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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작곡에 대한 단상

작곡가의 일상을 설명하자면? (잘쯔부르크에서의 미니 강연)



얼마전 유학생활 3년을 보냈던 잘쯔부르크를 나흘간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Moenchsbergaufzug(뭰히스베르그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나오는 전망대에서 찍은 잘쯔부르크의 전경입니다.  오른쪽에 유명한 호헨잘쯔부르크 성이 보입니다.

유학 당시 음악이론(Musiktheorie) 지도교수님을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선생님이 한가지 제안을 하셨는데, 현재 작곡을 전공중인 학생들을 위해 졸업생으로서, 젊은 현역 작곡가로서 지금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겠냐는 것이었죠.  일단 알겠다고 해 놓고 나도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 해 봤습니다.  작곡가로서의 일상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2012/01/23 - 옛 선생님의 편지


1. 하루 일과

매우 불규칙 합니다.  저같은 경우, 늦잠자지 않는 경우 주로 오전에는 운동을 하고 잠깐 블로그를 쓴 후, 점심을 먹고, 사무적인 일이나 볼일을 봅니다.  

아는 사람이 작품발표를 하거나 연주를 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저녁때는 주로 음악회장으로 나가죠.. 약속이 있으면 그 전 오후에 만나기도 하고요.  곡은 주로 지하철에서 쓰거나 급할때(또는 갑자기 떠오르는 악상이 있을 때) 밤늦게 쓰다가 잠에 듭니다.

2. 먹고 살기

순수 현대음악 작곡으로만 돈을 번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이고, 설령 그런일이 생긴다고 해도 워낙 예측불가능 하고 불규칙 하기 때문에 다른 생계수단이 꼭 필요합니다.  현재는 개인레슨과 번역일을 하는 중인데, 대부분의 작곡 전공하신 분들은 레슨과 강의를 병행하며 짬짬히 작곡과 작품활동을 합니다.

3. 커리어(작품활동)

연주기회를 많이 잡는게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음악회 뒷풀이에서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친해질 수도 있고, 사실 한국이라는 사회는 학연이 많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4. 대외활동

개인적으로 교통비가 좀 들더라도 아티스트 레지던시나 현대음악제에 참여하는 것이 활동을 위해서는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유학시절에는 여름마다 현대음악 페스티벌에 많이 참여하였고, 프리랜서인 지금은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지원을 시간이 나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5. 시간 안배

곡을 쓰는 것, 
작품활동을 위한 음악회 기획 및 리허설, 
레슨과 강의, 
작품발표, 레지던시 참가, 음악제 참가, 지원금 신청 등을 위한 서류작업

한마디로 말하자면 매니지먼트와 창작을 겸해야 하는 일종의 문어발식 자영업이 바로 작곡가란 직업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곡을 쓰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최고로 바쁠 때는) 전체 일하는 시간의 5%정도는 될까 싶을 정도로 바쁜 나날들도 있었으니까요.  이런 시기에는 지하철에서 가장 곡을 많이 썼을 정도입니다.


이 모든 내용을 독일어로 설명하려니 뇌의 혈액이 모두 응고될 것만 같았지만, 나름대로 버벅대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말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나오는 길에 건반화성(Praktische Uebungen zum Tonsatz) 선생님과 총보독법(Partiturspiel) 선생님을 마주치고 반갑게 회포를 풀다가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두분 다 포스가 대단하심과 동시에 시골 인심이 펄펄 넘치는 분들입니다.

학교앞 미라벨 정원 옆에 있는 작은 크리스마스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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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저는 학교에서 나와 인근 식당에서 근사한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간단한 디저트를 먹었습니다.  저를 위해 진심으로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카페에서 원조 모짜르트 초코렛(Mozartkugel)과 바흐뷰어펠(Bachwuerffel)을 한국에 있는 제자들에게 나눠주라며 무려 30개씩을 사다가 제게 주셨습니다.  제게도 선물을 따로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모짜르트쿠겔과 바흐뷰어펠이 각각 한개씩 담긴 작은 상자 하나를 사주셨네요.. ㅎㅎ 안먹고 고이 한국까지는 가져왔는데, 다른 친구 주려던 계획은 저의 가필드 증세에 못이겨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빈 상자가 된...ㅠ

다시 작곡가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개인적으로 돌이켜 봤을때 올 한해동안 제게는 5.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네요.. 특히 콩쿨이나 음악제 참가를 위한 지원서 작성 등은 2012년 한해 내내 굉장히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ㅠ 아무래도 공연을 올리느라 바쁜 것도 있었고, 개인 프로젝트와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더 관심을 가진게 원인인 것 같네요.  금전관리도 굉장히 어려워서 많이 애를 먹었습니다만, 다행히 내년부터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더 확실하게 결정이 되었을 때 제대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