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국악에 대한 저의 평소 생각대로라면 시나위라는 국악 앙상블 공연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퓨전국악 공연을 라이브로 들어본 적이 그동안 없었고, 얼마전에 종묘제례악을 관람하면서 국악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던 데다, 하우스콘서트에서 초청한 그룹이라는 선입견(?)까지 작용해서 시나위라는 그룹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지고, 구경가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루이스가 국악공연을 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었고, 저 자신도 직접 퓨전국악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있어서, 결국 제게는 두번째인 하우스콘서트 방문을 지난 금요일에 하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무척 좋은 날이어서인지, 제가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는 관중이 적었습니다만, 박창수 선생님 말씀대로 이날 관중으로 온 우리들은 참 복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청중들 모두 매우 몰입을 하며 감상을 하기 시작했고, 이에 호응하여 시나위측에서는 프로그램에 없던 적벽가의 한 대목을 편곡 없는 오리지널로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각기 뛰어난 연주실력을 지닌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해서 국악을 현대화 하기 위해 모인 창작국악 연주단체 시나위. '국악의 현대화'라는 이 시대 국악인들의 최대 화두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따라 여러 국악단체들의 격이 나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시나위의 연주는 매우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국악인들이 대중화라는 미명하에 진정한 국악을 시도하기보다는 국악기를 도구로만 이용하여 어설픈 서양음악을 연주하고, 그에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는 점에서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나위라는 단체는 주체성을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서 감상자 입장에서 매우 고마웠습니다.
서양음악 작곡을 전공하고 한국음악에 대한 성찰을 피상적으로밖에 할 수 없는 저로서는 어떻게 해야 한국음악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국악의 본질을 표현하되, 서양음악의 어법들을 자유롭게 도구로 삼는 시나위의 접근방식 또한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국에서 태어난 작곡가로서 앞으로 국악에 대해 꾸준히 깊이있게 공부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가지게 되었습니다.
풍성한 반주가 들어간 '사랑가'의 한 대목을 들으면서, 사랑가의 가사전달의 효과가 극대화 되어가는걸 느끼며 말할수 없이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기분을 가지게 되었고, 시나위라는 장르의 특성과 재즈의 특성이 묘하게 교집합을 이룬 '동해 랩소디'의 흥겨운 리듬을 들으며, 이렇게 즐겁게 서로 호흡을 맞추며 수준급 연주를 할 수 있는 연주자들이 한없이 부러웠던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막바지의 흥얼거림은 재즈의 스캣 창법을 따온건가요? 본래 판소리에선 못들은 구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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