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내가 한말이었다....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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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궁금한게 있습니다 2017.03.03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인 허상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막연하게 말해서, 미디 키보드랑, 제작에 필요한 음원들, 그리고 바로바로 녹음가능한 프로그램만 갖춰져 있으면

    뉴에이지나 앰비언트 곡이 작곡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머릿속에 즉흥적으로 막 떠오르는데, 그대로 쳐서 녹음만 해 조합하면 될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한번 이렇게 시작을 해 보고 싶습니다.

    여기서 심도있게 전문적으로 1:1 배워가고 싶은 욕구도 있고요..

    이런 경우엔 뭐부터 준비를 해야 도움이 될까요?

    현재 19살 입니다... otm(숫자 일오육이)@G메일 로 답변이나마... 생각이라도 남겨주시면
    1 `5 ` 6 `2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s://pilebunker.tistory.com BlogIcon Kelly Na 2017.04.20 0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글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현재 뉴욕 컬럼비아 대학 교수로 있는 세계적인 작곡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하스가 얼마전 결혼과 함께 성적 소수자로서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로 인한 창작세계의 변화와 삶의 변화를 다루고자 한다.


억압된 욕망이 분출되지 못하면 예술가는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킨다고 한다. 과연 어느정도 사실일까? “승화”라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일부 예술가들은 자신의 고통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것은 분명하다.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흐를지 몰랐던 반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구불거리는 오솔길은 지평선 근처에 처참하게 끊겨있고, 판소리에 나오는 절절한 사연은, 그 구절을 읊은 것을 본따서 국악기로 산조의 형태로 가사가 없이 연주했을 때에도 가락에서 맺힌 한이 그대로 스며나온다. 흑인들이 부르던 블루스는 그 우울한 열정 때문에 많은 이의 심금을 올린다. 차이코프스키와 베토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이 고통이 없었다면 그들의 음악은 과연 지금과 같을까? 그렇다면,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큰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가?




오늘 소개하고픈 오스트리아 태생 작곡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하스는 평생을 남모를 고통을 지니며 살아온 작곡가이다올해 62세인 그는 세 번의 결혼생활에서 결국 실현시키지 못한 자신의 그릇된(?) 성적 욕망을 억압하고 숨기면서 이를 어느 정도는 자신의 작품에 반영시켰고현실에서는 이를 이루지 못할거라 여기며 세번째 이혼 이후로는 오랜 세월을 독신으로 살아왔다실제 그의 작품은 극한의 미분음(피아노 건반에서 가장 작은 음정인 반음보다도 더 미세한 음정 그는 1/12음까지 사용했다)을 쓰거나듣기에도 고통스러운 음형의 고집스러운 반복이 들어가는가 하면정치적 색체를 진하게 띄는 작품과 어둠속에서 연주해야 하는 작품을 포함해 연주자가 숨막히도록 어려워 하고 그들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등 지극히 가학적이고 고통스러운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관련글: 2013/03/26 - 작곡가 하스의 멘붕 조율 곡들


그런데, 작년 가을에 우연히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OK Cupid)에서 만난 몰레나 리 윌리엄스(Mollena Lee Williams)와 결혼하면서 이 상황이 바뀌었다.[각주:1]

(google image)


작곡가 하스의 성 정체성을 알기 위해서는 배우자인 윌리엄스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한데 이 분의 정체는 더욱 수수께기만 같다. 흑인 여자이면서, 성적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여러 활동을 하며 인권운동가에 가까운 유명세를 안고 있는 BDSM 활동가이다. BDSMbondage(속박), discipline(훈육), dominance(지배), submission(복종), sadomasochism(가학/피학성) 등의 단어들을 통합한 약자이다. 이 단어들을 전부 포함하는 BDSM의 일반적인 의미는 둘이 합의하에 가학적이고 불평등한 역할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성 정체성이다(이들 커뮤니티는 더 나아가 일반적이지 않은 성적 취향을 지닌 성 소수자를 모두 포괄하려 하기도 하지만, 더 구체적인 언급은 이 글에선 하지 않도록 한다). 작곡가 하스의 배우자인 몰레나 리 윌리엄스-하스(Williams-Haas는 결혼 이후 바꾼 이름)는 복종과 피학성(마조히즘)을 쾌락의 수단으로 삼으며 자신을 흑인 여성 노예로 설정하고 역할놀이를 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전형적인 마조히스트이다. 특이한 점은 자신이 흑인 여성이어서 이 역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노예이길 바라는)성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냄으로 인해 자신의 인권을 지킨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흑인이기 때문에 흑인노예의 역할을 하는 것에 제약을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몰레나 리 윌리엄스가 작곡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하스를 만난 것은 “노예”인 자신이 마음껏 섬길 수 있는 주인을 만났다는 뜻이고,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하스는 바로 가학적인 역할을 즐기는 사디스트이자 지배자인 것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삶의 동반자를 만난 하스는 그 해 부터 창작열이 마구 불타올랐다. 그동안 작곡을 심리적 욕구 해소의 도구로 사용해왔다면, 이제는 영적인 행위(spiritual activity)에 가까우며 이것이 작곡과정에 훨씬 수월하고 고차원적이라고 작곡가 하스는 밝힌다. 연주자가 어려운 곡을 연주하느라 고군분투하는 그 과정에서의 긴장된 에너지와 음악 자체에서 분출되는 순수한 에너지 사이에서 비교를 하자면 과거에는 전자에 해당되는 작품이 많았다면 이제는 후자가 더 작곡가 본인이 추구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더이상은 정치적인 곡을 쓰지 않기로 결심 하였으며, 후배 작곡가들에게 자신의 욕구와 정체성을 숨기지 말 것을 충고한다.[각주:2]


