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닻올림에서 주최하는 문래 레조넌스 사운드 창작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오도방정을 떨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2주 간격으로 두번에 걸쳐 3일간의 워크샵이 각각 진행(총 6일)되는 관계로 여러 일정을 많이 옮겨야만 했었죠.  무슨 배짱인지 모르게 지원할때 이미 선발되어 참가하는 걸 기정사실화 하고 제가 맡은 대학 수업 일정을 뒤집어 놨습니다.  개교기념일 수업, 수시입시기간 음대 밖 수업을 선언하고 학생들 눈물바다..ㅠ


칼국수 접대 해 뒀으니 상황종료.




이번 워크샵은 두번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그 중 첫 파트를 3일간 맡으신 작곡가 알레산드로 보세티(Alessandro Bosetti)는 작년에 닻올림픽 즉흥음악 페스티벌에 출연한 바가 있습니다.  그걸 보고 저는 이미 큰 재미와 감동을 느낀바.... 그런데 바로 그 분이 올해 워크샵 진행을 맡았다고 하니 이게 꿈이여 생시여..? ^^; 

언어를 이용하여 작곡을 하는 다양한 방식을 연구중인데, 음악은 살짝 무섭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많은 작업들이 수두룩하죠.  그 중 하나인 Pool and Soup라는 게임을 이번 워크샵에 소개하였습니다. 

풀앤 숲을 설명하기에 앞서서 위 동영상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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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출신인 보세티씨는 먼 산(즉 알프스...쩌네요)을 바라보며 자랐다고 합니다.  알프스의 많은 지역들은 지형상 매우 고립된 곳들이 많은데, 덕분에 숨겨진 언어가 다양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보세티 샘은 프랑스 동남쪽부터 오스트리아까지 알프스 산자락을 떠나 언어채집 여행을 하였는데, 불어에서 파생된 언어부터, 라틴어 계열 언어, 이태리어와 독일어 사투리까지, 실로 방대한 뿌리들이 얽힌 지역의 말들을 녹음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여행하며 발견한 언어들을 간략히 나열하자면:

파투아(Troubadour) - 프랑스어와 이태리어가 섞임

발쩌(Valzer? 나중에 검색해서 수정하겠습니다. 일단 적기바쁨 ㅠ) - 400~600년 전 독일어. 그 옛날에 스위스 세력에 쫒겨 고립된 분지에 정착한 민족.

레토 로만어 - 라틴어에서 직접적으로 파생된 언어. 현재 100만명정도 구사.

침브리어 - 400년전 독어 (발쩌랑 다른 종족)

슬로베니아어

...이 시점부터 동쪽으로 갈 수록 슬라브 계통 언어가 노골적으로 등장하며 완전히 다른 언어권에 들어서게 됩니다.


위에 올린 동영상은 하나의 단어를 위 언어들로 채집한 다양한 버젼들을 다시 편집하여 같은 뜻의 다른 소리들을 쓰나미같이 들이붓는(이건 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소리의 파도를 만든 것입니다.  언어학자의 관점이 아닌, 작곡가의 관점이기 때문에 위에 나열된 언어를 가장 정확하게 표준적으로 구사하는 버젼을 궂이 찾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동영상 설명은 여기에서 마무리 하고, 이제 풀앤 숲 게임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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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앤 숲(Pool and Soup)은 대여섯 이상이서 할 수 있는 게임인데, 기본적으로 사람이 하는 말을 이용하여 하나의 곡을 즉흥적으로 한명(또는 불특정 다수)이 지휘자 역할을 맡아서 만들어 가는 게임입니다.  구체적인 동작만 미리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답니다!  아래에 지시사항들만 나열 해 보겠습니다(동작은 도무지 글로 설명이...글고 저작권도 나름 있을지도 있어서 조심스럽네요ㅎㅎ)

아무 말이나 논스톱으로 지껄이기. 단, 현재 이 상황에 대한 묘사는 피할 것.

하고 있던 이야기의 일부를 loop(무한반복)걸기.

loop의 간격을 조정(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길어지거나 짧아짐)

더 크게/작게

더 빠르게/느리게

lock - 두명 이상이서 대화 시작하기

일시정지

샘플 걸기(남이 내는 소리 따라하고 그걸 loop)

scramble(불규칙하게 소리내기)

plug-in(목소리 음색을 바꾸기 - 코를 막던지 알아서 수단 방법 총동원) 

뜻 뒤집기(하던말을 반대로 말하기 - 거짓말하기)

