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저 쓰러질 따름입니다...
인터뷰 보러가기: http://culturenori.tistory.com/2880
때는 2012년 7월 말,
각종 인터넷 정보로 제가 영국에 있다는 (옛) 정보를 입수한 홍다솜 기자께서 제게 이멜을 보내셨습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런던에 거주하는 예술가를 취재중인데 인터뷰가 가능한지..
한국에 있지만 인터뷰를 할 수는 있다고 답장드렸죠..
며칠 후 귀국한 기자님과 야탑동 카페에서 만나 폭풍수다를 떨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유쾌했던 만남^^
기자님 사진입니다.. 우사인 볼트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받아 interviewee가 기자를 촬영하는 신공(?)을 발휘해봤죠 ㅎㅎ 더 좋은, 자세히 나온 사진은 일찌감치 메일로 보내드리고, 저는이것만 남았네요...
계획대로 런던에 거주하는 예술가 인터뷰 글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제 인터뷰는 따로 글이 나왔습니다. 긴 산고 끝에 계절이 한번 바뀐 후에 나왔군요!
귀차니즘 말기 환자분들을 위해 요 밑에 인터뷰 글을 긁어다 복사 해놨습니다!
But 직접 원문을 읽고 추천 클릭해 주실 분은: http://culturenori.tistory.com/2880 로 가주세요.
궈궈궈~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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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리, 가야금이나 국악이 흘러나와야만 할 것 같지만 이상하리만큼 잘 어울린다. 사람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악보가 변하고 음악이 변하면서 아름다운 선율이 완성된다. 듣기만 해도 신기하고 흥미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관객참여형 퍼포먼스 <노카(NOKHA)>는 한옥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공연. <NOKHA>의 작곡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젊었다. 작토(Jagto)라는 별명을 가진, 한옥에서 현대음악을 생각하는 톡톡 튀는 작곡가 신지수와의 유쾌한 대화를 엿들어본다.
음악은 그녀의 일상이다
별명이 특이하다, 작곡토끼라는 별명은 어떻게 지은건가
원래 별명이 신토끼였다.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보니까 재미있는 별명일 짓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평범한것보다는 재미있게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곡을 하고 별명은 토끼니까 줄여서 작토가 된 거다.
어떻게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
사실 시작은 여느 아이와 다름없이 피아노학원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절대음감이라는 것을 7살 정도에 알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 친구가 치는 피아노 음악이 도레미파 음계로 들리더라. 당시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웃음) 작곡은 고등학교 때 시작했다. 음악이 좋고 악보를 읽으면서 피아노를 치는 건 좋은데 반복적으로 연습을 해서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쳐야된다는 게 싫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작곡공부를 해보자 해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까 더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있다
보통사람들에게 작곡은 어렵고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작업이다. 글 쓰는 것과 비슷한가
비슷한 것 같다. 글도 쓰고 싶은걸 쓰는 경우가 있고 상대방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경우도 있지 않나. 작곡도 똑같다. 내가 듣고 싶은대로 쓰는 경우도 있고, 내가 만약 청중이라면 어떤 걸 듣고 싶을까 상상 하다 보면 떠오르기도 한다.
본인이 작곡한 곡을 직접 연주하기도 하는지
직접 연주를 잘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려면 피아노 솔로 곡을 작곡해야되는데 다양한 악기를 넣어서 작곡하는 경우가 많다. 또 내가 연주할 걸 염두하고 곡을 쓰면 쉽게 쓰게 될 거다. 어렵게 쓰면 연습을 해야 되니까(웃음). 그래도 만약 내 곡을 연주하게 된다면 왠지 치다가 바꿀 것 같다. 순간순간 ‘이것보다는 이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아예 내 생각을 모르는 전문 연주자에게 부탁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봤는데 글이 많았다. 작곡에 대한 것이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고.
음악 전공 안하는 사람들이 작곡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대부분 ‘작곡은 어렵다’는 거다. 아무래도 생소하니까. 근데 그게 그들에게는 신기한일이지만 나한테는 굉장히 일상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런걸 보면서 내가 겪은 보통의 일상들이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박사 과정 마칠 때쯤 논문을 쓰면서 어려운 글 말고 일상적인 글도 써야겠다 생각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의 색은 자연스럽게 베어난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열린 NOKHA 두 번째 공연 ⓒDavid Kilburn
오스트리아와 런던, 다른 나라에서 작곡을 하면 어떤 영향을 받나
아무래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그들이 섞여 있으니까 다양한 음악이 존재한다. 좀 더 자유분방한 면도 있는 거 같고. 영국 사람들의 특징은 유머러스 하다는 거다. 비꼬는 듯한 유머, 그걸 음악에 반영하고 재치있는 곡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비꼬는 듯 한 유머가 음악에 반영된다.'는 것을 일반사람들도 느낄 수 있을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전공한 사람들은 ‘아 이 부분이 재치있는데?’라고 느끼겠지만.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느낌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추상적인 예술이기 때문이다.
작곡을 하면서 한국적인 걸 많이 접목하려고 하는지
의도적으로 한국적인 것을 넣으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서 되도록 안 그러려고 한다. 사실 그 부분이 고민이 많이 된다.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넣을까 하는 고민. 어쩌면 해결안 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국악을 전공한게 아니라 서양음악을 전공을 한거니까. 그래도 한국사람이 하는 음악이니까 한국의 색이 많이 베어있다고 생각은 한다. 그동안 자라면서 느낀 게 모두 한국에서 느낀 것이니까. 그리고 요즘같은 시대에는 ‘어느나라 사람이다’보다는 그 사람의 음악을 더 조명 해 주는 것 같다.