작곡가인 필자도 이 점이 매우 흥미롭다. 사실 곡을 쓰는 과정에서는 개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고통(개인적으로는 고독감)을 극한으로 느꼈을 때 비로소 소통의 욕구와 함께 영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곡의 과정을 심리치유와 같은 역할로 여기며, (사실은 곡을 써야 하는 현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든 것이었으니, 병주고 약주는 것인지도 모를 애매한 상황에서) 눈물젖은 오선지에 콩나물을 그려가며 커피로 밤을 지새우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건강에는 매우 좋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생활에서 겪기 힘든 차원의 희열과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고, 현실에서 실현시키기 힘든 극단적인 가학성이 곡에 스며들기도 하는데 이 점은 개인적으로 하스의 옛 작곡 경향과 어느정도는 일치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나의 억압된 욕구가 무엇인지 찾아서 해소를 한다면 작곡가 하스처럼 창작열이 더욱 불타오를까? 현실이 만족스러우면(고독감을 느끼지 않으면) 오히려 작곡에 어려움이 생길까봐 막연히 두려웠는데, 하스의 경우를 보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 하다. 그러고 보니 필자도 작년에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고 키우고 있는 현재, 곡을 쓰는 일은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능한 일이긴 하고, 아직도 작곡은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신나는 지적 ‘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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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원고는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음악이야기에서 접한 소식에서 소재로 삼았습니다.

===

문화 + 서울 글 link

  1. http://www.nytimes.com/2016/02/24/arts/music/a-composer-and-his-wife-creativity-through-kink.html?_r=0 [본문으로]
  2. An Interview with Georg Friedrich Haas BY JEFFREY ARLO BROWN · COVER-PHOTOGRAPHY SUBSTANTIA JONES · DATE 02/04/201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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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적대적인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샤콘느(?)가 18일 저녁(일요일이고 토요일 아니라 천만다행)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초연됩니다. 
(우주 초연은 대전예당에서 10일에 성사되었습니다)

2016/12/15 - A&U 위촉 바이올린 기타 듀오곡 초연(Decoding Bach 시리즈 두번째 공연)


지난 일요일에 리허설 참관하면서, 그리고 연주 후 해장국을 먹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음악과 소음, 연주와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게 과연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 

예전에 포스팅했던 반델바이저 칼럼과 어느정도 일맥상통 하면서도 그들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나름의 관심사를 탐구했습니다.

2016/11/15 - [문화+서울] 침묵을 작곡하는 사람들 - 반델바이저(Wandelweiser) 악파



연주: 김미영(바이올린), 김정렬(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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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내내 쓰던 곡을 버리고 10월에 새로 시작한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샤콘느(부제: 차갑고 적대적인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것)


대전 예술의 전당 공연정보(링크)


"차갑고 적대적인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것"은 소설가 한강이 쓴 "흰"에 나오는 대목이다. 흰 색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끊임없는 연상작용을 일으키며 이들을 담담하게 서술한 소설 "흰", 그리고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샤콘느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하였다.


샤콘느는 본래 하나의 짧은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꾸미면서 진행하는, 쉬지 않고 같은 것을 반복하는 동시에 크고 작은 변화가 끊이지 않는 곡이다.  이 고전 형식을 현대에 와서 재해석 하기 위해 음악의 여러 요소들, 음악과 소리의 범위와 경계, 연주와 퍼포먼스, 그리고 일상생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탐구하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변주들이 이루어지는 샤콘느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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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로 이렇게 꾸준한 활동을 하고 계신 김미영, 김정열 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2016년 12월 18일) 7시 반 세종 체임버홀(음악동인 명 3회 정기연주회)에서 다시 한번 연주 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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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 곡을 연주했던 피아니스트 장부미씨의 소개로 이나원(이은미)씨가 제 곡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초연은 올해 2월 초, 제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날이었구요 ^^;

덕분에 그 때 직접 연주로 듣지 못했던 곡(당시 유산의 위험으로 절대안정중)을 다시 듣고 보완도 좀 해서 다시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2015/03/30 - 아주 오랫만의 근황 - 2015년 겨울. 봄

2016/12/15 - 2016 2월 이현애 바이올린 독주회 Fantasy 초연


꽉 찬 소리를 내는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로 듣게 되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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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6월 23일에 Ex Nihilo 5중주 버전이 초연되었습니다. 

