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모두 겪은 2015년...

작곡 발표 5회, 연주 1회에 렉쳐콘서트 1회를 했습니다. 그러느라 입덧하며 곡을 쓰기도 하고... (다행히 과일은 입에맞아 굶지 않고 버텨서 1키로만 빠졌네요)

1월에는 토이피아노를 들고 선배분의 공연에 출연! 그날 으슬으슬했던게 알고보니 임신 초기 증상이었죠 ㅎㅎ

이후 2월, 4월(두곡), 7월, 10월에 발표를 하고, 9월말엔 렉쳐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절대안정을 취하느라 약 3개월간 은둔생활을 한 후 5월부터는 주말마다 나들이를 다니고 여름에는 거제도에 여행도 갔습니다.

외도♡

노산아닌 노산인지라 다가오는 출산과 육아가 걱정되어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두고자 5월부터 아이 낳는 날까지 여러 운동들을 했습니다. 특히 7월부턴 수영삼매경에 빠져서 8시 땡하면 집밖을 나가는 일상이 반복되었죠. 이미 이때부터 가진통이 시작되어 긴긴 하루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에 비하면 천국이었지만 ㅎㅎㅎㅎ

각종 육아용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것저것 사모으기 시작한 시기 ㅋㅋ

결국 예정일을 8일 넘기고 아이가 태어나서 병원에 투숙! 양수 터진후 만 이틀만에 아이가 나와서 총 입원기간은 4빅5일 ㄷㄷ

자세한 출산 비하인드 스토리는 나중에 공개합죠...

자연분만, 모유수유... 많은 엄마들이 바라지만 결코 저절로 되지 않는 것들이었는데 우여곡절끝에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아이한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하며 큰소리 차는 엄마가 될지도 ㅠ

태어난 직후부터 이뻤지만, 50일무렵부터가 본격적으로 귀여움이 폭발하던 시기인듯...♡

제법 저도 몸이 회복되었고 방학도 맞이하고 해서 주중엔 독박육아 ㅎㅎ

의식이 또렷하고 의사표현이 분명한 두달반 아가를 키우며 한 해를 마무리 했습니다 ㅎㅎ

3년간 강의를 하며 노하우를 쌓아나가고, 문화+서울 칼럼을 매달 쓰면서 글쓰기의 명맥을 이어나갔으며 곡발표와 워크샵을 하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임신기간을 나름 알차게 보낸거 같습니다만, 무엇보다도 건강한 아이를 낳은 것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복된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2016년에는 더욱 더 일과 육아를 양립하며 보람된 한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이만 아이 기저귀를 갈러 ㄱㄱ...(이 글 쓰고 있는데 옆에서 어마어마한 응가ing 사운드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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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aybemustbe.tistory.com BlogIcon lifewithJ.S 2016.02.01 2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5년이 어마어마하셨겠어요, 아가 크는거 잘 보고 있습니다. :)
    희원이는 저희 주원이랑 이름도 비스무레 한것이 왠지 더 정이 가요. ㅎㅎ
    엄마대 엄마, 81년생대 81년생으로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6.02.17 1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감사해요! 이제서야 답글을...^^;; 정말 주원이 동생 희원이 하면 되겠어요! 나이는 같은데도 엄청 인생선배(?) 같으네요. ㅎㅎ 같은 81년생끼리 힘내보아요~! 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해 첫 글은 신년다짐(New Year's resolution)으로 채우려 했으나...

귀차니즘과 벼락치기즘으로 인해 아직 제대로 생각의 정리를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같이 목표 세우기 위해 오늘 모이기로 한 친구들은 다들 일이 있다고 약속 취소..ㅠ

저도 덩달아 팔자에도 없던 작곡레슨이 새해벽두부터 오전 오후 합쳐서 두시간이나 생긴 관계로..

2일이나 3일은 되어야 종이를 펴들고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싶네요..

미래 계획 세우는건 제게는 취미나 다름 없습니다.

어쩔때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을때 도피행각의 일환으로 삼는 경향도 있지요.

일이 있어서 외출하다 오는길 지하철에서, 또는 여행하다 오는 길 비행기 안에서가 가장 계획이 잘 세워집니다.  아무래도 내일은 또다른 시작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면서 계획을 세우는건 오래 해온 일은 아니고 이제 한 3년째정도 된 것 같습니다.  유학시절에 영국 친구가 너무 캐쥬얼하게 "What's your New Year's resolution?"이라고 제게 물어봤던게 화근이었죠 ㅎㅎ


---이것으로 잡담은 끝내고---


지난 11월에 지냈던 베네치아에서 인터뷰를 한 것이 아틀리에 플레인 베니스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스샷만 가져다 왔으니 실제 동영상을 보시려면 링크타고 가셔야 합니다^^

그럼 즐감하세요^^


관련글: 2012/12/03 - 토이피아노 고친 후 베네치아 바닷가 즉흥공연 한 날

출처: plainvenice.com

플레인 베니스의 율마와 수는 지금도 계속 레지던시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블로그에 가셔서 신청도 하시고, 베네치아 놀러가시 분들도 방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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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essiahnh.tistory.com BlogIcon 성현아이 2013.01.01 18: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피아노~저는 그저 신기하다는~ㅎㅎ

  2. Favicon of https://arthurjung.tistory.com BlogIcon Arthur Jung 2013.01.01 1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뷰 동영상 잘 봤습니다~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리시네요^^




(깨알같은 자랑글이니 수족위축증이 걱정되시는 분은 뒤로가기 클릭할것)

때는 2003년 10월.
모짜르테움에서 첫 학기를 시작한 것과 동시에 독일어 수업을 알아보러 잘츠부르크 국립대학의 언어연구소를 찾아갔었다.  이미 전공수업으로 시간표는 꽉 차있었지만, 독일어 공부를 안한지 너무 오래돼서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가서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바로 지금 이순간, 내가 있는 이 건물의 2층에서 약 20분 전에 외국학생을 위한 독일어 반편성 시험이 시작되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당황한 채로 무작정 시험장에 뛰쳐 들어갔더니, 굉장히 엄하게 생긴 시험감독님이 내게 오면서 늦었다고 한소리를 하셨다.  나름 사정을 설명했는데도 전혀 화를 풀지 않으셨고, 여기가 무슨 카페인줄 아냐고 매서운 눈초리로 설교하시더니 시험지를 던지다시피 하면서 주셨다.  쪼그라든 간을 붙잡고 모자라는 시간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문제들을 풀고 나서 며칠 후, 결과를 보러 갔다가 내 이름을 중급(Mittelstufe) 2반 학생 명단에서 확인하였다.  생애 처음으로 초급단계(Grundstufe) 딱지를 떼는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게다가 중급 1반을 건너뛰고! (이런 깨알같은 사소한 일에 기쁨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첫 수업날, 한 반에 60명도 넘는 학생들이 앉아있던 빽빽한 교실에 찾아갔더니 굉장히 착하게 생긴 남자선생님이 계셨다.  목소리도 그다지 크지도 않았는데, 학생들이 떠들지 않고 거의 다 집중을 하며 듣는, 상당히 효율적인 분위기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선생님은 설명도 어찌나 명쾌한지, 내가 궁금해하고 가려워했던 독일어의 이상한 부분들을 차분하면서도 시원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듣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같은 반 학생들은 반편성 시험이 무색하게 참 말도 잘했고 대답도 적극적으로 잘 했는데, 난 그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손을 들고 발표하기가 머쓱해서, 그저 조용히 숙제만 열심히 할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1주일에 세번씩 하는 수업 중에 한번은 전공 수업과 겹쳐서 갈 수가 없었는데, 장소도 멀어서 어지간하면 포기할 만도 했던 수업을 남은 두시간이나마 눈비를 뚫고 참 악착같이 다녔던 것 같다.

바쁜 와중에 각종 숙제와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다 봤지만, 출석과 몇가지 과제가 모자라서 최고점수(1점)을 받을 수가 없었다고 선생님은 학기말에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말씀 해 주셨다.  난 어차피 학점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고, 독일어를 많이 배울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씀드렸고, 학기가 끝난 후 감사 이멜도 한통 보냈다.  

