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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영국음악 정보

런던2012페스티벌 -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의 컬쳐 올림피아드



6월 21일부터 9월 9일까지 진행되는 런던 2012 페스티벌(London 2012 Festival)과 컬쳐 올림피아드에 대한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출처: 런던 2012 페스티벌 홈페이지


런던 올림픽을 맞이하여 영국은 올림픽을 개최했던 여느 나라와 다름없이 스타디움을 짓고, 도시 미관을 재정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판에박힌 올림픽 준비활동 외에 정말 야심차게 준비해온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올림픽이 시작하기 두달 전부터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의 폐막일까지 이어질 문화예술 행사 퍼레이드인 런던2012 페스티벌입니다.


런던2012 페스티벌은 무엇인가?

런던2012 페스티벌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컬쳐 올림피아드(Cultural Olympiad)에 관한 설명이 필요한데요, 이 컬쳐 올림피아드는 런던올림픽을 겨냥하여 무려 2008년부터 지원해왔던 각종 문화 프로젝트 모음입니다.  런던올림픽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하는 컬쳐 올림피아드에서는 크게 여섯가지 주제로 나뉘어서 장기 프로젝트를 시행해 왔습니다.  


컬쳐올림피아드를 대표하는 다양한 분야들 (출처: 런던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혹시 제가 지난달에 소개드린 영국 교도소 음악회 포스팅이 기억 나시나요? 이 프로젝트는 창작음악 분야에서 컬쳐올림피아드의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작품 중 하나랍니다.  (영국 교도소의 아주 특별한 음악회 보러가기)  또한 Rei Moon님이 소개하신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 A Bigger Picture도 이 컬쳐 올림피아드의 일환으로 개최된 행사랍니다 (관련 포스팅 보러가기)


이렇게 미리부터 전시 등으로 발표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결과물로서 공연이나 전시를 하게 될 경우 그 무대가 바로 런던 2012 페스티벌입니다.  그러므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색다른 컨셉의 프로덕션 결과물들을 접할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행사들이 이어질 것이 분명하지요.  컬쳐올림피아드에서 준비된 작품 뿐만 아니라, 영국을 대표하거나 런던올림픽과 연관성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행사들이 준비중이랍니다.





런던 2012 페스티벌 행사 소개


미술, 영화, 음악, 무용, 연극, 패션, 요리 등 수많은 분야의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중이고 그 수가 1000개에 이른다고 하니,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런던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도 아예 검색기능을 설치해두고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분야를 날짜별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답니다.


1000개에 이르는 행사들을 검색하는 도구(출처: 런던 2012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특히, 이 행사들 중 무료로 입장하거나 따로 예약이 필요하지 않은 야외 행사들도 매우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고도 없이 출현해서 선보이는 게릴라성 퍼포먼스도 다수 등장할 예정이라고 하니, 올림픽을 맞이해서 런던을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선수들 및 기자들은 눈과 귀가 심심할 사이가 없을 것 같네요.  


코벤트 가든의 거리의 마술사.  이런 분들이 런던 전역에 등장하려나요? ©aarhustech.dk




Secrets: Hidden London - 런던 구석구석을 집중탐색한다!


런던에서 유명한 장소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조용한 구역들에 관심을 기울이기 위한 일환으로 런던 구석구석에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되는데, 그 중 하나는 신진작곡가 미란 칼릭스(Miran Calix)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Nothing is Set in Stone입니다. 레드브리지 구역의 조용한 공원에 설치될 이 작품은 소리와 감각으로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사운드시스템을 개발하고 활용하였습니다. 


미란 칼릭스의 전시물이 설치될 페어롭 워터스(Fairlop Waters)공원





슈톡하우젠의 오페라 "빛" 중에서 "수요일" (Mittwoch aus Licht) 런던초연


칼하인즈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은 20세기를 풍미했던 작곡가이자 전자음악의 선구자입니다.  독일 출신의 이 작곡가의 작품은 영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슈톡하우젠이 인생의 후반기에 무려 25년간 작곡에 몰두했던 초대형 오페라 모음인 빛(Licht) 시리즈는 각 요일 이름을 딴 제목의 7개의 오페라들로, 총 연주시간이 29시간에 달한답니다.  이 일곱개의 오페라는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연이 되었지만, 이 "수요일"만큼은 각기 다른 장면들을 수용해야 하는 공간과 비용의 문제로 단 한번도 다같이 초연이 된 적이 없었지요.  하지만 이번 런던 2012 페스티발에서 야심차게 초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곡가 슈톡하우젠 ©Boris Braunstorfinger


이 오페라가 온전히 초연되기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제 3막에 나오는 "헬리콥터 현악사중주(Helicopter Streichquartett)"일 것입니다.  이 작품은 네 명의 연주자가 각자 조종사가 딸린 헬리콥터를 타고 원격으로 지원되는 큐 사인에 맟춰서 연주를 감행하는 것으로, 이 소리와 장면이 모두 실시간으로 연주홀 내 전광판에 게시가 되고 관객들은 그 전광판을 통해 네 명이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서로 호흡을 맟춰야 하는 실내악 연주자들이 헬리콥터라는 최악의 환경에 고립된 채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며 팀워크를 과시해야 하는 것이죠.  이 작품은 본래 잘쯔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초연될 예정이었으나, 환경운동가들의 반대에 부딫혀 무산 된 후, 네덜란드에서 1995년에 초연되었다고 합니다. 


헬리콥터 현악사중주의 독일 초연 기념사진.  음악적으로 큰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Christian Bort


평소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초대형 프로덕션과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들, 이들은 2012년 런던 페스티벌을 통해 다같이 빛을 발하게 됩니다.  올해 여름 런던이 기대되는 큰 이유가 또 하나 늘었군요.  당장 비행기 표부터 사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