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위한 음악 - 인간과 다른 청각구조를 지닌 고양이를 위한 음악을 쓰는 David Teie

(본문 직접 보기 - 문화+서울 5월호)


이태리어로 “보통의 빠르기”라는 뜻을 지닌 모데라토(moderato)라는 음악용어는 대략 1분당 80회 정도의 박자 속도를 뜻하며, 이것은 인간의 심장 박동수와 흡사한 빠르기이다. 우리가 편하게 듣는 음악의 기준이 되는 표준 속도는 이렇듯 인간의 신체반응에서 자연스럽게 유추된 것이다. 이는 “빠르게”라는 뜻을 지닌 알레그로(allegro)보다는 다소 느리고, 소나타나 교향곡의 느린 악장 기준으로는 다소 가벼운듯 빠르게 진행되는 정도의 템포(tempo, 빠르기)이다.


우리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곁에 있는 강아지에게 들려주고서는 별 반응이 없다며 동물은 음악을 들을 줄 모른다고 간단하게 결론 내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몸에 최적화된 음악을 동물이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들도 이를 음악으로 인식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인간은 갓난아기때 가장 넒은 범위의 주파수를 듣다가 점점 나이가 들 수록 청각기관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그 범위가 좁아진다. 어릴때 듣던 아주 높은 음이 더이상 안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듣지 못하는 아주 높거나 낮은 소리를 들려주고서 반응이 없다고 음악도 들을 줄 모른다고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면 아마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물에게도 그들의 청각기관에 따른 고유의 주파수가 있다.


위스콘신-매디슨(Wisconsin-Madison) 대학의 찰스 스노든(Charles Snowdon) 심리학 교수는 작곡가 데이비드 타이(David Teie)와 함께 고양이의 청각세계를 연구하였고, 그들이 대체로 인간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를 지녔다는 것과 미끄러지는 음을 많이 낸다는 것 등의 다양한 특징들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고양이의 소리들을 그대로 재생하기 보다는 이것을 재료로 삼아 새로운 곡을 쓰는 것을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만들어 냈다. 세계 최초로 고양이만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여 발표한 것이다.


2015215, 스노든의 연구팀은 총 세 곡을 공개한 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공개투표를 요청하였다[각주:1]. 이중 한 곡은 고양이가 가르랑 거리는 소리를 표본으로 삼아 1분당 1380개의 박자로 이루어진 음악이고, 대부분 곡들의 멜로디는 인간의 기준으로는 아주 높은 음역대에서 짧고 조용히 연주된다[각주:2].


유투브에도 공개된 이 음악을 들은 네티즌들은 자신의 고양이가 평소에는 음악에 전혀 반응을 안했는데, 이 음악을 트는 순간 스피커를 뚫어지게 쳐다보는가 하면 옆에서 아주 편하게 그르렁 거리며 눕기도 했다며 놀라워했다. 인간이 듣기에는 장난처럼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들에 고양이들은 강렬하게 반응을 한 것이다.


이 즈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위한 음악에 대해 궁금해 할 것이다. 고양이를 위한 음악을 작곡하는데 성공한 스노든 연구팀이 혹시 강아지를 위한 음악을 작곡할 생각은 없는지?


강아지는 종에 따라 체구도 다양하고 목소리도 다양하기 때문에 종 별로 각각 고유의 음악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향후 강아지를 위한 음악은 각 종마다 따로 발표를 할 것이라고 스노든 연구팀은 홈페이지(musicforcats.com)에서 향후 계획을 밝혔다[각주:3].


고양이를 위한 음악을 연구하기 이전에 스노든 연구팀이 최초로 만든 ‘동물음악’은 사실은 원숭이를 위한 음악이었다. 원숭이들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할 때 내는 소리는 인간이 듣기에는 날카롭고 거북한 소리이고, 심장박동 또한 매우 빠른 편이어서, 이런 특징들을 담은 음악을 제작하여 실험실 원숭이들에게 들려줬을때, 인간의 음악소리와는 달리 뚜렷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각주:4] 원숭이들이 실험실에서 유일하게 반응을 보인 ‘인간음악’은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음악이었고, 이를 들으며 인간과는 달리 몹시 차분해지는 효과를 받았다고 한다[각주:5]


