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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추억

운동권 시절 암호문으로 오해받았던 작곡과 선배님의 악보


당시 프리첼에 내가 올린 지하철 글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라며 들려주셨던 선배님의 일화:

2002-12-16 오후 11:36:51

나도 버스에서 악보 보다가 황당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지..

 

내가 1,2학년 때인 97~98년도때 선배하고 같이 스터디를 했었걸랑.

 

'쉐퍼 작곡입문' 이라는 책으로 공부했는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온통 희한한 현대 음악 악보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야..

 

근디 스터디를 하는 날이 마침 우리 학교에서 8.15 범국민 축제를 했던 날이었지.

 

지금은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불과 몇년전인 그 당시만 해도 학생들

 

가방을 일일이 수색하고 그런 집회가 있는 날은 학교 길목에서

 

학생증이 없는 사람은 학교에 출입을 시키지 않았었걸랑.

 

학교로 올라가는길에 쉐퍼 책을 보고 있었는데 전경들이 딱 길을

 

막더니 버스 승객들에게 학생증과 수색을 요구하더군.

 

근디 때마침 학생증이 없던 나는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지.

 

한 정경이 운동권 처럼 생긴 나의 외모(?)를 주시하더니 내가 보는 책을 보고

 

무슨 책이냐고 물으면서 다짜고짜 내리라고 하더군.

 

내려서 무슨 공안담당인지 하는 사람이 쉐퍼 작곡입문 책을 보고

 

"이거 무슨 암호문이야. 이거 너네들 지령이 적힌거 아냐?"

 

하면서 묻더군.-_-

 

내가 악보라고 하자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구.

 

암튼 음대 행정실에 전화해서 내 학번하구 이름하고 확인한 다음에

 

풀어주긴 했는데 어찌나 황당하던지..



듣고 기절할뻔 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B. Schaeffer

대략 이런 악보였나요 선배님? 크흨..
이렇게 암호와 같은 현대음악 그래픽 스코어들을 보면 대략 난감한것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일;;; 
이런것도 나름 유행인 듯 한게, 이제는 악보들이 그냥 평이해지고, 결국 연주자가 편하게 읽고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악보의 주된 기능인만큼, 기존의 5선지에 콩나물로 기보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악보가 다시 대세(?)인 것 같다.  나름 일탈로도 볼수 있는 그래픽 스코어의 반세기 역사는 그렇게 막을 내리는가...ㅋ

그래픽이 들어간 악보가 운동권들의 지령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포복절도 했던 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