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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작곡가 인터뷰 시리즈

뮤지컬 작곡가 조한나 인터뷰

William Duckworth가 쓴 Talking Music이라는 책을 매우 감명깊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본인도 작곡가이면서 동료 작곡가 및 당시의 아방가르드한 연주자들을 심층 인터뷰를 하여 그걸 책으로 낸 것이죠. 음악학자들과 달리, 어려운 용어도 거의 없으면서도 본질적인 문제들을 파악하기도 하면서 매우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 낸 인터뷰들로 이루어진 책을 보며, 미국 아방가르드 작곡가들에 대한 이해를 어느 음악사 책 보다 잘 할 수 있었던 계기를 가질 수 있었죠.


얼마전, 거문고 연주자이신 윤은자 선생님을 위해 소식지를 만들어 드리면서 Duckworth와 똑같지는 않지만, 어느정도는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자료들을 읽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생님의 작업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었고, 작곡가 김현정님과 거문고음악 작곡에 대한 간단한 인터뷰도 하게 되었죠. 윤은자 선생님은, 저보고 작곡 이외에도 음악가를 취재하는 기자(?) 일을 병행해도 되겠다면서 제가 하는 일을 격려 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팔랑귀 펄럭펄럭~)


제 주변에 있는 작곡가를 인터뷰 하면서 에게 제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정리해서 여기에 연재 할 예정이고요!


인터뷰는 목요일에 싣겠습니다. (이유: 곡은 태초(?)에 연필로 쓰여졌고, 연필은 나무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목요일! )


첫 인터뷰 대상자는 뮤지컬 작곡가 조한나입니다. 


<날아라, 박씨!>를 쓴 작곡가 조한나씨는 저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기동창이고, 서로의 작업을 응원하는 좋은 친구(라고 저는 생각하는 바)입니다. 극중 극 형태를 띈 <날아라, 박씨!>는 조한나 작곡가의 배꼽친구인 정 준의 대본으로 쓰여진 기발한 발상의 스토리를 표현한 뮤지컬이고, 올해 6월 대구국제뮤직페스티벌(DIMF)에서도 공연되었고, SMF 예그린 어워즈를 수상하여 내년(2013) 215일부터 대학로 PMC 자유극장에서 다시 한번 선보이게 됩니다.


!!!!!

.. 사인좀~ 굽신굽신


정말 오랫만으로 별로 안바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한나를 만나서 일단은 회포를 좀 풀면서 인도음식을 흡입하고, 인근 카페로 가서 속을 다스리며 슬며시 질문용지를 꺼냈습니다:


무슨 계기로 뮤지컬 작곡을 시작했는가?

- 초등학교때 부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매우 좋아했고, 미국에 유학중이신 아버지가 당시 한국에는 없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많이 보내줬다. 이후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 정 준과 디즈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매우 친해졌고, OST를 듣고 같이 노래를 외우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 형태의 음악에 친숙하게 되었다. (물론 그 때 당시 “뮤지컬”이라는 단어를 알고 들은 것은 아니다)

- 이후에 디즈니의 만화영화들이 뮤지컬로 제작되어 공연 될때 호기심에 많이 챙겨보게 되었고, 이 때만 해도 직접 해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고, 멋진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 볼 뿐이었지만, 세월이 지난 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뮤지컬계에 아는 사람이 없던 상황인지라, 작업과 동시에 각종 공모전을 알아보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작곡공부를 시작할 무렵에 좋아하던 음악은 뭐가 있고, 현재 즐겨듣는 음악과 많이 다른가?

- 대중음악, 또는 실용음악(밴드, 재즈, 영화음악 등)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대학교에 가서는 의무적으로 현대음악도 많이 듣고, 독일 유학시절에도 그곳 분위기상 클래식을 많이 접하기는 했지만, 즐겨듣게 되는 음악은 실용음악이 더 많은 것 같다. 독일과 한국에서 듣는 음악이 차이가 있었는데, 주변환경의 영향도 큰 것 같다. 한국은 주변이 번잡한 편이라서 왠지 더 강하고 자극적인 음악을 듣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울 점이 많은 뮤지컬이 따로 있는가?

-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은 <렌트>이다. 이번에 <날아라, 박씨!>를 작곡할 때도 많이 분석하고 참고했던 뮤지컬인데 오페라 <라 보엠>을 뉴욕을 배경으로 재현시킨 스토리로, 쉽고 단순한 음악이지만 노래들끼리 유기적으로 연결된게 마치 바그너의 Letimotiv(라이트모티브) 기법과 같아, 파고들 수록 배울게 많은 뮤지컬이다. (참고로, 렌트의 주인공과 뮤지컬 제작 상황을 배경으로 한 <Without You>라는 뮤지컬도 있다. 작곡가가 초연무렵 심장마비로 사망해서 결과적으로 <렌트>가 그가 유일하게 남긴 작품인 만큼 여러가지 상황이 극적이었기 때문에 <Without You>에 좋은 소재로 쓰인 것 같다.)

- 또 하나로는 스티븐 손드하임(Steven Sondheim)의 작품들을 들 수 있다. <스위니 토드>, <인투더 우드> 등 매우 다작을 한 작곡가인데, 현대음악 작곡가 밀턴 배빗(M. Babbit)의 제자이기도 한 만큼 일반 애호가들이 쉽게 듣는 음악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클래식한 느낌이 강한 경향의 음악을 쓰는 편이었다. 특히,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라는 뮤지컬은 점묘법 화가인 조지 세라 ( G. Serat)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인데,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나 색체 등이 음악에 절묘하게 반영되는게 거의 오페라나 다름없다.


