  

선생님과의 긴 인연은 졸업 이후에 선생님이 잠시 한국을 방문하면서도 이어졌지만, 글이 길어진 만큼 다음기회에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매년 연말이 되면 유럽 사람들 하는거 따라서 옛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곤 하는데, 매번 이렇게 답장을 해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옛 생각도 하면서 더 힘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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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racedealer.tistory.com BlogIcon ★Jefferson 2012.01.24 0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정말 멋진분께서 제 블로그에 글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은 작토님처럼 전문적인 음악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듣고 공연가는것을 너무 좋아해서 서브블로그로 음악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번 구경오세요. 제 닉네임 클릭하시면 아마 바로 링크가 되있을겁니다.^^

    http://blog.naver.com/nsync123 <- 그리고 여긴 제가 작년에 재즈 교양수업들으면서 음악일기 비슷하게 적었던 것이구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1.24 1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네이버 블로그도 잘 꾸미셨는데요! 구독신청 했어요 ㅋㅋ
      저도 재즈 엄청 좋아하는데,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뭐부터 들어야할지도 모르겠어요...크흑 ㅠ
      영광은 무슨^^;; 님같은 애호가님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ㅎㅎㅎ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2. Favicon of https://www.walkview.co.kr BlogIcon 워크뷰 2012.01.24 0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멋진 사진입니다
    저는 감히 상상도 할수 없는 멋진 사진을 오늘 보았네요^^
    피아노만 보면 기분이 좋아요 칠줄은 몰라요^^

  3. Favicon of https://tranky.tistory.com BlogIcon 라플란드 :) 2012.01.24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표정 하시다더니 굉장히 밝은 표정이신데요, 마지막 사진은^^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 잘 읽고 가요.
    오늘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 Favicon of https://aiesecks.tistory.com BlogIcon 아디오스(adios) 2013.01.04 0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자들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해주시는군요... 정말 다정한 분이신거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