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에 연주될 피아노 4중주 곡 드디어(?) 완성!

이 곡은 순전히 토막시간만을 이용하여 쓴 곡이었다.  예전처럼 오래 시간 한가하게 보내다가 필받으면 곡을 쓰는 상황이 불가하고, 밤에는 수면욕이 너무나 강렬해서 출산 후 곡을 잘 못쓰고 방황을 해왔는데, 강의하러 돌아다니다 보면 조금 일찍 도착하거나, 일대일 수업에 학생이 결석하는 등의 일로 시간이 뜨는 경우가 빈번한 편이어서, 3월 개강후 어느정도 적응을 거친 후, 3월 중순부터는 늘 곡을 들고다니면서 5분만 짬이 나더라도 곡을 피고 음 한개 적고... 20분 시간 남으면 음 3개 적고... 걸어다니거나 지하철에 서있을 때는 구상하고.... 그런 식으로 결국 완성까지 갔다.  구성상 길지 않고 대곡이 아니어서 가능했겠지만, 집중력의 끈만 놓지 않으면 이젠 좀 더 극한 상황에서도 곡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 쓴 거문고와 현악오케를 위한 곡을 좀 고치려고 봤는데, 왜이리 짧냐 ㅋㅋㅋㅋㅋㅋ 한 두배정도로 늘려야 할듯.

이땐 결혼도 하기 전이었는데, 아 원래 게을렀구나 나란인간 ㅋㅋㅋㅋㅋㅋㅋ


​중간고사를 출제하고채점하는데, 기말때 몰아서 할 수도 있었지만, 너무나 심적 부담이 클 것 같아서 미리 싹 다 해치웠다. 역시나 집에선 집중 안돼서 카페로 가서... 집에 작업방 왜만든거냐;;;


​이 모든건 희원이가 희원아빠랑 시댁에 일주일간 머물고 있어서 가능한 일! 여행 직후 곡쓰라며 둘이 슝 안양으로 가고, 할머니가 가방을 사주셨다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그리하여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었지만 난 집에 혼자 있었다.  하지만 결코 심심하지 않았다 ㅋㅋ

할일 리스트 쭉 써놓고 하는 족족 주욱 줄로 긋고...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하루였다. -_-


하루살이 벼락치기 삶에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매 주 강행군에 주말엔 지쳐떨어지길 반복... 여행가서 스트레스는 좀 풀렸는데, 밤 비행기로 오고가느라 여독이 만만치 않았다.  도저히 밖에 나갈 수없는 몸상태로 며칠을 누워만 있었다. 다행히 연휴 전에 여행을 다녀와서 그 다음주가 좀 럴럴한 일주일이었다는...

이제 한학기의 절반이 지났는데, 방학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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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할때 말하는 아르페지오네가 악기이름이었단건 알았는데, 정확히 어떤악기인지는 지금 악기론 수업준비 하며 처음 알게됐다.


기타 튜닝(EAdgbe')와 동일하며, 첼로처럼 세워서 활로 그어서 연주한다.

슈베르트 소나타가 유일하게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곡으로 살아남았는데 이조차 이 악기가 멸종한 이후에 출판... 그래서 비올라나 첼로로 연주된다.

지구상의 수많은 악기중에 피아노나 바이올린처럼 널리 보급되고 전파된 악기와 그렇지 않은 악기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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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편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고 거슬리는 소리가 있다. 편하게 들리는 소리는 그동안 들어왔던 익숙한 소리이고, 거슬리는 소리는 생소하고 의미를 알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편한 소리는 자연의 법칙에 더 충실히 따르는 소리일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예를 들어, 피아노 건반상의 도-솔 에 해당하는 음의 간격(완전 5)을 많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문화권에서 편한 소리, 즉 협화음으로 간주하고 화음에 이용한다.


그렇다면 협화음이 아닌 음간격, , 불협화음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소리이기 때문에 모든 인류가 거슬려 하는가? 피아노 건반으로 미와 파(2)를 동시에 친다고 상상해보자. 뭔가 부딫히는 소리가 나고, 도와 솔을 동시에 쳤을 때 처럼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피아노를 치다가 음을 틀렸을 때 주로 나는 소리들이 이런 불협화음이고, 많은 사람들이 즉시 알 수 있다. 협화음을 선호하는 인간의 귀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여길 수 있고,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그렇게 주장해왔다.