(이 한통의 메일이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잘 한 일이었는지…)

이후, 메일을 주고받으며 생각지도 않던 성적 이야기가 나왔다.  왜냐하면 난 1점과 2점 사이에 있는 애매한 위치에 있었고, 그 상황에서 선생님이 망설임 끝에 2점을 주면서 나에게 미안하게 생각해 왔던 것이었다.  난 어차피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라고 한 적도 없었고 진짜 그냥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서 들었던 것이니 전혀 상관 없다고 했는데도, 전공수업을 그렇게 많이 들어가면서 독일어 수업까지 열심히 들으러 온것이 기특하다며 그럼 그냥 1점을 주겠다고 하시는것 아닌가?!  나야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ㅎㅎ

그러던 와중에 전공 이야기도 나오고, 유학생활에 대한 수다도 떨다보니 한달동안 거의 매일 이멜을 주고받게 되었고, 다음학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이미 온갖 고민을 상담하는, 굉장히 친한 친구처럼 되어버렸다.  아쉽게도 다음학기에는 시간표 사정상 다른 분의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선생님을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서로 굉장히 반가워하며 얼마 안되는 바쁜 쉬는시간 내내 수다를 떨다 황급히 갈길을 가시곤 했다.  나는 나름대로 그렇게 많은 학생들 중에 유독 나랑만 친하신 것이 왠지 으쓱하기도 하고,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아시고 진심으로 안부를 궁금해 하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분이 잘쯔부르크에 계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은 워낙 착하기로 소문난 분이어서 모든 학생들이 좋아하는 분이었다.  수업이 시작된지 두어달이 지났을 때부터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서 선생님과 같이 사진을 찍으려 했고, 내 음악회 뒷풀이나 생일파티에 오셨을때는 다른 친구들이 더 반가워 하면서 대화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외롭고 어리둥절했던 유학생활의 초기에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분과 알고 지내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돌이켜보면 철없는 푸념에 가까운 수준의 유치한 이메일을 썼을텐데 항상 자상하게 답장을 해 주시고, 그냥 쓰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지게끔 한데다 내 생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에는 조심스럽게 방향을 바로잡아 주시기도 했다.  이후에 내가 작품발표를 할 때면 청중으로 오셨다가 뒷풀이까지 와서 놀다 가셨고, 생일파티에 친구들과 다른 친한 선생님들을 초대했을 때도 꼭 한번씩 들렀다 가셨다.  

특히, 2006년 졸업연주를 위한 작곡발표회를 혼자 치룬 직후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진행이 미숙해서 상당히 늦게 끝났는데도 다 끝난 후 모든 사람과 인사를 마칠때까지 조용히 미소만 머금고 뒤에서 기다리시다가 내가 좀 한가해 졌을 때가 되어서야 나에게 오셔서 덕담을 쏟아부으셨다.  그 때의 수많은 칭찬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너는 이제 진짜 작곡가(Du bist eine echte Komponistin)"라고 하셨던 것.  심지어 기존의 작곡가들이 쓴 현대음악 작품도 종종 듣곤 하지만, 내 음악이 더 좋았다고 하신 것이다.  이 때를 계기로 나 자신도 조용한 학생으로 머물지 말고 실제로 활동하는 활발한 작곡가로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겠다고 결심하게 되었고, 마음이 위축되고 자신감이 부족할 때 지푸라기처럼 옛 칭찬들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불어넣고자 노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졸업 직후, 잘쯔부르크를 떠나기 전 여름에는 선생님과 선생님 아내와 다같이 잘쯔캄머구트로 놀러가 호수에서 수영을 하기도 했고, 인근 동굴에도 산책을 갔다 왔다.  2008년 초에 전자음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작품발표를 할 일이 있었을 때에도 만나서 회포를 풀었고, 매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고 서로의 생일 날에는 장문의 이멜이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얼마전인 2012년 12월초, 잘쯔부르크를 잠깐 방문하면서 선생님과 사모님을 다시 뵈었다.  

그동안 글로 주고받았던 깨알같은 이야기들을 다 기억하시면서 어떻게 되었는지 그 이후를 물어보셨는데, 나 자신은 이미 잊은 일들까지 있어서 내가 당황할 정도였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건 간에 항상 미소를 머금고 계신 선생님 부부는 항상 사랑의 기운을 내뿜고 계셔서 마치 치유를 받는 기분이었고, 오랫만에 독어로 이야기 하느라 버벅거리고 틀린표현을 밥먹듯이 하는 나와 대화하는 것이 어지간히 지루할 만 했는데도 계속 즐겁게 들어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난 마음 편하게 속깊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게다가 이번에 만나서는 사진도 안찍어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사진이 없다는 것도 몹시 아쉽다.  다음에 뵐 때는 더 편한 마음으로 회포를 풀고, 독일어 표현이 세련되지 않은 것이 창피해서 진솔하게 속이야기를 하는 일을 주저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겠다.

2005년 11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펌

증조 할아버지부터 4대째 같은 이름을 가진 한네스, 조상님들은 다들 직업이 Mauer(벽공)였지만 선생님만 독일어교사가 되셨다.. 둘째 아들이 베이스기타를 전공하고 비엔나에서 어렵게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내가 하는 활동에 더욱 관심을 가지시는 선생님의 아들은 사진으로만 봤지만 선생님 부부를 닮아서 그런지 참 표정이 따뜻했다.

중년의 모습이었던 10년전의 선생님은 이제는 머리카락이 완전히 은발로 변해있었다.  번개같이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붙잡고, 희미해져가는 기억들을 다시 살릴 수가 있어서 잘쯔부르크에서의 며칠은 한편으로는 참 기쁜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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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eree.tistory.com BlogIcon Mr. Tipo 2012.12.15 18: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정이 온화하셔~ 좋으신분 같으다.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12.16 0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평소 삶의 태도가 세월을 거듭할수록 외모나 분위기로 드러나는 것 같아..
      이런 분들과 알고 지내다 보면 항상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가짐을 지니고 살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돼^^

  2. Favicon of https://arthurjung.tistory.com BlogIcon Arthur Jung 2012.12.16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츠부르크에서 만난 귀인이군요^^
    사람 사이의 인연이라는 게 참 오묘한 것 같아요..
    어쩔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또 다른 때는 별일 안해도 그냥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되기도 하고..
    사랑도 그런 걸까요? ㅋ

  3. 아이구 2012.12.19 0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좋아서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나네요
    선생님도 제자도 아름다워라....




뒷북인거 알지만 너무나 아름다워서 감상을 위해 올립니다..

사진작가 보아즈와 사운드아티스트 앤디가 보내준 사진들입니다.











메사추세츠 현대미술관(Mass MoCA):















그리고, 로만이 만든 동영상:

3:35부터 제가 피아노 치는 모습이 나옵니다.

Mirror World from Roman Moshensky on Vimeo.


바르톡의 beta-chord를 사정없이 남용하는 모습이네요 ㅋ

(What is beta-chord?)


벌써 한달이 지난 일이네요.. 시간은 이렇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ㅠ


레지던시 관련 글(일부):



 작토(Jagto)를 좋아해 주시면 페북으로 업데이트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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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 이어서...
 

이 절대음감이라는 것은 입시시험이나 곡을 쓸 때 등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능력이고 오히려 음악감상에는 크게 방해가 되는 능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이에 대해 많은 환상과 오해가 있는 듯 하다.  특히 대학교 4학년 때 방송출연(?)을 계기로 실감하게 되었었는데.....



계속: 


때는 대학교 4학년의 어느 따분한 오후.
동기들, 후배들과 과방에서 의미없는 시창놀이 및 가십대결을 펼치고 있을 때 갑자기 과방 문이 열리면서 티비에 출연할 작곡과 사람 네 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딱히 바쁜 일이 없었던 나와 몇몇 후배들은 흔쾌히 출연에 동의 했고, 곧이어 인접한 강의실에 옹기종기 모였다.

