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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작곡가 인터뷰 시리즈

영화음악 작곡가 이지수씨 인터뷰


영화음악, 드라마음악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이지수씨는 저와 대학교 선후배 사이입니다(누가 선배인지는 비밀.. 그러나 인터뷰 읽다보면 알게 됨 ㅠ).  

사진: 몇달 전, 과후배인 오수현 기자(왼쪽)와 함께 한 이지수 작곡가(실물과 다를 수 있음)

같은 선생님 제자에, 이름도 같다보니 클래스 내에 "쌍지수"로 불렸었던 시절에서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새 우리나라 영화음악계의 주요인물로 자리매김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유학생활을 하는 사이, 셀 수도 없는 작업들을 해가면서 내공을 쌓아오고 있었는데, 그냥 만나서 놀 때는 구체적으로 제목을 말하면서까지 일 이야기를 하지는 않다보니 꽤 유명한 음악인데도 이 친구의 작품인 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학부때부터 이미 감각이 남달라서 그 재능이 주목을 받아았던 관계로 지금의 활약이 제겐 전혀 놀랍지는 않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그의 경력을 일부나마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곡 및 제작에 참여한 영화/드라마/뮤지컬: 

<겨울연가>, <실미도>, <올드 보이>(우진의 테마), <혈의 누>, <안녕 형아>, <제라>(게임), <봄의 왈츠>(flying petals), <기발한 자살여행>,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 개론>

수상내역: 대한민국 영화대상, 영화평론가상, 부일영화상 등


어머나! +_+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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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릴때부터 작곡을 했다고 들었다. 그 당시 주변에서 천재 소리를 많이 들었는지?

- 어렸을때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고 주변에선 그냥 초등학생이 작곡을 한다는 자체를 신기해 했던거 같았다. 생긴것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지금이야 작곡공부를 일찍 시작하는 아이가 많지만 그 당시에는 별로 없었으니까..


Q. 처음으로 곡을 쓴게 언제인가? 처음부터 오선지에 직접 그려넣었나?

-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인거 같았는데 당시 담임 선생님이 유명한 동요작곡가 였는데 그 분의 영향으로 동요를 많이 좋아하고 따라하게 되었고 어깨너머로 악보와 오선지에 그리는 법도 익히게 되었다. 집에선 피아노를 취미로 하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주로 클래식을 많이 들었는데 그 중에서 유독 교향곡이나 협주곡 같은 오케스트라 음악을 좋아하셨다. 한번은 나도 악상을 떠올리며 흉내를 내 보려고 오케스트라 스코어를 사서 빈 오선지에 따라 그리는 연습도 해보고 피아노도 쳐가며 작곡을 해 보았다. 아마도 4/4의 C minor 였던거 같다. 당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같은 어둡지만 강렬하고 멋들어진(?) 음악을 매우 좋아했던것 같다.


Q. 클래식 음악 작곡을 전공했지만, 현재는 영화음악 등 다양한 실용음악 작업을 한 걸로 알고 있다. 옛날 학부시절부터 여러가지 편곡 등 학교 밖에서의 작업을 맡아온 걸로 보였는데, 본격적으로 현대음악 밖의 활동을 한 것이 언제였는가?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 학창시절때는 아르바이트의 개념으로 대중음악쪽에서 원하는 클래시컬한 편곡을 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그때는 잠깐 경험상으로 해본다는게 일이 많아지고 또 그 곳에 새로운 흥미를 느끼게 되다보니 졸업할때 즈음엔 어느새 직업이 되어 있었다.


Q. 당시 학교 분위기만 해도 소위 말하는 “딴따라”를 하는 것은 클래스에서 짤리는 위험도 감수해야 할 정도로 금기시 되어왔는데, 작업하면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어려운 점은 없었나? 재학중에 작업을 하느라 혹시 불편한 느낌은 들지 않았는지…?

