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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음악과 함께 하는 일상

다섯째 아이, 케빈에 대하여, 그리고 곡쓰기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은 다작으로도 유명한데, 그 중 <다섯째 아이(The Fifth Child)>에 나오는 아기는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를 괴롭혀오고 네명의 형제들과 판이하게 다른 형상으로 이세상에 나타나 가족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The Fifth Child]

by Doris Lessing

 

경고: 임산부나 임신 예정인 사람은 읽지 말것!

 

도리스 레싱이 88년도에 쓴 

비교적 덜 유명한 책이다.

 

노벨문학상 받기 한~~~참 전인 89년에 출판된 중고책인데

작가소개란을 보니 이때 이미 쓴 책들이 20권이 넘는구나..후덜덜

 

 

문체가 시니컬한듯 아닌듯

있는 그대로 적은듯, 꼬아논듯

영국의 박완서라고나 할까 ㅋㅋ

 

Story-telling 기법도 너무 비슷하다

심지어 chapter구분도 없이 책 전체가 그냥 쭉 이어진다.

덕분에(?) 자기전에 잠깐 읽으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

이런 책 너무 싫어 ㅠㅠㅠㅠㅠ

근데 넘 좋아 ㅠㅠㅠㅠㅠㅠㅠ

(무슨 애증관계도 아니고 ㅋㅋㅋ)

 

대략 줄거리는:

60년대 자유분방한 사회상에 어울리지 않게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려 하는 젊은 부부가 자녀 4명을 낳고 남들 보란듯이 정말 잘 살다가 괴짜같은 5째 아이를 낳으면서 골머리 썩히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가정이 산산조각나고 불행해지는 스토리다.  (요약하니까 완전... ㅋ)

 

표면적으로는 이야기할머니 내지는 수다떨기인데

간접적으로 사회고발을 하게 만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뭐 저런 황당무계한 일이 다있냐, 참나~"에서부터

주류와 비주류의 의미,

정상, 비정상의 경계,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생물학적인 경계,

옳고 그름에 대한 성찰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책이다.

2008년에 싸이 미니홈피에 쓴 독후감


얼마전까지 쓴 피아노 사중주곡이 내겐 이런 감정을 안겨줬다..

기를쓰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작곡한 곡이 너무나도 말이 안되는 점이 많이 보여서 마치 괴물을 낳은 것과도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쳐다보기도 싫었고, 아무도 모르게 갖다 버리고 싶없지만 내가 탄생시킨 창조물이기에 차마 내가 외면할 수는 없고 책임을 끝까지 져야하는 위치에 있어서 어쩔수 없이 돌봐야만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악보를 들여다보면서 고치다가 지쳐서 옆에 던져버리고 며칠간 거들떠도 안보는 둥 하는 혼란스러운 시간을 거쳤다.  울고불고 하면서 조금씩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나갔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 같았고 절대로 불가능 할 거 같아서 때려치우고 싶은 느낌이 수시로 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음악이 말이 되기 시작했고, 설득력을 조금씩 지니기 시작했다.  


소설이자 영화인 <케빈에 대하여>에서 주인공 케빈은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단란한 가족의 겉모습을 지녔지만 케빈의 엄마에 대한 증오와 경멸은 무시무시했고, 아빠가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게 교묘한 역할놀이를 한 것이 더 섬뜩했다.  부부사이의 믿음과 동지애까지 갈라놓은 케빈의 이간질은 결국 케빈의 연쇄살인을 계기로 막을 내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케빈과 엄마 중 누구의 잘못으로 케빈이 사이코패스가 되었는지 분명하지 않게 설정 했다는 점에서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보다는 애매모호한, 독자의 해석의 여지가 많이 들어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됐건 결과가 파국으로 치닫았을때, 아이 옆을 끝까지 떠나지 않는 사람은 어머니라는 존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보인다.  비록 자식이 도저히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수 없는 괴물같은 존재라 할지라도 어머니는 그 곁을 지키며 끝까지 자식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것이다.  


다시 곡 이야기로 넘어와서...

이제 연주자에게 넘겨질 악보를 그 분들이 보면서 너무 크게 경악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작은 희망을 품을 뿐 이다. ㅠ  부디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에 나온 케빈처럼 세상에 큰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소망해본다.


추신: 곡을 쓰고 나니 글도 좀 파격적인 형식을 띄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