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니 어릴때부터 나를 무척 가렵게 만들었던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가 한 사람의 개성이 담긴 작품이고 어디부터가 남의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이는 시대, 문화권, 장르별로 모두 다른 개념이 들어가있으면서도 지적 소유권을 존중해주는 보편적인 도덕성의 잣대이기도 하다.

유학시절에만 해도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닌 것은 일체 안쓰겠다는 강박증으로 인해 음 하나짜리 곡(결국 이 음도 누군가가 쓴 음이지만)을 쓰는가 하면 정말 그 누구도 할거같지 않은 너무나 비음악적인 엉뚱한 짓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몇년 전 부터는 아예 정 반대의 시도를 하기 시작하여 유명한 과거의 곡들을 대놓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올 봄에 모 대학 김모교수가 각종 표절과 대리집필 등의 비리들로 인사청문회에서 구설수에 올랐었다. 이 분을 보며 지적소유권을 처참히 짓밟는 구태의연한 악습들의 총집합을 보는것 같아 이분이 하는 말을 채보하여 선율로 만들어 10명의 연주자들에게 연주를 시키고 배경으로는 Ives의 대답없는 질문 현악파트가 울려퍼지게끔 표절(?)했다. 가급적 티가 안나게 한 화음이 약 5분간 울려퍼지게끔 템포를 극도로 늘려놨다. 정말 나는 답을 알 수가 없다. 이세상은 왜 이모냥일까? 정신분열이 되지 않고는 맨정신에 살아갈 수가 없을듯하여 피아니스트에게 정신분열적 토카타도 연주시킨다. 
이 모든 것이 끝없는 악몽같아서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 서곡에 나오는 단 3화음 하나를 2전위 형태로 피아노에게 아르페지오로 치도록 했다.

4시간의 공연시간 중간에 전시장을 들르듯 아무때나 들어왔다 나갈 수 있게끔 공연을 구성하였습니다. 시간 되시면 토요일 오후에 구경 오시고 끝나고 3층에서 중국집 뒷풀이 함께 해요 ㅎㅎ


[2014 유망예술지원 MAP]


음악.사운드ㅣ신지수


<PARALLEL UNIVERSE>

표절과 독창성에 관한 대답없는 질문


일시: 2014년 12월 20일(토) 15:00-19:00

장소: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 시간 내 자유 입장 퇴장 가능ㅣ입장료 없음


문의: 신지수/ 010-4120-9842 / mail@jeesooshin.com

문래예술공장: 02-2676-4333



***


그가 무심코 던진 말들이 분해되고 재조립된다. 비루한 변명을 늘어놓는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보자.


"In a decaying society, art, if truthful, must also reflect decay." - Ernst Fisher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최소한 두 개의 세상이 공존하고 있는 세상이다.


A. 원칙과 양심이 지켜지는 세상

B. 편법과 수탈이 일반적인 세상


이곳이 A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누군하는 B에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여러 세상을 순간 이동하듯 오가며 살아야 하는 현실을 음악과 영상으로 흉내내는 시간을 가진다.



***


작곡.연출: 신지수

프로젝트 어시스턴트: 김주희

영상: 신재희

연주: 구윤정, 김대준, 이수아, 이수정, 이화진, 이혜연, 임혜진, 장보람, 전규혜, 전유미

시각디자인: 정용식

영상자료 내용 제공: 김명수(출처: YTN, KBS, MBC)



***


인용:

L. v. Beethoven Sonatas 

Gavin Bryars "Sinking of the Titanic"

F. Chopin Studies Op.10, 25, Ballad Op.23, Preludes Op.28, Sonata Op.35

Charles Ives "The Unanswered Question"

Felix Mendelsshon "A Midsummer Night's Dream"

W. A. Mazart Sonata KV310

Erik Satic "Vexations"

J. S. Shin "Schizophrenic Toccata"

R. Wagner "Lohengrin"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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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미 피아니스트는 지난 4월 피아노협회 연주를 계기로 알게 된 분입니다. 


2014/05/01 - 피아노협회 정기연주회


그 때 귀국한지 얼마 안되어 여러가지 한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드디어 귀국 독주회를 열게 되셨는데다가 무려 제 곡을 다시 연주하시겠다고...! 


ㅠㅠ(감동의 눈물)


초연이 아닌 경우에는 곡을 새로 써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참 좋습니다 ㅎㅎ 

독주회에서 연주하실거면 당연히 최선을 다하실테고,

저는 곡이 끝나고 인사하러 무대에 나가다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거 말고는 큰 근심이 없네요~


White Blessing 2-2는 제 곡중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 되었습니다.

천주희 화백의 그림에서 제목과 분위기를 가져왔는데, 본래는 색소폰과 쳄발로를 위해 쓰여졌습니다.

그 곡을 바탕으로 2011년에는 영상도 만들었었죠.  

색소폰/쳄발로 버전에 대해 어느 현대음악 블로거가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링크)





음악회에 오실 분은 제게 연락 주세요.  초대 드릴수 있을지 한번 힘 좀 써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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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한달이 속절없이 지나가고

이번 달에도 문화+서울에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아래는 편집되기 이전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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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위선양 vs 소외계층과의 공감 -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음악가는?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지휘자 정명훈이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시기인 1974년에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쿨에서 입상을 한 후, 서울에서는 그를 위한 카 퍼레이드가 열린 적이 있었다. 해외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콩쿨에서 피아노를 잘 침으로 인해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을 높인 것이 그때는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듯 국가적으로 칭송을 받을 일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많은 훌륭한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있어서 오히려 너무 흔해진 느낌마저 들 정도이지만, 국위를 선양했다는 측면에서 훌륭한 연주자들은 많은 칭찬과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가 훌륭한 음악가라고 생각하며 연주를 즐겨 듣는 한국의 연주자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여 이름을 떨친 후에 국내 활동을 하는 경우이다. 사라 장(Sarah Chang)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를 비롯, 로스트로포비치의 전격적인 지원을 받은 걸로 유명한 첼리스트 장한나(현재는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가수로 데뷔하며 모짜르트의 마술피리를 가장 잘 소화하는 소프라노라는 칭송을 받으며 지휘자 카라얀의 극찬을 들은 조수미, 독일 작곡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동양음악의 정서를 현대음악에 접목한 윤이상 등이 있는가 하면, 최근 들어서는 작곡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그라베마이어 상을 탄 작곡가 진은숙 뿐만이 아니라 국제콩쿨 입상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피아니스트 김선욱, 손열음, 안종도, 임동혁, 조성진 등도 음악 애호가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연주를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도 선진국 사람 못지 않게 훌륭한 연주를 뽐낼 수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그 연주자의 수준을 검증하는 척도라도 된 것처럼, 음악 애호가들은 너도나도 국제콩쿨 입상자들을 찾아다니고, 연주자들 또한 나이가 들기 전에 기를 쓰고 해외의 콩쿨에 도전을 한다. 음악의 본고장에서 공부를 하고 인정을 받는 것이 서양음악을 공부하는 연주자에게는 당연한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대중이 양질의 음악을 검증하는 능력이 부족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음악의 현실은 어떠했는가?


