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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음악과 함께 하는 일상

경기창작센터의 "예술로 가로지르기" 섬머아카데미 후기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하고 경기창작센터에서 주관하는 <2013 예술로 가로지르기> 섬머아카데미에 다녀왔습니다. 


4박 5일간 문화예술계에서 내노라 하는 인사들이 강연을 열고 워크샵을 진행하며 토론을 벌이는 행사를 처음으로 야심차게 개최하며 홍보를 하길래 덥썩 신청을 했죠. 신청비가 무려 5만원! 경기문화재단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나봅니다...라고 추측만 할 뿐이고.. 저는 그저 저렴한 신청비가 몹시 감사했을 뿐이고!


여는 강연으로 "나의 힘은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 있다"는 요지의 말씀을 해 주신 김 훈 소설가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경기창작센터에서 몇달간 작업을 하며 하루 세시간은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갯벌로 나가서 바다를 구경하며 노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분으로, 학교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고 연구를 하는 것처럼 게으른 것이 없으며 진정한 공부는 세상을,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집요하게 관찰하는 것에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두번째 강연자였던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님이자 전 쌈지스페이스 관장님은 이제까지의 업적으로만 해도 참으로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었습니다.  이제까지의 관행적인 미술관 운영의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끊임없이 제시해가며 시대를 앞서나간 인물이더군요!  독일의 도쿠멘타에서 아시아권으로는 처음으로 감독으로 선정이 되셨다는데.. 정말 스승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본받고 싶은 열정적이고 추진력 있으면서도 지적이고 창의적인 분이었습니다. 


시각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박찬경씨와 국악작곡가이자 <고물>동인 대표인 이태원씨의 대담은 참 뭐라고 할수 없도록 어색하게 시작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흥미진진한 토론이 되었는데, "국악"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는 것에 대한 오류에 대한 지적은 제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미국음악" 하면 떠오르는 것이 딱히 없고 좀 더 구체적으로 "로큰롤, 락, 컨튜리뮤직" 이런식으로 부르듯이 국악이라는 장르도 "서도소리, 육자배기, 시나위 등으로 세분화하여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우리들이 망각하고 있지 않았나 하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도록 지적하시더군요.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여 "국악은 없다"라고까지 말씀하셨고, 우리가 모두 국악을 싫어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넘어가야 퓨전국악이라는 말도 안되는 단어를 쓰지 않고 악기 사용에 관계없이 해금으로 탱고를 연주하건 가야금으로 사계를 타건, 그것을 "탱고", "(좀 이상한)클래식"으로 부를 안목이 생겨야 한다는 다소 강렬한 주장을 하셨습니다.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여" 라고 외치는 이유는 국악을 싫어하는데 그게 죄가 되는 사회적 환경때문이며 사실상 히틀러가 독재하던 시기나 다름없는 미친소리라는 주장 또한 하셨습니다.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으므로 이 분의 말씀은 여기까지만 전달...^^;;;


첫날 저녁에는 파티가 차려졌었는데 맥주 2만cc 와 국수가 마련되어 있었죠! 나중에는 DJ의 공연이 있었는데, 젊은 대학생들의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어떻게 쉬지도 않고 뜀박질을 하면서 춤을 추지?  나이먹은 저와 제 친구들은 좀있다 조심스레 빠져나와서 숙소로 돌아왔답니다 ㅋ

제가 갔던 섹션 워크샵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양아치씨의 강연이었습니다(이 분 예명이 "양아치"입니다. 오해마시길^^). 첫 시작으로 참석자 한 분을 지목하여 준비해오신 프레젠테이션 스크린에 적힌 핸드폰 번호로 무작정 전화를 걸어서 대화를 나눈 후 그 사람의 얼굴을 추측하여 그리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실제 인물 사진을 비교하며 보여줬을 때 놀랍게도 비슷한 이미지의 형상을 띄고 있었습니다.

양아치씨가 관심을 갖는 주제는 예술가가 임하는 자신의 분야의 핵심 요소가 배제가 되었을때 작업이 가능한지 여부였습니다.  저희에게 질문을 던졌을때 제가 어찌하다 답을 하게 되었는데, 저 또한 소리를 배제한 음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음악이라는 것이 소리가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시간예술이라는 측면에만 집중을 한다면 여러 이벤트/제스쳐들의 연속이 될 수 있는 것인가?  특정한 예술분야(음악)의 바운더리를 건드려보는 시도를 하다보면 행위예술에 가까운 곡이 써지기도 하는데, 제 고민의 산물인 것 같습니다. 

양아치씨는 전기전자를 활용하지 않은 미디어아트에 대한 고민과 시도를 많이 한 사람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media적 존재가 있다는 측면에서 봤을때 최면을 활용하여 작업을 시도해 보기도 하였으며 새로운 엘리트 미디어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제안을 펼치기도 하였습니다. 

질의응답시간에도 많은 어록을 남겼는데 그중 와닿는 것들로는:

"재미로 한다" (왜 예술을 하세요?)

"사막 밖의 관객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강연중에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사람 사진을 보여주며 관객은 이 사진 밖에 있다고 이야기 했고, 질문자는 관객들은 어떻게 챙기시냐고 물었던 것 같다)

"예술가 = 질문을 하는 사람"

"예술과 예술품(특히 상업적인 것)은 별개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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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에는 문화기획가이자 건축가인 조윤석님의 워크샵에 참여했습니다.  어찌하다보니 제가 주저리주저리 말도 많고 질문도 많았는데, "생활공동체"라는 주제에 완전히 몰입하고 열정을 투입하고 계신 분이다보니 공동체라는 화두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전자(원자가 아닌)와 같은 사람들이 밥알들을 찰지게 붙여주듯이 이리저리 붙어서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구성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씀이 와닿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순서를 매기면

1.정치/경제 

2. 문화/예술

3. 도덕/윤리


이렇게 된다고 하시더군요.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흥미로웠습니다.  


셋째날엔 절친 포근양과 근처 마을을 지나 서해바다 갯벌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마을에 이렇게 벽화들이 그려져 있네요~



갯벌체험을 위한 경운기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장난이 아니었음 ㅋㅋ

다큐에서만 보던 갯벌. 게들이 게눈 감추듯 사라져서 가까이서는 도저히 볼 수가 없더군요.  

난생 처음 보는 진풍경이었습니다.


본의아니게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지만 참으로 유익했고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한 주였습니다. 제가 하는 작업들에 자신감을 많이 실어줄 수 있었고, 다시금 힘을 얻을 수 있어서 그런지 오늘 하루는 곡을 쓰는데도 집중이 잘 되더군요.  책으로만 습득하고 이론으로만 많이 배우는 것은 김 훈 소설가의 말씀으로는 게으른 짓이지만, 가끔씩은 숨쉬기 위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