말을 위한 음악의 경우는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데, 규칙적인 박자(?)로 오랫동안 뛰는 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말은 리듬이 고르고 규칙적인 음악을 선호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말이 뱃속에서 듣는 어미의 심장소리를 뇌에 각인시킨 후 태어난 후에 이를 적용시킨다는 이론을 전제로, 말의 태아시기 자궁속의 소리를 최대한 파악하려고 작업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우리가 사랑하는 애완동물들에게 본의아니게 고통을 주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불현듯 들기 시작한다. 우리가 원숭이가 좋아하는 메탈리카의 음악을 듣고 그들처럼 차분하고 이완되지 않듯이 그들도 인간의 음악을 듣고 각성상태가 된다거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무렇지도 않다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인간의 잣대로 음악을 작곡했다고 하면 아무리 동물의 소리를 소재로 삼았다고 한들 우리가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동과 같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다. 어쩌면 그저 자신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스피커가 신기한 것일 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노든 팀의 언급은 없었지만, 고래의 울음소리(혹은 노래 소리)를 즐겨 듣는 필자는 고래를 위한 음악에도 관심이 간다. 엄청나게 큰 체구와 느릿한 움직임으로 말이암아 추측컨데, 고래는 엄청나게 느린 박자의 낮고 깊은 소리를 선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느린 음악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고래음악’을 한번 작곡해볼까 하는 생각을 언뜻 해보게 된다. 물론 물속에서 고래에게 들려주는 일이 만만치 않겠지만 말이다.



참고자료: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 “Cats prefer species-appropriate music” (Charles T. Snowdon, David Teie, Megan Savage)





  1. The Independant - “Music for cats: These songs are scientifically proven to be your cat’s jam” (C. Hooton) [본문으로]
  2. Daily Mail - “Listen to the meow-sic!” (R. Gray) [본문으로]
  3. http://musicforcats.com/64-future.htm [본문으로]
  4. NPR - “Music Written For Monkeys Strikes A Chord” (R. Harris) [본문으로]
  5. The Guardian - “Scientists create music that helps monkeys chill out” (Ian Sampl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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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에서 만드는 잡지인 <문화 + 서울>에 격월로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웹상에서 보려면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있는 아카이브(여기)를 방문 해 주세요.  


첫 글이라 호들갑 스럽게 사진 찍어 올립니다 ㅎㅎ




아래 글은 편집되기 이전 단계의 원고입니다.  


=====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것만으로는 절대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시중에 파는 수많은 자기계발서 들이 알려주고 있다. 대인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기본 전제로 깔고 있고, 구체적인 인맥관리 요령,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부터 해서 시간 관리를 잘 하는 방법과 정리정돈 팁까지...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 자신의 내공을 쌓는 데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가 없는 것인가(일단 성공의 의미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인정받고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라는 정의 하에 둔다고 하면)?

적성과 성격에 따라 어울리는 직업이 같은 사람들 여러 명을 한데 모아보면 그 중에서도 대조적인 다양한 성격 차이가 존재한다. 작곡가라는 직업은 음악에 재능을 가지고 작가정신이 있으면서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중에서도 영업 능력과 대인관계에 탁월하여 자신의 작품에 몰두하는 시간 못지않게 사람 사이의 관계에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세상에 드러내는 성과를 거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은둔형 외톨이와 같이 바깥 세상일에 관심 없고 사람을 피하며 오로지 자신의 작업에만 몰두하는 작곡가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작품이 뛰어날 경우 사후에야 세상에 알려지거나 우연한 계기로 다른 사람에 의해 발굴되기도 한다.



20세기의 미국 작곡가 콘론 낸캐러우(Conlon Nancarrow, 1912-1997)의 경우 위에 말한 두가지 유형 중 후자에 해당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흔한 혈액형 유형별 성격으로 분류했을 경우 소위 말하는 "트리플 A"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로 뒤끝이 길고 소심한 성격으로 추측된다. 젊은 시절 재즈 트럼펫을 연주하였으나, 어느 날 자신의 악기가 도난당한 이후로 크게 마음을 다쳐서 다시는 트럼펫 연주를 하지 않았으며, 1940년에 작곡한 7중주 실내악 작품이 뉴욕에서 초연 되었을 때에는 연주가 너무나 마음에 안든 나머지 악보를 다 찢어버리고 다시는 자신의 작품을 연주에 올리지 않으려 했을 정도로 상심이 컸다. 이후에 작곡된 작품들은 어차피 연주를 염두에 두지 않고 썼기 때문에 인간의 능력으로는 정확한 연주가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으로 복잡한 리듬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출처: Wikipedia


이후에 두루마리 종이에 구멍을 뚫어서 음악을 연주하는 자동피아노(1897년 에드워드 S. 보티에 의해 발명)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수학적인 계산을 통한 복잡한 리듬을 연주하게끔 하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냈는데, 이는 일반적인 5선 악보에 기보하지 않고 직접 종이에 자를 대고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작곡을 하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서양음악의 전통에서 자유로운 리듬 기법이 가능하게 되었는데, 같은 음형을 복잡한 비율로 확대하거나 축소하여 돌림노래(캐논)을 만드는 작업을 즐겨 하였다.  일반적으로 음의 길이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비율은 1:2나 1:4정도로 단순한 숫자에 그치는 반면, 낸캐러우의 Study들은 15:16:17 등, 일반인의 귀로 인지하기 힘든 비율이거나 심지어 그의 Study 33번은 2:비율로 된 음 길이의 돌림노래이다.

