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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일상

간단한 근황(5-6월)


오늘은 진짜× 칼럼을 쓰고 자야 하는데 중2병 말기환자가 맞이하는 기말고사인 마냥 그저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하네요... ㅠ 

입시생때는 공부할 과목도 많고 작곡에 화성학에 피아노에 ....그중 제일 덜 급한 일을 해서 딴짓하는 기분으로(늘 딴짓이 더 재밌잖아요) 공부를 한 것이 결국 길게 봐선 다 필요한 공부다 보니 (천운이 따랐는지)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이제는 '일'이라고 인식되는 것 중 그 무엇도 하기 싫고 그저 눕고 싶기만 한 현상이....ㅠㅠ

결국 몸만드는 일이라도 하자 싶어서 필라테스와 스트레칭을...ㅋㅋㅋㅋ


오랫만에 블로그를 둘러봤는데, 이것 또한 참 오래 방치해 둔 것 같아서 간단하게 최근 소식 몇개 끄적이고 원래 하려던 일을 시작하려 합니다!



1. Junior is growing!

결혼과 동시에 아가가 생겨서 깨냄새는 맡아보지도 못하고 웩웩거리기를 몇달... 마치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육지가 없는 행성에서 끝없는 항해를 하는듯 네버엔딩 배멀미를 하면서 직립보행을 포기한채, '대체 이 터널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해 하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씻은듯이 나아서(?) 그러던 시절이 벌써부터 아득하게 먼 옛날처럼 느껴집니다.  이제는 왕성한 식욕에 걸맞는 소화력을 회복하여 임신 22주차인 현재는 논스톱 폭풍섭취중!  칼로리보단 영양가를 추구하며 열심히 과일과 채소를 먹어보지만, 물보다는 달달한 음료수가 땡기고 아이스크림을 보면 눈이 뒤집히는거 보니, 뱃속에 뭔가가 들어있긴 한가봅니다 ㅋㅋ  아무래도 이 페이스대로 몸무게가 는다면 만삭때는 눈사람이 되어있을듯 하여, 달다구리 자제와 운동 증가, 이 두가지를 목표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ㅠ  임산부에게 최고의 투자는 운동이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지난달에는 임산부요가를 다니고 현재는 태교발레와 필라테스를 실천중 ㅎㅎ(그런데 망할 메르스 때문에 다 휴강해서 집에서 디비디로 독학... ㅠ)


임신초기에는 이놈이 살아는 있나 불안불안했던만큼, 이제는 태동이 느껴져서 안심되고 좋을 줄로만 알았는데, 평소엔 기계체조선수 지망생이던 이녀석이 어느날은 꼭두새벽부터 아침 10시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더군요!  너무 놀라서 부랴부랴 산부인과에 달려가 초음파기를 딱 대보니 딱 엄마가 느껴지지 않을 수준으로 꾸물럭꾸물럭~ 여전히 쉴새없이 움직이는중... 

참나... 안심되면서도 약오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ㅋㅋ

이 글을 쓰고있는 순간에는 공중2회전 비틀기 착지연습을 하나봅니다.  한창 입덧할때 런던올림픽 동영상을 봤더니 아가에게 양학선 오빠가 우상인가봄.;;;;

얼마전 정밀초음파에선 모든것이 정상으로 보인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으로선 건강하게 자라 주는것 만으로도 너무너무 고마운데, 크면 클수록 욕심 또한 커지려나요?  곧 아기용품과 가구를 사려면 집에 공간을 많이 내어주어야 할텐데, 대청소(이사한지 얼마나 됐다고 ㅋㅋ)를 한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 이후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정리의 달인(마리 콘도)의 어드바이스를 참고삼아서 말이죠!



2. Workshop and seminar

전속작곡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판 앙상블과 정기적인 워크샵을 하고 세미나도 한번 열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개념예술적인 시도들에 관한 주제로 주로 제가 발표한 설치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준비가 다소 소홀해서 좀 버벅댄 것 같습니다 -_- 

워크샵에서는 그전에 쓴 The 4th Language를 가지고 몇가지 실험을 해 보다가, 앞으로는 동요 편곡 시리즈로 모음곡을 만들고 있습니다. 얼마전 <고향의 봄>을 편곡한 경험을 살려서 보다 엽기적인자유로운 방향으로~ ^^

결과발표 음악회 겸 판 앙상블의 정기연주회는 7월 2일 저녁, 성공회성당에서 열립니다.