그런데, 아마존의 부족(볼리비아의 오지에 사는 치마네이족)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본 결과, 그들은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구별은 할 줄 알지만, 어느것이 더 듣기에 편하냐는 물음에는 반응이 전혀 없었다. 그들에게는 불협화음도 협화음과 똑같이 편안하게 들린 것이다. 실험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청각실험을 했을 시 모두 정상이었고, 웃는 소리와 놀라서 내는 ‘헉’하는 소리 중 어느 것이 편안하게 들리는지 조사했을 때 실험 대상자들 모두 웃는 소리를 선택하였다.


서양음악에서는 도와 파#의 간격, 즉 증4도 음간격을 “악마의 음정”이라 칭하며 터부시 해왔다. 이 악마의 음정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화음이 생겨나고 스케일이 변할 정도로 음악사에 미친 영향이 컸던 이 불협화음도, 결국 과학적인 근거로 인한 자연적이고 당연한 현상이 아니라, 문화에서 파생된 특정 시대에 국한된 금기였던 것이다.


서양음악사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또 다른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지금 우리가 편하게 듣고 있는 화음들에 가장 자주 쓰이는 음정인 3(도와 미, 또는 미와 솔의 간격)가 중세 서양음악에서는 불협화음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만약 중세 시대 음악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로 날라와 가요를 들으면 모든 화음에 쓰인 “불협화음”들 때문에 음악이 아닌 엄청난 소음들의 집합체로 들을 것이다.


아마존의 치마네이족은 서양문물을 접할 기회가 전무하다시피 한 몇 안되는 부족 중 하나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환경이니 티비나 라디오로 대중음악을 들을 기회가 없다. 그들이 사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강을 따라 카누를 타고 가야한다.


치마네이족은 노래를 혼자 부르는 문화만 있다. 그들의 음악에는 합주가 존재하지 않아서 두개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려퍼질 일이 없고, 화음도 생겨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특정 음간격에 대한 선호도 자체가 아예 생겨나지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화음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음악만을 접한 사람이 이제는 지구상에 많지가 않아서 이 연구는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다.


협화와 불협화에 대한 이런 연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음악가들이 추구해 왔던 “좋은 소리”가 과연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좋은 소리”라는 말 자체가 미학적으로 논란이 많긴 하지만, 이 글에서는 화음의 성질로만 생각을 해 봤을 때, 좋은 화음, 협화음이 과연 추구해야 할 화음인가, 그리고 불협화음은 뭔가 해결을 해야만 하는 대상인가, 그렇다면 그런 법칙은 누가 만들었는가 하는 좀 더 근본적인 물음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자연의 법칙에서 파생된 배음의 원리에 의해 생성되는 음정들(옥타브, 53도 등)을 협화음으로 간주했다. 그러므로 서양음악 작곡의 역사는 이 음정들을 다루는 방법의 변천사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자연에서 파생된 마땅한 원리가 아니라면, 지금 인류가 협화음으로 생각하는 소리들을 선호하는 것은 순전히 역사적인 우연인 것이다. 마치 서양식 옷입기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것 처럼 서양음악에서 파생된 원리로 쓰인 대중음악이 세계화를 통해 보급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각 나라의 전통음악에도 영향을 미처서, 이제는 피아노 조율법과 다른 방식의 조율로 된 음악을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화에 의한 인류의 귀의 획일화인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동년배 작곡가들과 농담으로 주고받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을 들려줘서 편견 없는 음악세계를 구축시켜 주고프다는 이야기였다. 당장 15개월 아이가 있는 필자부터 이 연구 결과를 접한 이후로 동요CD를 치우고 판소리와 인도 전통음악 CD를 틀기 시작했다. 이른 나이부터 너무 서양음악에만 국한된 편향된 음악세계만 접하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문화+서울 2017년 2월호에 기재된 칼럼입니다. 직접보기(링크)


자료 출처:

The Atlantic: Musical Preferences of an Amazon Tribe

LA Times: Culture, not biology, may define which musical chords sound sweet



이 칼럼 쓰면서 희원이한테 인도음악만 한동안 틀어줌 ㅋㅋㅋㅋㅋ 

제발 절대음감만은 갖지 말아라 희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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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 링크

여름에 편곡했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C단조 마지막 악장이 이날 크리스마스 이브 콘서트에 연주되었습니다.

