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문화+서울 칼럼에는 작곡가 게빈 브라이어스(Gavin Bryars, 1943~)에 대해 썼습니다.
Jesus Never Failed Me Yet(주의 피는 나를 아직 저버리지 않았네), Sinking of the Titanic(타이타닉의 침몰) 등 퍼포먼스적인 아이디어로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음악을 쓰는 작곡가. 노숙자의 목소리를 인용하거나 수영장에서 음악회를 개최 하는 등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 실현하며 '앰비언트' 음악과 미니멀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2014/04/09 - [문화 + 서울]은둔형 자동피아노 작곡가 – 콘론 낸캐러우(Conlon Nancarrow)
절망적인듯 하면서도 희망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게빈 브라이어스의 음악의 특징인데, 1972년에 초연되어 이 곡은 아직도 새로운 레코딩이 진행 될 정도로 많은 이들 끄는 매력이 있다.
뚜렷한 멜로디가 없고 비트도 없지만 듣는 이에 따라서 상당히 격렬한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앰비언트 뮤직, 즉 '환경 음악'의 역사는 길게 봐서는 작곡가 에릭 사티(Erik Satie)의 벡사시옹(Vexations)에서 유래된다고도 하는데, 이 음악은 피아노로 짧은 소절을 840회 반복하는 곡인데, 이 곡을 루프(loop)의 기원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사티의 벡사시옹과 비슷한 구조의 음악으로는 게빈 브라이어스의 또 다른 대표작 Jesus Blood Never Failed Me Yet(주의 피는 나를 저버리지 않았네)을 꼽을 수 있는데, 작곡가가 밝힌 이 곡은 탄생 배경이 매우 독특한 편이다.
(요약)"친구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것을 돕다가 우연히 노숙자가 부르는 찬송가를 녹음하게 되었는데 집에 와서 피아노로 쳐보니 간단한 반주를 덧붙인 13마디 짜리 멜로디로 만들 수 있었다. 이 녹음본을 루프 시킨 것을 배경으로 하여 당시 일하던 미술대학 사무실에 실수로 틀어놓고 나갔다가 커피 한잔을 마시고 돌아왔는데, 옆 교실의 미대 회화과 학생들이 평소와는 달리 매우 조용하고 일부 학생들은 조용히 울고 있었다. 이 노래 소리가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고무되어 오케스트라 반주를 덧입힌 버전으로 당시 레코드판이 담을 수 있는 최대 길이인 25분짜리의 곡을 만들게 되었다."(이후 CD녹음을 위해 74분짜리 버젼으로 만들어 지기도 하였다)
한편, 앰비언트 뮤직은 테크노풍의 비트를 넣어서 '앰비언트 하우스'라는 장르로 진화하였고, 대중들에게 폭넓게 향유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심장 박동을 의식하면서 살 필요가 없듯이, 가끔씩은 비트가 없는 음악이 주는 평안함도 누려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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