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국악작곡 | 2 ARTICLE FOUND

  1. 2013.01.10 거문고 첫 레슨날의 단상 (19)
  2. 2012.02.18 오방색과 칠채 (6)



작년에 처음으로 거문고를 활용한 음악을 작곡하기 위해 거문고 연주자 선생님을 친구를 통해 소개받았습니다.  시립국악단에서 수석단원으로 활동중이신 윤은자 선생님은, 서양음악 작곡을 공부하느라 아무것도 모르는 제게 거문고라는 악기의 구조와 특징, 그만의 독특한점 까지 차근차근 설명 해 주셨고, 그에 힘입어 너무나 부족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거문고의 분위기가 담긴 음악을 조금 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무식함이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악의 정서와 거문고 연주의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악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 소개로 중고악기를 구하고, 어제 처음으로 레슨을 받았습니다!

제 키에 맞먹는 길쭉한 악기를 한 손으로 들고 좌석버스와 마을버스를 갈아타며 선생님이 계신 스튜디오를 찾아가는 길은 참 육체적으로는 고단했지만, 오랫만에 어린아이처럼 새로운 걸 배운다는 설레임에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 지더군요 ㅎㅎ

사실, 이렇게 한가하게 악기 배울때가 아니라는 생각도 얼핏 스치기는 하였으나, 이세상에는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이 있고 이 둘은 항상 겹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 본 결과, 더이상 이 중요한 일을 급한 일들 때문에 미룰 수 없다고 판단!  선생님께 연락을 하여 찾아갔고, 입시생과 대학생들 사이에 껴서 통성명을 한 후, 선생님의 귀중한 레슨시간을 빼앗아가며 기초중에 생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거문고는 줄이 6개이고, 그 중 3개는 괘 위에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술대라는 연필정도 크기의 막대기를 오른손에 쥐고 연주를 합니다.  이 때, 오른손은 세게 주먹을 쥔 자세를 유지해야 다치지 않습니다.  왼손에는 가장 약하지만 지지대로 자주 쓰이는 넷째 손가락에 골무를 끼우고, 괘 위에서 주로 유현과 대현을 컨트롤 합니다.  저는 술대를 잡는 법을 한참 익힌 후에야 왼손의 기본 자세를 배웠습니다.  이것만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더군요.. 

앞으로 꾸준히 악기 연주법과 거문고 음악을 익히며 궁극적으로는 거문고를 위한 곡을 하나 제대로 쓰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돌입 하였습니다! 

사실 모든 악기를 이런 식으로 직접 연주 할 줄 알아야만 그 악기를 위한 곡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악기에서 가능한 음, 표현하기 수월한 악구 등을 알고 있으면 그에 걸맞는 곡은 얼마든지 쓸 수 있죠.  하지만, 유독 구조와 연주법이 까다롭고 제약이 많아서 직접 해 보지 않고는 감을 잡기 힘든 악기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런 악기들은 직접 해 봐야 감이 오고,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피아노를 어릴때부터 쳐왔고, 바이올린을 6개월간 배워서 현악기를 위한 작곡은 그래도 엄두가 나는 편이지만, 관악기 (특히 금관악기)는 잘 감을 못 잡는 편이지요 ㅠ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 선생님은 지난 3년간 매주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해금레슨을 받으셨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의 음악인으로서 국악을 당연히 직접 익히며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제가 거문고를 배우려 한다고 했을 때 많은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저 또한 지금으로부터 9년전에는 기타곡을 쓰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다가 결국 클래식기타를 직접 배우기도 했습니다.  4개월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하고 레슨을 받았는데, 다행히 당시 곡을 부탁한 기타리스트 분이 무상으로 손수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러 도움과 인내의 시간 덕분에 3악장으로 된 기타소나타를 작곡할 수 있었고, 당시 다니던 학교에서 기타 전공 교수인 엘리엇 피스크(Eliot Fisk)선생님에게 제 작품을 들고 가서 손수 지도를 받는 기회까지 있었습니다 (사실은 기회가 있었다기보다, 그냥 제가 마구 들이밀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ㅎㅎ).  이 분은 2003년에 타계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현대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L. Berio)가 자신의 곡 Sequenza XI를 쓰기 위해 자문을 구했던 기타리스트였고, 그 작품은 결국 이 분에게 헌정이 되었습니다.  피스크 선생님은 그 때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해설을 곁들인 베리오의 세쿠엔자를 제 앞에서 전부다 연주 해 주셨는데, 자세한 내용보다는 1미터 앞에서 저만을 위해 대작을 연주해 주신 대가님의 자상함에 감동을 받은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엘리엇 피스크(E. Fisk) 선생님이 연주한 루치아노 베리오(L. Berio)의 세쿠엔자 11번(Sequenza XI)


