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어요!
방금 페북하면서 마이클이 라임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급 긴장;;;
Lyme disease는 tick이라는 벌레에 물리면 걸리는 무서운 병이에요..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뇌에 큰 손상이 간다는;;
한국에는 없지만, 유럽(독일)이나 미국 숲속에 있는 tick벌레(독일어론 Zecke)가 사람을 물고있다가, 이걸 제때 발견하지 않고 방치하면 이놈이 서서히 머리를 쳐박고 사람 살속을 파고들어 혈액을 오염시키고 뇌를 파괴시킨다는 무서운 소문이;;;;
저희 레지던시가 위치한 곳이 바로 Lyme Conneticut! 코네티컷의 라임이라는 도시에서 차로 10분거리, 바로 라임병이 시작된 진원지라는거 아니겠습니까 ㅠㅠ
저도 이상한 증세가 있는지 당분간 세심하게 관찰해야겠어요...마이클의 일이 남일이 아니라능!
문제는 모기물린 자국과 아토피랑 멍든거랑 다 섞여서 피부가 엉망진창이라는.. 이중에 tick이 파고들어간 자국이 있는지 잘 구별이 안갈듯! ㅠ
흑흑..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무섭네요 ㅠ
이제 라임이야기는 그만 지껄이고, 오픈 스튜디오날 일기 공유합니다!
레지던시 마지막 날은 오픈 스튜디오 날! 우리들은 랄프의 제안에 따라 시작하기 한시간 전에 우리끼리만의 조촐한 오픈스튜디오를 열기로 하고, 서로의 작업공간을 구경가면서 각자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앤디는 특정 물체에만 레이저빔을 쏘아가며 그에 상응하는 음악(이라기보다 소리효과)을 랜덤으로 generate하는 프로그램을 제작중이었다. 목표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숲속에서 이걸 공연하는 것?
애니메이터 테스는 수성펜과 면봉으로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해가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에 대해 설명을 했다. 애완동물에 대한 인간들의 생각을 주제로 한 것이었는데, 애완동물을 오래 키운 경험이 있는 이웃들을 인터뷰한 후, 이들의 목소리와 아이파크에서 찍은 배경 영상을 수성펜 애니메이션에 오버랩시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동물들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로만은 상당히 놀라운 수준의 영상을 제작했는데, 전부 다 아이파크 주변의 풍경들과 인물들을 재료로 한 것이었다. 피아노 치는 모습을 실컷 찍어가더니 실제피아노로 치는 소리와 숲속에 있던 소리안나는 피아노 조형물을 치는 척하는 모습을 오버랩시켜서 기괴한 영상을 조합해냈다;;
마이클은 피보나치 수열에 의해 줄 간격이 정해지는 통나무 악기를 만들고 거기에 contact microphone을 달아서 전자 "피보나치 트리"를 완성했고, 남는 시간에는 같은 원리로 더 작은 악기들을 많이 만들었다. 이 악기는 마이클이 만들던 동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는데, 상당히 효과적인듯.. 3주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하다니.. 역시 경험과 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듯! 그런데 지금은 라임병 걸려서 항생제 급 투여중 ㅠ 아마도 숲속에서 작업을 많이 해서 걸릴 확률이 컸겠지.. 애구구..
나는 그동안 쓰던 곡과, 이전 작업들을 뒤섞어서 대충 전시공간처럼 꾸며봤다.
곡쓰다 만거. 넘기면 빈 오선지 ㅋ
우리만의 오픈스튜디오가 끝날 무렵,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20여명 도착! 게스트 리스트
마이클과 즉흥연주 직후 찍은 사진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하는 한시간 동안은 각자 스튜디오에 대기하고서 손님들을 맞이하여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에 프레젠테이션 시간을 가진 후, 뮤직스튜디오 옆에 트인 공간에서 리셉션이 열렸는데 마이클과 나는 이 때 즉흥연주 듀오를 선사했다.
마이클이 고맙게도 자신이 만든 해머 스틱(?)을 내게 선물로 줬다! 하나 준다는걸 내가 '한국에서 하는 즉흥연주 모임에 쓸려면 두개가 필요하다'고 설득설득해서 결국 승낙. 이 중에서 두개골랐음 ㅎㅎ
이날은 제니가 보스톤에서 와서 함께 해 줬다. 그동안 영국과 독일에서만 만났던 제니를 미국에서 만나니 더 편하고 반가웠다.. 제니는 작곡전공을 마치고 작품활동과 각종 잡일(?)을 병행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독일과 영국의 음악회들을 구경하러 자주 여행다니며 지내고 있었다. 진정한 자유인^^; 사진의 인물들을 왼쪽부터 낸시, 마이클, 제니, 나, 주디트(뒷모습)
이상하게 지난 한달간의 미국생활이 유럽에 있을때 보다 편한 느낌이 들었는데, 물론 레지던시라는 특수한 환경도 있었겠지만, 이후에 잠깐의 여행을 했을 때도 뭔가 느긋하고 덜 눈치보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이 릴렉스 된 감정은 어릴때 3년을 미국에 살았던 경험때문일까, 미국이란 나라의 특성 때문일까?
레지던시 쥔장 랄프와 비서 아만다와 기념사진^^
리셉션 끝난후 우리끼리 피자를 시켜 먹었다. 제이콥이 요리를 안하고 먹을걸 직접 사오는건 또 첨 보네;;
무쟈게 큼! ^_____________^
스펙터클한 모닥불은 groundskeeper 메이슨의 작품
이러고 노는중
머쉬멜로를 굽고있는 제이콥. 이제까지 봐온중 가장 진지하게 요리중
나는 이러고 놀다가 제니가 끌고온 차를 얻어타고 보스톤으로 출발했다. 아쉬웠지만, 차라리 서둘러 떠나는게 나은 것 같았다. 한달밖에 안된 이 생활이 너무나 익숙해져서 떠나기 싫을 거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짐을 끌고 나오는 순간에는 빨리 탈출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단조로운 생활이었다보니, 은근히 이게 다 끝나는 순간을 기다려 온거 같기도 하다.
레지던시를 겪고 나니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레지던시라는걸 잘 할 수 있을 지 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게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올 날이 있을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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