90년대에만 해도 해외의 첨단 대중문화를 국내에 먼저 도입하여 반향을 일으키는 서태지와 같은 뮤지션이 많은 사랑과 동경을 받았다. 그로 인해 댄스그룹이 점차 생겨나게 되고, 미국 흑인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힙합음악이 성행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서양의 선진(?)문물을 누가 더 빨리, 세련되게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쟁구도였고, 대중도 한국인에 입맛에 맞게 개사된 미국의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을 소비할 수 있게 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몇해 전부터 한국음악은 수출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2012년 가을에 싸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해 지면서 피아니스트로 치면 정명훈같은 음악가가 탄생하는 것과 흡사하게 많은 국민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묘한 승리감에 도취하였고, 이제는 한류로 표현되는 한국 대중문화의 수출이 절정을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이전에 일본이 누리던 관심과 사랑을 어느정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과 춤, 그리고 드라마가 아시아권과 그 외 문화권에서 인기를 끌게 되는 이유 중 물론 작품의 질과 품격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상업적인 성공이 반드시 격이 높은 예술품을 뜻하지 않는 것 처럼, 해외 여러나라로 우리나라 문화사업이 뻗어나가는 것이 반드시 국격을 높이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마치 수출품 생산을 독려하듯이 한류 문화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아이돌 그룹에게 국위선양을 하는 애국자 대접을 하고 있다.

여기서 시선을 돌려서 나는 가수 김장훈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는 이전부터 “기부천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세월호가 침몰하고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거리에 나오고 나서부터 가수, 또는 공인으로서의 모든 영향력을 활용하여 그들을 격려하고자 여러가지 활동을 하였다. 급기야는 유가족의 단식에 동조하면서 자신의 몸까지 담보로 내걸며 진실을 알고자 하는 유가족의 바램에 동참을 함으로서 소극적으로 관망하던 많은 일반인들이 용기를 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끔 동기를 부여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가수로서의 김장훈은 사실 뮤지션으로서의 실력으로 봤을 때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오히려 코미디언의 입담에 가까운 재치있는 멘트로 콘서트를 진행하는데 일가견이 있고 그로 인해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가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싸이처럼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노래를 세계에 알리는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수 김장훈, 음악인 김장훈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싸이의 그것보다 적다고 할 수 있을까? 한 뮤지션의 가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두 뮤지션 모두 음악의 품격이나 가창력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고, 이 둘을 가수로서 단순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음악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 해 보며, 전세계에 k-pop을 널리 알리며 한국의 국가인지도를 높이는 뮤지션과,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약자를 위해 헌신하며 활동하는 가수를 비교해 봤을 때 지금 우리 사회에는 어떤 예술가가 더 필요한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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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직접 보러가기(문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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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서울(링크)

---아래는 원고입니다---


클래식 악기라고 부르는 서양의 악기들은 대부분 오케스트라에 쓰이는 악기들이다.  하지만, 그 외의 많은 악기들이 클래식을 연주하며 클래식 악기의 반열에 오르려고 한다.  이들은 누구이며, 과연 클래식 악기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그것을 통과할 수 있는가?


아코디언

독일어로 화음(Akkord)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에서 유래한 악기 이름이 아코디언은 건반과 버튼으로 이루어진 양쪽 면에 손을 끼우고 양 팔로 바람통을 쥐었다 폈다 하며 멜로디와 화음을 양손에 분담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1800년도에 발명되어 러시아에서 처음 퍼져나간 아코디온은 여러 단계를 거쳐 현재의 형태로 진화하였는데, 포크 음악이나 민속음등에 널리 쓰여졌으며 클래식에서 흔한 악기는 아니지만, 차이코프스키(P. Tchaikovsky), 힌데미트(P. Hindemith), 아이브스(C. Ives)등의 작곡가들이 아코디언을 위해 작곡한 바가 있으며, 더 최근에 작곡된 현대음악 중에는 다양한 악기를 위해 독주곡 시리즈를 작곡한 베리오(L. Berio)가 아코디언을 위해 쓴 시쿠엔자(Sequenza) 8번이 있다. 

아코디언은 화음과 멜로디가 동시에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클래식 음악을 편곡하여 연주가 가능하다.  예전에 독일을 여행하다가 일요일에 성당 앞에서 바흐의 작품을 연주하는 길거리의 아코디언 연주자를 듣게 되었는데, 멀리서 들으면 파이프오르간 소리와 헷갈릴 정도로 웅장하고 장대한 울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물론 이 때의 아코디언 소리는 성당 벽에 울림이 반사되어 더 큰 효과를 낸 것이었다).


반도네온

아코디온과 매우 비슷한 악기이지만, 한쪽 면에 건반이 있는 아코디언과 달리 양쪽 다 버튼으로 되어있어, 더 많은 음들이 연주 가능하다. 물론 그만큼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며 숙련된 반도네온 연주자는 국내에 손에 꼽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르헨티나의 탱고를 연주하는데 필수적인 악기이며 우루과이와 리투아니아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국내에는 피아졸라 등의 탱고음악과 함께 반도네온이 점차 보급되어 가고 있다. 


생황

사실, 아코디언과 반도네온이 연주되는 원리는 바람을 여러개의 리드(reed)에 통과시키는 것인데, 중국의 쉥(sheng), 우리나라의 생황 등의 악기에서 진화한 것이다.  국악기중 개량가야금을 제외한다면 유일하게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인 생황은 중국의 쉥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하였다가 피리나 단소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다시금 연주를 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창작곡에도 쓰이고 여러 편곡 음악에도 쓰이고 있다.  생황은 화음 뿐만이 아니라 선율로 연주하여도 매우 애잔한 음색을 내며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매력적인 악기이며, 서양음악을 편곡하여 연주하는 것도 큰 무리가 없이 가능한 관계로 그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 악기이다. 