2:52에 주목하세요!


현재 뮤지컬계가 창작자에게 좋은 환경인가?

- 많이 발전중이라고 생각한다. 공모전도 많아져서 “3대공모전”이라 불리는 창작팩토리,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CJ Creative Minds을 통한 기회가 매년 열려있고, 얼마전 서울뮤지컬 페스티벌에서도 신작을 공모하기 시작했다.


쥬크박스 뮤지컬이라고 불리우는, 기존의 히트곡들을 짜집기해서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 아바의 노래를 활용한 맘마미아, 곧 영국에서 발표될 스파이스걸스의 Viva Forever)이 지나치게 활성화가 되면 작곡가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 이건 사실 회사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서,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뮤지컬을 지원하는 제작자들 또한 존재한다. 쥬크박스 뮤지컬은 한국에서도 얼마전에 붐이 일었고 반응이 좋았. (: 달고나, 젊음의 행진, 늑대의 유혹 등)  순수작곡으로 이뤄진 창작뮤지컬은 다른 루트로 발전하면 된다.


작곡가로서 뮤지컬을 쓸 때 가장 힘든 점은?

- 전문적인 공부와 풍부한 경험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공부를 클래식 음악 작곡 위주로 해왔고, 사실상 뮤지컬 작곡은 독학으로 맨땅에 헤딩하면서 작곡한 거나 마찬가지인 만큼, 극음악이라는 특수화된 장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날아라, 박씨!>에 나오는 작곡가와 실제 작곡가님의 현실 상황과 많이 비슷한지? 뮤지컬 제작이 실제로 그렇게 힘든 일인가?

- <날아라, 박씨!>는 한국의 뮤지컬계를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현실을 많이 반영한 극본으로 이루어졌다. ‘뮤지컬 이야기를 하는 뮤지컬’이란 컨셉은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힌트를 얻었다.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후 뮤지컬을 하게 되었는데, 이게 뮤지컬을 쓰는 작곡가들의 일반적인 루트인지?

- 요즘은 그렇다. 옛날에는 가요작곡가 중에 잘 쓴다고 소문난 작곡가에게 의뢰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뉴욕에서 뮤지컬 작곡을 전공했거나, 한예종의 음악극 창작과를 전공하여 공부단계부터 연기과 학생들, 대본 전공 학생들과 작업하고 좋은 환경에서 경험을 쌓아 체계적으로 공부한 작곡가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현재 많이 나오는 신작 뮤지컬을 들을 기회가 많았는지? 새로나오는 작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일부러라도 더 챙겨본다. 쇼케이스도 다니는데, 사실 수준급으로 잘 쓰여진 작품은 많지만, 여러가지 제작 현실에 따라 쇼케이스 단계를 뛰어넘어 실제 공연으로 실현되는 작품은 많지 않다. 현재는 환경이나 작품의 질 모두 계속 발전중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작품으로 여러 제작단계를 몇년간 거치는 것 같은데, <날아라, 박씨!>가 겪은 과정을 설명해달라.

-(한숨) 구상하는데만 2년 정도 걸렸다. 독일 유학시절부터 친구 준이랑 아이디어를 주고 받다가 귀국 후에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하여 1년정도 작곡에 전념하고, 2010년 가을에 대본 전체와 노래 10곡을 준비하여 공모에 지원했다. 그 결과 20118월 창작팩토리 쇼케이스를 열게 되어서 3월부터 준비에 들어갔었다. 이후 장신대학교에서 <날아라, 박씨!>를 직접 공연에 올리고 싶다고 해서 작업을 하다가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DIMF)에 공모한게 당선되어 20126월에 대구에서 공연을 올리고, 서울뮤지컬 페스티벌에 8월초에 쇼케이스를 연 후 내년 215일부터 2주일간 대학로 PMC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 작품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끈기있게 오랫동안 추진해야 하는데, 한 작품에 싫증이 나거나 문제가 해결 안될 때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 어쩔 수 없다. 그냥 해야한다. 극복하겠다는 생각을 따로 하진 않는다.


동시에 여러 작품 작업하는것도 가능한지? 현재 다른 작품 구상하는게 있는가?

구상단계는 가능하지만, 한 작품에만 올인해도 해야할 게 너무 많다. 현재 다른작품을 구상은 하고 있다.


인터뷰를 한게 너무 나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만나서 그냥 수다만 떠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서 기쁘다.

- 사람들이 결과만 보고 축하하거나 위로는 많이 해주지만, 과정을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다. 얼마전 서울 쇼케이스가 끝나고 배우들과 스텝들 다 모여서 펑펑 울었다. 너무나 우여곡절이 많았고, “드디어 서울에 입성했구나” 하는 감동도 있었던 것 같다.


한나를 인터뷰 하면서 다시한번 뮤지컬에 대한 열정에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전의 저만 해도 축하한다는 말 이외에는 특별히 뮤지컬 제작과정이나 배경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깊이있게 해본 일이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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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한나가 친동생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가져다 준 빵들을 폭풍 흡입하며,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기에 다이나믹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기운이 은연중에 서로에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생각 해 보며, 제 주변에 이런사람들이 많았면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앞으로도 작곡가 인터뷰는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