신생아 키우면서 정말 힘들게 완성한 곡이라 정신도 없었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지만, 돌이켜보니 그렇게까지 쓰레기 곡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믿고 작품을 위촉해 주신 대구현대음악제에 감사드립니다.

(사진 출처: 권은실 선생님 페이스북)




아래는 내년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작품공모 정보:




제 27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의 작품을 다음과 같이 공모합니다.
(연주 : Schallfeld Ensemble 지휘 : 정헌)

1. 편성 : 플륫(알토포함), 클라리넷(베이스포함),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2. 참가자격 : 2017년 6월 30일 기준의 만35세 이하의 석사과정까지의 학생(내/외국인)

3. 작품제출 마감 : 2017년 2월 28일 (당일 우편소인 유효)

4. 작품제출 주소 : 대구광역시 수성구 매호동 두레아파트 110동 1113호,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앞

5. 제출내용 
1) 작품개요 및 신청서 1부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소정양식 : 홈페이지 www.dcmu.com 참조)
2) 컴퓨터 사보된 악보 2부(미발표 신작)
3) 악보에는 제목(한글, 영문)만 기입하고 익명제출 요구
4) 참가비 7만원 (대구은행 508-12-642663-1 서영완)

6. 연주일시 : 2017년 6월 23일(금) 14:00 (예정)

7. 선정 : 총 7곡 선정

8. 특전 : 연주자 섭외 및 연주료는 협회에서 지원합니다.

9. 문의 : 010-9355-3807

10. 주의사항
*악보에는 곡 제목 외 작곡가의 이름은 쓰지 않습니다.
*신청서가 없을 시 A4용지에 이름, 프로필, 핸드폰번호, 이메일주소, 작품 제목과 작품해설을 따로 작성하여 제출하여도 무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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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제목을 변주해 제목으로 사용한 이 시리즈는 일반 클래식 공연장 이외의 여러 다른 공간들을 찾아 다니며 그 공간이 특정한 음악과 만났을 때 어떤 소리들 내는지, 또 공간이 음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에 따라 작곡가, 연주가, 청중들의 관계 역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탐색해 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첫 장소인 아트링크 갤러리의 공간적,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한국전통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과 다채로운 양식, 다양한 연주자 배치가 가능해 다양한 음색의 조합 및 활용 가능한 악기편성을 지닌 곡들을 선별해 구성했다. "[각주:1]


새로운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 팀프 앙상블의 새로운 기획 시리즈의 첫 공연에서 2013년에 초연한 "제 11차원"이 세번째로 연주 되었습니다.  예전에 연주해 주신 거문고 주자 윤은자 선생님과 김정열 기타리스트 선생님꼐서 다시 한번 뭉치셨습니다!

두 대의 6줄짜리 악기들의 만남... 이 곡을 쓰고 나서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곡을 다시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역시 이대로 3년이 흘렀네요 ㅋㅋ






  1. 출처: 이 데일리 "TIMF앙상블, 20일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첫선" 4월 14일 기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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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낳고 한달도 안됐을 때 열린 공연!

수유텀이 대략 한시간이라 갈 수는 없었지만 기록에 남긴다. 지금 애는 돌이 지난 시점 ㅋㅋㅋ

김연진 첼리스트 친구의 노력으로 성사된 위촉이었는데, 힘든 상황에서 무사히 써서 초연시켜서 다행이었다. 

Ex Nihilo는 무에서 유가 생성된다, 무에서는 유가 생성될 수 없다, 등 여러가지 철학적 신학적 의미를 가진 라틴어 Ex nihilo nihilo fit의 줄인말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연주 전에 잠깐 멘트를 하면서 "실제로 이 곡을 쓴 작곡가는 지금 아기를 낳았다"며 농담(?)을 했다고 한다. ㅋㅋ


[PROGRAM]

Joseph Haydn
Piano Trio in A-Major, Hob.XV : 18

신지수
Ex Nihilo

Pyotr Ilyich Tchaikovsky
Piano Trio in A minor, Op.50


공연 정보 링크(페리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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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동기인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애씨의 위촉으로 Fantasy for solo violin이 초연되었습니다.  


이 곡은 제라시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 작곡되어 그곳의 풍경과 분위기를 많이 담았습니다.