하모니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하모니카는 주로 여러 음을 동시에 연주하는 복음 하모니카(tremolo harmonica)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 많이 발전한 종류이다.  그 외의 하모니카로는 다이아토닉 하모니카(diatonic harmonica)가 있는데, 이는 10개 정도의 구멍으로 이루어진 작은 하모니카이며, 고(故) 김광석씨가 기타를 하면서 동시에 연주했던 하모니카의 종류이다.  그 외에도 크로매틱 하모니카(chromatic harmonica)가 있는데, 이는 서양에서 주로 사용되었고, 반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레버가 별도로 있어, 더 많은 음이 연주가 가능하여 클래식, 재즈 등 여러 장르에 골고루 사용되고 있는 하모니카이다.  

멜로디를 연주하지 않는 하모니카 중에 코드 하모니카로 불리우는 악기가 있는데, 이는 한 코드를 이루는 음들(예를 들어 C장조의 경우 '도','미','솔')을 한꺼번에 불 수 있도록 해당 구멍들이 한군데에 뭉쳐져 있다. 악기 자체의 길이도 매우 긴 편이고, 주로 반주를 담당하게 된다.  

하모니카는 단독으로 연주 되기도 하지만, 여러 종류의 하모니카가 앙상블을 이루기도 한다.  세명이서 연주하는 트리오의 경우 멜로디를 연주하는 하모니카, 코드 하모니카와 좀 크고 무거운 베이스 하모니카로 이루어진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하모니카 트리오는 하모니카로만 이루어진 앙상블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편성이라고 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으로 교육을 받은 연주자가 일반적인 클래식 악기가 아닌 반도네온이나 하모니카와 같은 악기를 연주할 때, 그 음악은 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보통 하모니카 하면 동요 반주나 컨트리 음악의 애잔한 애드립 정도의 역할로 생각을 하는데, 플룻이나 리코더를 위한 곡을 편곡하여 하모니카로 들려주는 경우, 느낌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하모니카를 비롯, 남들이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 위의 악기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을 이제부터라도 작곡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새로 쓴다면, 이 악기들의 어떤 가능성들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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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돌아온지 3주가 지났으나 이미 몇년 전 일처럼 아득한 이곳, 제라시 아티스트 레지던시(Djerassi Artists Residency Program)에서 먹던 음식들 ㅠㅠ

개인 작업을 할 공간과 숙식을 제공하고, 아무것도 돌려받지 않는 이 공간은 예술가에겐 더욱 바랄 게 없는 곳이죠.  하지만, 이곳에서조차 항상 작업에만 전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깥 풍경이 아름다워서 산책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내면의 장애물(mental barrier)이 더 큰 것이겠죠.  진단을 하자면 잡생각과다증과 성공기피증으로 요약되지 않을까싶네요. 

환경탓을 도저히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이곳에 와서야 깨닫게 되는군요.



떠나기 전 날에는 마지막으로 숲속 길로 산책을 갔습니다.  거대한 레드우드 나무들 옆으로 역시 거대한(사진상으로는 작은) 작품이 있습니다. 제목은 "가라앉는 배".  한국인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듯 하네요.



배 옆의 호박잎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에게 세월호 뱃지를 달아줬습니다.  

네.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레지던시 막바지에는 디렉터님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샐러드와 파스타, 생선, 브로콜리로 된 소박하면서도 푸짐한 상차림이었습니다.  세팅은 되어있으나, 샐러드를 제외한 서빙은 각자 부페식으로...

쪼매난 빨간 의자들을 모아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옆 해골의자도...;;;






떠나는 날 새벽에 일찌감치 짐을 싸고 시간이 떠서 해가 뜰 무렵 안개속에서 산책을 했습니다.  거미줄들이 곳곳에 귀엽게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비행기를..... ㅠㅠ =============================333



귀국 다음날에는 문래예술공장에서 유망예술지원사업 대상자 중 음악분야 팀의 중간발표가 있었습니다.  중간!!!발표였는데, 시작도 안한 저로서는 구상 단계의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멘토분들의 실망하시는 기색이....역력해 보인 것은 제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습니다;;;  언제즘 돼야 (혼나는) 학생이 아닌, 프로의 모습이 갖춰질까요?  본 공연은 12월 셋째주에 열릴 예정입니다.



추석연휴 때에 잠깐 청주 상당산성에 놀러 갔습니다.  그닥 유명하지 않은 곳인지, 더 번화한 중심 지역(?)을 못 찾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탁 트인 아름다운 풍경에 비해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산성을 따라 한바퀴 도는 코스를 이용하는 등산객과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한데 뒤섞인 대문 안쪽에는 돗자리를 깔고 한가롭게 소풍을 즐기는 젊은 가족들이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그 다음주에는 시청 근처에서 약속이 있어서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광화문에 들렀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지켜보시는 귀여운(?) 세월호 풍선을 보며 착잡한 동시에 희망이 담긴 이곳 분위기를 지켜봤습니다.  돗자리를 깔고 촛불을 들고 뮤지션들의 릴레이 공연을 관람하는 곳이었는데, 평일이어서 왁자지껄 하지는 않았지만, 끊기지 않는 지속적인 에너지가 담긴 이 공간은 고통이 미래를 향한 염원으로 승화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 작곡 발표회만 세개를 다녀 왔습니다. 지난 주말엔 정진욱, 지성민, 그리고 이번주에 김범기 선생님.  모두 뚜렷한 색을 선보인 분들에다 배울점들이 많은 작곡가들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자면, 정진욱 작곡가의 곡은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 인상적이었으나, 관객 중에 어린이가 많다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산만한 것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지성민 작곡가의 작품들은 극도로 음량이 절제된 특수주법들의 향연을 펼쳐나갔는데, 라헨만의 거칠(?)고 자신만만(?)한 소리와 비교했을 때, 그보다는 훨씬 섬세하고 색채가 분명했습니다.  김범기 선생님은 동기이신 한경진 선생님과의 노련한 진행 덕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즐겁게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동요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선율을 활용한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소품들이 참 인상깊었고, 마지막 곡의 미니멀하면서도 리드미컬한패턴들이 두꺼워지면서 절정으로 치닫는 음악도 굉장히 흥겨웠습니다.  

이렇게 작곡발표회들을 보다 보니 저도 한번 작품발표회를 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습니다만, 지금 제 상황으로선 좀 비현실적인 욕망이겠죠.  일단 곡들이... ......곡들이........ㅠ



한강에 놀러 나갔다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빛둥둥섬에서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습니다.  옆에 있는 분의 정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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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하나 2014.10.06 1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블로그 잘 구경했습니다.~
    글 보시면 초대장 부탁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보내세요~~
    glgl129@naver.com






이번 달 문화+서울 칼럼에는 작곡가 게빈 브라이어스(Gavin Bryars, 1943~)에 대해 썼습니다.


