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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블로그를 운영하며

블로깅은 나의 삶을 변화시켰는가? 1주년 리뷰


이틀전이 블로그 생일이었군요!

개점휴업에 들어가고 나니 그토록 고대하던 블로그의 첫번째 생일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2013/01/12 - 블로그 운영에 관련해서...


숫자에 불과한 날짜이긴 하지만, 그래도 블로그를 1년간 운영해왔을 때 돌이켜보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궁금증이 항상 있어왔기에, 오늘은 그에 관해서 좀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지난 해를 돌아보는 포스팅은 연말에도 올린 바가 있으니, 블로그 자체를 분석하는 것은 생략 하기로 하겠습니다.

2012/12/31 - 블로그 연말결산 - 올 한해 가장 사랑받았던 글들은?

2013/01/06 - 블로그 12월 결산

티스토리를 만들기 이전에 저는 워드프레스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주변의 도움을 받아 홈페이지를 설치하기 위한 웹서버 공간을 구입하고, 설치형 블로그인 워드프레스를 만들고, 도메인을 사는 등, 처음에 블로그를 만들때부터 네이버나 다음같은 가입형 블로그보다는 좀 하드코어(?)적인 도구들을 사용하는 바람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기술적인 문제에서 많은 걸 배워나가며 어렵게 블로그와 홈피를 꾸몄습니다.

한동안 운영해오던 워드프레스 블로그는 나중에 작곡가 홈페이지처럼 보이게끔 스킨을 바꾸고 내용을 채워넣어 지금은 홈페이지 겸 영문 블로그로 사용중입니다.  

당시 영국에 거주하면서 철저히 국제무대(?)를 겨냥한 웹사이트를 만들다보니, 아무래도 영문 포스팅이 많았습니다.  주제도 한정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올리다보니 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당분간은 신경쓰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굳이 고치려고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었었죠.. 그렇게 몇달의 시간이 흘러 2011년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블로그라는 공간도 좀 다시 정리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단 한글과 영어가 마구 섞인게 보면 볼수록 거슬려서, 한글 위주로 글을 적기 위한 블로그를 티스토리에 새로 개설하였죠.  그게 바로 이겁니다!  

2012/01/18 - Welcome to my new blog!

이 시절에는 네이버와 티스토리 사이에 고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구경을 정말 많이 하며 여러가지를 본받기도 하고 타산지석으로 삼기도 했는데, 뇌리에 남고, 매력적이어서 자꾸만 다시 가게 되는 블로그는 아무래도 정체성이 뚜렷하고 주제가 명확하며 개성이 돋보이는 블로그였습니다.  저도 그래서 주제를 명확하게 하고 제대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작곡에 관한 글은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여가생활에 취미로 하는게 블로그이고, 일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게다가 얼마전까지 논문을 써야했기 때문에 머리도 지끈거렸고, 전공 관련 글을 쓰면 지나치게 딱딱한 문체가 흘러나와서 제가 보기에도 거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러 블로거들과 저를 차별할 수 있는 특징은 바로 제가 음악을 전공했고 작곡을 하고있다는 이 점이 아닐까 하는 결론이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역지사지로 제가 만약에 블로그의 홍수속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블로그를 찾는다면, 제가 방문한 블로거의 특징을 알 수 있고 그만의 매력(?)을 풍기며 제가 몰랐던 세계를 체험하게 해 주는 블로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하여 "작곡토끼의 전위적 일상"이라는 제목을 짓고, 말 그대로 작곡을 하는 사람의 일상을 엿보는 창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저만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줄여서 "작토의 전위적 일상"이라고 제목을 바꿨습니다)

사실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 가장 큰 장애는 바로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벽에 대고 글을 쓰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자마자 페이스북 담벼락에 링크를 걸어 반응을 유도했고, 저도 제가 흥미로워 하는 여러 블로그에 방문하면서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런식으로 초창기부터 적극적으로 소통에 임한 덕분에 고립된 기분은 생각보다 금방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무슨 내용을 쓸지 잘 안떠올라서 작곡공부를 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사건과 일화들을 이야기 식으로 회상하는 글도 즐겨 썼는데, 아무래도 공감을 잘 할 수 있는 제 또래 작곡전공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것 같습니다^^;;


블로깅(blogging)은 나의 삶을 변화시켰는가?