2014/08/26 - [근황]레지던시의 일상 - 레코드판, 지진, 요가, 벽난로,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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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약 3년정도 보스톤에 있는 버클리 음대에서 jazz composition 이라는 전공을 공부하고 왔습니다. 제가 공부한 내용들은 standard jazz 부터 modern jazz 스타일의 곡을 쓰고 편곡하여 음악을 만드는 것 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jazz orchestra 음악을 한국 정서에 맞게 re-arranging 을 하여 재즈에 접근하기 쉽게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 지인을 통해 서울문화재단을 알게되었고 소개되어 있는것들을 읽어본 결과 지금 제가 공모할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더라구요. 교육을 통해 또 공연을 통해 함께 문화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데 혹시 교육기관이라던지 공모할수 있는 공모전과 제가 지원하고 접근할 수 있는 더 많은 기관과 재단을 소개받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저는 문화+서울에 격월로 칼럼을 올리고 있는 신지수 작곡가입니다. 저는 클래식 현대음악을 전공하고 그 쪽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주변에 알고 있는 재즈 뮤지션들의 조언을 듣고 몇 마디 도움의 말씀을 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재즈라는 분야는 서양음악의 큰 두개의 축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클래식 음악이고요, 아니면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나눠서 대중음악을 재즈와 팝으로 나눌 수도 있고, 사실 분류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다양하니 지극히 일반화된 단순한 개념으로 말씀 드립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분야는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국악과 관련된 분야이거나 상업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순수음악, 즉 클래식 음악을 일부 지원하고 있고, 재즈는 엄밀히 말하면 상업음악이라고 보고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즈가 본래 클럽에서 연주되는 실용성을 갖춘 음악이다 보니 국내에서는 그다지 지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듯 합니다. 실제 활동하시는 뮤지션들도 대부분 그런 측면이 있고요, 레슨을 하거나 연주를 통해 생계를 꾸려나가지만, 사실상 쉽지 않은 길이것이 현실입니다.


한국 음악계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마이너리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즈 작곡을 공부하신다고 했는데, 재즈는 서양음악처럼 작곡과 연주의 분업이 이루어진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 연주하시는 분의 궁극적인 목표도 즉흥연주의 경지가 높아지다가 결국 작곡과 다름 없는 길로 가는 것일테고요. 작곡이나 편곡작업에 더 중점을 두는 사람들은 결국 그 뒤에서 연주자들을 보조하는 역할이 될 것입니다. 이점에서는 클래식 작곡가와 그 위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작곡가의 위상 자체가 애시당초 높지 않습니다. 아직도 연주자의 유명세에 비해선 작곡계에선 그렇다할 스타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고요, 그러하니 재즈 작곡으로 특화된 진로로 뭔가 길을 개척하고자 하신다면 거의 스스로 만드시는 길이 될 것입니다.


한국 정서에 맞는 재즈를 추구하신다고 하셨는데, 한국 정서라는 것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질문하신 분이 한국인이니, 넓게 해석하면 님께서 하시는 모든 작업에 한국 정서가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마치 한국인이 치는 베토벤 소나타에는 웬지 된장찌게 냄새가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를 응용하자면 국악에 재즈의 요소를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본인의 음악적인 길을 약간 조정하시면 국악은 지원사업이 많으니 그 부문에서 검토를 해 보시는 것도 좋고, free improvisation의 측면으로 나아가신다면 사운드 분야에 지원도 가능하실 겁니다. 하나의 음악회, 또는 문화행사나 이벤트를 기획할 여력이 되신다면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사업중에 다원예술이나 전통음악 쪽으로 퓨전 재즈 팀을 꾸려서 지원 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만, 이 분야는 굉장히 실험적인 것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제가 몸담은 분야가 아니다보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많이 드리지는 못해서 송구스럽습니다만, 이게 지금 우리나라 음악계의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 재즈 오케스트라가 아직 흔하지 않은 이유는 재즈 뮤지션을이 그렇게 많이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그 분야가 아직은 열악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재즈는 다른 대중음악에 비해서 그 자부심이 강하고 예술성이 남다른 분야이니, 다들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입니다. 일단 열심히 공부를 하셨으니 주변의 재즈 뮤지션들과 열심히 교류하면서 정보를 넓혀나가시길 바랍니다. 제가 유학을 갓 마치고 돌아왔을 때의 막막함과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답답함을 느꼈던 나날들이 기억이 나서 질문하신 분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결국 벼랑끝내 내몰려봐야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듯이, 내 손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오히려 큰 힘이 났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남들이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싶다는 욕망이 컸을 때 즐겁게 새로운 도전도 많이 해본 것 같습니다. 당장의 금전적인 안정감은 찾기는 힘드시겠지만, 두려움을 떨치시고, 길은 만들면 얼마든지 있으니 창의적인 방식으로 헤쳐나가며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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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서울 12월호에 실린 [예술적 상담소] 답변 원고입니다.  (링크)

사진 출처: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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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피아노의 제작과정



지금은 피아노라는 악기가 엄청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기 힘들 것이다. 바이올린이나 기타 등의 악기가 최소한 300년은 더 된 시절에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비교해보면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인 19세기 후반부에 들어서야 그 형태가 완성되었다는 피아노는 비교적 현대적인 발명품인 것이다. 사실 그럴만도 한 것이, 피아노는 제작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소리를 내는 원리도 복합적인 악기인 만큼, 많은 발달을 거친 역사의 흔적이 있는 악기이며, 다른 악기와 비교할 수 없게 견고하고 일관된 소리를 자랑한다.  그만큼 누구나 어느 정도의 소리를 낼 수 있는 비교적 다루기 쉬운 악기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에게도 인기가 있어서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서 집에 사 두는 것이다.

