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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일상

접촉사고

서울대 가는 길은 새로 생긴 강남 순환도로 덕분에 신나게 직진만 줄창 해대면 그만이라서 내비도 안키고 차선만 잘타자는 일념하에 악셀을 겁나 사뿐히 즈려밟는다. 월요일엔 아침출근 저녁퇴근이라 양재ic부근이 겁나막혀서 대중교통 이용, 오후에 3시간만 수업 하는 화요일엔 차를 끌고 나간다.

돌아오는 길, 특히 보강이라도 해서 수업이 늦게 끝나는데 남편도 일이 있어서 칼퇴가 불가한 날은 이모님 퇴근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여간 사뿐한게 아니다. 양재대로에서 유일하게 일차선이 직진이 불가한 대치동 방면 좌회전 차선을 제외하면 남들이 다 2차선에 천천히 다닐때 일차선에서 슝슝거리며 그들을 비웃듯 추월해왔다.

이렇듯 난 경험도 별로 없는 주제에 '운전... 그거 별거 아니네'하면서 자만심을 한창 키워오고 있었다. 어제까지.

집에 가는 길, 강남순환도로를 빠져나와 본격적인 양재대로 직진행렬이 시작되기 이전에 좌회전 차선에 잘못 들어갔다. 급한 마음에 나름 차들이 다 지나가길 기다린 후 직진차로로 차선변경을 하다가 지나가는 차의 뒷 범퍼 옆쪽을 박았다.

하필면 그것도 벤츠, 그중에도 s 클래스.
캬하하하하하~~ ^^^^^^^^^^^^×♡=♤%

비상등을 켜고 멈춰서 육중한 남자사람들이 다섯명정도 내리는듯 했다. 외국인 남자도 한명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온다. 나는 쫄아서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나중에는 가해자가 왜 나와보지도 않냐고 한소리를 ㅡㅡㅋ)일단 잠시 멍때리다가 삼성화재에 전화해서 사고등록부터... 그런데 우리가 든 보험은 한화였다는게 함정.  남편에게 전화해서 어느 보험사에 들었냐고 그제서야 정확히 물어보고 제대로 사고등록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흥분한 운전자만 빼면 다들 점잖은 분들이었다. 바이어가 제품을 팔러 온 외국인과 함께 공항에 픽업을 갔다가 호텔로 데려다주 길이었고, 시커먼 벤츠는 회사차였다. 비즈니스 중이라 육두문자를 날릴 수 없었으려나 ㅋㅋ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면서도 이 상황, 그리고 떽떽거리는  운전자때문에 속이 상한 나를 자칭 바이어라는 오너즘 돼보이는 어르신이 나름 안심시켜 주려는 듯 했다.

특히, 나중에 도착한 보험사 직원은 상대 운전자의 떽떽거림을 심히 거슬려하며, 본인 보험사에나 이야기 하시라고... 엄청 뭐라 했다 ㅋ 나름 억울하다며 한톨이라도 더 피해 안입으려고 열심히 감시하고 주장하시는건 알겠는데, ...너무 열심히 하셨네...

내가 차선변경한 곳의 차선이 직선이었냐 점선이었냐에 따라 책임 비율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다행히 나중에 블랙박스 확인 결과 점선인걸로...!) 그걸 보험사 직원이 나한테 물어보고 있는데도 왜 본인들 유리하게 유도질문 하냐며 뭐라뭐라 따지는 상대 운전수! 회사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기 싫은 건 알겠는데 상황보고는 본인 보험사에 가서 이야기 하시라고요~ -_-

내가 박은 차가 벤츠 s 클래스인걸 알게 된 남편은 큰소리로 낄낄거리며 보험료가 좀 오르겠군.... 그래도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참 다행이고 보험료만 좀 오르는거니 걱정말라고... 그리고 "그냥...앞으로 나한테 잘해^^"라며 안심(?)시켜준다. 
날 위로해준답시고 이런저런 말을 걸어준 상대차  바이어 어르신은 '여자는 공간능력이 적어서 어쩔수 없다'며 자기 와이프도 사고 내가지고 내가 엄청 혼내고선 면허증을 뺏어서 분질러버렸어~ 라고 자랑섞인 무용담을...

어느 분이 더 자상 남편인지는 독자님들 판단에 맡김돠 ㅎㅎㅎㅎ

웬지 운전이 하기 싫었는데 감각유지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해야한다며 억지로 차를 끌고 나간게 화근이었나... 본래 취지대로 꼭 필요한 때에만 차를 모는 것으로 모드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