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선거날이네요. 무려 7장을 투표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부담감이 느껴져서 요새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다보니 이런저런 단편적인 생각들이 밀려들어왔는데, 이번 기회에 근황을 소개할 겸 끄적여 봅니다~
-개인 블로그에 담은 개인적인 생각들입니다. 설마 이 누추한 곳에 자신만의 생각을 담았다고 해서 선동질이라거나 그런 오해는 받지 않겠죠? ㅎㅎㅎ;;;
6월 3일 한겨레 만평입니다. (출처)
1. 이번엔 투표할까?
요즘 동시에 두 곡을 마무리 짓느라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지만, 요즘처럼 정치에 관심이 간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현 정부에 어차피 기대도 별로 안했지만, "상상하라 그 이하를 보여줄 것이니"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입이 쩍 벌어질 일들이 연속되니... 아마도 제 저희 나이대(가 몇살인지는 비밀)에서는 이번에는 정말 투표로 민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결심이 어느정도는 보편적인 현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 순수예술 vs. 표제(?)음악?
이전에 곡을 쓸때는, 다른 유명한 현대 작곡가들이 어떻게 음 소재를 고르고 그것을 조직화하고 체계화 시키는지, (그리고 그 중에 따라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쿨럭) 그런 테크니컬한 요소들이 가장 주된 관심사였고, 정치, 또는 사회적인 이슈를 작품의 제목이나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 -순수음악의 추상성에 손상이 간다는 이유로-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곤 해왔습니다. 그런데, 공부에서 어느 정도 손을 놓고 사회생활과 잉여짓을 병행하며 혼자만의 공간에서 곡을 쓰다 보니 이제는 주변 돌아가는 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 할 뿐만 아니라, 나와 먼 곳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다보니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데, 제가 쓰는 음악에 어쩔 수 없이 제 감정상태를 담게 되다보니 결국 곡의 주제 자체가 거의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저의 반응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학구적인 자세로서의 음을 다루는 기술보다는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말을 할 것인지가 더 관건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게다가, 이런 격렬한 감정과 공익을 추구하는 정의감은 작품을 생산하는데 큰 동기부여의 요소가 되어가게 됩니다.
최근에 작곡한 거문고와 현악앙상블을 위한 작품<Elegy for Elleji>에는 생명의 가치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성찰을 담았는데, 앙상블이더라도 각자 악기들이 한번씩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주면서 곡이 진행됩니다. 이 때 각 악기들이 시간차를 두고 소리내는 멜로디를 모두 다르게 해서 모든 생명의 개별성(individuality)에 대한 표현을 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면 곡의 통일성에 지장을 주게 되고 자칫하면 메들리처럼 정리되지 않은 구성을 낳기 때문에 조심스러웠고, 한 음 한 음 신중하게 선택하다 보니 음이 별로 없게 되었습니다. (휴...언제는 곡 쓰면서 음이 많았더냐... 콩나물 게을리 키우는 이유도 참 다양하군 ㅡㅡ)
3. 예술인의 정치발언
얼마 전에는 예술인 80여명이 서울시 교육감 후보 조희연을 지지하는 선언을 공개했다는 소식(기사 링크)이 저는 매우 반가웠습니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상적으로 쓰이는 언어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억지로 자제할 필요 또한 없기 때문입니다. 직업예술가의 역할 중 하나는 현실세계를 한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며 그 현실에 자신이 가진 매개체로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하고 그것을 일하느라 바빠서 세상을 관조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여유가 없는 비예술인에게 제공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유를 거친 그 생각을 예술매체가 아닌 일반 언어로 표현하는 것도 오늘날 사회를 바라보는 데에 도움이 되는 매우 유용한 자료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지요.
4. 예술가는 진보여야 하는 이유
여기서 지칭하는 "예술가"는 '순수 직업예술가'로 범위를 좁히겠습니다. 클래식 현대음악 작곡가는 모두 포함되네요. 적어도 자신의 주된 업을 예술활동, 특히 창작활동으로 삼으며 그 예술이 상업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 예술이 나아가야 할 역사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고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진보주의적인 생각의 틀과 거의 일치하며, 이런 생각을 머금은 채로 사회를 바라봤을 때에는 당연히 그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성찰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며, 절대 다수가 만족하는 사회일지라도 그 이면의 어둠과 부족한 면, 유토피아에 반하는 현상 등을 예리하게 포착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00% 순수한 순수음악을 추구할 수도 있겠지만, 작곡가가 일생동안 순수음악만을 추구했다는 현상 그 자체로만도 어느정도 그 사회에 대해 말해주는게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주장이 밝혀진 글로 <원래 예술은 좌파다(부정변증법 블로그)>가 있습니다.
또는
4-1. 도대체 왜 "종북좌파"라는 말이 2014년이 되도록 파다하게 떠도는지 모르겠는데, "종북"이 "좌파"인 경우가 역사적으로 있었다 한들 이 둘이 상관관계가 100퍼센트 있지 않다면 종북이 반드시 좌파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이 둘을 따로 취급해야 한다고 봄. 솔까 북한에 관심 한방울도 없어도 좌파일 수 있지 않겠음? 상식적으로...
4-2. "진보"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경제적인 발전에 국한되지 않고, 민주적이고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총제적으로 더욱 발전된 선진사회를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면, 지금 이 시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진보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종북"이나 심지어 "좌파"도 아닌 "진보"를....
결론: 내일 투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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