이어서 들어온 피디와 카메라맨.  (혼자였는지 둘이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일단 그들의 브리핑을 들었다.

- 쇼프로에 출연할 꼬마천재가 있는데, 그 아이는 [[절대음감소녀]].  즉, 어떤 소리를 들어도 정확히 어느 음인지 맞출 수 있다고 한다.
- 그 아이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음감 안좋다면 서러울 서울대 작곡과 학생들(응?)을 불러다가 음감테스트를 하고, 그 능력을 그 천재아이와 비교를 할 것이다.
- 우리(대학생들)는 피디가 준비한 사전에 녹음된 소리들을 듣고 어느 음인지를 알아맞추면 된다.

라고 대략 설명을 듣고 나서 우리에게 들려주신 소리들...

요강 깨지는 듯한 소리
돌찢는 소리
누굴 패는듯한 둔탁한 소리
종소리인 듯 하나 음이 여러개 뒤섞여서 윙윙거리는는 소리 

등등등..한마디로 일정한 음높이가 없는 소리들이었다 




여기서 짧은 상식 한토막...


음높이를 알 수 있는 소리(악음)은 파형이 일정하고 강도와 주기가 규칙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소음이라고 칭하며 불규칙한 파형으로 인해 주기가 규칙적이지 않고 그러면 음높이를 알수 없고 추측도 할 수 없다.


윗 망치소리도 그림상으로만 보면 나름 높이가 일정한 소리이다.. 규칙적인 파형이 있기 때문. 
사실 그림이 좀 의심스럽긴 하다.. 



왼쪽처럼 복잡해 보여도 규칙적이면 음높이를 알 수있다.. 하지만 오른쪽은....영락없는 '소음'이다.. 
그러므로 타악기 중에서도 음높이가 일정한 타악기가 있고 (예:실로폰, 마림바..), 그렇지 않은 타악기(윗 오른쪽 그림의 심벌즈 소리와 같은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들은 파형이 불규칙한 소음들과, 설사 들리더라도 너무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파형이어서 한개의 음으로 들리지 않는 음들의 향연이 녹음기에서 펼쳐진 것이다..  

그나마 음높이를 추측할 수 있었던 소리들도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 음들은 피아노 건반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조율된 음이 아니라 대략 그 건반 사이의 미세하게 부정확한 음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와 파샾사이, 그러니까 파에서 반음이 채 못올라간 파+1/6음~1/4음? 정도 되는 음일 경우, 자신있게 "파다!" "파샾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 하게 되는 음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신있게 음높이를 즉석에서 말 할 수 있는 소리는 그 피디님께선 단 하나도 들려주지 않으셨다;;;

그리고 우린 사명감에 불타 위에 말한 현상을 열정적으로 설명드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관심이 없으신 듯 했다.

속이 터졌다.


어째됐건 최선을 다해 들리는 소리에 가까운 음을 맞추려고 노력해 드렸고, 그러는 장면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아가셨다.. 나의 내천자와 함께...

그 이후로 난, 방송에 언제 나올지 일정도 모르고, 어차피 먼 훗날 방송될테고, 뭔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나올테고 우린 그저 꼭두각시였을 거란 막연한 텁텁함과 찝찝함에 사로잡혀 기분이 언짢았던 관계로 그 방송에 대한 생각을 아예 접어두고 잊고 살았다.


몇 주 후...

전해들은 이야기는 내 생각보다 그닥 크게 다를것이 없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왜곡이 심했다는게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화면은 두갈래로 나뉘고:
우리가 레-레샾 사이의 미분음을 듣고 갸우뚱 하는 동안 천재소녀는 레!라고 자신있게 외치는 장면.
전자음악실에서 분석 한 결과 레에 가깝다는...그러므로 천재소녀가 더 잘듣는다는 결론(?)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악플이 난무했다는 뒷이야기도 들었다..
서울대 작곡과 가면 저런거 배워요? 라는 댓글도 있었다는군.





아햏햏..




얼마전에 방송사 맛집소개의 허구성을 낯뜨겁게 파헤친 트루맛 쇼라는 다큐를 보면서 떠오른,
암흑과 같던 대학교 4학년을 돌이켜봤을때 참 색다르게 달달하고 텁텁했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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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ioEs 2012.03.24 1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궁금한건 출연료를 받았는지 여부... !!

  2. Favicon of https://tranky.tistory.com BlogIcon 라플란드 :) 2012.03.25 0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방송이라는 게 참....
    하긴, 뭐 우리나라만 그렇겠어요.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 너무 싫지만, 이건 좀 너무하네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3.29 02: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네..아예 방송을 안봤어요 혈압오를까봐요..ㅋㅋ
      그래서 그런지, 별로 억울하거나 분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좀 재밌고 씁쓸했죠 ㅎㅎ

  3. Favicon of http://afmrala.tistory.com BlogIcon 라온라라 2012.03.26 1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편도 잘 봤습니다... 뭐 방송조작은 일상이죠-_-)b 절대음감은 없어도 그냥 노래에 대한 감만 좋으면 세상을 살아가며 노래를 하는것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가수도, 음악 관련도 아닌 일반인은 그저 신기한 세상 :)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3.29 02: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내막을 알면 전혀 신기하지 않아요 ^^
      사실 절대음감은 없어도 노래는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더 잘 즐길 수 있고요.. 오히려 부러울때도 있어요 ㅠ 저는 노래는 젬병이거든요 ㅠㅠㅠㅠㅠ

  4. Favicon of http://afmrala.tistory.com BlogIcon 라온라라 2012.03.30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노래가 잼병이라니 .... 절대음감... 막 만화나 드라마에서처럼 딱 듣고 뭐라고 맞추고 다 그럴 줄 알았음-_ㅠ 역시 사람은 이렇게 배워야해요.-_-)!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4.01 1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확한 음높이라면 딱 알수있긴 하죠.. 하지만 타악기소린...좀 곤란하다능^^;;
      제 목소리는...ㅠ 조금만 올라가면 갈라지고 메이고 난리도 아니라서 노래방 가서도 잔잔한 남자노래만 불러요 ㅋㅋ흑흑

  5. Favicon of http://afmrala.tistory.com BlogIcon 라온라라 2012.04.02 0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음감보다 중요한 목소리... 저도 목소리가 여자치곤 와일드해서-_-)b 롸커로 통합니다 친구들 사이에 ㅋㅋ 소녀시대고 카라고 없음. 다 롹으로 부를 뿐! 사실 예쁘게 올라가질 않아서 그런거ㅠㅠ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4.05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흐흐...그러시군요... 롹커의 카리스마있는 목소리가 왜 생겼는지는 다른이들이 알 필요는 없으니까 그대로 밀고 나가시면 되겠어요 ㅋㅋㅋ

  6. Favicon of https://connieuk.tistory.com BlogIcon 영국품절녀 2012.04.05 07: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대음감.. 잘 읽고 갑니다.
    참, 말씀하신 대로 런던에서 한 번 만나면 좋을 것 같아요.
    작토님이 괜찮은 페스티발있으면 알려 주세요. ^^

  7. Favicon of https://mrdragonfly1234.tistory.com BlogIcon mrdragonfly1234 2012.06.16 08: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토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식당 비디오 잘 봤습니다. 머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보고나니 씁쓸하네요... 식당 소개할때 나오는 성우 목소리요.. 배한성씨 인가, 갑자기 배한성씨 가 좀 불쌍한 생각이 드네요... 어느 드라마 였지요 원빈이 나오는 드라마, 제 와이프가 옛날에 보던거... "너, 얼마면 되겠어? " 이게 진짜군요.. 누구나 뭐든지 가격이 존재한다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6.16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씁쓸함의 극한을 체험하게 해주는 다큐였어요.. 최고! ㅎㅎ 요즘 드는 생각이... 한국만큼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도 찾아보기 힘들거 같다는...;; 미국도 왠지 이정도는 아닐 거 같아서요;