피스크 선생님의 자상한 도움과 충고말씀 덕에 기타연주에 아주 적합하게 작곡을 마칠 수 있었고 석사 졸업연주 작품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기타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고서 소나타를 전부 작곡 하기까지는 대략 1년여의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참 오랜 시간을 고작 악기 한개 조금 이해하는데 허비한 것 같았는데, 90년(?)이라는 인생 전체의 시간을 봤을 때는 참 눈 깜짝할 시간이라는 것을 나중에는 느끼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제게는 너무 중요한, 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야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국악이라는 분야를 점차 나의 음악의 일부로 융화시키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몇달이 아니라 몇년이라는 긴 시간을 묵묵히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런 마음을 응원해 주시고 도와주시는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벌써부터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작년 5월 공연에 연주해 주신 윤은자 선생님과 함께


티끌모아 태산이고,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고작 하루 배운거 가지고 공연히 시끄럽게 떠들기만 한 것 같아서 막상 글을 쓰고나니 좀 부끄럽습니다.  앞으로는 조용히 묵묵히 거문고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관련 글:

2012/09/21 - 판소리를 거문고로 들을 수 있는 음악회

2012/01/27 - 한국음악의 정체성. 나에게 한국음악이란?



update - 거문고와 기타를 위한 제 11차원을 2013년 9월에 완성하였습니다.

연주: 김정열(기타), 윤은자(거문고)

사운드 클라우드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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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ife-lineup.tistory.com BlogIcon +요롱이+ 2013.01.10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문고 배우기 시작하셨나봐요^^
    너무 잘 보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areadi-music.tistory.com BlogIcon 아레아디 2013.01.11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한번 배워보고 싶은..ㅎ
    잘보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areadi-music.tistory.com BlogIcon 아레아디 2013.01.12 09: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래요^^

  4. Favicon of http://messiahnh.tistory.com BlogIcon 성현아이 2013.01.14 1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멋집니다. ^_^

  5. Favicon of https://arthurjung.tistory.com BlogIcon Arthur Jung 2013.01.16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순간적으로 황병기! 했다가
    이내 아! 가야금이지 했네요 ;;;;;;

    거문고가 줄이 6개군요~
    나중에 작토님이 거문고 연주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겝니까? ㅋㅋ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01.17 14: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거문고보다는 가야금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연주도 활발한 것 같아요..
      제가 연주하는 모습은..............아마 먼~~~~ 훗날이 될 것 같네요^^:;

  6. 거문고 2013.01.16 19: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심히 들고 다니세여..

    매우 약해요 악기가..

    집에서도 제일 추운곳에 두시고.. 괘에는 초를 칠해주세여.

  7. Favicon of https://maidennoir.co.kr BlogIcon maidennoir 2013.01.17 18: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문고라니! 흔하게 배울 수도 없는 악기.. 개인적으로 해금을 배워보고 싶어요
    좋은 소리가 탐납니다ㅎㅎ 앞으로도 거문고 포스팅 자주 해주세요!

  8. 2013.01.19 16: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Favicon of https://twinings.tistory.com BlogIcon 페퍼민트꽃 2013.01.25 0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격조있는 거문고네요!!
    거문고 음 참 좋죠:) 시간을 연주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튼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바쁘다는 핑계로 제 블로그는 관리가; ㅎㅎ그래도 작토님 블로그 구독신청했어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3.01.26 14: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구독신청 감사합니다^^ (어디로 신청을 하셨나요?)
      저도 요즘 곡쓰느라 블로그는 좀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도저도 아닌 기분;;;
      얼른 완성하고 연주자에게 넘긴 후에 규칙적인 일상으로 돌아와야겠어요 ㅠ

  10. Favicon of https://garambit.tistory.com BlogIcon 가람빛 2013.07.17 0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넷째 손가락에만 골무를 끼우는게 지지대로 많이 쓰여서 그런건가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11. Favicon of https://guitaristory.tistory.com BlogIcon MusicaX 2015.03.18 04: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곡을 부탁했던 기타리스트 다녀갑니다. (부탁했었는지 제의했었는지 기억이 잘....ㅡ.ㅡ)
    울 쌤 보고싶어 한글 동시검색을 했더니 여기가 나오네요~~ㅋㅋ




학생때,
음악으로 자유롭게 실험하던 기회를 충분히 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 때의 마음가짐은 정말 마음속에만 간직한 채, 
상황에 어울리는,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작곡가가 되어야 남에게도 이득이 된다는걸 느꼈다.