피아노를 기능한 건반악기라고 분류를 하는데, 이는 건반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렀을때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해당되는 음높이의 소리가 나는 모든 악기들을 통칭한다. 다른 건반악기의 흔한 예로는 풍금이라고도 불리우는 하모니움, 그리고 오르간 등이 있다.  이들은 피아노처럼 현(줄)으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건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나, 바람소리가 근원인 악기들이다. 

(google image)


사실 피아노처럼 현으로 이루어진 건반악기들의 원리는 간단하다. 각기 다른 음높이로 이루어진 팽팽한 줄들을 나란히 나열해두고 이를 때리거나 튀겨서 소리를 내게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초보적인 형태로는 양금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피아노 또한 궁극적으로 해머로 줄을 때린다는 점에서 소리가 나는 원리가 양금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때리는 강도와 시간, 속도 등을 조절함에 따라 소리가 섬세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나는 것이고, 그걸 실현시키기 위하여 각종 장치들이 동원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아노가 발명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제작되었던 다른 건반악기들은 무엇이 있을까?


하프시코드

독어로는 쳄발로(Cembalo), 프랑스어로는 클라브생(clavecin)이라고 불리는 하프시코드는 현재 연주되는 건반악기 중 피아노를 제외한 것 중에는 가장 클래식 음악에서 많이 알려지 악기일 것이다. 바하가 살아 활동하던 바로크 시대에 즐겨 연주된 악기로, 피아노처럼 건반을 누르는 연주 원리는 동일하지만, 해머로 현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바늘처럼 생긴 뽀족한 장치로 현을 튀기게끔 되어있다. 그리하여 다소 챙챙거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나게 되고, 건반을 누를때의 느낌도 피아노의 부드러움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타 줄을 튀길때 느껴지는 순간적인 줄의 저항이 건반에서 은연중에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고, 이러한 터치의 차이 때문에 피아니스트라고 해서 모두 하프시코드를 잘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즐긴다면, 피아노보다 하프시코드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시대의 악보는 음표 외의 기호가 별로 없는 편인데, 이는 애시당초 표현이 어려운 크레센도(점점 크게) 등의 나타냄말이 아예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실제로 크레센도가 처음으로 연주되었던 초기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회장에서는 여인네들이 그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하지만, 이런 미세한 나타냄말이 악보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연주하면 절대 금물이다. 그렇게 할 경우 정말로 기계적인 소리가 나게 되므로 오히려 음의 길이 등을 미세하게 조정해서 감정을 풍부하게 싣고 연주를 해야 음악적으로 들리게 된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연주자와 작곡가의 구별이 모호해서, 악보로 기록에 남기는 것이 현재의 클래식 음악처럼 철저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더욱 다양해 질 수 있는 것이다. 


클라비코드(clavichord), 버지날(virginal)스피넷(spinet)

클라비코드는 하프시코드보다는 소리 나는 원리가 피아노에 가깝지만 그 형태는 굉장히 단순한 악기이다.  건반을 누르면 반대편 끝에 달린 쇠막대기가 현을 때리는 원리이며, 그로 인해 하프시코드에서 불가능했던 셈여림의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로로 긴 상자 형태의 아주 작은 악기인데다 울림통이 크지 않아서 대부분 가정용으로만 사용된다.  바흐가 작곡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나 인벤션 등이 이 악기를 위해 작곡되었다.  가정용 악기이다보니 오르간 연주자들도 연습용으로 집에 구비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파이프오르간처럼 페달 건반의 형태로 달린 대형 클라비코드도 간혹 존재해왔으나 현재는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악기이다.  클라비코드와 함께 버지날(virginal)스피넷(spinet) 등의 악기도 존재하는데, 이들은 하프시코드처럼 현을 뜯는 장치가 내장된 소형 건반악기들이다. 결국 현재의 업라이트 피아노처럼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악기들이고, 현재의 그랜드 피아노는 하프시코드가 그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간혹가다 아주 작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스피넷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와 포르테피아노(fortepiano)

피아노에 가장 가까운 악기라고 볼수 있는 함머클라비어는 베토벤이 동일한 제목으로 소나타를 작곡한바가 있는데, 단순한 막대기가 아닌 해머를 사용해서 제작된 악기로 당시에는 획기적이 발명품이었다. 포르테피아노 또한 비슷한 원리인데, 큰 소리(포르테)와 작은 소리(피아노)가 명확하게 구별이 간다는 특징을 악기이름에 반영한 것이다. 이 악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짜르트와 베토벤의 피아노곡들을 당시에 연주했던 악기들이다. 모짜르트 소나타에 표기된 다소 어색한 프레이징들을 당시의 악기인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할 경우 매우 자연스럽게 들린다.