  8. Favicon of http://classika.egloos.com BlogIcon 푸하하 2012.09.13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푸하하 너무 재밌어요.
    요즘 취미로 작곡 공부를 시작해서 앞으로도 자주 놀러올게요!!!
    아 작곡하시는 거 넘 부러워요 ㅠㅠ

  9. ㅇㅁㄴㅇ 2012.11.24 15: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 그 방송 본 적이 있어요!!기억남 기억남!!ㅋㅋㅋ
    아..이런 조작이 있었다니....그 당시 그 초등학생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01.01 15: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오옷! 그걸 기억하신다구요! 벌써 10년 전 일인데..
      그 학생은 음감은 뛰어나니까 음악을 전공을 했을...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10. BlogIcon rhdnjswnszx 2013.01.15 2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합니다......
    저두 절대음감인데(그냥 어릴때 피아노 조금 쳤는데 생겨있네?) 절대음감은 모두 천재인줄아나....
    제가 절대음감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해주면 모두들 웃으며 놀립니다ㅠㅠ
    그러다 피아노 어플로 증명이라도 해주면 완전놀라면서 음악도 못하는 니가 어떻게???!!!!!!!라고 말합니다ㅠㅠ
    아놔 그냥 음이 들리는것 뿐이라구....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8.15 14: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ㅋㅋㅋ친구들 반응 재밌네요..
      저도 사람들과 어울린 자리에서 누가 기타로 반주할때 코드같은거 바로 이야기하면 화들짝 놀라요 ㅎㅎ
      절대음감은 음악적 재능의 여러부분 중 하나일 뿐인데, 이걸 전부인 것 처럼 생각들을 하죠..ㅎㅎ
      그런데 타고난 것 도 있는 거 같아요. 피아노를 아무리 많이 배워도 음감이 안생기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11. 작곡어려워 2013.12.05 0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곡공부 독학으로 하는 학생인데요 혼자 하려니까 어렵네요 ㅜㅜㅜ 온음과 반음 개념에 대해서 미파 시도가 반음이잖아요 그런데 파랑 솔샵이나 솔과 라샵 도와 레샵 이런 건 뭐예요? 온음더하기 반음인데 온음도 아니고 반음도 아닌가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12.07 0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쉽지 않으시죠? 금방 감 잡으실거에요^^
      음과 음 사이(음정)를 재는 용어로 반음과 온음도 있지만 "도"라는 단위의 숫자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 미-파, 시-도와 같은 반음은 단2도, 그렇지 않은 온음은 장2도입니다.
      말씀하신 음정(파-솔#, 도-레#)은 증2도랍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jwelmu&logNo=150166233797 잠시 검색 해봤는데 이게 제일 깔끔하게 설명 되어있네요~
      화이팅입니다!

  12. rosee 2015.02.01 2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대음감.. 잘읽고 배우고 갑니다.. 저는 상대음감보다 절대음감이 강한 사람이라 공감됩니다 !! ㅠㅠ 제 친구들한테 해주고싶은말 그대로 쓰신거같아요 ㅠㅠ
    절대음감하면 다들 '우아' '신기하다'이러는데 솔까 음악 감상과 노래를 부르는데에 상대음감이 오히려 더 좋지않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13. rosee 2015.02.01 2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대음감.. 잘읽고 배우고 갑니다.. 저는 상대음감보다 절대음감이 강한 사람이라 공감됩니다 !! ㅠㅠ 제 친구들한테 해주고싶은말 그대로 쓰신거같아요 ㅠㅠ
    절대음감하면 다들 '우아' '신기하다'이러는데 솔까 음악 감상과 노래를 부르는데에 상대음감이 오히려 더 좋지않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작곡을 전공하다가 일개 학생신분에서 벗어나 작곡가로서 거듭나는 과정으로는 누군가에게 작품을 위촉받아 자신의 창작의 댓가를 금전적으로 받는 일이 생기는 것이 포함되지 않을까?

오랜 세월동안 막연히 동경만 하던 일이 나에게도 드디어 이루어졌었다.

사연을 이야기 하자면 좀 길다...


때는 2004년 여름.  오스트리아로 유학 온지 1년이 되어갈 때였다.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으로 온갖 희한한 과목들로 시간표를 꽉꽉 채워왔던 지난 두 학기...
덕분에 되려 작곡에 소홀하게 되고 지도교수님이 약간 기분이 언짢으신 듯 했기 때문에 꾸역꾸역 현악 사중주 곡도 완성해서 콩쿨에 내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빨래도 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첫 1년을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하얗게 불태우고 지칠대로 지쳐 슬럼프가 찾아왔던 여름방학.
수업이 없으니 제대로 된 곡을 써야 했지만, 집주인의 시집살이(?)를 못견디고 기어이 이사를 가는 등, 각종 딴짓에 여념이 없었던데다, 원하던 여행도 제대로 하고 싶었던 걸 보니 어지간히 곡이 쓰기 싫긴 했나보다.  

꿈에 그리던 이웃나라 스위스를 일주일에 걸쳐 다녀오던 길, 동선을 어이없이 비효율적으로 잡은 나는 스위스 서쪽 끝에서 바로 잘쯔부르크까지 하루만에 집으로 올 예정으로 일찌감치 기차에 올랐었다. 베른에서 라우터브운넨까진 무사히 왔는데, 그 이후에 기차가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을 하더니 취리히에 다 와서 제대로 문제가 생겼다....고 추측만 할 뿐 불어는 커녕 엄청난 억양의 스위스독일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난 대략 패닉상태.  

옆자리에 앉아있던 청년이 오스트리아 사투리로 승무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오옷..이건 들린다!'  귀를 있는대로 쫑긋 세우며 경청했다.  아마도 오늘 자정즘에 취리히까진 가더라도 그 이후엔 기차들이 올스톱일 거라는... !@#$% 

국제미아가 되는 것인가...

승무원이 떠난 후 오스트리아 청년과 폭풍대화에 돌입했다.  대체 어찌된 일인지, 보상은 해주는지.. 숙박은? ㅠ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지만 어찌됐건 통성명을 하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휴가를 바르셀로나에서 보내고 기찻길로 집으로 돌아가려던 후버트.  
오스트리아가 닭다리 뉘어놓은 것 처럼 생겼다면 서쪽의 얇은 뼈 부분.  산간지역이라 인구밀도가 낮고 교류가 적어 사투리가 심한 Dornbirn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알아듣기 힘든 희한한 말투로 독어를 하고 있었다.  견디다 못해 한마디 해줬다.

정말 너희 동네 억양 특이하구나...


으잉?  난 표준어(Hochdeutsch) 쓰고 있었어..


'오우;;;;'


엄청난 사투리로 들렸던 후버트의 말투가 사실은 나름 나를 배려해 준답시고 자신의 사투리를 엄청 완화시킨 나름 표준어였던 것이다. 
얼마 후에 후버트에게 전화가 와서 수화기 넘어로 대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치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 언어를 미루어 짐작하듯이, 독일어 단어들의 단편들이 흩어져 들리는 희한한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다르구나;;;;ㅎㅎㅎ


알아들었어?  내가 뭐라고 했었는지?


뇌의 주름을 총동원해서 한두마디 해독해 봤더니, 재밌다며 박장대소한다.

이렇게 시간을 때우며 취리히까지 자정에 갔더니 모든 기차 올스톱.  다음기차는 무려 새벽 7시 -_- 

먹을수도 잘 수도 없는 애매한 시간 애매한 장소에 떨어진 우리들은 그저 하염없이 시내를 걸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견디다 못해 새벽 두시에 야식을 사다가 호숫가에 앉아서 먹고, 새벽 5시에 아주 이른 아침을 먹으면서 알콜중독 스위스인들과 눈인사를 하고 겁에 질려 서둘러 나와 취리히 구석구석을 배회하며 어두운 가게들을 아이쇼핑하고 유적지를 기웃거리며 폭풍수다를 떨었으니...  

