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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태교일기

대한민국 부모

잠실역 8호선 구역에 몇달 전에 생긴 일라딘 중고서점에 기회가 될 때마다 들른다.  충동구매로 책을 사기에 적절한 가격들의 중고책들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 
들어가면 정면에 계산대가 있고 거길 지나서 약간 오른쪽에 육아서적들이 많이 꽃혀있는데, 닥치는대로 읽기를 몇달째 하고 나니 수많은 방법론들에 대한 의심과 회의감이 약간씩 들기 시작했다. 조금 멍하게 책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소 적나라한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 부모

심리학자와 교육학자로 이루어진 세명의 공동저자가 집필한 다소 무거운 주제의 책이었다. 처음에는 문제학생들의 정신병적 증상들을 상담사례 위주로 소개하고, 이후에 부모들의 증상, 부부관계, 가족구성원의 각자의 입장,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육과 사회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을 던진다. "우리 아이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반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책에선 인상깊은 글들이 많았지만
나에겐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가지가 기억이 남는다.

1. 아이의 감정을 그 자체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부모의 정신적 희생.
우리가 물질적인 희생만 생각하고 생색내는 사이에 아이는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며 기계로 취급되기 쉽다. 그렇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부모가 자신의 여러가지 욕구와 감정을 한켠으로 제쳐놓고 아이의 것을 최우선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2. 아이에게서 원하는 것은 부모 자신에게서 부족한것. 아이를 통해 채우려 하지 말고 부모 스스로 해결할 것.
우리 자신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우리 아이만은 더 '의미있는 삶'을 살길 바라는 것은 아닌가? 아이에게 공허한 외침을 하기에 앞서서 부모 본인이 온전한 삶을 살아야 한다. "나처럼 되지 말아라"라고 하는 부모에게서 아이는 자기부정이라는 나쁜 태도를 본받을 뿐이다.

그나저나 이 책을 읽은 것 자체가 아이를 시댁에 잠시 맡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니 참 모순이라는 생각이...
육아에는 정말 정답이 없는 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