주어 바꾸기("어제 내가 산에 다녀왔는데" -> "어제 제 친구들이 산에 다녀왔다는데" 등


이리하여 자유롭게 생각나는대로 하던 말(언어)이 쪼개지고 파편화되고 변질되어 뜻을 전달하는 언어의 기능이 희박해지고 소리 그 자체로 인식되기 시작하며 언어와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인간의 뇌는 정보수집으로서의 언어구사 기능 영역과 소리를 잠정적 음악으로 인식하는 영역이 확연히 다른 위치에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 둘을 섞으면 수시로 이 영역들이 왔다갔다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요를 듣고있으면 가사가 아예 안들리거나 음악이 뭐였는지 기억도 못할 만큼 가사 내용에 빠져들거나 둘 중 하나인데, 뇌의 영역들이 분리가 되어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가곡 및 오페라는 애시당초 가사가 잘 안들리므로 패스 ㅡㅡ)


update: 공연 실황 동영상입니다(2013년 9월 25일)

저는 카메라 시야 밖에 있는데 아주 잠깐(20:30에서 약 1초) 화면 안에 들어옵니다 ㅎㅎ;


한편, 만약 의미전달의 기능을 배제하고 소리의 특징으로만 언어를 관찰한다면, 특정 언어가 그 뜻을 배제한다면 다른 언어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미적가치를 부여하여 비교할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자음이 다소 많은 독일어나 슬라브권의 언어가 마치 비음악적이고 웃긴(?) 언어로 취급되고 모음이 많고 억양이 풍부한 이태리어나 프랑스어가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경험적으로 형성된 정치적 맥락으로서의 언어에 대한 느낌(예를 들어 2차대전 당시 독일 군인이 하던 말투는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었으므로 많은 유럽인들이 독일어의 소리 자체에 부정적인 편견을 갖게 됨) 또한 무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 자체에 미적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틀린 것이고, 특정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사실 모순적이라고 보세티 샘은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사람이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이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다양한 음악어법들을 비교하며 그 미적가치의 우열을 가리려는 행위와 다름없지요.  물론, 모음과 자음의 비율, 문법 등의 각 언어별 특성과 차이는 존재합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과 마찬가지로요.


워크샵에 참석하신 분들은 참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저도 여기저기서 작품을 많이 본(고로 왕성한 활동 중이신?) 화가도 계셨고, 문래동에서 대안공간을 더줏대감처럼 운영하신 분, 무용가 겸 안무가, 유명 밴드의 멤버, 비디오 아티스트, 작곡가, 연주자 등... 한 자리에 모여있는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은 분들이 단지 독특한 배움의 장에 이끌렸다는 이유만으로 이자리에 둥그렇게 앉게 되었답니다. 

일부 문래 레조넌스 2의 멤버들도 보여서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물론, 닻올림 운영자이신 진상태씨와 워크샵 운영을 맡은 류한길씨, 통역의 홍철기씨와 이옥경씨도 몹시 반가웠구요.


사흘에 걸친 워크샵에서 다뤘던 다른 내용들도 소개하고 싶은데 글이 이미 다소 길어진 관계로 다음편에 계속...



to be continued.....


*풀 앤 숲 게임은 닻올림픽 즉흥음악 페스티벌 첫 날 공연중에 저 포함한 워크샵 일부 멤버들이 "Mullae Resonance 3"라는 이름의 팀으로 무대위에서 선보이게 됩니다. 떨리네요 ㅎㅎ;;

관련 글: 2012/11/08 - 닻올림픽 후기




부록: 알레산드로 보세티가 개발한 마스크미러를 활용한 퍼포먼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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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남들앞에서 연주를 해봐야 실력이 는다는 즉흥연주...

그 말만 믿고 철판 제대로 깔고 닻올림 무대에 출연합니다..라고 글을 쓰고 있다가 바쁜 일이 생겨서 잠시 컴퓨터를 떠났는데..



눈을 떠보니 이미 즉흥연주를 한지 이틀이 지났군요! ㅠ


요즘 하는 일들이 제각각이 여러가지가 난립하여 정리가 안되어서 블로그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습니다.


장소는 닻올림이라는 실험음악무대! 


보러 오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ㅠ  -라고 말씀드리려 했는데, 제가 제때 글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로 여러분들은 이 공연을 다행히도 보러 오지 않으셨습니다^^ 


분당에서 상수역까지 오려면 두시긴은 족히 잡아야 하지만, 대구에서 올라오시는 분을 생각하면 마냥 투덜거리기도 좀 뜨끔했습니다;;


그동안 토이피아노, 목탁, 트라이앵글, 세탁소 비닐 등을 사용해오건 패턴에서 매너리즘을 느낀 바, 41회였던 이 날은 1월부터 배워온 거문고를 연주(?)하기 위해 혹시 일지 모를 바이올린 활과 함께 챙겨갔습니다. 사실 거문고나 가야금에 활질을 해버리면 아쟁을 연주하는것과 그다지 다를것이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제가 지금 조심스럽게 행동해봤자 뾰족한 수가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ㅠ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관계로 아무런 준비도, 연습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은 꽉 찼습니다.  ㅎㅎ


이날은 릴레이 식으로 연주가 진행되었습니다. 