비포선라이즈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머리로는 낭만적이라고 생각됐는데, 몸은 그저 피곤에 쩔어 낭만이고 나발이고 집에만 가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고, 옆에 있는 후버트는 남자로 보이는게 아니라 독어회화로 나의 뇌를 폭파시키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악마같았다.  (실상은 취리히에서 국제미아로 전락할 뻔한 나를 구제해준 아주 고마운 친구였는데 말이다) 

토할 것 같은 우여곡절 끝에 각자 집으로 무사히 도착한 후 우린 근근히 소식을 주고받는 펜팔이 되었다. 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준비하러 잠시 한국에 왔고, 후버트는 난데없이 스페인어 어학연수를 받겠다며 직장을 때려치우고 남미로 떠났다.  이 때가 2007년 초:

거의 소식이 끊긴지 1년이 넘어갈 무렵, 후버트에게 이멜이 왔다.

"잘 지내지?  (중략)
사실은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서 연락했어.  내 베프가 몇달 후에 30번째 생일인데, 아주 특별한 선물을 해 주고 싶거든.  혹시 네가 내 친구를 위해서 짧은 소품을 작곡 해 줄 수 있을까 해서.. 그래서 그 악보를 친구한테 전달 해 주고싶어.  친구만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곡을 선물하는거지.  내 친구중에 첼로하는 애가 있는데, 그애한테 연주를 맡길 까 생각중이야.  그러니까 첼로 솔로 곡을 써 줄 수 있겠니?
물론 작품료는 내가 내줄께 (어느정도로 할 건지 상의해보자)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위촉하는거지.
그럼 답장 기다릴께.  안녕!"


이렇게 하여 내 생에 첫 위촉곡이 탄생했다.  드디어 끝없이 갈고 닦은(?) 내 작곡내공을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거만하게도 시간당 노동비를 20유로로 계산하고, 솔로 첼로곡 작곡에 필요한 시간을 대략 10시간으로 잡아서 무려 200유로를 불렀는데, 다행히도 후버트가 흔쾌히 받아들여서. 일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친구의 이름 타마라(Tamara)의 철자를 응용해서 음이름으로 시(Ti) 미(mi) 라(ra) 를 응용한 첼로소품을 작곡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오글거리는 컨셉이지만, 타마라를 개인적으로 모르는 나는 음악적으로 그 친구만이 해당되는 곡을 만드는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내놓은 나름의 해결책이었다. ㅋ


필사본을 보내기 전에 컴퓨터로 입력해 두었다 ㅋ(근데 지금보니 크레센도 표시가 다 날라가있네 아하핳)  ©J.S.Shin

 
곡을 부랴부랴 완성하고서 가장 빠른 우편으로 후버트에게 필사본을 보냈고, 후버트는 내 한국통장에 거금을 송금해주고 거래(?)가 완료되었다.
 
후버트의 투자로 자기만의 곡을 받게 된 그 친구는 참 복받은듯!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친구가 지구 어딘가에 있다는게 참 신기하다.  

지금은 공부를 더 하겠다며 석사과정을 밟고있는 후버트.  착한사람이 성공한다는 만인의 진리(?)를 널리 증명하길 바라며 응원하는 마음을 보내고 싶다.




오옷.. 내생애 첫 메인등록까지..!  이래저래 뜻깊은 글인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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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인맘 2012.01.26 2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밤 눈을 뗄 수 없었던 재밌고 따뜻한 신토끼의 무용담?!?! ^^

  2. 2012.01.26 2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1.27 2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한번 검색해서 정리 싹 해봐야겠어요~ ㅎㅎ
      믹시위젯이 다른 사람들 거랑 다르게 색깔도 다르고 슬림하게 생겼던데, 그것도 하단정리하면 가능한가요?

  3. Favicon of https://namsieon.com BlogIcon 작가 남시언 2012.01.27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하시네요 ㅋㅋㅋㅋ
    음악 하시는 분들...정말 대단하신듯 ㅋㅋ

  4. jg lee 2014.04.07 2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작곡 검색하다 들어왔네요. 아는척하고 지낼까용??
    제 페북으로 들어오실수 있으면 좋겠는데...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4.04.09 1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페북은 직접 만난 사람들하고만 친구를 맺지만 제 페북페이지로 오시면 블로그 소식 드립니다^^ http://www.facebook.com/jagtotistory




당시 프리첼에 내가 올린 지하철 글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라며 들려주셨던 선배님의 일화:

2002-12-16 오후 11:36:51

나도 버스에서 악보 보다가 황당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지..

 

내가 1,2학년 때인 97~98년도때 선배하고 같이 스터디를 했었걸랑.

 

'쉐퍼 작곡입문' 이라는 책으로 공부했는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온통 희한한 현대 음악 악보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야..

 

근디 스터디를 하는 날이 마침 우리 학교에서 8.15 범국민 축제를 했던 날이었지.

 

지금은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불과 몇년전인 그 당시만 해도 학생들

 

가방을 일일이 수색하고 그런 집회가 있는 날은 학교 길목에서

 

학생증이 없는 사람은 학교에 출입을 시키지 않았었걸랑.

 

학교로 올라가는길에 쉐퍼 책을 보고 있었는데 전경들이 딱 길을

 

막더니 버스 승객들에게 학생증과 수색을 요구하더군.

 

근디 때마침 학생증이 없던 나는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지.

 

한 정경이 운동권 처럼 생긴 나의 외모(?)를 주시하더니 내가 보는 책을 보고

 

무슨 책이냐고 물으면서 다짜고짜 내리라고 하더군.

 

내려서 무슨 공안담당인지 하는 사람이 쉐퍼 작곡입문 책을 보고

 

"이거 무슨 암호문이야. 이거 너네들 지령이 적힌거 아냐?"

 

하면서 묻더군.-_-

 

내가 악보라고 하자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구.

 

암튼 음대 행정실에 전화해서 내 학번하구 이름하고 확인한 다음에

 

풀어주긴 했는데 어찌나 황당하던지..



듣고 기절할뻔 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B. Schaeffer

대략 이런 악보였나요 선배님? 크흨..
이렇게 암호와 같은 현대음악 그래픽 스코어들을 보면 대략 난감한것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일;;; 
이런것도 나름 유행인 듯 한게, 이제는 악보들이 그냥 평이해지고, 결국 연주자가 편하게 읽고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악보의 주된 기능인만큼, 기존의 5선지에 콩나물로 기보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악보가 다시 대세(?)인 것 같다.  나름 일탈로도 볼수 있는 그래픽 스코어의 반세기 역사는 그렇게 막을 내리는가...ㅋ

그래픽이 들어간 악보가 운동권들의 지령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포복절도 했던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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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생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가 답장으로 딸이 만들었다며 보내주신 카드를 받았다. ㅎㅎ



보내주신 분은 나의 지도교수님 프란츠 짜운쉬름(Prof. Franz Zaunschirm)!
 

(사실... 저기에 있는 Prof. Zaunschirm은 오스트리아식 표현으로는 틀린 표기이다.  왜냐하면, 앞에 Prof같은 호칭을 붙일 때,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달게 되는 모든 경력을 순서대로 다 나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박사학위를 땄으면 Dr. 
-석박통합이 아니고, 따로 석사학위를 받았다면 Mag.  (마기스터의 줄인말. 석사학위만 있는 사람도 Mag.라는 존칭이 붙는다)
-교수니까 Prof.
-그런데 대학 교수이므로 Univ.Prof.
-계약직이나 외부 전임강사가 아닌 정교수일 경우 O.Univ.Prof. (O.는 ordentlich의 약자)

그러므로 나의 옛 스승님의 정식 명칭은 무려
O. Univ. Prof. Mag. Dr. Franz Zaunschirm
 되시겠다;


근데 이걸 왜 설명했지?ㅠ  그럼 서둘러서 삼천포로 흘러간걸 물꼬를 돌려서...)


학부때까진 작곡만 주구장창 파다가 유학나와서 석사과정을 밟을땐 음악이론(Musiktheorie)전공도 병행했었다.  (그래봤자 겹치는 과목이 엄청 많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하여, 강의법 등 교육내용과 작곡이론 및 음악학을 짬뽕시킨 전공인 무직테오리를 작곡전공과 동시에 밟을때 나를 가장 자상하게 도와주신 짜운쉬름 선생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딱 전형적인 오스트리아 아저씨를 떠올렸을 때의 이미지였다.
 

