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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여행과 해외체류기

팔레스타인 장벽과 사해(Dead Sea) 탐방기


작토 2012-12-24 07:04 작성 | 여행


지난 11월에 영국, 이태리, 오스트리아 방문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스라엘을 며칠 경유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대한항공 보너스 마일리지 항공권을 이용해서 귀국하게 되었는데, 잘쯔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항공편이 터무니없이 비쌌고, 공항세가 어마어마한 런던 히드로로 갈 생각을 추호도 없었던지라, 고심 끝에 같은 유럽으로 분류된 텔 아비브 공항을 친구들도 만날 겸 이용하기로 했죠.  덕분에 며칠간 이스라엘에 머물며 진짜 여행(새로운 곳으로 떠나는)을 할 기회를 얻었답니다^^

(제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어제 발행한 글이 블로그에서 삭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잠결에 아이폰으로 블로그를 보다가 삭제를 눌렀을 확률은 0에 가까운데.. 다른 원인은 도저히 떠오르는게 없네요... 일단 부랴부랴 한RSS에 가봤더니 아직 글이 살아있어서 얼른 복사해다 붙였습니다.  사진은 새로 올려야 하네요.. 쓰읍!  댓글 달아주신 분들에게도 죄송합니다 ㅠ)

여행을 계기로 생각해보니 저는 이스라엘 출신 예술가들을 의외로 많이 알고 지내고 있었습니다만, 실제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텔아비브에 사는 사진작가 보아즈와 재회하여 여행안내도 실컷 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윗 사진은 화분에서 키우던 각종 허브들을 뜯어다 만들어준 차.  컵 아랫부분에 흙 한뭉텅이가 들어간, 미네랄이 풍부한 이색적인(?) 차였습니다 ㅎㅎ

사실, 가자지구의 전쟁과도 같은 상황때문에 이스라엘행이 걱정이 되었지만, 다시 평화협정이 맺어지고 조용해 진 것 같아서 결국 여행계획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국제뉴스에 자주나오는 북한과 관련해서 한국을 매우 위험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외국인과 많이 대화를 해왔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때 이스라엘이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나저나 이스라엘을 여행한다더니 갑자기 웬 고속도로 사진?  사실은 나름대로 사연이 얽힌 곳입니다.  

출처: Wikipedia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한 나라에 공존하면서도 분리된 영역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나라나 다름없는 가자 지구와 같은 곳도 있지만, 이스라엘 전역에는 아랍인과 유대인 등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어우러져 지내는 관계로 어디부터가 이스라엘이고 어디부터가 팔레스타인인지 구별을 하기 어려운 지역도 상당히 많거든요.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곳은 크게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West Bank)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웨스트뱅크(West Bank)는 Area A, B, C로 나뉘어 이스라엘 군인과 팔레스타인 자치세력의 개입 정도에 차이를 둡니다.  지금 보이는 사진들의 길은 웨스트뱅크를 가로지르는 길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모두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적어도 10년전까지는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The Second Infitada, 또는 Al-Aqsa Infitada로 불리는 2000년부터 약 5년간 지속된 분쟁에 휘말린 이 지역은 결과적으로 이스라엘 병력이 주요 도로등 주요 거주지역들을 팔레스타인 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장벽을 세우는 결과를 낳았고,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가자지구보다는 좀 낫지만 그래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넓은 야외감옥에 갖힌 신세가 됩니다.  결국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는 형태입니다.  이스라엘인이자 유대인인 친구는 이를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옆 도로들에 소음차단을 위해 벽을 세우는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다른 사연이 있었더군요.  장벽 건너편이 팔레스타인 땅이고 이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기위한 장벽인 셈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구역 밖으로 나오려면 삼엄한 검문을 거쳐야 하고, 그 외 이스라엘의 고속도로에도 심심찮게 검문소가 나타납니다만, 이 지역에 분쟁이 사그라든지가 6년이 넘어가는 관계로 실질적인 검문은 느슨한 편입니다.  이스라엘의 군인들은 안면 식별능력이 탁월해서 1초정도 훑어보고는 차들을 지나보냈습니다.   

도로 옆 사막에는 간간히 베두인(Bedouin)족의 정착지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유목민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느라 주민법, 교육제도 등의 국가제도에 흡수되지 않고 자연과 같이 머무는 사람들입니다.  본래는 날씨와 환경에 따라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으나 주변의 (장벽을 친) 도로와 도시들, 문명의 세력확장에 짓눌려 더이상 갈 곳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요.  이-팔 분쟁의 또다른 희생양인 셈입니다. (차안에서 급하게 찍은 사진이라 별로 자세히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이날은 텔 아비브에서 두시간 거리인 사해(Dead Sea)를 다녀오기 위해 떠난 길이었습니다.  저 멀리 사해가 보이는 윗 사질 찍은 이곳은 본래 바로 앞까지 물이 있었던 옛 호텔건물인데, 사해로 흘러들어오는 요르단 강물의 대부분을 주변국에서 끌어다 쓰는 바람에 매년 1미터씩 수위가 낮아지고, 결국 호텔은 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지금은 폐허가 된 건물입니다. 현재는 홍해의 물을 끌어다 쓰는 대 운하 사업을 추진중입니다.


이미지 출처: globalwindow.org

이 지역에는 대추야자열매(date) 재배를 위한 농장과 키부츠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너무 사랑했던 Medjool date를 여기에서 키웠던 것이군요 ㅠ

휴게소에서 한상자 샀습니다.  영국에서의 수입가와 비교했을때 말도안되게 저렴했죠.. 더 살껄 ㅠ

우여곡절(?)끝에 사해의 해수욕장에 도착해서 12월의 이색 해수욕을 즐겼습니다.  좀 춥긴 했지만, 물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너무 생소하고 신기해서 추위에 떨 겨를이 없었습니다.  어릴적 과학 만화책에서 보던 느긋하게 책을 읽는 장면은 연출하기 힘들었고, 자꾸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사지를 제어하느라 허우적대로 낑낑거리기 바쁘더군요;; 게다가 소금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절대로 물을 입이나 눈에 대면 안됩니다.  그래서 모두들 조심조심 천천히 움직이고, 수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만 정신없이 허둥지둥 했죠 ㅋㅋ 물장구를 일으켜서 물이라도 튈까봐 주변에서 우려섞인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사해를 다녀온 후, 예루살렘도 잠깐 방문하고, 텔아비브도 구경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