- 글쎄..우리의 윗 학번들은 금기시 되는게 심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학교 다닐때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선생님들이 격려해주고 또 발전을 위해서 좋은 얘기도 해주고 하는 등등 학교에서 배운걸 기초로 해서 그 능력을 사회에 나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길 원했던거 같았다. 이 인터뷰의 질문자이신 신지수님은 저랑 한 학번 차이인데..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었는게 신기할 정도.  99, 00학번간의 차이와 00, 01간의 차이가 다른 느낌인가?^^;; 

나도 학교의 정확한 분위기는 몰랐지만 뮤지컬 음악감독이신 97학번 원미솔 선배님은 일찌감치 뮤지컬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학교에선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이 했던 기억이 난다. 어찌됐건 이지수씨는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건 그렇고, 

Q. 영화음악이나 드라마 음악 작곡가/편곡가로서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하다.

- 하필 지금 인터뷰하는 요즘이 제일 바쁠때인거 같다. 여러가지 일이 겹치는 바람에 그걸 소화하느라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우리같은 소위 프리랜서들은 일이 없을때는 마냥 한가롭기만 하고 일이 몰릴때는 몸이 두개도 모자라는 참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삶을 사는거 같다ㅎㅎ 조금 더 연륜이 쌓이면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는 융통성도 생길거라 본다. 바쁜 일상은 별거 없다. 그야말로 자고 먹고 컴퓨터 앞에서 곡쓰고 작업물을 가지고 관계자들과 미팅하고의 반복이다. 지금은 순발력과 집중력이 필요할 때인거 같다 ㅠ


Q. 영화음악으로 어디까지 작곡가로서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반 정도는 가능하다.  결국 영화음악이란 것이 스토리와 영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게 첫번째 목표를 가진, 기능성을 가진 음악이라 100% 작곡가 자신만의 생각이 담긴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적절히 정도를 잘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가능하다.  

한국영화도 한국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  하지만 그걸 깨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좋은 일이다. 


흠.. 사실 내가 하는 현대음악도 순수한 것 같지만, 알고보면 제약이 없지 않다.  위촉받은 작품일 경우 언제 어디서 초연될지, 연주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TPO에 맞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내가 하는 음악도 그렇게까지 순수예술은 아닌가보다. ㅠ

- 사실 모든 음악이 목적에 따라 다른 것 아닌가?  순수음악은 창작자 자신의 만족을 최고 가치로 여기거나, 연주자가 좋아하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있고, 가요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불려지기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영화음악은 영화의 화면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목적인 음악인 것이다.  나도 일을 하면서 항상 현재 하고 있는 음악을 쓰는 목적에 대해 생각을 한다.  요즘 하는 작업은 다큐 배경음악인데, 이 다큐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보니, 이제까지와 또 다른 의외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큐의 특징은 나레이션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을 음악과 잘 풀어나가는 것이 지금 나의 과제이다. 


Q. 얼마 전 영국에서 녹음작업을 한 걸로 알고 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다른점이 무엇인가? (영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 정도로 여러가지로 환경이나 퀄리티가 좋은가?)

- 해외에서의 녹음은 주로 오케스트라 녹음일때 나간다. 국내에도 뛰어난 연주자들과 훌륭한 엔지니어가 많이 있지만 오케스트라 전용 녹음 장소나 시설 환경등은 열악하다. 국내 음악 시장에선 그만큼 오케스트라 녹음 수요가 많지 않기에 장소도 굳이 안만들고 그나마 있던 녹음실도 없어지는 추세이다. 30인조까지는 녹음할 만한 장소와 시설이 있는데 60명 이상되는 전용 녹음 장소는 없고 있더라도 멀거나 공연장인걸로 알고 있다.


Q. 음악작업을 많이 하다보면 오히려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딜레마가 있을 거 같다. 그래도 틈틈히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인가? 요즘 좋아하는 음악, 현재 즐겨듣는 음악이 뭔지 알려달라.

- 음악 감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작업을 쉬고 있을때는 다양한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지만  작업중에는 그와 관련된 장르의 음악들만 간간이 듣는 정도이다.  요즘엔 한창 영화음악들 작업중이라 음악을 다양하게는 못듣는다. 


Q. 영화음악, 드라마 음악을 작곡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달라.

- 음악을 잘 쓰는것도 중요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분석하는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그리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알고 있으면 더욱 도움이 많이 된다. 위의 2가지는 처음 일을 할때 음악만 알던 나에게 부족했던 것들이라 꼭 알려주고 싶다.


Q. 작곡을 독학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은가?

음악을 많이 듣고 악보를 많이 보고 연주도 많이 하고(뻔한 얘기지만 진리)이 음악이 왜 좋은지 나쁜지를 분석하고 자연스레 내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키우는걸 중점적으로 했으면 한다.


질문에 성의껏 대답 해 줘서 감사!^^ 조만간 한턱 쏘리다...ㅋ 

오케이 콜~~~~!



이지수의 다른 인터뷰 보러가기:

Seoul News(2012)

중앙일보 <사람들>(2007)

금호웹진 <아름다운 인생>(지난호 보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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