당장 비엔나 왈츠라도 추실 것 같은 말끔한 정장차림에 매일 바뀌는 형형색색 나비 넥타이와 한결같은 콧수염까지.. 내가 나름 갈고 닦았던 독일어회화가 모두 일시정지 할 것만 같은 교과서적인 차림새를 하고 계셨다.  게다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약간 화난 듯한..이라고 오해했던) 무표정한 얼굴.  아주 웃기고 재미있는 일이 있을 때는 살짝 눈만 반짝이시는 듯 할 뿐 시종일관 변하지 않는 표정...  질문이라도 하면 엄청나게 빠른 말투로 이것저것 설명 해 주시는데, 많은 정보를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무표정한 얼굴과 오스트리아 억양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대략 패닉상태로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다.

유학 떠나기 전에 잠시 들었던 유학대비 독일어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유학생들 하는걸 보면 폭포와 같이 쏟아지는 양질의 정보를 큰 대야로 받아도 모자랄 판에 겨우 숟가락 하나로 허겁지겁 받으러 다니는 형상이라는.. 


(언어의 장벽과 그것을 깨야만 하는 이유를 참 찰지게 비유하셨던 그때의 강사님은 오르간 전공으로 10년을 유학하셨던 분이었다.)

이런 저런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하니 부끄러운 모습으로 남지 않기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열심히 수업을 듣고 이것저것 이해하건 말건 물어보고 했다.  '선생님이 화나신게 아닐게야!  분명히 내가 한 헛소리들은 신경 쓰시지도 않을 것이야!'라고 자기최면을 애써 남발하며...

총 3년의 오스트리아 유학시절 중 첫 2년은 인근 대학에서 독일어 수업을 받으러 다녔다.  그 사실을 안 짜운쉬름 선생님은 지나가다 나의 독일어 교재를 보고 의아해 하면서 물어보셨다.  이제 전공공부 하느라 바쁠텐데 왠 독일어 수업?

그 때 난 강박증 비슷하게, 계속 어학 수업을 들어야만 한다는 집착때문에 작곡공부와는 별개로 덤으로 수업을 다니고 있었지만, 사실 엄연히 다니던 대학을 두고 다른 곳에 가서 전공과 관계없는 어학수업을 듣는 일이 그닥 효율적이진 않았기 때문에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 하실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대답했었다:
계속 배우지 않으면 까먹으니까요;;


선생님은 인상이 깊으셨는지 눈이 약간 커지시면서 (aber 표정은 그대로)
마치 수영할때 가만있으면 가라앉으니까 계속 팔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란 말이지?
라고 하시곤 홀연히 복도에서 사라지셨다. 


.....(저거 칭찬인긔?  이미 떠나셨으니 여쭤볼 수 없음 ㅠ)

세월이 제법 지나 선생님의 진심은 그 무표정한 콧수염 너머에 따뜻한 마음에 있다는 걸 점차 깨닫게 되고, 선생님도 나를 낮설게 여기지 않으시고 먼저 챙겨주기 시작하셨다.  

유학시절 급성 맹장염으로 입원을 한 적도 있었는데, 그 때 주치의(Hausarzt)시스템에 대해 처음으로 뼈저리게 체험하고 뒤늦게 주치의를 구하느라 아픈 몸 이끌고 방황할 때, 어떻게 알아내셨는지 먼저 내가 사는 집으로 전화하셔서 안부를 물어보시고 수소문 끝에 적절한 의사를 찾아서 예약도 도와주시기도 하였다.  

사실 맹장염이 시작은 급성이었는데 수술 후유증이 심하고 의지할 주치의조차 없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었다.   아프고 무기력해져서 비행기타고 한국에 갈 힘조차 없이 늘어져 있을 때 이렇게 선생님께서 챙겨주시니 감사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었다.  '그래, 더이상 이렇게 아프다고 넋놓고 있는다는건 부모님과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라고..다짐하면서 열심히 관리를 하고 애써 학교에 다시 나갔었고, 쓰다 만 곡을 열심히 완성해서 다음학기에 연주시킬 수 있었다. 


입학 하자마자 우연찮게 봤던 어느 작곡과 학생의 졸업연주를 가볼 일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자기 혼자 음악회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제대로 된 하나의 콘서트를 만들어 나갔었다.  그때 순진했던 나는 당연히 모든 작곡전공 석사 졸업연주 이런 식인 줄 알고 미리부터 치밀하게 준비 해 나가 1시간 반 분량의 음악회를 기획하고 한 곡은 지휘까지 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꼭 혼자 할 필요는 없었고 한사람당 30분 이상 분량만 발표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이건 또 무슨 집착인지, 나도 꼭 그 때 처음봤던 그 음악회만큼 하고 싶어서 극구 추진했었다.

이런 과정을 보신 선생님은 퍽 감명이 깊으신 듯 했다.  나중에 만난 필자의 부모님에게 까지 그 때 음악회 이야기를 하시면서 칭찬을 펼치신 것으로 봐서 말이다.  

나중에는 성공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전공분야만 열심히 파고드는게 성공의 충분조건이 아닌 이유에 대한 체계적인 가르침이 있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듯한 내용이 당시에 그저 공부밖에 할줄 아는게 없었던 필자같은 사람에겐 꽤 큰 도움이 되는 이야기 들이었다.  이런식으로 선생님은 학생 하나하나에게 필요한 것 위주로 가르치셨고, 당신의 경험담을 아낌없이 나누는 자상한 분이었다.

여차저차 해서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고, 졸업 무렵에는 필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든든한 멘토가 되신 선생님은 너같은 애를 이대로 졸업하게 할 수는 없다며 모짜르테움 재단에서 매년 젊은 음악인 한명에게 수여하는 메달을 받도록 하겠다며 재단측에 적극 추천을 하신 결과 나는 파움가르트너 메달(Bernhard-Paumbartner Medal)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ㅠ  덕분에 부모님이 처음으로 잘쯔부르크를 방문하셨을 때 뜻깊은 추억거리를 남겨드릴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더 감사하는 마음이 컸다. 


졸업식 다음날 메달을 받았다.  시상식때 찍은 사진
왼쪽이 짜운쉬름 선생님이다.
(오른쪽은 선생님 못지않게 무표정의 대가인 당시 모짜르테움 대학 총장 
존칭은 어마어마하게 길고 복잡할테니 생략 ㅠ)

메달사진 투척~! 
(자랑 맞음)  

선생님과의 긴 인연은 졸업 이후에 선생님이 잠시 한국을 방문하면서도 이어졌지만, 글이 길어진 만큼 다음기회에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매년 연말이 되면 유럽 사람들 하는거 따라서 옛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곤 하는데, 매번 이렇게 답장을 해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옛 생각도 하면서 더 힘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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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racedealer.tistory.com BlogIcon ★Jefferson 2012.01.24 0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정말 멋진분께서 제 블로그에 글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은 작토님처럼 전문적인 음악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듣고 공연가는것을 너무 좋아해서 서브블로그로 음악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번 구경오세요. 제 닉네임 클릭하시면 아마 바로 링크가 되있을겁니다.^^

    http://blog.naver.com/nsync123 <- 그리고 여긴 제가 작년에 재즈 교양수업들으면서 음악일기 비슷하게 적었던 것이구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1.24 1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네이버 블로그도 잘 꾸미셨는데요! 구독신청 했어요 ㅋㅋ
      저도 재즈 엄청 좋아하는데,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 뭐부터 들어야할지도 모르겠어요...크흑 ㅠ
      영광은 무슨^^;; 님같은 애호가님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ㅎㅎㅎ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2. Favicon of https://www.walkview.co.kr BlogIcon 워크뷰 2012.01.24 0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멋진 사진입니다
    저는 감히 상상도 할수 없는 멋진 사진을 오늘 보았네요^^
    피아노만 보면 기분이 좋아요 칠줄은 몰라요^^

  3. Favicon of https://tranky.tistory.com BlogIcon 라플란드 :) 2012.01.24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표정 하시다더니 굉장히 밝은 표정이신데요, 마지막 사진은^^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 잘 읽고 가요.
    오늘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 Favicon of https://bookple.com BlogIcon 아디오스(adios) 2013.01.04 0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자들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해주시는군요... 정말 다정한 분이신거같습니다 ^^




예중, 예고, 음대, 심지어 유학나와서 석사과정도 예술대학으로 나오면서 주변에는 거의 음악하는 친구들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양한 인맥을 쌓을 기회였던 대학교 동아리마저 1학년때 조금씩 발가락만 담궈보다가 전공필수과목의 어마어마한 과제들에 짓눌려서 동아리방이고 모임이고 뭐고 줄행랑 쳤으니.. 어찌보면 나만의 세계에서 아주 좁은 시야로 지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난 한번에 한가지 일 밖에 집중을 못하는 타입인 것 같기도 하다... 

