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유학했던 영국 사우스햄턴에서 달팽이관 이식술을 받은 청각 장애인이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중이었는데, 그로 인해 청각장애인 또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게 5년 전 일이었는데, 무의식에 자리잡았던 지적 호기심을 이번 기회에 (과다)충족 시키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바다에서 헤멘게 다이지만, 나름 공부가 많이 되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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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잡지에 실린 글의 원고입니다:


"청각장애인이 듣는 베토벤" - 청각 장애가 있어도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들그리고 베토벤의 후기 음악


보통 사람들은 음악은 소리에 의한 예술이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하고듣는 것에 문제가 있으면 음악을 들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렇기 때문에 귀머거리가 된 작곡가 베토벤을 매우 불쌍한 존재로 보거나반대로 역경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존재로 여기게 된다하지만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음악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온전한 청각을 지닌 사람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소리는 그 근원지로부터 진동의 형태로 공기를 타고 귀까지 전달되어 온 것이다.이 진동이 귀의 청각 신경을 자극하여 경우에 따라 음악을 구성하는 하나의 음으로 인지되는 것이다이러한 복잡한 단계들 중 어느 것이라도 방해를 받으면 음악 감상에 저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이 모든 과정 자체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예를 들어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 장애의 종류에 따라 공기의 진동이 귀에 전달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청각 신경에 손상이 가서 전달 된 공기의 진동을 처리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1.

중요한 것은 소리의 근원은 진동이라는 사실이다그렇다면 진동을 귀로는 느끼지 못하더라도 신체의 다른 기관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우리가 클럽이나 행사장 같은 곳에서 아주 큰 스피커로 낮은 음을 들을 때에는 온몸으로 진동이 느껴지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이것은 귀로 전달되는 자극과 더불어 다른 감각기관에서도 느껴지는 것이므로 청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느낄 수 있는 자극이다또한소리를 내는 근원지에서 생성되는 최초의 진동을 직접 피부로 느낀다면공기라는 매개체를 거쳐 귀로 듣는 과정 자체가 필요없게 된다.

베토벤이 작곡을 할 때 즐겨 사용한 피아노는 어떻게 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가건반을 누르면 레버들이 작동하여 해머가 피아노 본체 안에 설치된 줄을 때리고그 줄에서 나는 진동이 공기를 거쳐 소리가 되는 것이다청각을 상실한 베토벤은 이 피아노 줄에 막대기를 대고 이것을 얼굴에 대면서 소리를 느꼈다고 한다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청각장애인이 음악수업을 원활히 참가하게 돕는 장치가 영국에서 개발되기도 하였는데이는 손가락을 통해 진동을 직접 느끼게 해 주는 장치이다2.

한국에서도 비슷한 장치가 개발되었는데손가락이 아닌온 몸으로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의자 형태의 “뮤직 시트”이다이는 음악에서 나오는 여러 음들의 높낮이를 다양한 주파수로 변환하여 의자의 다양한 부분에 설치된 스피커에 전달하는 도구이며 이는 서강대 예술공학 박사 송은성씨와 현대차 기업 브랜드 마케팅 팀의 합작품이다3.

그렇다면청각 장애인이 듣고 연주하기 좋은 음악이나 악기가 따로 있을까?

청각장애인이자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인 에블린 글레니(Evelyn Glennie)는 타악기 소리를 진동으로 느끼며 연주를 하고이를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맨 발로 무대위에 선다청각장애가 있으면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가 어렵지만의외로 여러 교육기관에서 오히려 악기연주를 적극 권장하는 추세이다4대체로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이 악기를 연주하고자 한다면음 높이를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는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보다는 타악기나 음의 진동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하프기타등의 악기를 선호하고호흡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관악기의 경우 정해진 위치에 음높이가 고정되어 있는 목관악기가 연주에 용이하다5청각장애인을 위한 달팽이관 이식술(cochlear implant)이 발달한 영국 연구팀의 자료를 보면 환자들이 음악을 인지하는 과정에 주기적인 강한 비트가 들어간 드럼을 활용한 음악이 감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6.

베토벤이 말년에 작곡한 많은 곡들특히 피아노 소나타의 특징을 보면 빠른 반복과 엄청나게 긴 트릴을 자주 사용하였고피아노의 양쪽 끝 극단적인 음역대의 소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페달을 남발하기도 했다7베토벤 후기 소나타의 악보를 보면 어떤 경우는 몇장에 걸쳐서 시커먼 음표들이 수많은 덧줄에 걸쳐져 반복적으로 작곡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이는 실제로 연주하면 감상자에 따라 매우 지저분한 소리로 인식되기도 한다이렇게 음악의 진행감은 더디면서 소리의 진동만 증폭되는 소리들은 약간의 광기와 음향적인 탐색의 열망이 더해지지 않으면 당시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음악 구조이다이런 특징들로 인해 말년으로 갈 수록 괴짜로 악평이 나버린 작곡가이지만그러한 평가는 어쩌면 귀가 온전한 사람들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이 음악은 어쩌면 청각장애가 있는 감상자들에게는 더욱 즐거운 음악일 수도 있겠다천재 작곡가가 귀가 온전하지 못하여 소리를 진동으로 느껴가며 작곡한 음악이라면 멀찌감치 앉아서 팔짱을 끼고 듣는 것 보다는 피아노에 온 몸을 기대고 진동으로 느끼며 감상했을때 가장 감동적으로 들려오는 음악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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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음악치료학의 이해와 적용 (2005 정현주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p.70

2ablenews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 9/08/2006 기사박화중http://www.imdusa.org/imd/ablenews/090806ablenews.html

3청각장애인用 카시트 개발 김은정 기자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26/2013052602416.html?Dep0=twitter

4http://www.mtabc.com/page.php?61

5http://www.stthomas.edu/rimeonline/vol1/hash.htm

6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01/150126112432.htm

7http://www.theguardian.com/music/2012/nov/19/feel-music-deaf-children-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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