Jesus Never Failed Me Yet(주의 피는 나를 아직 저버리지 않았네), Sinking of the Titanic(타이타닉의 침몰) 등 퍼포먼스적인 아이디어로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음악을 쓰는 작곡가.  노숙자의 목소리를 인용하거나 수영장에서 음악회를 개최 하는 등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 실현하며 '앰비언트' 음악과 미니멀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은 음악회장에 가서 가만히 앉아서 연주를 보면서 집중해서 듣는 음악이다.  연주되는 곡들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듯이 소리를 통해 일정한 형식을 띄고 시간에 따라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음악이다.  이렇게 내용이 풍부하기 때문에 온전히 들으려면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래서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연주를 들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듣는 음악은 과연 이런 수준의 집중력으로 주의 깊게 듣고 있는가?

어디에서나 들려오는 음악소리는 모두 나름대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트렌디한 가게에선 빠른 비트의 최신 가요를 틀어서 힙스터들의 과소비를 조장하고, 편하게 쉬는 공간에서는 명상적이고 조용한 음악을 들려준다.  기존의 클래식 음악 또한 고품격임을 과시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 로비같은데서 기능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각주:1].  이렇게 모든 음악은 그 자체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구로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시절, 대놓고 주변환경을 위한 음악을 쓰는 몇몇 무리들이 있었는데, 1960년대에 전자음악이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한 시절, 일정한 선율이나 화성을 무한반복 시키는 룹(loop) 기능을 사용하여 극도로 단순하여 귀기울여 듣지 않아도 되는(?) 음악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현재 거의 모든 대중음악에서 사용되는 기능이라 설명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만, 당시로서는 진행감을 중요시하던 이제까지의 클래식 음악에서 흔치 않은 새로운 파라다임이었다.  

20세기에 태어난 많은 작곡가들이 이런 변화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예전에 소개한 콘론 낸캐러우(Conlon Nancarrow)처럼 한가지 분야에만 집착하며 파고드는 우물형 작곡가가 있는가 하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곡과 연주를 병행하는 팔방미인형도 있었다.  

2014/04/09 - [문화 + 서울]은둔형 자동피아노 작곡가 – 콘론 낸캐러우(Conlon Nancarrow)


'환경 음악'으로 번역할 수 있는 앰비언트 뮤직은 미니멀 음악과도 연관성이 짙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비트가 강하게 느껴지는지 여부, 그리고 기억에 남는 멜로디가 있는지 등의 차이를 통해 구분을 할 수 있다.  '환경 음악'은 말 그대로 주변 환경에 녹아들을 수 있는 음악이므로 비트가 없고 긴 음 위주로 되어있으며 기억에 남는 뚜렷한 멜로디가 없다.  

'현대음악의 미니멀리스트'[각주:2]로 불리우는 영국 작곡가 개빈 브라이어스(Richard Gavin Bryars, 1943~)는 이 두 장르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물면서 폭 넓은 팬층을 확보하게 된 클래식 작곡가이다.  그의 대표작 "타이타닉의 침몰(The Sinking of the Titanic)"은 타이타닉호의 악사들이배가 침몰하기 직전까지 쉬지 않고 연주 한 것에 영감을 얻어 처음에는 6개의 현악기로 녹음된 것이 나중에는 타악기도 포함하는 등 다양한 편성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연주되었다. 2012년에 캐나다 벤쿠버의 수영장에서 연주 될 당시에는 일부 관객들이 수영을 하면서 감상을 하기도 했다(가라앉는 배에 대한 곡을 물 속에서 듣는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긴 하지만, 특이한 체험이 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더블베이스 연주자였다가 작곡가가 된 게빈 브라이어스 답게베이스의 낮게 깔아주는 긴 음들이 이 곡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절망적인듯 하면서도 희망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게빈 브라이어스의 음악의 특징인데, 1972년에 초연되어 이 곡은 아직도 새로운 레코딩이 진행 될 정도로 많은 이들 끄는 매력이 있다.

뚜렷한 멜로디가 없고 비트도 없지만 듣는 이에 따라서 상당히 격렬한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앰비언트 뮤직, 즉 '환경 음악'의 역사는 길게 봐서는 작곡가 에릭 사티(Erik Satie)의 벡사시옹(Vexations)에서 유래된다고도 하는데, 이 음악은 피아노로 짧은 소절을 840회 반복하는 곡인데, 이 곡을 루프(loop)의 기원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사티의 벡사시옹과 비슷한 구조의 음악으로는 게빈 브라이어스의 또 다른 대표작 Jesus Blood Never Failed Me Yet(주의 피는 나를 저버리지 않았네)을 꼽을 수 있는데, 작곡가가 밝힌 이 곡은 탄생 배경이 매우 독특한 편이다.  

(요약)"친구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것을 돕다가 우연히 노숙자가 부르는 찬송가를 녹음하게 되었는데 집에 와서 피아노로 쳐보니 간단한 반주를 덧붙인 13마디 짜리 멜로디로 만들 수 있었다.  이 녹음본을 루프 시킨 것을 배경으로 하여 당시 일하던 미술대학 사무실에 실수로 틀어놓고 나갔다가 커피 한잔을 마시고 돌아왔는데, 옆 교실의 미대 회화과 학생들이 평소와는 달리 매우 조용하고 일부 학생들은 조용히 울고 있었다.  이 노래 소리가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고무되어 오케스트라 반주를 덧입힌 버전으로 당시 레코드판이 담을 수 있는 최대 길이인 25분짜리의 곡을 만들게 되었다."(이후 CD녹음을 위해 74분짜리 버젼으로 만들어 지기도 하였다)



한편, 앰비언트 뮤직은 테크노풍의 비트를 넣어서 '앰비언트 하우스'라는 장르로 진화하였고, 대중들에게 폭넓게 향유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심장 박동을 의식하면서 살 필요가 없듯이, 가끔씩은 비트가 없는 음악이 주는 평안함도 누려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자료출처:


www.gavinbryars.com

현대음악의 미니멀리스트 - 한상철 칼럼

앰비언트 뮤직 - 엔하위키 미러

http://discography.goclassic.co.kr/list.html-개빈 브라이어스 음반 목록

Discogs.com-토론게시판

Redshift Music 유투브 페이지





  1. 사실, 역사적으로도 클래식 음악은 그런 기능을 수행하긴 하였다. 공연장에서 가만히 듣는 음악의 역사는 의외로 별로 길지 않다. [본문으로]
  2. 현대음악의 미니멀리스트 - 한상철 칼럼 (퍼블릭아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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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앙상블 르 시스(Les Six)의 제 5회 정기연주회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과 연관이 있는 곡들을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번갈아 가며 연주합니다.