요즈음에는 디지털 피아노가 더욱 흔해져서 양질의 가정용 업라이트 피아노의 제작이 예전만큼 활성화 되지 않았다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 전후로 제작된 피아노가 그나마 품질과 내구성이 좋으며, 이후에는 많은 공장들이 비용이 저렴한 해외의 나라들로 이전을 하면서 장인들의 손이 덜 가게 되고 자재도 예전만큼 견고한것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  더 좋은 악기를 연주하겠다며 20여년 된 피아노를 중고시장에 팔고 새 피아노를 사들일 경우 자칫하면 더 낮은 품질의 악기를 구비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는 것이다.  피아노가 발전된 역사를 알게 되니 더욱 그 참된 가치를 깨닫게 되는 만큼, 되도록이면 전자음향보다는 실제 악기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조금만 투자해서 1990년경 제작된 국산 중고피아노를 업라이트로 구하는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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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소재로 작곡하는 사람들...
개념미술을 음악에 빗대어 '개념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은 예 일듯...
행위예술과 음악공연의 경계랄까...? 
듣는이 입장에선 좀 지루하기도 하고...;;;
가학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내 취향에도 들어맞...^^;;;
쓰고는 싶지만 듣고싶진 않은 음악 ㅋㅋ

http://www.soundexpanse.com/rs27-wandelweiser/ - 친구 제니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이들에 관한 다양한 자료가 있다(영어주의).


(출처: Alex Ross의 블로그 The Rest is Noise)



서울 상수역에 내려서 몇발자국 걸으면 오피스텔이 하나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이 공간에 벨을 누르고 들어가면 등받이도 없는 조그만 의자들이 놓여있고,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어색하게 앉아서 한 방향을 바라보며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8시가 되자 그들이 바라보던 책상에 키가 190즘 되보이는 중년 백인 남성이 다가가 앉아서 말없이 조용히 종이 한장을 바라보며 뚜껑이 닫혀있는 펜촉을 이따금씩 그 종이에 갖다댔다가 떼었는데 그 소리는 들릴듯 말들 했다. 5분즘 지나니까 나름대로의 일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인지가 되었지만, 정확히 어떤 법칙으로 타이밍을 잡아 펜촉을 종이에 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규칙적인 듯 한데 아니기도 했다. 억겁과 같은 시간이 지난 듯 했지만 단 5분이 지나있을 뿐이었다.

"공연"9시가 넘도록 계속되었고, 연주자(?)의 진지한 태도는 공연이 끝나는 순간까지 지속되었다.

이 날은 스위스의 작곡가 만프레드 베르더가 자신의 작품 stück 1998” 를 ‘닻올림’이라는 즉흥음악 공연장에서 연주 한 날이었다. 그는 침묵과 극도로 미미한 소리들을 소재로 삼아 작곡을 하는 “반델바이저(Wandelweiser)”의 일원이다.


20여명의 작곡가로 이루어진 반델바이저 악파의 작곡가들은 일반인이 잘 모르는 현대음악 작곡, 그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조를 이루고 있다. 음악과 행위예술의 세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그들은 기존의 음악회장에서의 작품발표(악기, 또는 성악가가 악보를 보며 시작과 끝이 분명한, 하나의 곡을 연주하는 것)에 대한 개념 자체를 도전한다. 그렇다고 파격 자체를 추구하기만을 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소리와 침묵과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소리들을 탐구하고자 한다.


피아니스트가 무대로 나와 피아노 뚜껑을 연 후 433초만에 다시 피아노 뚜껑을 닫고 나왔던 존 케이지(John Cage)의 ‘433초’가 초연되었을 당시, 이 공연이 이루어진 현장에서 관객들이 냈던 소리가 유일한 “음악”이었다. 이 곡에서는 연주자가 완전한 침묵으로 일관된 작품을 연주(?)했지만, 만약에 엄청나게 작은 소리들을 오랫동안 연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또한 연주자의 연주와 객석에서 나는 소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바로 이 현상을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파격적인 현대음악을 만드는 이들이지만, 반드시 그 소리가 소음이거나 불협화음은 아니다. 일반인의 귀에 익숙한 조성음악의 소리들을 마음껏 차용하기도 한다. 다만, 그 화음들이 기능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일단, 하나의 음이 너무나도 작고, 그 다음 음이 어마어마하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울려퍼지는 경우가 다반수이기 때문이다. 진공상태에 있는 듯한 엄청나게 지루할 수도 있는 시간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청각을 총동원하여 ‘음악’을 찾아들으려 하게 되고, 문득, 그 어느 때보다도 ‘음악’과 가까이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순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자각이 극대화 되는 것이다.


