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내동에 살면서 강동구청 역이랑 거의 비슷한 거리의 천호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탈 때가 종종 있는데, 골목골목을 누비며 지름길로 천호역 방향으로 걷다보면 온통 흰색으로 꾸며진 수수께끼같은 자그마한 가게가 보였고 악세서리 몇개와 오픈시간이 유동적인 체험공방이라는 설명과 함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마침 열려있는 시간에 지나칠 수가 있어서, 용기를 내어 들어가서 귀걸이 구경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시간 예약해서 직접 귀걸이나 반지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고...! 그리하여 며칠 후 백만 시위대가 모인다는 11월 12일 토요일, 광화문으로 나가기 전에 체험에 나섰다.
내가 만드려는 귀걸이는 동그란 원판에 테두리를 붙여서 색깔을 집어넣는 비교적 단순한(두시간밖에 안 걸리는?) 작업이었다.
(쥔장님이 찍어주신 사진♡)
일단 미리 만들어둔 3겹 꼬임 테두리 끈(?)를 잘라서 양끝을 평평하게 사포질 하듯 갈아버린 후 접착제와 땜을 이용해서 붙인다.
그 다음엔 긴 원뿔모양의 틀에 동그란 테두리를 껴서 모양을 만든다.
이젠 원판에 원틀을 붙이기: 일단 원판에 땜을 몇개 붙여둔다.
모든 접착과정은 접착제와 땜을 이용해 땜이 녹으면서 이루어지는 원리이다. 원판에 땜을 덕지덕지 붙인 후 원 테두리를 그 위에 얹어서 다시 열을 가하면 땜이 스르륵 녹으며 접착완료!
들떠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땜을 살포시 얹어서 더 가열해서 사이에 녹아들어가 접착이 되게끔 보강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틀 완성! 이제 뒷면에 침을 붙이고 이 안에 색을 집어넣으면 된다. 침 붙이기는 쥔장님이 직접 해주셨다. (망치면 처음부터 리셋이라 살떨려서.... ㅠ)
개인적으로 귓볼이 꽤 큰 편이어서 이런 귀걸이를 달면 덜렁거리는 느낌이 심해서, 침은 한가운데 붙여달라고 특별히 요청했다. 사실 그게 직접 만들기 체험을 한 가장 큰 이유였다.
5분짜리 에폭시에 파스텔과 펄을 갈아넣어 이쑤시개로 마구 저어서 섞은 후, 다 굳기 전에 원하는 부위에 살살 떨어트린다. 기왕이면 가늘게 달팽이집을 그리듯 떨어트려야 기포가 생기지 않는다. 5분이 지나서 많이 굳으면 원하는 부드러운 모양이 나지 않고 이쑤시개에서 떨어지지 않는 긴 끈같은 흰색 각질이 생겨버리니, 에폭시 작업은 시간싸움임.
난 결국 한번 망쳐서 떼어내고 다시 작업..ㅋㅋ
메니큐어 다 마르고 나서도 몇시간은 조심해야 하듯이, 에폭시도 완벽하게 굳는걸 기다리기 위해 안전하게 하루정도는 지난 후 귀걸이를 착용하면 좋다.
이걸 만들고 다음날, 지하철에서 장애인으로 보이는 목소리 큰 어떤 아저씨가 노선을 물어보더니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을 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수공예 악세서리 만드는 일은 하는듯 했다. 귀걸이도 만드시냐 했더니 만든다고... 그거 정말 어렵던데요~ 대단하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전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어서 고개만 끄덕였을텐데, 나도 모르게 수공예 귀걸이에 대해 한참 수다를 떨다가 헤어졌다. ㅋㅋㅋㅋ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martelet
Joo Hyu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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