덕분에 초대권을 두장 받아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오붓하게 남편과 데이트...^^//

오랜만에 단 둘이 시간을 보내려니 어찌나 로맨틱과 거리가 멀던지...ㅋㅋㅋㅋㅋㅋ

중간 휴식 시간에는 거의 의자에 파뭍혀서 쿨쿨 잠만 자고... 피곤에 찌들어서 둘다 제대로 음악은 들었나 모르겠습니다.

이번 음악회에는 초/중/고교생 콩쿨 입상자들로 구성된 영비르투오지 멤버들도 합세해서 연주를 했습니다.

어린 음악영재들을 무대에 세우는 기회를 주는 이번 공연이 뜻깊어 보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 음악회가 끝나고 덤으로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하는 르 코르뷔지에 전시도 다녀왔습니다.  건축은 르 코르부지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중요한 획을 그은 건축가의 전시였는데(건축가 남편이 강조를 거듭해서 세뇌됨), 회화에도 조예가 깊어 피카소의 큐비즘과 흡사한 화풍으로 여러 회화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 옆에 안도 다다오 특별전도 있던데, 모두 흰색 모형으로 이루어진 건축전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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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내가 한말이었다....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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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궁금한게 있습니다 2017.03.03 19: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인 허상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막연하게 말해서, 미디 키보드랑, 제작에 필요한 음원들, 그리고 바로바로 녹음가능한 프로그램만 갖춰져 있으면

    뉴에이지나 앰비언트 곡이 작곡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머릿속에 즉흥적으로 막 떠오르는데, 그대로 쳐서 녹음만 해 조합하면 될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한번 이렇게 시작을 해 보고 싶습니다.

    여기서 심도있게 전문적으로 1:1 배워가고 싶은 욕구도 있고요..

    이런 경우엔 뭐부터 준비를 해야 도움이 될까요?

    현재 19살 입니다... otm(숫자 일오육이)@G메일 로 답변이나마... 생각이라도 남겨주시면
    1 `5 ` 6 `2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pilebunker.tistory.com BlogIcon 온솔 2017.04.20 0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글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현재 뉴욕 컬럼비아 대학 교수로 있는 세계적인 작곡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하스가 얼마전 결혼과 함께 성적 소수자로서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로 인한 창작세계의 변화와 삶의 변화를 다루고자 한다.


억압된 욕망이 분출되지 못하면 예술가는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킨다고 한다. 과연 어느정도 사실일까? “승화”라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일부 예술가들은 자신의 고통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것은 분명하다.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흐를지 몰랐던 반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구불거리는 오솔길은 지평선 근처에 처참하게 끊겨있고, 판소리에 나오는 절절한 사연은, 그 구절을 읊은 것을 본따서 국악기로 산조의 형태로 가사가 없이 연주했을 때에도 가락에서 맺힌 한이 그대로 스며나온다. 흑인들이 부르던 블루스는 그 우울한 열정 때문에 많은 이의 심금을 올린다. 차이코프스키와 베토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이 고통이 없었다면 그들의 음악은 과연 지금과 같을까? 그렇다면,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큰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가?




오늘 소개하고픈 오스트리아 태생 작곡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하스는 평생을 남모를 고통을 지니며 살아온 작곡가이다올해 62세인 그는 세 번의 결혼생활에서 결국 실현시키지 못한 자신의 그릇된(?) 성적 욕망을 억압하고 숨기면서 이를 어느 정도는 자신의 작품에 반영시켰고현실에서는 이를 이루지 못할거라 여기며 세번째 이혼 이후로는 오랜 세월을 독신으로 살아왔다실제 그의 작품은 극한의 미분음(피아노 건반에서 가장 작은 음정인 반음보다도 더 미세한 음정 그는 1/12음까지 사용했다)을 쓰거나듣기에도 고통스러운 음형의 고집스러운 반복이 들어가는가 하면정치적 색체를 진하게 띄는 작품과 어둠속에서 연주해야 하는 작품을 포함해 연주자가 숨막히도록 어려워 하고 그들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등 지극히 가학적이고 고통스러운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관련글: 2013/03/26 - 작곡가 하스의 멘붕 조율 곡들


그런데, 작년 가을에 우연히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OK Cupid)에서 만난 몰레나 리 윌리엄스(Mollena Lee Williams)와 결혼하면서 이 상황이 바뀌었다.[각주:1]

(google image)