지난 몇 해를 돌이켜보면 재미있는 일들은 항상 많았습니다.  2003년과 2004년은 모든게 신기하고 색다른 유학생으로서의 생활이 시작된 해였고, 2005년에는 독일에서 세미나와 현대음악제를 참석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나라의 작곡가들과의 교류가 시작되었습니다.  2006년에는 석사 졸업을 위한 우여곡절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깨지던 시절이었으며, 다시 유학을 떠난 2007년부터 약 2년간은 런던의 각종 매머드급 현대음악회를 구경다니며 이름으로만 듣던 대가들을 코앞에서 보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이 시절에 블로깅을 했다면 얼마나 흥미로운 자료로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이후에는 강의를 하면서 영국인 제자들과의 교류도 상당히 흥미로웠고, 2010년에는 논문작성과 졸업을 위해 조용한 나날을 보내긴 했지만, 이듬해부터 음악회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작품활동"이 시작되었고, 지금과 같은 삶이 시작되었죠.  

이렇게 인생의 다양한 일을 겪어온 지난 해들과 2012년을 비교하자면 단지 블로그를 운영 했느냐 안했느냐의 차이인데, 기록에 남긴것과 남기지 않은 것은 크게 다르다는게 느껴집니다.  저도 무의식에서 은연중에 2012년이 그 어느 해 보다도 알찬 한해라고 여기곤 하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블로깅이 삶 자체를 변화를 시키지는 않지만, 자신이 한 일을 정리하고 자신에게 칭찬을 하는 차원에서 큰 활력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일어난 흥미로운 사건들

제가 만약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은 사건들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할 수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중 "그렇다"에 가까운 몇가지 해프닝을 떠올려 봤습니다.


2012/08/05 - 올림픽 무대에 울려퍼지는 애국가, 편곡이 기가막혀

이 글을 쓴 직후에 SBS의 김수현 기자님에게 연락이 와서 애국가 편곡에 관한 짧은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야말로 블로깅을 안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지요.  김수현 기자님을 알게 된 계기는, 기자님이 직접 쓰시는 블로그(커튼콜 II)에 제가 자주 가서 글을 읽고 흔적을 남긴 것이었습니다.  온라인상의 교류가 오프라인으로 연결 된 것이지요.  기자님은 또한, 저도 참여한 하우스콘서트 10주년 기념 페스티벌에 대한 기사도 훌륭하게 만드셨기에 더욱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2012/08/13 - 즉흥연주 모임 "이십구"

제가 하는 (비밀)모임인 [이십구]에 대한 글을 하나 쓰고 나서 즉흥연주에 관심을 가지고 검색을 하다가 이 글을 읽은 분들과의 교류를 조금 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만난 김현민씨와는 지금도 친하게 지내며 자주 즉흥연주를 위한 만남을 갖기도 하니, 블로그를 통해 좋은 친구를 사귀게 된 셈입니다. 


2012/11/10 - 장난감 피아노가 이정도는 되어야...(복구 포스팅)

1월에 포스팅한게 불가사의한 이유로 삭제가 되어있어서 일단 기억에 의존한 복구를 했습니다.  어찌됐건 그때 당시 토이피아노에 관한 글을 쓴 것이 전문연주자 차혜리님(헤일리카)의 검색망에 잡혀서, 댓글로 교류를 하다가 제가 만든 공연에도 토이피아노 연주를 보러 오시고 후기까지 남겨 주셨습니다.  이후에 가끔식 연락을 주고받았고, 토이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블로그에 쓴 글로 인해 누군가를 만나고 알고 지내게 되었다는게 참 그때로는 신기했습니다.

이 외에도 블로그에 제 음악회를 홍보한 것을 보고 오신 블로그 이웃분들을 볼 때마다 참 신기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2012/12/13 - [dotolim concert _37] 즉흥연주 합니다

2012/08/03 - "귀로 듣는 미술, 눈으로 보는 음악" - [양재웅 피아노 독주회]

2012/06/10 - 대학로 예술극장 내 스튜디오 하이 - Free Music Festival

2012/05/23 - 노카 앙코르 공연 소식(Nokha encore performance)


이런 식으로, 블로그는 제 일상에 색다른 양념을 더해줘서 정말 저를 심심할 틈이 없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고민하던 저에게 티스토리 초대장을 줬던 친구에게도 감사하다는 말 또한 전하고 싶네요..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나도 블로그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드시는 분이 계시다면.. 일단 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만드는 것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흥미로운 컨텐츠를 부지런히 적어나가는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럼 힘 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