머릿속엔 온통 이런것만 ㅠ (2008년 다름슈타트. 작곡가 Brian Ferneyhough의 공개레슨중)

 
그래서 20대에서도 또 한번 후반으로 꺾여버린 나이가 되어서야 일반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과 음악이야기를 하는데에 익숙해졌지만, 그 이전에는 무척 당황스럽고 막막했었다.  대체 어디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질문 하나라도 나오면 음악의 역사부터 미학적 성찰에 따르는 수많은 생각거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머리는 하얘지고 얼굴은 경직되는 상황이었으니..

지난 10여년간 지하철에서 우연찮게 음악이야기를 했던 몇 분들과의 대화를 떠올려봤다:
(모두 필자가 급하게 과제곡을 마무리 하느라 지하철에서 곡을 쓰다가 옆사람이 흥미를 가지면서 말을 걸게 된 케이스)

고등학생 때 지하철에서 만난 아주머니:

학생.. 음악 전공하나?
아..예^^;
그럼 피아노도 전공했겠네?
아.. 전 작곡 전공인데요, 입시때문에 피아노도 배우고 있어요.
그럼 혹시 쇼팽도 칠 줄 아나?
아, 네. 요즘 배우는 곡이에요. ㅎ
그래요? 쇼팽 녹턴 쳐봤어?
아, 녹턴은 쳐본거 없는데요..
그럼 판타지는 쳐봤어?
아..아뇨.
아줌마는 판타지 쳐봤는데^^
아..네~;; (이 즘에서 레슨숙제로 써야 할 곡을 반도 안썼지만 내려야 할 지하철 역은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초조해 하고 있었음)
그리고 그 즉흥환상곡 있자나..그게 참 좋더라..
.
.
(이하 쇼팽의 피아노 세계에 대한 일장연설 지하철 10정거장 분량..
옛날에 피아노를 전공했던 분으로 추정됨)



대학생때 지하철에서 만난 아저씨:

학생..그거 악보에유?
네..
학생이 직접 그리고 있네?
네, 제가 작곡하는거에요^^(이때부터 다가올 후폭풍이 두려웠음)
아 그래? 허~ (약간 생각에 잠기심)
...
그런데 그.. 작곡가란거 말이에요..
네~
거 뭐냐 그.. 차이코프스킨가 그사람 이후엔 아무도 없지 않나?
(헉..) 아...^^; 
그렇잖아~ 차이코프스키 죽고 나서 작곡가가 없잖어~ 
뭐...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20세기에도 많이 있어요^^
아니 그니까.  차이코프스키 지나고 누가 있냐고... 아무도 없는거 같은데?
(중략)
(어찌됐건 이 분 생각엔 차이코프스키가 지구 역사상 마지막 남은 작곡가였음...
R.I.P ㅠ)
이 때 난 이야기 하지 못했다.. 차이코프스키 이후에 같은 러시아만 해도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가 있었고, 이후에 수많은 작곡가 중에 신 빈악파로 불리는 쉔베르크, 베르그, 베베른, 베리오, 프랑스 5인조..1950년 지나선 불레즈, 리게티 등등..이라고 어떻게 말을 한단 말인가...

마치 뉴턴 죽고나서 과학자가 누가 있었냐는 듯한 질문..
흠, 너무 비약이 심한가?  
그래, 백배 양보해서: "스티븐 호킹말고 제대로 된 물리학자가 있긴 있냐?" 고 묻는다면..
천체물리학을 전공하는 지하철 탑승객은 질문을 던진 옆사람에게 뭐라고 대답을 할까?
그럼요, 많죠~ 라고 해도... 내가 모르니까 없는거다!  그네들은 유명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물리학자들이 아닌게야!라고 단정짓는다면?

음악이 만국 공통어기 때문에, 당연히 누구나 음악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음악에도 수많은 전문분야가 있는데, 지하철 몇 정거장 지날동안 가볍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대략 한세기 분량의 현대음악사를 설명한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어느 분야건 간에 그 분야의 발전역사를 다룬다는것, (음악에서 발전이란 개념은 문제있지만 하여튼) 만만치 않을 텐데, 음악이라고 해서 전문성이 있는 분야가 있다는 점은 여느 학문과 다를 건 없다.  그런데 마치 음악이 배울 게 뭐가 있냐는 듯, 음대에선 대체 뭘 배우냐는 질문들을 숱하게 많이 들어왔다.  대략 난감하다.  배우면 배울수록 더 멀리 있는 지평선이 보이는 법인데...

차이코프스키가 지상 마지막 작곡가라고 굳게 믿으시는 분을 3분내로 설득해서 현대음악의 존재와 의미를 알려드리기 위해서는 무슨 말을 했어야할까?  아직도 의문이다...

사실 작곡가라는 것이, 클래식에 국한된 것이 아닌데... 그때 그 아저씨는 아마 "작곡가"란 것은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옛 사람들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음악의 아버지인 바하, 어머니인 헨델에 그치지 않고 무려 차이코프스키를 아셨던 걸 보면 열심히 공부하신 분일 것이다.  


항상 벼락치기로 곡을 쓰느라 지하철에서 오선지를 펼치는 일이 비일비재 했기 때문에 이런 재미있는 대화들이 이따금씩 일어나곤 했지만, 학부 4학년 졸업연주를 앞뒀을 때 만났던 분이 나에겐 가장 감명깊었다.

기억을 더듬다가 그때 당시에 적어놨던 일기를 찾았다.  한때 유행했던 프리첼에 개설했던 커뮤니티에서 발췌:

2002-12-13 오후 1:19:52


어제 일이었다

내 곡을 연주하는 날...

막막한 심정으로 악보를 펴보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 악보를 마구 들여다 본다.

신경안쓰고 계속 내 할일만 했다.

그사람이 말 건다.

편곡하시냐고 묻길래

내가 쓴 곡인데 오늘 연주할거라 그랬다.

 

그런식으로 긴 대화가 시작되었다.

사실 지하철에서 악보 펼치고 있으면 관심있게 쳐다보다가 말을 거는 사람이 간혹 있어왔고, 대부분 자신들의 음악적 소견의 편협함만을 소신있게 드러내며 나의 동의를 구하거나, 나를 무슨 별나라 사람인양 신기하게 쳐다보는 경우 중 하나였기에, 처음에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건성으로 대답하며 대화의 맥을 끊으려 했으나...

이 사람은 뭔가 달랐다. 

재즈를 공부하다가 성악에 입문하여 다음 달 이태리에 유학 갈 사람이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나한테 질문하며 대답을 듣는 태도를 봤을때..

상당히 통하는 면이 있었다.

 

이야기는 어느덧 나의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고...

난 사실 작곡을 계속 해야할 지 모르겠고 정말 되도록이면 안하고 싶단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나를 설득시키려 한다.

나를 만난 시간은 얼마 안되지만,  그 짧은 시간이나마 나를 파악한 바로는.. 나는 그 어느것보다도 작곡이 어울릴 사람이란다.   생각의 깊이나, 태도...성격 등에 있어서도.....