저는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재료로 한 모음곡을 썼습니다. 


2014년 9월 4일(목) 저녁 7:30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전석 초대이니 표값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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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망민망~



이 글들을 써놓고 아주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1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쿨럭~) 3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 글은 임시저장 상태로 약 9개월을 보냈답니다! 허허허...


작업방을 꾸민 후의 변화는...

본래 작업방으로 하려던 엄동설한의 창고방은 저희 부모님과 집주인과의 대화 끝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로 결정이 되었답니다!  베란다 튼 부분의 바닥까지 온수 파이프를 연결하여 난방이 가능하게 고치고, 곰팡이가 설던 벽지를 떼어내어 도배를 새로 하고 바닥을 새로 깔고 부서져 가는 책꽃이들은 과감히 버리고 대 정리를 마쳤답니다.  그러다가 몇달 전에는 이 집에서 아예 이사를 나가서 지금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답니다... 사람 일은 알수가 없다능 ㅠ

고로... 다 과거의 사진들입니다 ㅎㅎ

왼쪽 벽은 싹 치우고 베란다 자리에 피아노와 책꽃이를 넣은 후 작은 책꽃이와 책상 놓고 끝~!

Less is more을 외치고 또 외치며 ㅋㅋㅋㅋ


이 방이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Tap10329"라는 이름을 지어놓고 제 침실에 있던 두꺼운 커텐을 옮겨달고 거실에 있는 카페트를 옮겨온 후 작은 음악회를 만들었습니다.  오피스텔이자 연주공간인 닻올림에서 많은 영감과 희망을 얻고 질러봤습니다^^

총 객석 수 7개 ㅋ

전석 매진의 대 기록!

우드(Oud) 연주에 하산 히쟈리(Hasan Huijairi), 사랑기 연주에 안나 사이벨레(Anna Cybele)였습니다.

이후 총 세번의 음악회를 만들었는데, 이후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건강, 일, 사생활 등) 개최를 못하다가 급기야는 집주인 사정으로 인해 이사를...


현재 머무는 오피스텔에서도 거문고 클라스 멤버들을 위한 집들이 겸 작은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거문고 개수만 제거 포함 총 6-7개는 된 듯... 사진은... 찾는대로 업로드 하겠습니다 ㅎㅎ;;

제가 연말까지는 정신이 없을 듯 하여, 더 이상의 방구석 음악회는 힘들 것 같습니다만, 내년부터는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지켜봐 주세요!~ (부끄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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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ocial-communication.tistory.com BlogIcon 진실된 2014.08.14 08: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석 매진 축하드려요~ :-)



Soul of Seoul

 



윤리와 예술 사이의 과제들  

스트라디바리우스, 

동물 보호의 벽에 부딪치다 



피아노의 상아 건반이나 말의 꼬리털로 이루어진 현악기의 활털 , 자연의 소재에서만 나올 있는 특유의 질감과 깊은 소리가 존재할까. 그렇다면 순수하게 동물 소재로 만들어진 악기는 희소가치를 더하여 천정부지의 가격과 인기 상승이 수반될 것이다. 그러나 환경오염이 만들어낸 동물 멸종위기 앞에서 천연 소재의 아름다운 음색을 복원할 있는 인공 소재 개발은 필연적인 일이다. 




우리가 쓰는 악기들은 기술자와 장인의 손길을 거쳐야만 나올 있는 최고급 기계이자 수공예 작품들이다.  하지만, 재료만큼은 자연에서 비롯되었고, 맛있는 음식은 신선한 재료에서 나오듯, 악기 또한 최고의 재료만을 골라서 구해야 좋은 소리가 있다.  


서양의 많은 악기들은 산업혁명이 이루어지기 이전부터 진화가 거의 완성되어 복잡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결과로 공정 방법은 지극히 섬세하고 수준이 높을지라도, 재료만큼은 순수하게 자연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은 대부분 나무로 이루어졌으며 활의 털은 말의 꼬리털로 되어있고, 피아노의 건반은 상아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바로 상아 때문에 최근에 연주자들이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되었다. 상아로 만든 물품은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협약에 가입된 국가들 안팎으로는 자유로운 수출입이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이 규칙을 더욱 강화하여 2월부터는 상아가 포함되는 물품은 전면 수입 및 반입이 금지되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현악기 연주자들이 활 끝에 쓰인 극소량의 상아 때문에 미국으로 투어를 가지 못한다거나, 세관에서 고가의 활을 두고 옥신각신 하기도 하고, 몇 년 간 외국에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미국 음악가들이 정든 활을 팔아버려야 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이때 당시 많은 현악기 연주자들이 절규에 가까운 성토를 하며 미국 정부의 탁상행정(?)을 질타하였고, 결국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단지 활 끝에 쓰인 상아 한 조각 때문에 미국 연주를 보이콧 하는 등의 파장이 일고 말았다. 



예술 앞에 놓인 윤리적인 문제들 

바이올린 중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경우 대부분 1600년대에 만들어졌으며 첼로, 하프 기타 등의 현악기를 포함하면 전세계에 650개의 악기가 보존되어 있다. 이들 악기를 만든 장인 스트라디바리는 400여년 후 환경파괴와 동물 멸종위기로 인해 본인이 제작한 악기들이 반입 금지되는 나라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이 참작되어서 100년이 넘은 앤틱 품목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것을 악용하는 사례 때문에 이 또한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상아 밀반입을 위해 골동품으로 위장시켜 반입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규제는 이러한 음악인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이후 다소 완화[각주:1]되었고, 그 결과로 1976년, 코끼리가 멸종위기 동물에 등재된 것을 기점으로 그 이후에 제작된 악기 중 상아가 포함된 것만 금지시키려다, 최종적으로는 2014년 2월 25일 이후 제작된 악기에 한해서만 상아반입을 금지시키는 동시에, 이전 악기의 경우 악기의 출처와 윤리적인 제작과정을 서류로 증명하면 반입이 허용되는 방안으로 보완 되었다[각주:2]. 하지만, 악기 제작이 동물친화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서류상으로 작업하는 것 또한 악기 주인이 홀로 해낼 수 없는 작업이 아닌 경우가 많기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어쩌면 21세기의 병든 지구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성분으로 만든 옛 악기를 쓰는 현대인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숙명일 수도 있는 이러한 현상은, 결국, 자연과 동물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야 하는 우리들의 숙제일 것이다.  선조들이 알아낸 노하우들을 대체할 만한 훌륭한 인공소재가 만들어 질 것인가? 필자 역시 어쩌다 상아건반으로 된 피아노를 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느껴지는 미끌하면서도 섬세한 터치감은 일반 건반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지 손끝의 순간적인 즐거운 촉감을 위해서 코끼리를 죽인다는 것은 인간의 최소한의 도덕을 버리는 일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악기들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면서, 인공소재로도 아름다운 음색이 나올 수 있도록 개발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자료출처:


http://www.npr.org/2014/04/07/300267040/musicians-take-note-your-instrument-may-be-contraband


http://www.wqxr.org/#!/story/ivory-ban-good-elephants-headache-musicians/


출처 1: 타임지 2014년 515일 기사 "Obama Admin Allows Ivory Ban Exemption for Musicians"

http://time.com/101826/obama-exemption-ban-ivory/


http://dailycaller.com/2014/04/16/strict-obama-administration-ivory-ban-infuriates-musicians/


