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문화+서울 잡지에 실은 글이었는데, 본의아니게 브라질 월드컵에서 망한 브라질 대표팀의 기구한 운명을 예견하는 묘한 복선의 역할을 하고 말았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골 7개 먹었으니 ㅠ도 7개)



응원도구를 통한 악기의 진화 - 카시롤라의 운명


하나의 악기는 대게 여러 세대에 걸쳐서 진화하고 개량되어 온다. 바이올린의 경우 비슷한 모양과 원리를 지닌 비올족 악기에서 좀 더 개량 되어 이후 바이올린이 나타났고, 피아노의 경우 쳄발로, 클라비코드 등 다양한 건반악기들이 나왔다가 피아노로 점차 진화하였는데, 현재에 와서 다른 것도 아닌 월드컵을 계기로 발명이 된 악기가 있어서 흥미를 끈다.

카시롤라라는 악기는 브라질 예술가 카를리뇨스 브라운에 의해서 발명되었는데, 그 계기가 다른 악기들에 비해 독특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부부젤라라는 악기가 주요 응원도구로 사용이 되었는데, 그 소리도 어마어마하게 컸지만, 벌이 날아다니는 소리 처럼 일정한 음높이의 소리만을 내는 악기를 수많은 관중들이 연주(?)하는 상황에서 같은 응원소리가 경기 내내 지속되다보니 시청자에게는 불쾌함까지 느껴진 것이다. 그리하여 좀 더 쾌적한 악기를 응원도구로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카시롤라가 발명 된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거대한 응원소리가 경기장을 뒤덮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머지 않은 과거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팬의 일방적인 홈경기 응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 때 당시 한국 진영의 응원 공세는 가히 살인적인 압박감을 주며 전 세계 시청자에게 에너지를 풍겼을 것이다. 2002년에 처음으로 사용한 고유한 리듬의 응원(“~한 민 국!”)은 상대 팀을 압도하고도 남았으며 이후 모든 축구경기에서 사용되다시피 하고 있다. 북과 장구, 꽹가리 등의 전통악기들이 동원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마 2002년 월드컵을 겪은 사람들은 그 때의 경기장면을 듣기만 해도 응원하는 소리로 이게 어느 월드컵 경기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2010년 남아공 월드컵도 부부젤라 덕에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 지나치게 성가시고 시끄러운 부부젤라를 응원도구로 쓰지 못하도록 반입을 금지시키자는 여론이 잠시 일었으나, 아프리카의 전통이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과 팽팽히 맞섰다. 이후 다른 사건들이 터지면서 자연스럽게 뭍혀졌지만, 결국 이후의 축구경기에서 부부젤라는 사라지게 되었고,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남아공 월드컵의 해프닝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브라질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팔을 걷어부치고 응원도구 제작에 나서게 된다.

그리하여 시끄럽지 않으며, 흥을 돋울 수 있고 브라질의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악기를 발명하기에 이르렀다. 한 손으로 들고 흔드는 카시롤라의 탄생이었다. 브라질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새로운 악기의 발명을 선포할 정도로 적극 지지를 받은 카시롤라는 브라질 전통악기인 카시시의 계보를 잇는 타악기였고, 카시시의 전통을 잇는다면,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리듬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카시시 보다는 조금 더 단순한 원리로 연주되게 해서 일반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 특징이 있는 이 악기는 손가락을 끼울 수 있는 고리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카시시 보다도 연주하기 편하게 디자인 되어있다.

부부젤라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브라질 특유의 삼바리듬을 표현할 수도 있는 귀여운 악기 카시롤라는 안타깝게도 다소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 손에 가볍게 들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이것이 던지기에도 용이한 흉기로 둔갑하기가 지나치게 쉬웠던 것이다. 경기장 및 선수 안전에 갈 수록 민감해지는 현실에서 이러한 수류탄같이 생긴 악기는 아무리 경기 응원을 위해 특수 제작되었다 하여도 관람석 반입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만천하에 공개된 카시롤라는 금지품목이 되어 전량 폐기 될 위험에 놓이고 말았고, 월드컵 경기장에서 전혀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당하고 말았다.

안전에 민감해진 현재 시대에선 이전같이 도구나 악기를 활용한 응원이 용이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사람의 목소리와 휘파람소리, 박수소리, 함성소리 등이 더 전면에 드러나면서 평화롭고 조용한 응원문화가 연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엄청난 리듬으로 경기장을 압도할 것 같았던 삼바축구 본고장에서의 월드컵 응원 문화는 예상보다는 다소 평이한 양상을 띄었지만, 결국 축구경기는 축구를 보기 위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이렇게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족성과 문화를 드러낼 수 있는 응원도구와 악기들은 몇몇 흥분하는 관중들 때문에 잠재적 위험물질로 분류되어 이전처럼 경기장에 반입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악기마저도 흉기로 취급되는 현 세태가 안타깝긴 하지만, 다수의 안전이 최우선이니만큼 불만을 품지 않고 건전한 경기관람을 하는 것이 옳다. 아무래도 악기를 통한 응원문화에서 나오는 부차적인 문화현상들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더욱 창의적인 방법으로 안전 규정을 통과하면서 재미난 응원을 선사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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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4.08.13 2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브라질 월드컵 뒤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확실히 남아공 월드컵은 부부젤라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지간한 소리로는 중계 소리까지 뒤덮지 못하는데 부부젤라는 TV중계조차 뿌우우우우우우 소리만 들리곤 했었죠 ^^;;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4.08.14 02: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남아공 월드컵 중계는 그 벌떼같은 Bb 음만 기억이 남아요 ㅠㅠ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무슨 무서운 악기가 나오려나 했는데, 다행히(?)도 함성 위주로만 응원하더라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