정말 성공적인 작곡가들중에도 자신은 작곡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는 사람이 있단다...

작곡에 대해 회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생각이 많아서 그런거다...

 

 

교대 역에서 헤어지면서

내 손이 아스러지도록 붙잡고

신신당부를 한다.

꼭~ 꼭! 반드시 작곡을 계속 하라고...

사실 그사람은 나와는 아무 관계 없는 생면부지인 사람인데

내가 작곡을 계속 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나는 그분이 선물이라며 손에 쥐어준 립글로스를 어설프게 쥔 채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듯 아쉽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그럼 안녕! 하고 홀연히 사라진

그 사람의 뒷모습을

토끼눈을 하고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정말 평생 잊지 않을 것 같다.

 

 

살다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다. 


그분, 돌이켜보면 정말 고마운 분이다.  지금은 어디에서 뭐 하시려나... 훌륭한 재즈 보컬리스트가 되어있을까?  궁금하다.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한 인연인데.. 다시 만나도 알아볼 수나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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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ranky.tistory.com BlogIcon 라플란드 :) 2012.01.22 07: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화네요.
    때로는 처음 보는 사람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십년지기 친구보다도 더 따뜻한 정을 발견할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1.23 05: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운 분인것 같아요. 가끔 생각하다 때로는 부담이 될 때도 있을정도로..^^;; 어찌됐건 여태 곡을 쓰고 있는걸 보니 그분 말씀이 틀렸던건 아닌가봐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 Favicon of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272811919 BlogIcon 황동석 2012.01.22 0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대의 삶이네요. 음악을 전공한 사람과의 대화가 일절 없었던 삶인데..
    하지만 누군가와 나의 꿈을 같이 공유할때의 기쁨은,, 오래남지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1.23 05: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랬군요 ㅎㅎㅎ
      참 마음이 무거울 때 만났던 사람인데, 가끔씩 생각하면서 각오를 다시 하곤 하니까 참 고마운 분인 것 같아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 Favicon of https://businessmodel.tistory.com BlogIcon 프리홈 2012.01.22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세이 형식으 포스팅이 마음에 와 닿네요~^^ 아휴~ 전 저런 경험이 없어서 예술의 영역에 계신 분들을 보면 부러울 따릅입니다. 잘 읽고 가요~

  4. Favicon of https://mrdragonfly1234.tistory.com BlogIcon mrdragonfly1234 2012.05.26 04: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예술가 이시군요...

    멋집니다. 저도 어렸을때는 예술가 기질이 있었는데 세파에 찌들면서 아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순수한 열정을 지켜나간다는거 쉽지 않지요. 예술=Love. 찌든삶=calculated love.

    잘 읽고갑니다. (종종 몰래 들러보겠습니다.)

  5. 인카네이션 2012.12.17 1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곡에 얽힌 흥미있는 스토리네요~~ 이러한 일화들 하나하나가 작곡의 영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오늘도 토끼눈 하고 뜷어져라 오선지를 바라보실 작토님을 응원합니다~~!!^^

  6. BlogIcon ^^ 2014.08.11 18: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이버에서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려 글을 읽게되었는데 좋은 글이 정말 많네요. 특히나 이글은 너무나도공감해서 댓글을달게되었습니다ㅋㅋㅋㅋ항상 레슨가는길 지하철에서 눈을밝히고 숙제를한다는..ㅠㅠ 더이상은 안그랬으면 상황입니다..^^..하지만 저렇게 소중한 만남또한 생기게된다는 시선으로 보신 선생님이참멋지고 공감됩니다!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4.08.12 06: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저만 지하철에서 숙제하는게 아니군요... 묘한 안도감이...^^;;
      앞으로의 레슨과 하시는 일 모두 순조롭길 기원합니다~! ㅎㅎ

  7. BlogIcon 현호 2015.09.26 2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작곡과가 아니지만 숙제를 했었죠 많이 틀렸던 기억이 ㅋㅋ 근데 다 맞은 학생도 있었는데 피아노과가 많았어요 ㅋ ㅋ 요즘은 다 까먹었을 꺼에요 ㅋ




영국에 유학온지 몇달 안되었을 때 이다.
우연찮게 한인 모임에서 처음으로 주희언니를 만났다.  
작곡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에 관심을 가지면서 언니는 화가라면서 같은 예술 하는 사람끼리 친하게 지내자고 한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생각 한걸지도? 옛날일이라 기억이 가물..)
그렇게 하여 종종 만나게 되었다.  언니가 본머스(Bournemouth)에 전시가 있을때, 내가 런던에 머물일이 생길 때 등등 여러번 만나게 되었고, 지금까지 영국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되었다.   

언니랑 친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언니는 진짜로 그림을 잘 그린다 +_+

(어쩌면 그림을 보고 감동받아서 더 친해지려고 용썼을지도 모른다.. 옛날일이라 기억이 가물..)

Blessing Series 2-2 (White Blessing) by Joo Hee Chun (출처: jooheechun.com)


제작년에는 피아노 솔로 곡을 부탁받은 일이 있었다. (돈은 오고가지 않았으므로 위촉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한..)  내가 가장 전공에 가깝게 자신있게 다루는 악기가 피아노지만, 작곡을 할 때는 가장 자신이 없는게 피아노 솔로 곡이다.  무슨 음을 눌러도 옛날 그 누군가가 썼던 어떤 대작이랑 연관성이 지어지면서 독창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솔로가 아니라면 다른 악기와의 조합의 경우의 수가 무수히 많을텐데, 피아노는 100개도 안되는 건반으로 모든걸 해결해야 하므로.. 두 음만 치면 어디선가 들었던 화성이 연상되고, 세 음을 치면 이미 곡은 내손을 떠난 것 같은..ㅠ

빈 오선지와 망망대해같은 피아노건반만 쳐다보고 있자니 답이 안나왔다.

그래서 주희언니의 작품을 떠올렸다.  그림을 보고 거기서 느낀 감성에 집중하면 피아노라는 매체의 한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으로 언니의 작품 감상 ㄱㄱㅅ

그리하여 윗 그림을 바탕으로 White Blessing 2-2를 작곡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그 곡은 통영 윤이상기념관 홀에서 연주되었고, 이후에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하우스암돔(Haus am Dom)에서 피아니스트 임수연씨에 의해 초연되었다.

(임수연 선생님이 본인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므로 실황녹음 음원은 비공개로 해달라고 하셨다.  내가 듣기로는 훌륭한 연주였는데 말이다 ㅠ)


삼천포는 그만, 그럼 이제부터 선물 이야기 시작! ㅠ

작년 2월 초, 내 생일이 지난 직후에 주희언니네 집을 놀러갔었는데, 기대도 안했는데 언니는 나에게 뜻밖의 선물을 줬다.  언니가 직접 표지를 그린 휴대용 음악노트였다.

 읔! 사진으로는 안나오는 아름다운 선들 ㅠ


정작 나는 비싸서 살까 말까 망설이던 Moleskin을 구해서 표지에 직접 그림까지 그려주신 이 음악노트... 도저히 값어치를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을 주셔서 감개무량하였다.  언니는 열심히 이 안에 작곡을 해서 노트를 다 쓰면 내년에 또 하나 그려주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아까워서 쓰지도 못하고 애지중지 하다가 지난달부터 부랴부랴 쓰기 시작하였다.


언니, 이거 다쓰면 올해도 하나 주시는건가요? ㅠ  난 이것 하나만도 너무 귀하고 고마운 선물인데 ㅠㅠㅠㅠㅠ
혹시 모르니 이제부터라도 폭풍작곡에 돌입해야겠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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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2.01.24 1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곡을 하시는 분이군요.
    고가의 선물이어서 좋지도 하겠지만 사랑이 담긴 선물이어서 더 좋겠지요.
    잘 보고갑니다.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1.24 1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만을 위해 정성껏 그림을 그려줬다는게 정말 감동적이더라구요..
      참교육님 말씀대로 사랑이 담긴 선물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참교육님 블로그 글들 정말 감명깊게 잘 읽고 있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