출처 2: St.Louis Post-Dispatch 2014621일자 기사 "Ivory ban hurts musicians, collectors"

http://www.stltoday.com/entertainment/arts-and-theatre/ivory-ban-hurts-musicians-collectors/article_9c690f1f-480d-5f5c-8659-dca5f6d7d71a.html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3/05/20130529183713.html


http://en.wikipedia.org/wiki/Stradivarius






서울문화재단 글 직접보기






  1. 타임지 2014년 5월 15일 기사 "Obama Admin Allows Ivory Ban Exemption for Musicians" http://time.com/101826/obama-exemption-ban-ivory/ [본문으로]
  2. 출처 2: St.Louis Post-Dispatch 2014년 6월 21일자 기사 "Ivory ban hurts musicians, collectors" http://www.stltoday.com/entertainment/arts-and-theatre/ivory-ban-hurts-musicians-collectors/article_9c690f1f-480d-5f5c-8659-dca5f6d7d71a.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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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문화+서울 잡지에 실은 글이었는데, 본의아니게 브라질 월드컵에서 망한 브라질 대표팀의 기구한 운명을 예견하는 묘한 복선의 역할을 하고 말았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골 7개 먹었으니 ㅠ도 7개)



응원도구를 통한 악기의 진화 - 카시롤라의 운명


하나의 악기는 대게 여러 세대에 걸쳐서 진화하고 개량되어 온다. 바이올린의 경우 비슷한 모양과 원리를 지닌 비올족 악기에서 좀 더 개량 되어 이후 바이올린이 나타났고, 피아노의 경우 쳄발로, 클라비코드 등 다양한 건반악기들이 나왔다가 피아노로 점차 진화하였는데, 현재에 와서 다른 것도 아닌 월드컵을 계기로 발명이 된 악기가 있어서 흥미를 끈다.

카시롤라라는 악기는 브라질 예술가 카를리뇨스 브라운에 의해서 발명되었는데, 그 계기가 다른 악기들에 비해 독특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부부젤라라는 악기가 주요 응원도구로 사용이 되었는데, 그 소리도 어마어마하게 컸지만,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 처럼 일정한 음높이의 소리만을 내는 악기를 수많은 관중들이 연주(?)하는 상황에서 같은 응원소리가 경기 내내 지속되다보니 시청자에게는 불쾌함까지 느껴진 것이다. 그리하여 좀 더 쾌적한 악기를 응원도구로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카시롤라가 발명 된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거대한 응원소리가 경기장을 뒤덮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머지 않은 과거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팬의 일방적인 홈경기 응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 때 당시 한국 진영의 응원 공세는 가히 살인적인 압박감을 주며 전 세계 시청자에게 에너지를 풍겼을 것이다. 2002년에 처음으로 사용한 고유한 리듬의 응원(“~한 민 국!”)은 상대 팀을 압도하고도 남았으며 이후 모든 축구경기에서 사용되다시피 하고 있다. 북과 장구, 꽹가리 등의 전통악기들이 동원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마 2002년 월드컵을 겪은 사람들은 그 때의 경기장면을 듣기만 해도 응원하는 소리로 이게 어느 월드컵 경기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2010년 남아공 월드컵도 부부젤라 덕에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 지나치게 성가시고 시끄러운 부부젤라를 응원도구로 쓰지 못하도록 반입을 금지시키자는 여론이 잠시 일었으나, 아프리카의 전통이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과 팽팽히 맞섰다. 이후 다른 사건들이 터지면서 자연스럽게 뭍혀졌지만, 결국 이후의 축구경기에서 부부젤라는 사라지게 되었고,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남아공 월드컵의 해프닝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브라질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팔을 걷어부치고 응원도구 제작에 나서게 된다.

그리하여 시끄럽지 않으며, 흥을 돋울 수 있고 브라질의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악기를 발명하기에 이르렀다. 한 손으로 들고 흔드는 카시롤라의 탄생이었다. 브라질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새로운 악기의 발명을 선포할 정도로 적극 지지를 받은 카시롤라는 브라질 전통악기인 카시시의 계보를 잇는 타악기였고, 카시시의 전통을 잇는다면,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리듬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카시시 보다는 조금 더 단순한 원리로 연주되게 해서 일반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 특징이 있는 이 악기는 손가락을 끼울 수 있는 고리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카시시 보다도 연주하기 편하게 디자인 되어있다.

부부젤라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브라질 특유의 삼바리듬을 표현할 수도 있는 귀여운 악기 카시롤라는 안타깝게도 다소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 손에 가볍게 들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이것이 던지기에도 용이한 흉기로 둔갑하기가 지나치게 쉬웠던 것이다. 경기장 및 선수 안전에 갈 수록 민감해지는 현실에서 이러한 수류탄같이 생긴 악기는 아무리 경기 응원을 위해 특수 제작되었다 하여도 관람석 반입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만천하에 공개된 카시롤라는 금지품목이 되어 전량 폐기 될 위험에 놓이고 말았고, 월드컵 경기장에서 전혀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당하고 말았다.

