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현정씨는 거문고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국악작곡가입니다. 2002년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당시 한양대학교 국악과 석사학위 중이셨던 윤은자 선생님을 소개받게 된지 어느덧 11년째. 그동안 쉬지않고 함께 작업을 해오며 거문고 레퍼토리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으며 얼마전 윤은자 선생님 독주회를 위해 수궁가를 채보하는 일도 맡으셨죠. 23일 윤은자 독주회에 초연될 작품을 위해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던 시기에 김현정씨에게 거문고 작곡에 대한 질문을 몇가지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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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계기로 거문고 음악 작곡을 하게 되었나요?
- 대학교 재학시절 국악합주 시간에 현악 영상회상을 듣고 거문고가 리드하는 관현악의 구성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그 동안 제가 알던 음악과 또 다른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이를 계기로 거문고 곡을 작곡하고 싶었지만 독특한 악기 테크닉 때문에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거문고에 대해 연구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 때부터 거문고 음악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지난 10여년간 윤은자 선생님과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거문고 작품, 그리고 윤은자 선생님과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2000년 한양대학교 국악과에 진학했을 당시에 저는 몇안되는 예고 출신이 아닌 학생이었습니다. 국악계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과 달리 저는 상대적으로 국악에 대한 경험이 매우 적었고, 제 실력과 경험부족에 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지요. 국악공부를 열심히 하고 연주자와 함께 이런저런 음악적 시도를 많이 하고 싶었던 제 바램과는 달리 대학은 사실상 그런 환경이 되진 않았습니다. 국악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 찼지만 작곡을 하고 연주를 할 때마다 항상 연습부족을 느끼고 부족한 제 곡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작곡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벼랑 끝에 서있는 심정일 때 윤은자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윤은자 선생님은 정말 열정적으로 이런 저런 시도를 작곡자와 함께하고 연습을 정말 많이 하는 연주자입니다. 그리고 작곡가들에게 정말 많은 영감을 주십니다. 거문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주법을 새로운 곡에 표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연주자라고 생각합니다. 윤은자 선생님은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작곡자의 곡을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연습을 하시기 때문에 작곡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연주자이십니다. 저는 윤은자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세계의 더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더 많은 연주기회를 갖게 되시길 바랍니다.
Q. 이번 작품에는 사람의 목소리가 사용되는 판소리를 기악곡인 거문고를 위해 채보 및 편곡하는 작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알고 싶어요!
- 모든 기악곡의 뿌리는 원래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기악도 원래는 노래를 더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국악에는 "산조"라는 음악이 있는데 "흩어진 가락" 이라는 뜻입니다. 노래의 아름다운 선율, 즉 판소리와 민요의 노래선율을 기악화 한 곡이 산조입니다. 맨 처음 "산조"를 만든 작곡가는 그 당시 매우 뛰어난 가야금 연주자이셨던 "김창조"선생님인데 이 분이 최초로 판소리의 기악화를 시도하신 분입니다. 저는 김창조 선생님의 음악적 열정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김창조 선생님과 같은 작업을 시도하고 있고 김창조 선생님의 정신세계를 잇는 작곡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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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1 - [음악 이야기/이슈] - 판소리를 거문고로 들을 수 있는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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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악기 연주자와 밀접하게 정보 및 노하우를 공유하는 공동작업을 할 때에 작곡가로서 느끼는 장단점이 있다면 이야기 해 주세요.
- 장점과 단점이 같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윤은자 선생님과 제가 공부한 과정과 음악적 경험은 무척 다릅니다. 윤은자 선생님은 전통예술고등학교 부터 거문고를 전공하시고, 쭉 학사, 석사, 박사까지 거문고 전공으로 한 길을 걸어오신 분입니다. 반면, 저는 원래 클래식 작곡을 공부하려다가 1년도 안되는 입시 기간을 거쳐 국악과에 진학하였고, 석사 학위는 국악이 아닌 컴퓨터음악 작곡을 전공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평소에 많이 듣는 전자음악, 현대음악을 윤은자 선생님께 생소하게 느끼실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윤은자 선생님의 전통에 입각한 음악세계가 때로는 너무 전통적이라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서로 다른 음악 세계를 대화를 통해 조율해 가는 과정에서 전통에 뿌리를 두지만 전통과 또다른 새로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김현정님이 생각하는 거문고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국악기 중에서도 유독 거문고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 거문고의 매력은 음색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음을 표현하더라도 거문고의 음색은 무척 특별합니다.
그리고, 가야금, 해금과 같은 악기 구조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있지만, 거문고는 오로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구조의 악기입니다. 6.25전쟁 이후 북한에서 거문고의 전승은 끊긴 상태구요, 그래서 거문고가 정말 소중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문고의 특성을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거문고는 음양의 세계를 표현한 정신적인 구조를 가진 악기입니다. 괘상청은 음, 괘하청은 양을 뜻하고, 문현은 양, 무현은 음을 뜻합니다. 같은 음이지만 음과 양의 기운을 표현할 수 있기에 거문고가 더욱 매력적인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음악회 이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 해 주세요. 거문고작품을 구상하고 계신 것이 있나요??
계속적으로 국악 성악곡을 기악화 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각 지역의 민요를 기악화하는 작업을 30대에는 쭉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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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질문과 답변은 이메일로 주고 받았지만, 실제로 만나서 밝은 목소리에 에너지가 넘치는 김현정씨와 대화를 하면 제 마음까지 up되는 기분이랍니다..ㅎㅎ
부지런하고 의욕이 넘치는 작곡가 김현정씨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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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1 - [음악 이야기/이슈] - 뮤지컬 작곡가 조한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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