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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여행과 해외체류기

[근황]레지던시의 일상 - 레코드판, 지진, 요가, 벽난로, 단식...



레지던시에 머물면서 두번째로 곡을 마쳤습니다. 하나는 오기 전에 다 쓰려 했던 8핸즈 피아노곡ㅠ, 그리고 오늘은 내년 2월 바이올린 리사이틀에 연주될 몽환적인 솔로 환상곡(위촉한 친구에게 감사 ㅎㅎ).  컴퓨터로 사보하면서 고쳐나가야 하겠지만, 일단 종이악보에는 겹세로줄^___^  환상곡은 정해진 틀이 없다죠?  좋다~ ㅎㅎㅎㅎ

클릭해도 큰 사진 안나옵니다. 보지 마세요! >.<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온지 벌써 3주가 다 되어갑니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귀국...!  


2014/08/21 - [근황]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와있습니다~



이곳에 레코드판이 엄청 많은데다 LP플레이어와 어마어마한 스피커가 구비 되어있어서 며칠간 쉬지않고 음악을 들었습니다.  저건 앙드레 프레빈 리즈시절 음반^^^^^  아놬ㅋㅋㅋㅋ


알 수 없는 이유로 우드 블럭을 질렀습니다. 악기 말고 진짜 나무조각이요;;;

본래 아마존에서 책을 주문하려 했는데... 유체이탈 된 후 정신 차려보니 미국내에서만 배송된다고 하는 우드블럭을 지르고 있;;;  교육적 효과를 위해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샀습니다 ㅎㅎ(제가 아기입니다 흐흐)


영어에는 없는 알파벳^^;


침실 한쪽 면이 엄청나게 넓은 책상인데, 스튜디오에서 일하다 지겨우면 여기를 이용하곤 합니다.  지금은 그냥 이것저것 어질러져 있는 공간.  텅 빈 공간이 어지럽히는데는 일주일 정도밖에 안걸립니다. 벽에 기대 놓은 것 중 Business Hours라고 써있는 것도 아마존에서 주문했습니다. 글귀가 재미있어서 한국 가서도 작업방이 다시 생기면 문에 걸어두고 싶어서요.



스튜디오에서 나오면 어마어마한 거실이 있는데, 그 안의 수많은 테이블 중 하나는 1000조각 퍼즐이 시나브로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지도가 목표인데, 저는 그쪽 지리를 잘 모르므로 패스~


안무/무용으로 레지던시에 와있는 유위의 스튜디오에 모여서 요가를 한바탕 했습니다. 힐링요가(restoration yoga)라면서 힘든거 아니라고 유혹하길래 귀를 펄럭거리며 어슬렁~  진짜 힘이 하나도 안드는 요가였습니다.  쿠션을 이용해서 스트레칭이나 트위스트를 하는게 주 목적이고, 한 자세를 거의 2-3분씩 유지하다보니 편한 자세에선 잠들 뻔 하기도... 근데 워낙 유연하지가 못해서 거의 모든 동작이 고통스러웠습니다 ㅠ

오늘 날이 굉장히 추웠던 관계로 저녁 먹고나서 난로를 키기 위해 땔감을 공수... 저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나무를 조금씩 떼어다가 땔감으로 쓰고 있습니다. 사진은 아까 스튜디오를 흔쾌히 제공한 유위의 모습입니다 ㅎ


마시멜로를 불에 구워서 비스킷 사이에 초코렛이랑 끼운 샌드위치같은 요리(?)를 디저트로 먹었습니다.  이름이 있었는데 까먹었네요^^;;  미국에선 흔한가봅니다.  저도 달다구리 좋아라 하는데요, 이런 칼로리 폭탄은 차마 하나 이상은 못 먹겠더군요.  


제 스튜디오에도 난로가 있어서 불을 좀 때웠습니다.  여기 온 이후로 처음으로 방이 안춥네요... ㄷㄷ 장작 몇개로 이렇게 따뜻해 질 줄은 몰랐습니다.  갑자기 시골 할머니 댁의 온돌이 그립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지진이 일어나서 자다 공포에 젖은채로 깼습니다 ㅠ 샌프란시스코 북쪽 나파밸리 근처가 진앙지였다는데, 여기는 꽤 남쪽으로 떨어진 팔로알토 인근이라 심각한 피해는 없었답니다.  단지, 로션통이 넘어져있고, 종이랑 펜 등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을뿐...;;;  그리고, 제 숙소는 대형 헛간을 개조한 건물이라서 그런지 엄청 삐걱거리더군요.  소리가 엄청났습니다.  레알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엄습했죠.  하필명 악몽을 꾸다가 지진때문에 깨서 더욱 공포감이 심했던듯... 

오늘부터 밤마다 쓰는 감사일기에 항목 추가: ※지구님,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오늘도 흔들리지 않고 무사히 하루를 보내게 되어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



지진으로 시작한 일요일에는 하루동안 단식을 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태고자 했지만, 사실상 저 자신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쉬지않고 진수성찬을 소화시키고 있는 위장도 겸사겸사 달콤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밤에는 배고파서 잠이 안오더군요 ㅠ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일요일에는 아예 식사를 안하려 했는데, 밤에 너무 배가 고파서 24시간 지났다는 걸 핑계로 블루베리를 한공기 흡입했습니다(제가 사랑하는 비싼 블루베리가 여기선 무한제공 ㅠㅠ).

생명의 빛을 스스로 끄고 있는 사람을 외면하거나 음해하는 세력보다 걱정하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궁극적으로는 승리한다는 것이 보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건강하고 돈 많은 사람만 살기 좋은 나라인 것 같아서 슬프지만, 이렇게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아직은 젊으니까(?) 긍정의 힘을 믿고 의지 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