[1부]

류석현 - 최세희 - 이미연 - 님카


[2부]

님카 - 류한길 - 즉토 - 류석현.


처음에 연주가 출발하면,

류석현 - 최세희 듀오가 연주를시작.

(이미연 준비) 10분 연주이후

최세희씨 연주계속 - 이미연씨 연주시작

(님카 연주준비) 10분 연주이후

이미연 - 님카 연주시작


이런 식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가명을 쓰기로 작정하고 JGTO(즉토)라는 이름으로 참여했습니다.

제가 출연하기 전에 직접 찍은 사진들이라, 제가 들어간 사진은 없군요..

탁상공론보다는 경험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기회 닿는 대로 즉흥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에 뛰어들려 하고 있어서 닻올림 외에도 이십구 모임도 계속 유지중입니다만, 즉흥연주란 무엇인지, 질 높은 퍼포먼스란 것이 존재 한다면 그것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 아직도 안개속을 헤메듯 오리무중입니다.  느는것은 얼굴에 까는 철판의 두께와 양심을 필요시 바로 버릴 수 있는 순발력 뿐...

2013/01/31 - 야마시타의 불타는 피아노와 이십구 모임 후기(간단)


여담이지만 2월의 29모임도 (예외적으로 28일에) 가졌습니다.  이 날 오셔서 훌륭한 하모니카(및 각종 악기들)을 연주해 주신 [지나가던 조씨]님의 간단 후기(페북 그룹 글에서 발췌):

... 장소는 합정동 요기가 갤러리였는데요... 이곳은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즉흥/실험음악 연주회 '불가사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죠. 신지수 대장(?)님이 불가사리 공연 때 와보시고 장소가 맘에 드셔서 잠깐 공간을 빌렸습니다.

사진이 없는데, 요기가는 건물 지하에 위치한 커다란 공간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또 28일에는 불가사리에서 종종 공연을 하시는 이한주 사장님과 그 자리에 계시던 일본인 드러머 분께서 현장 참여를 하셨습니다. 이십구 쪽 참여자는 저, 신지수 님, 김성윤 님, 그리고 후반 합류하신 신지수 님 친구분.

드럼세트, 기타, 비올라, 하모니카, 여러 효과악기들, 공간에 있던 사물들이 각각 즉흥적으로 연주되었습니다. 인원 수가 많아서 그런지 한 번 시작한 연주가 꽤 오래 갔습니다. 끝나는 신호가 따로 없는 대신, 모두의 연주가 사그라들면 대략 마무리 되는 형식이었다고나 할까요 ㅎㅎ.

두 번째 연주에서는 키워드를 하나 정해서 거기서부터 각자 연주를 펼쳐나가는 작업을 해 보았습니다. 드러머 분이 일본인이셨던 점에 착안해, 키워드를 '소라'로 정했습니다. 일본어로는 하늘이란 뜻이고 한국어로는 동물 이름이지요 :) 아무튼 키워드를 시작으로 다들 연주를 전개해 나갔습니다.

(후략)

이날은 다들 연주에 심취(?)해서 아무런 사진도 남기지 않았던 것이 아쉽습니다.  요기가라는 장소는 담배연기가 자욱한 것만 빼고는 꽤 자유분방하고 적당히 어둡고 마음에 드는 장소였습니다^^ '불가사리'라는 퍼포먼스모임을 정기적으로 하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제가 모임을 시작은 했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해진 agenda가 있는 모임이 아닌데, 그런 분위기가 잘 묻어나와서 즐거웠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렇게나'연주하는 것이 갈수록 자연스러워 지는 것이 제겐 나름 심리적인 장벽이 있었던것이 허물어지는게 느껴집니다^^ 하나 아쉬운 것은 요기가 갤러리 내부에 담배연기가 자욱했다는 것..