소리와 침묵과의 관계연주자와 객석의 관계를 파헤지는 것에서 더 나아가일상생활과 연주의 경계 또한 허물 수 있는 방법이 있다위에 언급한 만프레드 베르더의 작품의 경우각 페이지를 공연을 하면 다시는 다른곳에서 다시는 재연이 되지 않아야 하며공연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아직 공연되지 않은 새로운 페이지를 작곡가에게 직접 건네받아 그걸 연주해야 한다악기편성은 자유이지만 연주자 인원수에 따라 각기 다른 곡이 작곡(?)되어 있기 때문에 사전에 통보하여 올바른 악보를 건네받아야 한다관객은 없어도 되고단지 지구상 어디에선가 이 공연이 행해지기만 하면 된다이 악보는 A4 용지에 숫자만 적혀있고 음표는 단 하나도 적혀있지 않다현재까지 만들어진 악보(?)들을 전부 이어서 연주한다면 아마 500시간이 넘을 것이다뉴욕 출신 작곡가 Craig Shepard(크레그 셰퍼드)의 경우 31일간 스위스를 도보로 횡단하며 매일 하나의 트럼펫 곡을 작곡하고 이를 그날 저녁에 연주하였다이 경우도작곡과 연주작품의 개념이 하나의 예술행위로 귀결되면서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현장에서 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다이 점에서는 행위예술의 특성과도 교집합을 강하게 이룬다.



'아이디어가 곧 예술'이라는 개념미술의 모토를 음악에 대입한다면, ‘개념음악’이라는 단어로 반델바이저를 분류할 수 있을까? 반델바이저라는 단어 자체도 다다이즘의 ‘다다’못지 않게 모호한 뜻으로 이루어져있다. 억지로 번역하자면 '변화의 지표' 또는 '변화를 현명하게 하는 사람' 등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표준 독일어에도 없는 단어이고, 결합되기 이전의 두 단어, wandelweiser가 암시하는 의미들만이 Wandelweiser에 대한 뜻을 추측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단어 뜻에서부터 악보, 음 재료, 소리, 연주형태 등 모든 것이 애매모호한 반델바이저 악파는 결국 그 존재 자체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의 삶은 어디부터가 연극이고 어디까지가 리허설인가, 우리가 추구하는“진짜”는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기 위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하나의 멋진 작품을 완성하야 발표하겠다고 고군분투 하지만 결국 그들은 삶과 예술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듯이, 반드시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인생은 하루하루 자체가 작품이고, 모든 사람이 창작자이며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 않은가? 그 어떤 드라마틱한 선율도 이루어낼 수 없는 가치를 단 하나의 음만으로도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며 잔잔하지만 강렬한 감동을 받게 되었다.



자료출처:
http://surround.noquam.com/listening-at-the-limits/
http://www.newyorker.com/magazine/2016/09/05/silence-overtakes-sound-for-the-wandelweiser-collective
http://www.soundexpanse.com/rs27-wandelweiser/
http://www.dotolim.com/?tag=만프레드-베르더 (원고에 적힌 이 분의 공연 묘사는 2013년 공연으로.. 본 웹사이트에는 자료가 없습니다)



이 글은 문화 + 서울 2016년 10월호에 기고된 칼럼입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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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거의 다 된 아가와 한집에 살며 틈틈히 아이가 잘때 곡을 쓰는 일은 저질체력을 가진 작곡하수인 내 수준에선 버거웠다.

지난 4월까지 써야 했던 대구현대음악제 위촉곡은 정말 남편의 육아전담 덕에 간신히 꾸역꾸역 썼는데, 위촉해주신 분들은 좋은 곡 감사하다고 하셨지만 나는 창피해서 죽을것만 같았다.

이번 10월 26일에 연주될 예정이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듀오는 이미 개발새발 쓰던 곡 하나는 버리고 새로 쓰는 중.  천만다행(?!)으로 연주가 공연장 사정으로 12월로 연기되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내 성에도 어느정도는 차는(aka. 내가 원하는 철학이 개똥일지라도 일부는 반영 된) 곡을 쓰기 위해 과감한 작전들을 남편의 도움과 희생으로 실행에 옮겼다.

일단 아이는 시댁에 맡긴다.
아이가 적응을 못할까봐 남편도 같이 보낸다.
비슷한 사정으로 곡을 빨리 써야 하나 혼자있을땐 콩나물대가리가 안그려지는 작곡가들끼리 연대한다!

이냥반은 모성이 남아있어서 6갤 아가를 옆에서 재워가며 작업중. 서울숲의 한 카페에서 그나마 둘이 한 애기를 보니 할만했다.

맨 윗 사진은 아직 싱글인 후배와 성남중앙도서관에서 연대중.  유학준비의 추억이 담긴 도서관에 오랜만에 가보니 새록새록(울컥)하다. 결국 이럴려고 그고생을 했나 싶기도 하고.... 아니다 아니야~ 난 발전했어! 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달라!!!(공허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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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함은 기억이 안나지만 임씨 성을 가지신 피아니스트 분이 중학교 시창청음 선생님이었다. (나는 타고난 귀가 워낙 좋아서(?!?!??) 늘 한번에 다 적고 과자나 김을 먹으며 딴짓을 하다가 혼나곤 했다) 

어느 날, 이 분이 어떤 러시아 첼리스트를 반주하기로 했었다며 그 분의 연주와 삶의 태도에 대한 칭송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그러다 얼마 후엔 더 흥분한 어조로 며칠 전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바이올린 연주실력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한 어머니가 7살정도 된 꼬마아이를 데려왔는데 처음에는 바이올린도 혼자 못 꺼내서 엄마가 직접 꺼내서 쥐어주는 모습에 그 첼리스트 분이나 선생님이나 둘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이올린 소리를 내는 순간 대가가 빙의한 듯한 깊이에 매료가 되어 몰입해서 듣다가 결국 선생님은 눈물을 흘리셨다고... 

