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이 보급된 것은 서양문물이 보급된 개화기 시절 무렵이 그 시작점이다. 그 무렵은 하필면 일제 강점이와 맞물리기도 하고, 그리하여 친일행각을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음악가들의 영향을 지금까지 받고 있다. 어찌됐건, 그들이 배운 것을 토대로 창작된 음악을 씨앗 삼아 현대 한국의 음악이 꽃 피우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시절에 작곡된 곡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첫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는 홍난파가 작곡한 “고향생각”이었다.

이은상의 시로 작곡된 “고향생각”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어제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하긔

소식을 전차하고 갯가으로 나갔더니

그 배는 멀리 떠나고 물만 출렁거리오


고개를 수그리니 모래씻는 물결이요

배뜬곳 바라보니 구름만 뭉게뭉게

때묻은 소매를 보니 고향 더욱 그립소


당시 예민한 사춘기의 귀로는 이 노래가 그렇게 어색할 수 없었다. 일단 선율 자체가 매우 동요스러운데 그에 상응하는 가사는 늙은이에 가까운 어른의 정서를 담은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서울의 어느 병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아파트에 살았던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 가사가 그다지 와닿지도 않았겠지만, 서양음악과 동요에 길들여져서 선율 자체의 느낌은 익숙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선율 자체도 그다지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특별히 개성있는 멜로디는 아니었는데다가 가사도 어색하게 붙어있고, 4/4박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음악의 대표적인 2+2 프레이징이 철저하게 지켜지지도 않는다.


특히 이 부분이 그러하다:

물만/ 출렁///(5마디)


결국 물만 출렁거린다는 표현에서 “거”와 “리”가 굉장히 강조가 되는 구조로 멜로디가 만들어졌다. 그나마 2절은 조금 낫다. 같은 불안정한 5마디 선율이긴 하지만 “그”와 “립”이 강조가 되었으니까. 당시 음악교과서에서는 전형적인 4마디 선율에서 마지막 세 음절에 늘임표(페르마타)가 붙은것이나 다름없다는 나름의 설명이 담겨있긴 한데, 그렇다면 그냥 4마디로 두면 나을 것을 왜 저렇게 바꿔놨난 하는 의아함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이번 건은 개인적인 음악적 취향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두기로 한다.



사실 2+2 프레이징이 안 지켜지는 대표적인(더 끔찍한) 예는 윤석중 작사, 윤극영 작곡의 어린이날의 노래이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라난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시만 읽었을때는 당연히 우리나라의 시조와 흡사하게 4개의 단어로 각 행이 이루어져 있고 이것이 일정하게 유지 되어있어서 노래도 이에 상응하게 작곡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어린이날 노래는 그렇지 않다.

날아라/ 새들아~/ ~/ ~~/~(5마디)

달려라/ 냇물아~/ ~/ ~~/~(5마디)

오월은/ 푸르~/~ /우리들은 /자란~/~(6마디)

오늘은/ 어린이날/ ~/~~/~(5마디)


이런 박자 시스템은 과장되게 생각하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연상시키는 불안정함을 담고 있다. 어린이날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이유가 결국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지 않았거나 놀이공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나보다. 이 노래가 얼마나 잘못 작곡 되었는지는 대학교때 작곡과 교수님이 열변을 토하며 설명하시곤 했는데 그때마다 속으로 크게 공감을 했었다.