2013/02/25 - 불가사리 정기 모임 후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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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씨 2013.03.10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닻올림은 페북과 유튜브로는 많이 접했지만 막상 가본 적이 없네요(상수동이면 집에서 가까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요새 '지나가던 조씨'로 공연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더 있을까 요즘 고민하는 중입니다... 만, 기존에 하던 곳에서도 만족스러운 연주가 잘 나오지를 않으니 그것도 고민이네요;;;

    아 물론 제가 게으른 탓이 제일 큽니다 엉엉...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03.10 1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기가랑 또 다르게 독특한 공간입니다 ㅎ 진상태님의 꾸준한 노력이 한 몫해서 매달 두세번씩 공연이 있는 것 같은데, 한번 들러보시고 이야기 나누세요! 공간의 크기는 연주하기 부담스럽지 않은데, 관객과의 거리를 생각했을땐 엄청나게 연주자의 깡을 키워주는 곳이기도 하지요 ㅎㅎㅎㅎ

    • 조씨 2013.03.11 0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또 은근히 꼼지락거리는 성격인지라(ADHD...?), 관객으로 가도 여러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봐 걱정이 되는 공간이라고 알고 있어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03.13 23: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ADHD라구요? 관객으로 가도 연주에 동참하게 되는거네요^^;;;




닻올림을 운영하고 즉흥음악 페스티벌 "닻올림픽"을 개최하셨던 진상태님이 문래레조넌스 사운드아트 창작 워크샵 참가자들을 위한 음악회를 마련 해 주셨습니다.  저도 즉흥연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포스터를 클릭하시면 닻올림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시는 길: 


지난 닻올림픽때 공연 모습(문래레조넌스 2 팀)


관련 글 보기:

2012/11/08 - 닻올림픽 후기

2012/11/01 - 사운드 아티스트 루이스 가르시아 (Luis Garcia) 인터뷰 번역

2012/10/16 - 즉흥음악 페스티벌 Dotolympic(닻올림픽) 2012


아래는 사운드아트 워크숍 결과자료집에 싣기 위해 쓴 글입니다:

즉흥연주의 무대화


즉흥연주는 작곡과 연주가 동시에 이루어 진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사실 옛 서양음악은 본래 연주자와 작곡가의 분리가 없었으며, 모짜르트, 베토벤 등 후대에 길이 남는 작곡가들 모두 뛰어난 즉흥연주 실력을 발휘했을 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럽의 유명한 성당의 오르간 연주자들은 미사때 훌륭한 즉흥연주를 선보인다.  일례로, 20세기 최고의 프랑스 작곡가 메시앙 역시 수십년을 노트르담의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하였다.    뿐만 아니라, 악보를 기보하지 않는 수많은 대중음악가들과 재즈 뮤지션들 또한 연주를 통해 작곡을 하거나 아예 즉흥연주를 자유자재로 할 줄 안다.  

현재 클래식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지나친 분업화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즉흥연주는 커녕 악기를 자유롭게 다룰줄 모르고 단지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는 것만 잘 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소리를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감각과 능력이 있다면 물론 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단지, 1950년대의 일부 음악과 같은 지나치게 수학적이거나 계산적인, 결과적으로 음악적이지 않은 음악이 나올 위험이 없지는 않은 것이다.

필자는 즉흥연주를 통해 오선지에 작곡을 하던 평소의 습관에서 비롯된 생각의 틀에서 모처럼 벗어나고자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처음 시작한 즉흥연주의 목적은 청중에게 무엇인가를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2012년 4월에 뜻이 맞는 작곡가와 연주자들을 모아 즉흥음악 모임 "이십구"를 만들었을때에도 비슷한 이유로 모임장소를 연습실로 정하고 모임의 성격 또한 비공개 비밀 모임으로 한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자 하는 바램이 있었고 모두에게 편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비공개로 모임을 가진 것이다.
이때 모임에 가담한 클래식 연주자 또한 즉흥연주를 통해 그동안 악보를 보고 연주하던 제약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뮤즈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고 즉흥연주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 있었다.  

"문래레조넌스 2" 사운드아트 창작 워크샵에 참가하기 이전의 이런 즉흥연주의 경험을 가진 이후,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린 워크샵과 "닻올림픽" 즉흥음악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무대에서 즉흥연주를 하게 되었는데, 이는 연습실이나 워크샵에서 하는 즉흥연주와는 소리 자체는 같을 수 있었으나 몇가지 본질적인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4명이상 되는 대형그룹 내에서의 즉흥연주는 워크샵이나 연습단계에서는 서로의 소리를 듣기는 하되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전체적으로 시끄럽거나 쉼이 없는 바쁜 소리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그러나 연주 상황에서는 이 모든 사소한 소리들이 청중이 있음으로 해서 더 비중있는 제스쳐들로 다가오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 어느 동작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무게감이 강하게 느껴져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소리를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전체적으로 작은 소리가 더 많아지는 연주가 되었다.  