안전에 민감해진 현재 시대에선 이전같이 도구나 악기를 활용한 응원이 용이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사람의 목소리와 휘파람소리, 박수소리, 함성소리 등이 더 전면에 드러나면서 평화롭고 조용한 응원문화가 연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엄청난 리듬으로 경기장을 압도할 것 같았던 삼바축구 본고장에서의 월드컵 응원 문화는 예상보다는 다소 평이한 양상을 띄었지만, 결국 축구경기는 축구를 보기 위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이렇게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족성과 문화를 드러낼 수 있는 응원도구와 악기들은 몇몇 흥분하는 관중들 때문에 잠재적 위험물질로 분류되어 이전처럼 경기장에 반입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악기마저도 흉기로 취급되는 현 세태가 안타깝긴 하지만, 다수의 안전이 최우선이니만큼 불만을 품지 않고 건전한 경기관람을 하는 것이 옳다. 아무래도 악기를 통한 응원문화에서 나오는 부차적인 문화현상들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더욱 창의적인 방법으로 안전 규정을 통과하면서 재미난 응원을 선사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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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4.08.13 2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브라질 월드컵 뒤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확실히 남아공 월드컵은 부부젤라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지간한 소리로는 중계 소리까지 뒤덮지 못하는데 부부젤라는 TV중계조차 뿌우우우우우우 소리만 들리곤 했었죠 ^^;;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4.08.14 02: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남아공 월드컵 중계는 그 벌떼같은 Bb 음만 기억이 남아요 ㅠㅠ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무슨 무서운 악기가 나오려나 했는데, 다행히(?)도 함성 위주로만 응원하더라구요 ㅎㅎㅎ




벌써 2년전인 2012년 8월에 미국 코네티컷 주에 있는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가 했었습니다. 그때 만난 설치미술가 겸 사운드 아티스트 마이클 패어팩스(Michael Fairfax - 홈페이지)는 자연을 소재를 하는 것을 넘어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악기들을 만드는 일을 해오고 있는데 얼마전에 나무 뿌리를 이용한 "루트 보울 하프(Root Bole Harp)"를 만들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나무 밑둥을 파서 그 위에 피아노 줄을 단 후, 연주를 하면 듣는 사람은 나무 뿌리의 한쪽 끝에 귀를 대고 듣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푸근한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고 하네요^^  


root bole harp from michael fairfax on Vimeo.


모든게 인공소재로 만들어져 가는 요즘, 심지어 음악소리도 모두 디지털 화 되어가서 온전한 울림을 듣는 일이 갈수록 귀해졌습니다.  나무로 만든 악기들은 기존에도 많이 있지만(바이올린, 비올라 등 바이올린 족, 기타, 클라리넷 등 일부 목관악기, 가야금, 거문고, 대금 등 일부 국악기를 비롯하여 악기에 가장 널리 쓰이는 소재가 나무이지요) 자연에서 재료를 체취해 와서 그것을 가공하고 모양을 내는 것이 아닌, 인간이 자연속으로 들어가 악기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 현장에서만 듣는 것이 가능한 설치물에 가까운 악기들은, 재료를 다루는 스킬의 능숙함이나 소재의 고급스러움과 관계 없이 인간에게 감동을 줍니다.  그런데 비가 오면 악기에 물이 고인다는 단점이...ㅠ


나쁜 음악 보고서
국내도서
저자 : 남우선
출판 : 바롬웍스 2012.06.14
상세보기

디지털 파형으로 생성된 음악(CD, MP3 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에 의하면 온전하게 전달되는 음파가 아닌 음악을 들었을 경우,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범위에서 인체에 스트레스를 주게 되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네요.  가장 바람직한 음악 감상은, 악기의 소리를 직접 음악회장과 같은 곳에서 듣는 것이고, 음반의 경우는 아날로그(LP 등)가 더 좋다고 합니다.  흠.... 시골 할아버지가 들으시던 레코드판을 어떻게 잘 사수해야겠네요 ㅎ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아날로그 하프"입니다.

Analogue from michael fairfax on Vimeo.


이러한 맥락에서 마이클의 악기들은 매우 건강한(?) 악기들이 아닐까 싶네요!  저도 가끔씩은 컴퓨터와 스맛폰을 던져버리고 숲속으로 달려가서 나무 뿌리 하프를 들으면서 힐링 하고 싶습니다. ㅎㅎㅎ 


사진 출처: www.michaelfairfax.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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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loud13.tvple.me/tv/c/정보 BlogIcon 슬로라이프 2021.02.18 15: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수아언니 덕분에 앙상블 세코에 위촉되어서 실내악 곡을 초연하게 되었습니다!

"샴페인은 끓는다"라는 제목의, 몹시 단순하고 장난스러운 작품입니다 ㅎㅎㅎ

앙상블의 대표님이 되도록이면 밝고 듣기 편한(?) 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을 가심 깊이 새겨듣다보니....................... 라고 오늘도 자기합리화의 향연을...;;



2014년 7월 7일(월) 오후 8시

금호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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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선거날이네요.  무려 7장을 투표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부담감이 느껴져서 요새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다보니 이런저런 단편적인 생각들이 밀려들어왔는데, 이번 기회에 근황을 소개할 겸 끄적여 봅니다~

-개인 블로그에 담은 개인적인 생각들입니다. 설마 이 누추한 곳에 자신만의 생각을 담았다고 해서 선동질이라거나 그런 오해는 받지 않겠죠? ㅎㅎㅎ;;;


6월 3일 한겨레 만평입니다. (출처


1. 이번엔 투표할까?

요즘 동시에 두 곡을 마무리 짓느라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지만, 요즘처럼 정치에 관심이 간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현 정부에 어차피 기대도 별로 안했지만, "상상하라 그 이하를 보여줄 것이니"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입이 쩍 벌어질 일들이 연속되니... 아마도 제 저희 나이대(가 몇살인지는 비밀)에서는 이번에는 정말 투표로 민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결심이 어느정도는 보편적인 현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 순수예술 vs. 표제(?)음악?

이전에 곡을 쓸때는, 다른 유명한 현대 작곡가들이 어떻게 음 소재를 고르고 그것을 조직화하고 체계화 시키는지, (그리고 그 중에 따라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쿨럭) 그런 테크니컬한 요소들이 가장 주된 관심사였고, 정치, 또는 사회적인 이슈를 작품의 제목이나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 -순수음악의 추상성에 손상이 간다는 이유로-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곤 해왔습니다.  그런데, 공부에서 어느 정도 손을 놓고 사회생활과 잉여짓을 병행하며 혼자만의 공간에서 곡을 쓰다 보니 이제는 주변 돌아가는 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 할 뿐만 아니라, 나와 먼 곳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다보니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데, 제가 쓰는 음악에 어쩔 수 없이 제 감정상태를 담게 되다보니 결국 곡의 주제 자체가 거의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저의 반응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학구적인 자세로서의 음을 다루는 기술보다는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말을 할 것인지가 더 관건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게다가, 이런 격렬한 감정과 공익을 추구하는 정의감은 작품을 생산하는데 큰 동기부여의 요소가 되어가게 됩니다.  