작곡가 하스의 성 정체성을 알기 위해서는 배우자인 윌리엄스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한데 이 분의 정체는 더욱 수수께기만 같다. 흑인 여자이면서, 성적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여러 활동을 하며 인권운동가에 가까운 유명세를 안고 있는 BDSM 활동가이다. BDSMbondage(속박), discipline(훈육), dominance(지배), submission(복종), sadomasochism(가학/피학성) 등의 단어들을 통합한 약자이다. 이 단어들을 전부 포함하는 BDSM의 일반적인 의미는 둘이 합의하에 가학적이고 불평등한 역할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성 정체성이다(이들 커뮤니티는 더 나아가 일반적이지 않은 성적 취향을 지닌 성 소수자를 모두 포괄하려 하기도 하지만, 더 구체적인 언급은 이 글에선 하지 않도록 한다). 작곡가 하스의 배우자인 몰레나 리 윌리엄스-하스(Williams-Haas는 결혼 이후 바꾼 이름)는 복종과 피학성(마조히즘)을 쾌락의 수단으로 삼으며 자신을 흑인 여성 노예로 설정하고 역할놀이를 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전형적인 마조히스트이다. 특이한 점은 자신이 흑인 여성이어서 이 역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노예이길 바라는)성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냄으로 인해 자신의 인권을 지킨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흑인이기 때문에 흑인노예의 역할을 하는 것에 제약을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몰레나 리 윌리엄스가 작곡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하스를 만난 것은 “노예”인 자신이 마음껏 섬길 수 있는 주인을 만났다는 뜻이고,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하스는 바로 가학적인 역할을 즐기는 사디스트이자 지배자인 것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삶의 동반자를 만난 하스는 그 해 부터 창작열이 마구 불타올랐다. 그동안 작곡을 심리적 욕구 해소의 도구로 사용해왔다면, 이제는 영적인 행위(spiritual activity)에 가까우며 이것이 작곡과정에 훨씬 수월하고 고차원적이라고 작곡가 하스는 밝힌다. 연주자가 어려운 곡을 연주하느라 고군분투하는 그 과정에서의 긴장된 에너지와 음악 자체에서 분출되는 순수한 에너지 사이에서 비교를 하자면 과거에는 전자에 해당되는 작품이 많았다면 이제는 후자가 더 작곡가 본인이 추구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더이상은 정치적인 곡을 쓰지 않기로 결심 하였으며, 후배 작곡가들에게 자신의 욕구와 정체성을 숨기지 말 것을 충고한다.[각주:2]


작곡가인 필자도 이 점이 매우 흥미롭다. 사실 곡을 쓰는 과정에서는 개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고통(개인적으로는 고독감)을 극한으로 느꼈을 때 비로소 소통의 욕구와 함께 영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곡의 과정을 심리치유와 같은 역할로 여기며, (사실은 곡을 써야 하는 현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든 것이었으니, 병주고 약주는 것인지도 모를 애매한 상황에서) 눈물젖은 오선지에 콩나물을 그려가며 커피로 밤을 지새우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건강에는 매우 좋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생활에서 겪기 힘든 차원의 희열과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고, 현실에서 실현시키기 힘든 극단적인 가학성이 곡에 스며들기도 하는데 이 점은 개인적으로 하스의 옛 작곡 경향과 어느정도는 일치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나의 억압된 욕구가 무엇인지 찾아서 해소를 한다면 작곡가 하스처럼 창작열이 더욱 불타오를까? 현실이 만족스러우면(고독감을 느끼지 않으면) 오히려 작곡에 어려움이 생길까봐 막연히 두려웠는데, 하스의 경우를 보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 하다. 그러고 보니 필자도 작년에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고 키우고 있는 현재, 곡을 쓰는 일은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능한 일이긴 하고, 아직도 작곡은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신나는 지적 ‘놀이’이다.

===

본 원고는 바그네리안 김원철의 음악이야기에서 접한 소식에서 소재로 삼았습니다.

===

문화 + 서울 글 link

  1. http://www.nytimes.com/2016/02/24/arts/music/a-composer-and-his-wife-creativity-through-kink.html?_r=0 [본문으로]
  2. An Interview with Georg Friedrich Haas BY JEFFREY ARLO BROWN · COVER-PHOTOGRAPHY SUBSTANTIA JONES · DATE 02/04/201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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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적대적인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샤콘느(?)가 18일 저녁(일요일이고 토요일 아니라 천만다행)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초연됩니다. 
(우주 초연은 대전예당에서 10일에 성사되었습니다)

2016/12/15 - A&U 위촉 바이올린 기타 듀오곡 초연(Decoding Bach 시리즈 두번째 공연)


지난 일요일에 리허설 참관하면서, 그리고 연주 후 해장국을 먹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음악과 소음, 연주와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게 과연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 

예전에 포스팅했던 반델바이저 칼럼과 어느정도 일맥상통 하면서도 그들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나름의 관심사를 탐구했습니다.