앞으로 유명해질 바이올린 천재 권혁주라는 이름을 너희들은 꼭 기억하라고 하셨고, 우리 모두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그 이야길 들었다. (선화예술학교 동창중에 이 이야기 기억나는 사람?) 난 그 이름을 마음속 깊이 새겼고 그의 행방을 대중매체에서 들을 때마다 내가 아는 사람인양 반가워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반갑지 않았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그의 슬픈 소식...

과로사인 것이 명백한 사인으로 여겨질 정도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결국 소화시키지 못했다. 자가운전으로 새벽에 부산행... 소지품에서 발견된 부정맥 약. 페북 담벼락을 물들인 병원 입/퇴원 소식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 수많은 예술가들이 오르고자 평생 노력하는 경지에 너무나도 금방 올라버린 그는 정작 이승에 오래 머물지도 않고 서둘러서 떠나버렸다. 31세라니...

그와 약간의 안면이 있는 친구 말로는 그는 굉장히 장난스러운 성격이라고 한다. 즐겁게 살다 간 듯 해서 다행인걸까? 그래도 너무 아깝다, 너무너무...

오늘이 지나면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새삼스러울 까봐 일기같은 추모글을 써봤다. 하늘에선 더 즐겁게 바이올린을 켜시길...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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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ood-re.tistory.com BlogIcon 먹튀 검증 2018.07.24 0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갑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모두 겪은 2015년...

작곡 발표 5회, 연주 1회에 렉쳐콘서트 1회를 했습니다. 그러느라 입덧하며 곡을 쓰기도 하고... (다행히 과일은 입에맞아 굶지 않고 버텨서 1키로만 빠졌네요)

1월에는 토이피아노를 들고 선배분의 공연에 출연! 그날 으슬으슬했던게 알고보니 임신 초기 증상이었죠 ㅎㅎ

이후 2월, 4월(두곡), 7월, 10월에 발표를 하고, 9월말엔 렉쳐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절대안정을 취하느라 약 3개월간 은둔생활을 한 후 5월부터는 주말마다 나들이를 다니고 여름에는 거제도에 여행도 갔습니다.

외도♡

노산아닌 노산인지라 다가오는 출산과 육아가 걱정되어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두고자 5월부터 아이 낳는 날까지 여러 운동들을 했습니다. 특히 7월부턴 수영삼매경에 빠져서 8시 땡하면 집밖을 나가는 일상이 반복되었죠. 이미 이때부터 가진통이 시작되어 긴긴 하루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에 비하면 천국이었지만 ㅎㅎㅎㅎ

각종 육아용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것저것 사모으기 시작한 시기 ㅋㅋ

결국 예정일을 8일 넘기고 아이가 태어나서 병원에 투숙! 양수 터진후 만 이틀만에 아이가 나와서 총 입원기간은 4빅5일 ㄷㄷ

자세한 출산 비하인드 스토리는 나중에 공개합죠...

자연분만, 모유수유... 많은 엄마들이 바라지만 결코 저절로 되지 않는 것들이었는데 우여곡절끝에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아이한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하며 큰소리 차는 엄마가 될지도 ㅠ

태어난 직후부터 이뻤지만, 50일무렵부터가 본격적으로 귀여움이 폭발하던 시기인듯...♡

제법 저도 몸이 회복되었고 방학도 맞이하고 해서 주중엔 독박육아 ㅎㅎ

의식이 또렷하고 의사표현이 분명한 두달반 아가를 키우며 한 해를 마무리 했습니다 ㅎㅎ

3년간 강의를 하며 노하우를 쌓아나가고, 문화+서울 칼럼을 매달 쓰면서 글쓰기의 명맥을 이어나갔으며 곡발표와 워크샵을 하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임신기간을 나름 알차게 보낸거 같습니다만, 무엇보다도 건강한 아이를 낳은 것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복된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2016년에는 더욱 더 일과 육아를 양립하며 보람된 한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이만 아이 기저귀를 갈러 ㄱㄱ...(이 글 쓰고 있는데 옆에서 어마어마한 응가ing 사운드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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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aybemustbe.tistory.com BlogIcon lifewithJ.S 2016.02.01 2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5년이 어마어마하셨겠어요, 아가 크는거 잘 보고 있습니다. :)
    희원이는 저희 주원이랑 이름도 비스무레 한것이 왠지 더 정이 가요. ㅎㅎ
    엄마대 엄마, 81년생대 81년생으로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6.02.17 1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감사해요! 이제서야 답글을...^^;; 정말 주원이 동생 희원이 하면 되겠어요! 나이는 같은데도 엄청 인생선배(?) 같으네요. ㅎㅎ 같은 81년생끼리 힘내보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