최근에 작곡한 거문고와 현악앙상블을 위한 작품<Elegy for Elleji>에는 생명의 가치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성찰을 담았는데, 앙상블이더라도 각자 악기들이 한번씩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주면서 곡이 진행됩니다.  이 때 각 악기들이 시간차를 두고 소리내는 멜로디를 모두 다르게 해서 모든 생명의 개별성(individuality)에 대한 표현을 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면 곡의 통일성에 지장을 주게 되고 자칫하면 메들리처럼 정리되지 않은 구성을 낳기 때문에 조심스러웠고, 한 음 한 음 신중하게 선택하다 보니 음이 별로 없게 되었습니다. (휴...언제는 곡 쓰면서 음이 많았더냐... 콩나물 게을리 키우는 이유도 참 다양하군 ㅡㅡ)


3. 예술인의 정치발언

얼마 전에는 예술인 80여명이 서울시 교육감 후보 조희연을 지지하는 선언을 공개했다는 소식(기사 링크)이 저는 매우 반가웠습니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상적으로 쓰이는 언어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억지로 자제할 필요 또한 없기 때문입니다.  직업예술가의 역할 중 하나는 현실세계를 한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며 그 현실에 자신이 가진 매개체로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하고 그것을 일하느라 바빠서 세상을 관조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여유가 없는 비예술인에게 제공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유를 거친 그 생각을 예술매체가 아닌 일반 언어로 표현하는 것도 오늘날 사회를 바라보는 데에 도움이 되는 매우 유용한 자료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지요.  


4. 예술가는 진보여야 하는 이유

여기서 지칭하는 "예술가"는 '순수 직업예술가'로 범위를 좁히겠습니다.  클래식 현대음악 작곡가는 모두 포함되네요.  적어도 자신의 주된 업을 예술활동, 특히 창작활동으로 삼으며 그 예술이 상업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 예술이 나아가야 할 역사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고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진보주의적인 생각의 틀과 거의 일치하며, 이런 생각을 머금은 채로 사회를 바라봤을 때에는 당연히 그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성찰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며, 절대 다수가 만족하는 사회일지라도 그 이면의 어둠과 부족한 면, 유토피아에 반하는 현상 등을 예리하게 포착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00% 순수한 순수음악을 추구할 수도 있겠지만, 작곡가가 일생동안 순수음악만을 추구했다는 현상 그 자체로만도 어느정도 그 사회에 대해 말해주는게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주장이 밝혀진 글로 <원래 예술은 좌파다(부정변증법 블로그)>가 있습니다.

링크 

또는 


4-1. 도대체 왜 "종북좌파"라는 말이 2014년이 되도록 파다하게 떠도는지 모르겠는데, "종북"이 "좌파"인 경우가 역사적으로 있었다 한들 이 둘이 상관관계가 100퍼센트 있지 않다면 종북이 반드시 좌파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이 둘을 따로 취급해야 한다고 봄. 솔까 북한에 관심 한방울도 없어도 좌파일 수 있지 않겠음? 상식적으로...


4-2. "진보"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경제적인 발전에 국한되지 않고, 민주적이고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총제적으로 더욱 발전된 선진사회를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면, 지금 이 시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진보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종북"이나 심지어 "좌파"도 아닌 "진보"를....





결론: 내일 투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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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03 2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박정현 2014.06.04 04: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지수님 블로그하심?? 오홍홍

  3. BlogIcon 왕혜인 2014.06.04 1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페북에 퍼갑니다^^;

  4. Favicon of https://nohsu.tistory.com BlogIcon NohSu 2014.06.05 0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합리적인 민심을 보여줘야 할텐데요... 아쉬운 부분들이 좀 많네요...



오랫만입니다~이라는 말 자체가 식상하네요 ㅎㅎ 

하루가 멀게 블로그 글을 쓴 적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속 마음을 털어놓고 수다를 떨 대상이 생긴 관계로(!!!) 일기처럼 일상을 기록하는 일들이 매우 뜸해졌습니다


....라고 하면 이미지 관리에 좋지 않죠! 


"곡을 쓰는데 전념하느라 바빴습니다" 


ㅋㅋㅋ


저는 얼마전에 이사를 해서 빌트인 라디오가 부엌에 달린 오피스텔에 93.1을 벗삼아 혼자 살고 있습니다.

오랜 유학생활로 혼자 지내는게 지긋지긋 할 줄 알았는데... 무쟈게 편하네요 ㅎㅎㅎ

매직블럭으로 먼지닦는 일이 이렇게 중독성이 심한 줄은 몰랐습니다.

드럼식 세탁기에 빨래가 돌아가는걸 지켜보는 일도 몹시 흥미롭더군요.  뇌를 비우는데 딱 좋은...

사실은 작년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작업실을 꾸미기 위해 고군분투(?) 하던 일을 연재 하다가 말았었는데,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는 않지만 마지막에 일어난 해피엔딩의 결과물은 여유가 되는 대로 꼭! 소개하겠습니다. 


2013/07/21 - 작업실 마련하기 오디세이 1

2013/08/08 - 작업실 마련하기 오디세이 2 -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작업방 꾸몄습니다~



오늘의 주제로 다시 넘어와서...


놓치기 아까운 크고 작은 음악회들이 많은 요즘같은 틈바구니에, (놓쳐도 상관 없지만) 제 곡이 초연되는 공연 하나 소개합니다:


현악 앙상블로 이루어진 앙상블 판의 정기공연에 제 곡을 하나 초연하게 되었습니다.

진주 이상근 음악제에서 알게 된 판 앙상블의 지휘자 님과 인연이 이어져서 곡을 하나 더 쓰기로 했었습니다.

이 기회를 틈타, 계속 배우고 있는 거문고를 위한 곡을 쓰기로 하고 몇달째 끙끙거리며 쓰고 있는데...

참 어쩜 이리 진도가 느린지...ㅜㅜ


콜드드립 더치커피마냥 한 음 한 음 아주 조금씩 곡이 채워져 나가네요.

저는 지금 당장 롸잇 나우 꽉 찬 그란데 한잔이 필요한데 말이죠 ㅎㅎㅎ;;;;;ㅠ


무사히 작곡과 리허설을 거치게 되면 6월 19일 목요일 성공회 성당에서 곡을 선보이게 됩니다.

거문고 연주는 윤은자 선생님께서 협연을 해 주실 예정입니다^^

표값은 3만원, 또는 1천원 중에서 관객이 선택하면 됩니다.

무료 공연을 열고자 하는 마음과, 그래도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 둘 다 담은 가격이라고 하네요.


그럼, 저는 다시 암흑의 세계로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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