2016/11/15 - [문화+서울] 침묵을 작곡하는 사람들 - 반델바이저(Wandelweiser) 악파



연주: 김미영(바이올린), 김정렬(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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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내내 쓰던 곡을 버리고 10월에 새로 시작한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샤콘느(부제: 차갑고 적대적인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것)


대전 예술의 전당 공연정보(링크)


"차갑고 적대적인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것"은 소설가 한강이 쓴 "흰"에 나오는 대목이다. 흰 색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끊임없는 연상작용을 일으키며 이들을 담담하게 서술한 소설 "흰", 그리고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샤콘느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하였다.


샤콘느는 본래 하나의 짧은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꾸미면서 진행하는, 쉬지 않고 같은 것을 반복하는 동시에 크고 작은 변화가 끊이지 않는 곡이다.  이 고전 형식을 현대에 와서 재해석 하기 위해 음악의 여러 요소들, 음악과 소리의 범위와 경계, 연주와 퍼포먼스, 그리고 일상생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탐구하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변주들이 이루어지는 샤콘느를 만들었다.

===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로 이렇게 꾸준한 활동을 하고 계신 김미영, 김정열 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2016년 12월 18일) 7시 반 세종 체임버홀(음악동인 명 3회 정기연주회)에서 다시 한번 연주 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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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 곡을 연주했던 피아니스트 장부미씨의 소개로 이나원(이은미)씨가 제 곡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초연은 올해 2월 초, 제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날이었구요 ^^;

덕분에 그 때 직접 연주로 듣지 못했던 곡(당시 유산의 위험으로 절대안정중)을 다시 듣고 보완도 좀 해서 다시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2015/03/30 - 아주 오랫만의 근황 - 2015년 겨울. 봄

2016/12/15 - 2016 2월 이현애 바이올린 독주회 Fantasy 초연


꽉 찬 소리를 내는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로 듣게 되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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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6월 23일에 Ex Nihilo 5중주 버전이 초연되었습니다. 

신생아 키우면서 정말 힘들게 완성한 곡이라 정신도 없었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지만, 돌이켜보니 그렇게까지 쓰레기 곡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믿고 작품을 위촉해 주신 대구현대음악제에 감사드립니다.

(사진 출처: 권은실 선생님 페이스북)




아래는 내년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작품공모 정보:




제 27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의 작품을 다음과 같이 공모합니다.
(연주 : Schallfeld Ensemble 지휘 : 정헌)

1. 편성 : 플륫(알토포함), 클라리넷(베이스포함),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2. 참가자격 : 2017년 6월 30일 기준의 만35세 이하의 석사과정까지의 학생(내/외국인)

3. 작품제출 마감 : 2017년 2월 28일 (당일 우편소인 유효)

4. 작품제출 주소 : 대구광역시 수성구 매호동 두레아파트 110동 1113호,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앞

5. 제출내용 
1) 작품개요 및 신청서 1부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소정양식 : 홈페이지 www.dcmu.com 참조)
2) 컴퓨터 사보된 악보 2부(미발표 신작)
3) 악보에는 제목(한글, 영문)만 기입하고 익명제출 요구
4) 참가비 7만원 (대구은행 508-12-642663-1 서영완)

6. 연주일시 : 2017년 6월 23일(금) 14:00 (예정)

7. 선정 : 총 7곡 선정

8. 특전 : 연주자 섭외 및 연주료는 협회에서 지원합니다.

9. 문의 : 010-9355-3807

10. 주의사항
*악보에는 곡 제목 외 작곡가의 이름은 쓰지 않습니다.
*신청서가 없을 시 A4용지에 이름, 프로필, 핸드폰번호, 이메일주소, 작품 제목과 작품해설을 따로 작성하여 제출하여도 무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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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제목을 변주해 제목으로 사용한 이 시리즈는 일반 클래식 공연장 이외의 여러 다른 공간들을 찾아 다니며 그 공간이 특정한 음악과 만났을 때 어떤 소리들 내는지, 또 공간이 음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에 따라 작곡가, 연주가, 청중들의 관계 역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탐색해 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첫 장소인 아트링크 갤러리의 공간적,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한국전통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과 다채로운 양식, 다양한 연주자 배치가 가능해 다양한 음색의 조합 및 활용 가능한 악기편성을 지닌 곡들을 선별해 구성했다. "[각주:1]


새로운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 팀프 앙상블의 새로운 기획 시리즈의 첫 공연에서 2013년에 초연한 "제 11차원"이 세번째로 연주 되었습니다.  예전에 연주해 주신 거문고 주자 윤은자 선생님과 김정열 기타리스트 선생님꼐서 다시 한번 뭉치셨습니다!

