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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음악감상실

Staff Benda Bilili - 콩고의 희망의 상징인 장애인 밴드


영국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프랑스 음식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브릿팝 스타들 뿐만이 아니라, 변두리 취급에 동의하지 않는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들, 예를들어 우리나라 교과서에서 음악의 어머니라고 불리웠던 조지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andel),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 등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세기부터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다량 유입된 인도의 문화와 음악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 이민 온 사람들의 음악이 공존하여 이들을 열린 사고로 맞이하는 개방적인 곳이 바로 런던의 음악 무대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활성화 되어있지는 않은 장르인 월드뮤직(world music)의 시장도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본래 월드뮤직은 서양음악(western music)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다른 문화권에서 서양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완전히 새로운 재료와 철학 등을 담은 음악을 뜻 했습니다. 그러므로 서양권 문화의 기준으로는 한국의 전통음악도 월드뮤직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 개념이 조금 변질되어서 다른 문화권의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서양의 화성과 대중음악의 비트와 버무려서 조금 색다르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글로벌 퓨전(global fusion) 또는 월드비트(Worldbeat)음악을 주로 떠오르게 되었답니다. 우리나라 음악으로 치자면 퓨전국악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리하여 이전의 월드뮤직 개념은 점차 종족음악학(ethnomusicology)이라는 학문적 연구대상으로 한정되어가고 있습니다.)

안은경 Purity(Ahn Eun Kyung Purity)
1.눈물꽃지다 (Tear-flower falls) 

전주세계소리축제 2012 소리 프론티어


월드뮤직의 세계에서는 아프리카 민속음악의 복합적이며 경쾌한 리듬에 매료되었던 시절이 벌써 수십년전인 관계로 어지간한 아프리카 풍 월드뮤직은 더이상 크게 주목을 끌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밴드가 서양권에서 인기를 끌며 단연 최고의 화젯거리로 지난 몇년간 글래스턴버리 등 주요 뮤직 페스티벌에 출연해가며 명성을 쌓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콩고출신의 밴드 Staff Benda Bilili(스태프 벤다 빌리리)!

 

콩고 출신인 이들은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콩고의 수도 킨샤샤의 한 동물원에 노숙하며 버스킹을 하던 소아마비 환자들이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들은 남의 노래를 부르지 않고 직접 작곡을 했고, 음악이 생동감이 넘쳤다는 것 정도였겠지요. 하지만 프랑스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인 레노 바레(Renaud Barret)2004년에 콩고를 여행하면서 이들의 리허설 장면과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직도 동물원 앞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콩고에 머물고 있던 여자친구를 방문하러 킨샤샤에 왔다가 도시의 색다른 에너지에 감명을 받은 레노 바레는 친구와 무려 6년을 콩고에 살면서 닥치는대로 킨샤샤의 길거리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룸바, 펑크와 민속음악을 아무렇게나 버무린 스태프 벤다 빌릴리의 버스킹 소리를 듣고 큰 충격에 빠진 레노 바레는 이들에게 음반을 발매하라는 제안을 하고, 그들을 홍보하기 위한 자료로 리허설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였죠.

우여곡절 끝에 Crammed Discs 레이블사에서 프로듀서 빈센트 케니스(Vincent Kenis)의 제작으로 음반이 발매되었고 2009년에는 런던 바비칸(Barbican) 홀에서 데뷔공연을 치루게 됩니다. 그동안 레노 바레와 그의 친구는 프랑스로 돌아와 자신들이 촬영한 막대한 자료를 편집하여 다큐를 완성하지요. 이 다큐영화는 올해 3월 개봉되었습니다.

 

글래스턴버리, Aldeburgh 페스티벌 등 영국의 주요 페스티벌들을 휩쓸고 있는 이들은 다가오는 96일에 BBC 프롬스에 초청받아 로얄 알버트 홀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국 최고의 무대인 프롬스에 서기까지 이들의 여정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앞으로의 활약을 다같이 지켜볼까요?

 

다큐 트레일러

 

 장애인 올림픽을 맞이하여 헤지스스토리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