지난해 음악인들 사이에서 어느정도 화제가 되었던 지휘자 구자범의 칼럼에서 언급된 애국가 또한 비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가사에 선율은 “해”와 “두”가 강조되게끔 쓰였기 때문이다. 원래 애국가는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멜로디를 사용했었다. 오늘날의 애국가 선율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의 마지막 합창부분인데, 이것이 1948이승만의 대통령령에 따라 국가의 멜로디로 정해진 것이었다. 그 사실만 본다면 안익태는 민족을 대변하는 위대한 음악가처럼 보이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에키타이 안”이라는 이름으로 독일 등지에서 활동했던 작곡가였던 안익태는 1942년 만주국 건국 10주년을 경축하는 '만주국 춘전곡'을 의뢰받아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큰 관현악과 혼성합창을 위한 교향적 환상곡 '만주'"를 완성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인 맥락까지 생각을 해보면 차라리 독립투사들이 가사만 바꿔 불렀다는 “올드 랭 사인” 선율이 훨씬 애잔하고 아름답게 들려온다. 최근에는 가수 김장훈, 올드 랭 사인 곡조에 애국가 가사를 붙인 속칭 '독립군 애국가' 2012년 하계 올림픽 응원가로 리메이크하여 발표하기도 하였다.


안익태, 홍난파, 윤석영 등의 개화기 음악가들이 서양음악의 도입과 보급에 지대한 공을 세운것은 사실이지만, 어쩌고 보면 서양음악이 국악보다 우월하다는 위험한 인식도 함께 보급한 셈인데다가, 서양음악에 대한 제대로 기초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음악적으로 세련되지 않은 노래들을 만들어 이것들이 현재에도 불리우게 되어 지금 우리에게까지 피해 아닌 피해를 끼치고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은 개화기의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던 그 시절에 팽배했던 인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재에는 표면적으로는 많이 사라졌고 우리의 것을 소중히 하려는 움직임이 일단은 생겨났다. 하지만, 서양의 어법으로 깊게 물들어버린 한국의 음악적 전통과 음악인들의 귀는 돌이킬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많은 젊은 국악인들이 악기는 국악기를 타고 있는데, 서양의 음악적 패러다임으로 그 악기들을 연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원문 보기(문화+서울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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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2015.12.12 1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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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음악 - 인간과 다른 청각구조를 지닌 고양이를 위한 음악을 쓰는 David Teie

(본문 직접 보기 - 문화+서울 5월호)


이태리어로 “보통의 빠르기”라는 뜻을 지닌 모데라토(moderato)라는 음악용어는 대략 1분당 80회 정도의 박자 속도를 뜻하며, 이것은 인간의 심장 박동수와 흡사한 빠르기이다. 우리가 편하게 듣는 음악의 기준이 되는 표준 속도는 이렇듯 인간의 신체반응에서 자연스럽게 유추된 것이다. 이는 “빠르게”라는 뜻을 지닌 알레그로(allegro)보다는 다소 느리고, 소나타나 교향곡의 느린 악장 기준으로는 다소 가벼운듯 빠르게 진행되는 정도의 템포(tempo, 빠르기)이다.


우리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곁에 있는 강아지에게 들려주고서는 별 반응이 없다며 동물은 음악을 들을 줄 모른다고 간단하게 결론 내리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몸에 최적화된 음악을 동물이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들도 이를 음악으로 인식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인간은 갓난아기때 가장 넒은 범위의 주파수를 듣다가 점점 나이가 들 수록 청각기관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그 범위가 좁아진다. 어릴때 듣던 아주 높은 음이 더이상 안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듣지 못하는 아주 높거나 낮은 소리를 들려주고서 반응이 없다고 음악도 들을 줄 모른다고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면 아마 어처구니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물에게도 그들의 청각기관에 따른 고유의 주파수가 있다.


위스콘신-매디슨(Wisconsin-Madison) 대학의 찰스 스노든(Charles Snowdon) 심리학 교수는 작곡가 데이비드 타이(David Teie)와 함께 고양이의 청각세계를 연구하였고, 그들이 대체로 인간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를 지녔다는 것과 미끄러지는 음을 많이 낸다는 것 등의 다양한 특징들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고양이의 소리들을 그대로 재생하기 보다는 이것을 재료로 삼아 새로운 곡을 쓰는 것을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만들어 냈다. 세계 최초로 고양이만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여 발표한 것이다.


2015215, 스노든의 연구팀은 총 세 곡을 공개한 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공개투표를 요청하였다[각주:1]. 이중 한 곡은 고양이가 가르랑 거리는 소리를 표본으로 삼아 1분당 1380개의 박자로 이루어진 음악이고, 대부분 곡들의 멜로디는 인간의 기준으로는 아주 높은 음역대에서 짧고 조용히 연주된다[각주:2].