두 대의 6줄짜리 악기들의 만남... 이 곡을 쓰고 나서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곡을 다시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역시 이대로 3년이 흘렀네요 ㅋㅋ






  1. 출처: 이 데일리 "TIMF앙상블, 20일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첫선" 4월 14일 기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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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낳고 한달도 안됐을 때 열린 공연!

수유텀이 대략 한시간이라 갈 수는 없었지만 기록에 남긴다. 지금 애는 돌이 지난 시점 ㅋㅋㅋ

김연진 첼리스트 친구의 노력으로 성사된 위촉이었는데, 힘든 상황에서 무사히 써서 초연시켜서 다행이었다. 

Ex Nihilo는 무에서 유가 생성된다, 무에서는 유가 생성될 수 없다, 등 여러가지 철학적 신학적 의미를 가진 라틴어 Ex nihilo nihilo fit의 줄인말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연주 전에 잠깐 멘트를 하면서 "실제로 이 곡을 쓴 작곡가는 지금 아기를 낳았다"며 농담(?)을 했다고 한다. ㅋㅋ


[PROGRAM]

Joseph Haydn
Piano Trio in A-Major, Hob.XV : 18

신지수
Ex Nihilo

Pyotr Ilyich Tchaikovsky
Piano Trio in A minor, Op.50


공연 정보 링크(페리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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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동기인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애씨의 위촉으로 Fantasy for solo violin이 초연되었습니다.  


이 곡은 제라시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 작곡되어 그곳의 풍경과 분위기를 많이 담았습니다.

2014/08/26 - [근황]레지던시의 일상 - 레코드판, 지진, 요가, 벽난로,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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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약 3년정도 보스톤에 있는 버클리 음대에서 jazz composition 이라는 전공을 공부하고 왔습니다. 제가 공부한 내용들은 standard jazz 부터 modern jazz 스타일의 곡을 쓰고 편곡하여 음악을 만드는 것 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jazz orchestra 음악을 한국 정서에 맞게 re-arranging 을 하여 재즈에 접근하기 쉽게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 지인을 통해 서울문화재단을 알게되었고 소개되어 있는것들을 읽어본 결과 지금 제가 공모할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더라구요. 교육을 통해 또 공연을 통해 함께 문화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데 혹시 교육기관이라던지 공모할수 있는 공모전과 제가 지원하고 접근할 수 있는 더 많은 기관과 재단을 소개받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저는 문화+서울에 격월로 칼럼을 올리고 있는 신지수 작곡가입니다. 저는 클래식 현대음악을 전공하고 그 쪽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주변에 알고 있는 재즈 뮤지션들의 조언을 듣고 몇 마디 도움의 말씀을 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재즈라는 분야는 서양음악의 큰 두개의 축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클래식 음악이고요, 아니면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나눠서 대중음악을 재즈와 팝으로 나눌 수도 있고, 사실 분류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다양하니 지극히 일반화된 단순한 개념으로 말씀 드립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분야는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국악과 관련된 분야이거나 상업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순수음악, 즉 클래식 음악을 일부 지원하고 있고, 재즈는 엄밀히 말하면 상업음악이라고 보고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즈가 본래 클럽에서 연주되는 실용성을 갖춘 음악이다 보니 국내에서는 그다지 지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듯 합니다. 실제 활동하시는 뮤지션들도 대부분 그런 측면이 있고요, 레슨을 하거나 연주를 통해 생계를 꾸려나가지만, 사실상 쉽지 않은 길이것이 현실입니다.


한국 음악계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마이너리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즈 작곡을 공부하신다고 했는데, 재즈는 서양음악처럼 작곡과 연주의 분업이 이루어진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 연주하시는 분의 궁극적인 목표도 즉흥연주의 경지가 높아지다가 결국 작곡과 다름 없는 길로 가는 것일테고요. 작곡이나 편곡작업에 더 중점을 두는 사람들은 결국 그 뒤에서 연주자들을 보조하는 역할이 될 것입니다. 이점에서는 클래식 작곡가와 그 위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작곡가의 위상 자체가 애시당초 높지 않습니다. 아직도 연주자의 유명세에 비해선 작곡계에선 그렇다할 스타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고요, 그러하니 재즈 작곡으로 특화된 진로로 뭔가 길을 개척하고자 하신다면 거의 스스로 만드시는 길이 될 것입니다.