전형적인 무대를 벗어나다
그녀는 북촌 한옥에서 뿐 아니라 그전에도 문래 예술 공장에서도 연출을 했었다. 하우스 콘서트 역시 기존의 공연과는 다른 실험적인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우스 콘서트는 일주일에 100회라는 거대한 스케일의 공연이었고 성황리에 치러졌었다. 현대 음악이나 클래식이라고 하면 오케스트라나 피아노 연주로 무대에 서는 일이 많을 텐데 이렇게 계속 무대 밖의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하우스 콘서트에 참여 했다고 알고 있다. 도란도란에서도 하우스 콘서트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사실 쉬운 공연은 아니였을텐데 어땠나
뜻 깊은 일에 동참한 것 같아서 영광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경험이랑 기회, 무대라고 생각을 하는데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 사실 박창수 선생님이 공연할 생각 있으면 구상해서 알려달라고 하셨을 때 많이는 못하고 2가지정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었다. 그때 ‘난 왜이렇게 게으른가’ 이런 자책을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2개 이상 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더라.
다른 공연을 2개나 준비하려면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준비하면서 좀 무모한 도전이라고 느꼈던 게 동시에 새로운 걸 해야되니까. 그때 또 선생님께서 일반적인 작곡 발표회 같은 건 하지 말고 더 새롭고 참신한 무대를 원하셨다. 그래서 하나는 음악만, 다른 하나는 무용이랑 연계를 해서 공연을 했다. 하우스 콘서트 자체가 최상의 조건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제한된 자원 안에서 100개의 공연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큰 틀만 주고 나머지는 아티스트들이 알아서 해야했다. 그게 힘든 점이라면 힘든 점이었다. 곡만 발표하면 쉬운게 사실이다.
▲북촌한옥마을에서 열린 첫 NOKHA 공연엔 비가 왔다. ⓒ김포근
한옥마을에서 열린 NOKHA는 어떤 공연인가
좀 복잡하다. 한옥이라는 공간을 살려서 연주를 하는 거였다. 청중들이 자리에 앉아서 듣는 게 아니라 안뜰에 돌아다니면서 음악을 듣고 연주자들은 각기 흩어져서 연주를 했다. 청중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카메라가 계속 찍어서 어느 곳에 청중이 있는지, 많이 모여있는지에 따라 연주자들이 보게 할 악보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연주자들은 아이패드를 보고 연주를 했고 악기는 거문고, 토이피아노, 플롯, 바이올린 4가지로 이루어져있었다. 북촌의 한옥 안뜰은 굉장히 작아서 한 번에 열명 이상 못 들어가게 통제를 했다. 그러다보니 첫 공연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일이 생겼다.
동시에 4명의 악보가 다 바뀌는 건가?
그렇게 하니까 너무 이상해서 바뀌는 시점을 다르게 했다. 통일성이 없지만 않게. 현대음악은 선율이 있어서 딱 맞춰지는 게 아니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사실 개념 자체가 생소해서 연주자들한테 설명 하는 데에도 오래 걸렸다. 연주자들도 완벽히 이해는 안가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며 시작했고 직접 연주 후에야 다들 이해하겠다고 했다.
NOKHA나 문래예술공장, 하우스 콘서트 같은 실험적인 공연을 하는 이유가 있나
하나의 곡을 써서 연주가가 연주하는 것은 연주마다 곡이 다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같은 것의 반복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한 곳을 바라보면서 그 연주자의 반복적인 움직임을 보고있는것‘ 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더라. 작곡이 하기 싫은 건 아닌데 왜 재미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보니까 음만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공연의 모든 요소를 컨트롤 하고 싶은 것 같았다. 하다보니 더 흥미도 느꼈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그런 기회가 오면 덥썩 물어서 했다.
좋은 음악은 좋은 경험이다
▲진지하게 공연 연출을 하는 신지수 작곡가 ⓒ황인호
현대음악은 어렵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대음악에 대한 이미지다. 즉흥적으로 연주하다가 틀리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처음부터 이상하기 때문에 틀려도 사람들은 모르고 본인만 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즉흥연주가 재미있는 건 그 긴장과 떨림이 에너지가 되어 청중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녀는 즉흥연주에 매료된다고 했다.
현대음악은 듣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들었을 때 난해하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음악은 청중의 책임만은 아니다. 정말 못 쓴 곡일수도 있다. 옛날의 곡들은 오랫동안 검증을 받고 살아남은 곡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잘 쓴 곡들이지만 현대음악은 후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곡인지 어쩌다가 듣게 된 곡인지 알 수 없는 거니까. 본인도 잘 모르면서 곡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걸 청중이 들으면서 이해가 안 가는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은 조성이라는 체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그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지만 현대 음악은 더 이상 조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은데, 소리의 나열이라고 생각하고 음을 따라가면서 들으면 좀 수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음악은 어법을 몰라도 좋은 곡이면 느낌과 경험이 강하게 남는다.
마지막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
잘 쓴 음악이라서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도 뭔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가지고 있는 기존의 생각으로 경험을 했을 때 아무 느낌이 없으면 그 사람은 새로운 경험을 한 게 아니다. 근데 그 틀을 깨게 하는 경험을 하면 순간적으로 그 사람은 불쾌하거나 당혹스러울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진심으로 음악을 아끼고 즐길 줄 아는 작곡가 신지수, 창작의 고통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마저도 즐길 줄 알아야 된다고 말하던 그녀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연주자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곡에 많은 걸 담고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노트에 그려진 빼곡한 음표들이 들려줄 아름다운 선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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