같은 행위를 하였을 때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과 청중이 있는 상황 사이에 그 행위의 의미가 차이가 있을 까?  그 일이 그 순간 그곳에서 일어난다는 것 자체는 같을 수 있으나, 청중들이 그것을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도 즉흥연주와 행위예술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것은 즉흥연주는 예측이 불가능한, 짜여진 각본이 어느정도는 있을 수 있으나 악보만큼 구체적으로는 없는, 완전한 라이브 음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감이 매우 중요하고, 청중으로서 그 현장에 있다는 것이 굉장히 설레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현대음악이나 행위예술, 즉흥음악 모두가 성공률(?)이 상당히 낮은 편인, 검증되지 않은 현재진행형 예술이라서 감상자에게 질 낮은 공연이 선사될 수도 있는 상당한 리스크가 있는 공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자나 관객 모두가 흥미를 잃지 않고 자꾸만 해보려고 하고 계속 들어보려고 하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 군계일학처럼 훌륭하게 반짝거리는 예술적 우연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점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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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헤일리카 2012.12.13 2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여행 잘 마치고 돌아오셨군요! 즉흥음악 연주회라니 제가 이번달 일정이 바쁘지 않았다면 보러가는건데
    아쉽네요 ㅠㅠ 아쉬운대로 후기와 여행기 기다릴게요!
    p.s. 전 제 블로그에 적은 일정 외에 박창수씨의 하우스 콘서트 갈라콘서트에서도 토이 피아노연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ㅎㅎ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12.14 0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좋은데서 연주하시네요!! 축하드려요^^
      무슨 곡 연주하실 예정이세요?
      저도 꼭 가서 듣고 싶은데 예매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ㅠ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

    • 헤일리카 2012.12.14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전에 작토님도 연주하신 공간이지요? 정말 기대가 된답니다.ㅎㅎ
      제 프로그램은 존 케이지의 토이피아노 조곡과 스페인 작곡가의 토이피아노 시리즈 음악 2곡이에요! 작토님도 요즘 감기 독하니 건강 유념하시고 2012년 마무리 멋지게 하시길 바랄게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12.16 05: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약 했어요! ㅎㅎㅎ29일날 뵈어요^^
      저는 10주년 기념 공연시리즈의 일환으로 대학로에서 공연 올렸었어요..
      현재 하우스콘서트 공연장(도곡동)에서는 안해봤는데..부럽네요^^

  2. Favicon of https://chunchu.tistory.com BlogIcon 천추 2012.12.13 2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즉흥연주회 언제 한번 가보고싶네요.
    잘보고갑니다 즐건하루되세요

  3. Favicon of https://break-t.tistory.com BlogIcon 딸기향기 2012.12.14 02: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왕 즉흥연주회라니! 엄청 흥미롭네요~
    저도 한번 다녀가고 싶지만 아쉽게 시험이 오후 6시에 있는 관계로 ㅠㅠㅠㅠ
    다음에도 이런 연주회 하시면 알려주세요!

  4. Favicon of http://plainvenice.com BlogIcon 플레인_수 2012.12.15 0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번 베니스 즉흥연주?를 위해 제가 목탁을 더 연마할께요. ㅎ




저는 이틀전 무사히 한국에 왔습니다.

여행 이야기는 틈날 때마다 올려 드리겠습니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한사발;;

한국에 오자마자 어서 시차적응을 마치고 피아노 사중주곡을 완성하기 위해 두문불출을 해도 모자란 마당에 또 지인들의 공연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는데, 다 갈수가 없긴 하지만 가볼만한 곳들 몇개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클릭하시면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작곡동인 [지음]의 프로젝트: 상명대 아트센터 대신홀에서 7:30에 시작합니다. (약도)

6명의 작곡가가 판소리를 현대적인 작곡법으로 재해석하는 공연입니다. 성악가 김남수, 신재호 등이 출연하고 앙상블 에클라가 연주합니다.  

그런데, 친구 포근양의 무용공연과 겹치네요.. 이를 우째;;;ㅠ


2012/02/07 - 작곡가는 팔방미인? - 포근양의 활약상을 잠깐 소개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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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2.12.13. , 7:30PM

장소 : 일신홀

입장권 : 전석 2만원(학생할인 50%  2만원 → 1만원)

공연문의 및 예매    

Ensemble TIMF     02-3474-8317

INTERPARK TICKET  1544-1555 /

링크: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2002387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곡가 정승재’, ‘박영란’, ‘배동진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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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즉흥연주로 참여하는 공연입니다. 자세한건 포스터를 클릭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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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rthurjung.tistory.com BlogIcon Arthur Jung 2012.12.16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을 자주 다니시는군요.. 부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