요즘 내가 속한 재영한인예술인협회에서는 가을에 행사를 가질 계획으로 다들 한창 준비중이다.  음악회를 열기로 하였고, 나는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할 곡, 여러 연주자들을 아우르는 작품을 하나 쓰기로 되어있었다.


작년 가을부터 논의가 되어왔던 주제로는 오방색이 있었다.  올해 런던에서 올림픽도 하는 만큼, 오륜기의 색깔들과 비슷한 컨셉으로 한국의 오방색을 주제로 한 것이다.  물론, 둘이 뜻하는 바는 다르지만...

 출처: http://jogakbo.egloos.com/1970065

음악회 내내 각자 색깔을 맡은 악기들(키보드, 장구, 가야금, 대금 기타)이 독주를 하고 나면 가야금과 장구가 칠채 장단을 바탕으로 즉흥 연주를 한 후, 내가 이어질 선율을 작곡하고 다같이 합주하는 마무리를 쓰는 것이다.

난 본래 한국의 전통악기로 서양음악을 흉내내는 것에 기질적으로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파헬벨의 캐논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우리의 것'으로 들리는 이유는 그것이 가야금으로 연주되기 때문인가? 
"우리도 할수있다!"는 강한 자부심인가?


하지만, 나의 그런 마음과 상관없이 한국음계는 각종 크로스오버와 서양음악 따라잡기가 난무했고 대중의 반응 역시 상당히 호의적이다.
사실 이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모든 비서양 문화권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아니, 어쩌면 서양음악의 본산지인 유럽의 민속음악들도 같은 처지에 놓였을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이번에 내가 써야하는 곡은 최대한 대중적이고 쉬운 퓨전국악이다.  대금과 피아노의 예쁜 선율을 쓴 후, 나머지 악기들이 아우러져서 리드미컬하고 명랑한 마무리를 지어서 음악회가 산뜻하게 끝나는 희망찬 분위기를 풍겨야 반응이 좋을 것이니..

영국의 관중들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이 이러한 퓨전인지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의심이 있긴 하지만, 예술인협회 분들 다수의 의견에 따르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어느정도는 양보해야 할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만의 생각에 빠져서 다수의 생각이 어떠한지는 대중을 잡지 못한 부분도 있으니까 조금은 더 경청하는 자세로 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다짐도 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각설하고..
일단 칠채 장단부터 공부해 봐야겠다!

출처: 네이버 지식인
 

아..일단 박수치면서 연습부터 해 봤는데... ㅠ 이렇게 헷갈릴수가 ㅠ


정체성이고 뭐고 일단 장단연습좀 하고 내공부터 쌓아야겠군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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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onnieuk.tistory.com BlogIcon 영국품절녀 2012.02.18 06: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통 악단에 대해 잘 배우고 갑니다. ^^
    영국 날씨가 따뜻해지네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2.18 0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오늘은 무려 야외에서 저녁식사까지 했어요 ㅋㅋㅋ펍에 가서요 ㅎㅎ
      품절녀님도 좋은 주말 되세요~ ^^

  2. Favicon of https://arthurjung.tistory.com BlogIcon Arthur Jung 2012.02.22 2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로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 기사 한 번 읽어 보셔요..

    http://media.daum.net/society/people/view.html?cateid=1011&newsid=20111012170319027&p=ladykh

    전통음악을 대하는 데에도 다양한 시각들이 있고,
    그것들이 한 데 모여서 우리의 예술생활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2.23 2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상업적이지 않지만 정체성 유지에 필요한 일일수록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할 일인 것 같은데, 어찌 현정부는 장사꾼마냥 돈되는 케이팝같은 일에만 신경쓰는지 모르겠어요 ㅋㅋ
      어찌됐건 다양한 시각들이 공존하고 예술가들도 서로를 응원했으면 좋겠네요..

  3. Favicon of https://tranky.tistory.com BlogIcon 라플란드 :) 2012.03.07 1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 도움은 못 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관심 가지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다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저도 이제부터 국악에 관심을 가져볼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03.08 0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지속적인 관심 기대할께요 ㅎㅎㅎ
      물론 국악 자체의 재생력도 중요하겠지만요..
      라플란드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