한국 정서에 맞는 재즈를 추구하신다고 하셨는데, 한국 정서라는 것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질문하신 분이 한국인이니, 넓게 해석하면 님께서 하시는 모든 작업에 한국 정서가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마치 한국인이 치는 베토벤 소나타에는 웬지 된장찌게 냄새가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를 응용하자면 국악에 재즈의 요소를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본인의 음악적인 길을 약간 조정하시면 국악은 지원사업이 많으니 그 부문에서 검토를 해 보시는 것도 좋고, free improvisation의 측면으로 나아가신다면 사운드 분야에 지원도 가능하실 겁니다. 하나의 음악회, 또는 문화행사나 이벤트를 기획할 여력이 되신다면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사업중에 다원예술이나 전통음악 쪽으로 퓨전 재즈 팀을 꾸려서 지원 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만, 이 분야는 굉장히 실험적인 것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제가 몸담은 분야가 아니다보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많이 드리지는 못해서 송구스럽습니다만, 이게 지금 우리나라 음악계의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 재즈 오케스트라가 아직 흔하지 않은 이유는 재즈 뮤지션을이 그렇게 많이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그 분야가 아직은 열악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재즈는 다른 대중음악에 비해서 그 자부심이 강하고 예술성이 남다른 분야이니, 다들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입니다. 일단 열심히 공부를 하셨으니 주변의 재즈 뮤지션들과 열심히 교류하면서 정보를 넓혀나가시길 바랍니다. 제가 유학을 갓 마치고 돌아왔을 때의 막막함과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답답함을 느꼈던 나날들이 기억이 나서 질문하신 분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결국 벼랑끝내 내몰려봐야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듯이, 내 손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오히려 큰 힘이 났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남들이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싶다는 욕망이 컸을 때 즐겁게 새로운 도전도 많이 해본 것 같습니다. 당장의 금전적인 안정감은 찾기는 힘드시겠지만, 두려움을 떨치시고, 길은 만들면 얼마든지 있으니 창의적인 방식으로 헤쳐나가며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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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서울 12월호에 실린 [예술적 상담소] 답변 원고입니다.  (링크)

사진 출처: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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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피아노의 제작과정



지금은 피아노라는 악기가 엄청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기 힘들 것이다. 바이올린이나 기타 등의 악기가 최소한 300년은 더 된 시절에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비교해보면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인 19세기 후반부에 들어서야 그 형태가 완성되었다는 피아노는 비교적 현대적인 발명품인 것이다. 사실 그럴만도 한 것이, 피아노는 제작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소리를 내는 원리도 복합적인 악기인 만큼, 많은 발달을 거친 역사의 흔적이 있는 악기이며, 다른 악기와 비교할 수 없게 견고하고 일관된 소리를 자랑한다.  그만큼 누구나 어느 정도의 소리를 낼 수 있는 비교적 다루기 쉬운 악기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에게도 인기가 있어서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서 집에 사 두는 것이다.

피아노를 기능한 건반악기라고 분류를 하는데, 이는 건반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렀을때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해당되는 음높이의 소리가 나는 모든 악기들을 통칭한다. 다른 건반악기의 흔한 예로는 풍금이라고도 불리우는 하모니움, 그리고 오르간 등이 있다.  이들은 피아노처럼 현(줄)으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건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나, 바람소리가 근원인 악기들이다. 

(google image)


사실 피아노처럼 현으로 이루어진 건반악기들의 원리는 간단하다. 각기 다른 음높이로 이루어진 팽팽한 줄들을 나란히 나열해두고 이를 때리거나 튀겨서 소리를 내게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초보적인 형태로는 양금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피아노 또한 궁극적으로 해머로 줄을 때린다는 점에서 소리가 나는 원리가 양금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때리는 강도와 시간, 속도 등을 조절함에 따라 소리가 섬세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나는 것이고, 그걸 실현시키기 위하여 각종 장치들이 동원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아노가 발명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제작되었던 다른 건반악기들은 무엇이 있을까?