3. Rebecca Saunders 내한

이건 조금 많이 지난 일인데, 창악회에서 5월 첫째주에 작곡가 레베카 사운더스를 초청하여 음악회와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소리와 침묵의 관계와 여백의 의미, 직감적인 타이밍, 음색 등에 관심을 많이 갖는 작곡가인데, 한국에서 실황으로 들으니 더 감명깊었습니다. 공연장 상황에 크게 구애를 받는 공간의 배치가 중요한 음악들도 있었는데, 준비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경희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제가 통역을 맡았는데, 그러다보니 100%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었고, 사운더스의 음악세계를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ㅎㅎ;;  물론 아메바 수준의 기억력으로 지금은 많이 증발되었지만요.  기회가 허락된다면 그때 휘갈겨쓴 연습장 메모를 바탕으로 작곡가 사운더스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쓰겠습니다 ㅎㅎ



4. 서울나들이

예전에는 경기도, 지금은 강동구에 살면서 서울 관광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주말에 멀리 갈게 아니라 4대문안 관광지에 숙소를 잡고 집에 갈 걱정 없이 원없이 서울구경 해보는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남편을 졸라 1박2일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첫날은 약속이 있어서 이태원에서 시작하여 인사동, 종로 청계천 등을 배회하였고, 종로의 한 모텔에서 1박을 하며 푹 쉰 후에는 광장시장에서 마약김밥과 생과일주스를 먹고 청계천따라 동대문으로 걸어가서 두타에서 쇼핑을 했습니다.  도착해서 생각 해보니 DDP는 이따금씩 가봤는데, 옷을 사러 동대문을 누빈 것은 대학생때 이후 처음 온 듯 하니, 12년만의 재방문이었습니다. 많이 변했더군요.  

거기서 택시를 타고 경복궁을 지나쳐서 "사직동, 그 가게"라는 카페 겸 상점을 들렀습니다.  티베트 난민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는데, 가면 독특한 소품들과 인도, 티벳음식 등을 접할 수 있습니다.



5. 이런 저런 공연들

이젠 입덧이 없어져서 본격적으로 문화생활을 하려.... 했습니다(메르스 때문에 외출이 꺼려지기 전까지요 ㅠ)  음악회는 요하네스 모저/윤홍천 듀오 연주회, 한양 현대음악제 등을 보러갔구요, 되도록이면 아이를 위해(!) 클래식 현대음악이 아닌 공연을 챙겨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국립극장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국립발레단이 공연한 것을 보러 갔습니다.  남편은 공연 내용보다는 국립극장 건물의 모양새와 무용수들 의상에 젖어드는 땀얼룩, 등의 비본질적인(??) 것들에 더욱 관심을 쏟는 것 같습니다 ㅋㅋ  저는 개인적으로 음악으로서의 '봄의 제전'만 접해보고 무용공연을 실제로 본것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감동적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생각처럼 어마어마하진 않군..하는 이중적인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1부에서 했던 베토벤 교향곡 7번은 아무래도 절대음악에 맞춘 안무다보니 좀 딱딱한 느낌도 들었고, 음악의시대적 배경에 걸맞지 않게 너무 미니멀한 의상과 무대가 아니었나 하는 묘한 어색함을 느꼈습니다.


2주전에는 이자람의 창작판소리 '이방인의 노래'를 보러 갔습니다.  부끄럽지만, 판소리 공연을 실제로 본 것 자체가 제겐 난생 처음인 것 같습니다.  국악공연을 종종 봐오던 터라 정말 한번도 없을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전에 본 기억이 없더군요.  봤더라도 이렇게 임팩트 있는 경험은 아니었나봅니다.  기존의 명작 판소리가 아닌, 아예 사전지식이 없는 신작 판소리다보니, 정말 판소리 본연의 기능(스토리텔링)에 충실하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자람의 소리는 그 니즈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때로는 음악가이면서, 때로는 연극인, 종종 스탠드업 코미디 수준의 넉살도 선보이며 거침없이 능숙한 무대를 선보여,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저는 이렇게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요즘 우리나라는 중동국가마냥 덥기만 하고 가뭄이 극심하여 몹쓸 바이러스나 떠돌고 정작 고랭지 채소들은 심지도 못하고 강과 하천의 물들은 심하게 말라붙어 민물고기들이 폐사한다고 하네요... 어서 비가 많이 와서 전염병도 수그러들고 자연과 동물이 제 건강을 회복하기를 기원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