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느린 음악을 쓰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도록 느리게 쓰는 대가 작곡가들 앞에선 명함도 못내밀죠!
느린 곡의 예 - 고레츠키 3번 교향곡(Henryk Gorecki Symphony No. 3
다음뮤직으로 듣기 (주의: 다 듣는데 1시간 가까이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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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예술하면 둘째가라 서러워할 존 케이지(John Cage)의 음악 중에, "최대한 느리게(as slow as possible) 연주할 것"이라고 지시사항이 적혀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대체 얼마나 느려야 "최대한 느리게"인걸까요?
그 의문을 지금 독일에서 풀기 위해 옛 동독지역의 작은 마을 교회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에서 지금도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할버슈타트(Halberstadt)라는 이 곳의 교회에 설치된 오르간에서는 존 케이지가 작곡한 "Organ2/ASLSP" (ASLSP는 As SLow aS Possible의 약자)가 현재 13년째 연주되고 있습니다.
본래 피아노용으로 1985년에 작곡되고 1987년에 오르간 용으로 편곡이 된 이 곡이 작곡된 지 10년이 지난 1997년에 트로싱겐(Trossingen)에서 열린 오르간 심포지엄에서 이 곡을 대체 어떻게 해석하여 연주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오르가니스트, 엔지니어, 설계사, 음악학자 등이 모여서 내린 결론으로는 이 곡은 이론적으로는 영원히 연주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는 파이프오르간의 자연수명에 따라 연주시간이 달라질 것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렸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조율법에 따른 옥타브 내 12음이 모두 존재하는 오르간이 최초로 만들어진 곳이 할버슈타트이고 이는 1361년에 일어난 일입니다. 만약 2000년에 연주를 시작한다 가정하였을때 2000 - 1361 = 639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그리하여 상징적인 의미로 할버슈타트에서 639년간 연주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
참으로 케이지esque한 결정이 아닐 수가 없군요.
이렇게 느려터진(?) 존 케이지의 곡은, 음이 바뀌는 주기가 1년이 넘습니다. 보통 음악에서 아주 긴 음도 몇초가 넘어가지 않는 걸 생각한다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속도이지요.. 그래서 음이 바뀌는 중요한 순간을 사람들이 놓치고 싶지 않아서 직접 목격하러 성당으로 삼삼오오 몰려옵니다..
2012년 7월 5일에 마지막으로 음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이는 도(가온C에서 두 옥타브 아래)와 레b (앞전에 말씀드린 도와 같은 음역대, 즉 바로 윗 음)입니다. 이 두 음은 15개월간 지속될 예정입니다. 참고로, 곡 전체에 통틀어서 이 음높이의 도는 36년, 레는 약 60년 가량 울려퍼질 예정.
현재까지 열두번 음이 바뀐 적이 있었는데, 13번째로 음이 바뀌는 날은 2013년 10월 5일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 독일에 여행하시는 분은 한번 방문해 볼 만 한..........가요?!?!?!!!??? ^^;;
보통 음이 바뀌는 날엔 수백명의 관광객과 음악애호가들이 모이는 걸 감안한다면, 이 날은 일찌감치 도착해서 좋은 자리를 맡은 후 가까이서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하는것도 즐거운 추억일 것 같습니다!
2640년까지 울려퍼질 존 케이지의 ASLSP! 벌써 곡이 상당히 진행 되었으니 조금이라도 라이브로 직접 ASLSP 오르간 버젼을 들으실 분들은 늦기 전에 독일 행을 서둘러 주세요! ㅋ
주소: Burchardikirche
Am Kloster 1
38820 Halberstadt, DEUTSCHLAND
자료출처: http://www.john-cage.halberstadt.de
2013/03/17 - 4분 33초의 스펙터클한 연주 - 존 케이지의 음악은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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