하프시코드

독어로는 쳄발로(Cembalo), 프랑스어로는 클라브생(clavecin)이라고 불리는 하프시코드는 현재 연주되는 건반악기 중 피아노를 제외한 것 중에는 가장 클래식 음악에서 많이 알려지 악기일 것이다. 바하가 살아 활동하던 바로크 시대에 즐겨 연주된 악기로, 피아노처럼 건반을 누르는 연주 원리는 동일하지만, 해머로 현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바늘처럼 생긴 뽀족한 장치로 현을 튀기게끔 되어있다. 그리하여 다소 챙챙거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나게 되고, 건반을 누를때의 느낌도 피아노의 부드러움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타 줄을 튀길때 느껴지는 순간적인 줄의 저항이 건반에서 은연중에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고, 이러한 터치의 차이 때문에 피아니스트라고 해서 모두 하프시코드를 잘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즐긴다면, 피아노보다 하프시코드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시대의 악보는 음표 외의 기호가 별로 없는 편인데, 이는 애시당초 표현이 어려운 크레센도(점점 크게) 등의 나타냄말이 아예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실제로 크레센도가 처음으로 연주되었던 초기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회장에서는 여인네들이 그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하지만, 이런 미세한 나타냄말이 악보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연주하면 절대 금물이다. 그렇게 할 경우 정말로 기계적인 소리가 나게 되므로 오히려 음의 길이 등을 미세하게 조정해서 감정을 풍부하게 싣고 연주를 해야 음악적으로 들리게 된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연주자와 작곡가의 구별이 모호해서, 악보로 기록에 남기는 것이 현재의 클래식 음악처럼 철저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더욱 다양해 질 수 있는 것이다. 


클라비코드(clavichord), 버지날(virginal)스피넷(spinet)

클라비코드는 하프시코드보다는 소리 나는 원리가 피아노에 가깝지만 그 형태는 굉장히 단순한 악기이다.  건반을 누르면 반대편 끝에 달린 쇠막대기가 현을 때리는 원리이며, 그로 인해 하프시코드에서 불가능했던 셈여림의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로로 긴 상자 형태의 아주 작은 악기인데다 울림통이 크지 않아서 대부분 가정용으로만 사용된다.  바흐가 작곡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나 인벤션 등이 이 악기를 위해 작곡되었다.  가정용 악기이다보니 오르간 연주자들도 연습용으로 집에 구비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파이프오르간처럼 페달 건반의 형태로 달린 대형 클라비코드도 간혹 존재해왔으나 현재는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악기이다.  클라비코드와 함께 버지날(virginal)스피넷(spinet) 등의 악기도 존재하는데, 이들은 하프시코드처럼 현을 뜯는 장치가 내장된 소형 건반악기들이다. 결국 현재의 업라이트 피아노처럼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악기들이고, 현재의 그랜드 피아노는 하프시코드가 그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간혹가다 아주 작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스피넷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와 포르테피아노(fortepiano)

피아노에 가장 가까운 악기라고 볼수 있는 함머클라비어는 베토벤이 동일한 제목으로 소나타를 작곡한바가 있는데, 단순한 막대기가 아닌 해머를 사용해서 제작된 악기로 당시에는 획기적이 발명품이었다. 포르테피아노 또한 비슷한 원리인데, 큰 소리(포르테)와 작은 소리(피아노)가 명확하게 구별이 간다는 특징을 악기이름에 반영한 것이다. 이 악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짜르트와 베토벤의 피아노곡들을 당시에 연주했던 악기들이다. 모짜르트 소나타에 표기된 다소 어색한 프레이징들을 당시의 악기인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할 경우 매우 자연스럽게 들린다.



요즈음에는 디지털 피아노가 더욱 흔해져서 양질의 가정용 업라이트 피아노의 제작이 예전만큼 활성화 되지 않았다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 전후로 제작된 피아노가 그나마 품질과 내구성이 좋으며, 이후에는 많은 공장들이 비용이 저렴한 해외의 나라들로 이전을 하면서 장인들의 손이 덜 가게 되고 자재도 예전만큼 견고한것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  더 좋은 악기를 연주하겠다며 20여년 된 피아노를 중고시장에 팔고 새 피아노를 사들일 경우 자칫하면 더 낮은 품질의 악기를 구비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는 것이다.  피아노가 발전된 역사를 알게 되니 더욱 그 참된 가치를 깨닫게 되는 만큼, 되도록이면 전자음향보다는 실제 악기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조금만 투자해서 1990년경 제작된 국산 중고피아노를 업라이트로 구하는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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