유투브에도 공개된 이 음악을 들은 네티즌들은 자신의 고양이가 평소에는 음악에 전혀 반응을 안했는데, 이 음악을 트는 순간 스피커를 뚫어지게 쳐다보는가 하면 옆에서 아주 편하게 그르렁 거리며 눕기도 했다며 놀라워했다. 인간이 듣기에는 장난처럼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들에 고양이들은 강렬하게 반응을 한 것이다.


이 즈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위한 음악에 대해 궁금해 할 것이다. 고양이를 위한 음악을 작곡하는데 성공한 스노든 연구팀이 혹시 강아지를 위한 음악을 작곡할 생각은 없는지?


강아지는 종에 따라 체구도 다양하고 목소리도 다양하기 때문에 종 별로 각각 고유의 음악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향후 강아지를 위한 음악은 각 종마다 따로 발표를 할 것이라고 스노든 연구팀은 홈페이지(musicforcats.com)에서 향후 계획을 밝혔다[각주:3].


고양이를 위한 음악을 연구하기 이전에 스노든 연구팀이 최초로 만든 ‘동물음악’은 사실은 원숭이를 위한 음악이었다. 원숭이들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할 때 내는 소리는 인간이 듣기에는 날카롭고 거북한 소리이고, 심장박동 또한 매우 빠른 편이어서, 이런 특징들을 담은 음악을 제작하여 실험실 원숭이들에게 들려줬을때, 인간의 음악소리와는 달리 뚜렷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각주:4] 원숭이들이 실험실에서 유일하게 반응을 보인 ‘인간음악’은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음악이었고, 이를 들으며 인간과는 달리 몹시 차분해지는 효과를 받았다고 한다[각주:5]


말을 위한 음악의 경우는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데, 규칙적인 박자(?)로 오랫동안 뛰는 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말은 리듬이 고르고 규칙적인 음악을 선호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말이 뱃속에서 듣는 어미의 심장소리를 뇌에 각인시킨 후 태어난 후에 이를 적용시킨다는 이론을 전제로, 말의 태아시기 자궁속의 소리를 최대한 파악하려고 작업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우리가 사랑하는 애완동물들에게 본의아니게 고통을 주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불현듯 들기 시작한다. 우리가 원숭이가 좋아하는 메탈리카의 음악을 듣고 그들처럼 차분하고 이완되지 않듯이 그들도 인간의 음악을 듣고 각성상태가 된다거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무렇지도 않다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인간의 잣대로 음악을 작곡했다고 하면 아무리 동물의 소리를 소재로 삼았다고 한들 우리가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동과 같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다. 어쩌면 그저 자신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스피커가 신기한 것일 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노든 팀의 언급은 없었지만, 고래의 울음소리(혹은 노래 소리)를 즐겨 듣는 필자는 고래를 위한 음악에도 관심이 간다. 엄청나게 큰 체구와 느릿한 움직임으로 말이암아 추측컨데, 고래는 엄청나게 느린 박자의 낮고 깊은 소리를 선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느린 음악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고래음악’을 한번 작곡해볼까 하는 생각을 언뜻 해보게 된다. 물론 물속에서 고래에게 들려주는 일이 만만치 않겠지만 말이다.



참고자료: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 “Cats prefer species-appropriate music” (Charles T. Snowdon, David Teie, Megan Savage)





  1. The Independant - “Music for cats: These songs are scientifically proven to be your cat’s jam” (C. Hooton) [본문으로]
  2. Daily Mail - “Listen to the meow-sic!” (R. Gray) [본문으로]
  3. http://musicforcats.com/64-future.htm [본문으로]
  4. NPR - “Music Written For Monkeys Strikes A Chord” (R. Harris) [본문으로]
  5. The Guardian - “Scientists create music that helps monkeys chill out” (Ian Sampl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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