뿐만 아니라, 낸캐러우는 중세 유럽 음악에서 유래 된 아이소리듬(isorhythm) 기법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멜로디의 음의 수와 리듬형태의 음의 개수가 어긋나서 그 둘의 최소공배수에 도달할 때 까지 끊임없이 같으면서도 다른 형태의 선율이 반복되는 기법이다.


Study 49c의 마지막 부분 원본 악보(?)

(출처: www.nancarrow.de)


이 작품들은 30여년이 지나 60대가 되어서야 연주되기 시작하였고, 그 이전에는 작곡가 본인은 철저한 은둔생활을 하며 아내에게 전적으로 생계를 맡기다시피 하며 본인은 자신만을 위한 지하 스튜디오 공간에서 두루마리 종이에 구멍을 뚫으며 지냈다고 한다. 이렇게 작곡된 자동피아노를 위한 습작(Study)들은 51개가 남겨져 있다.

아내가 수많은 두루마리 종이들을 보며 나중에 만약에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뜨면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물어봤더니 어깨를 으쓱하고서는 "태워버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낸캐러우는, 일평생을 멕시코에 살면서도 그 나라의 음악계와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85세에 타계하였을 때에는 단 두명의 멕시코 작곡가만이 그의 장례식을 지켜봤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세상과의 교류에 비중을 두지 않는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70년대부터 시작된 낸캐로우의 작품에 대한 미국 음악계의 관심은 그를 어쩔 수 없이(?) 수많은 기자들 및 음악가들과 교류를 하게 만들었고, 말년에는 그의 작품이 연주되는 많은 음악회들에 불려다니게 되었다. 특히 동년배 헝가리 작곡가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현대음악가인 죄르지 리게티는 그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칭송하며 자신도 낸캐러우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 그가 태워버리라고 했던 두루마리 종이들은 결국 현대음악계의 귀중한 자료로 취급되어 스위스의 파울 자허(Paul Sacher) 재단이 구입하여 보관하고 있다. (이 재단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필사본을 사들이는 등, 현대음악 자료 보존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는 재단이다)


리게티가 말하는 낸캐러우(독일어, 스페인어 자막) - 1:20 꼭 들어보세요!


작업하며 정확한 리듬 기보를 위해 돋보기를 사용중인 작곡가 낸캐러우(출처: www.nancarrow.de)


자신의 커리어와 세속적인 성공에 관심이 없었던 은둔형 작곡가의 삶은 그만큼 자신의 예술적 호기심과 탐구정신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다 줬고, 그리하여 현대음악계에 둘도 없는 독창적인 리듬의 세계를 선사하여 인류에게 귀중한 자산이며 성공의 기준과 방법은 책에 쓰여 진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남들이 봤을 때 미친 짓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자신만의 독특한 관심사는, 그만큼 독특하기 때문에 세상에 더없이 귀중한 유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세상의 트리플 A형들이어, 그들은 정녕 위대하오니 절대로 능구렁이들 틈바구니에서 주눅 들지 말 지어다!





참고자료:

http://www.artsjournal.com/postclassic/2007/08/a_farewell_retrieved_from_the.html - Kyle Gann

http://www.nancarrow.de/arbeitsweise.htm - 낸캐러우 소개 독일어 사이트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do?docid=b18j2149a&q=자동%20피아노 - 다음 백과사전

http://en.wikipedia.org/wiki/Conlon_Nancarrow#Later_life - Wikipedia

The Music of Conlon Nancarrow By Kyle G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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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ww.facebook.com/suhyun.noh BlogIcon 노수현 2014.04.10 0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는건 정말 쉽지않은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블로그 항상보고있는데... 글 솜씨가 ^_^Good인것 같아요.
    새로운 작곡가도 알게되서 좋네요 ^^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4.04.10 2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니 이런 과찬의 말씀을 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를 뻔 했습니다 ㅋㅋ

      음... 개인 블로그 위주로만 쓰다가 대량유포용 인쇄매체(? 표현이 좀 뭐하네 ㅋ)에 올리는 첫 글이라 문체도 어색해지고 조금 버거웠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ㅎㅎ 평소에 편하게 느끼는 이 블로그에 먼저 글을 다 써놓고 그걸 워드에 옮겨적으니 좀 되더라능...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