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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작곡에 대한 단상

작곡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



안녕하세요 작토님~ 저는 최근에 작곡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인데요, 작곡에 재능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머릿속에서 음악이 들려오는 건가요? 저는 어릴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맘에 드는 음악이 있으면 꼭 무슨 음악인지 알아야 했고,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하지만, 취미 이상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뮤지컬 작곡가가 되고 싶은데, 19세의 나이에 허황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 지 걱정이 됩니다ㅜ



본의아니게/우연찮게 이 방명록 글을 읽은 시점에 읽게 된 하나의 글이 있었습니다. (질문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아래'더보기'를 클릭하시면 보이게끔 공유하겠습니다. ('더보기' 클릭):


김형태님의 글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저도 20대의 취업준비생의 멘탈과 똑같은 태도로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곤 했기 때문에 윗 질문을 하신 분과도 공감이 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직 사회에 발을 내딛지 않은 젊은이의 입장에서 기업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스스로 파악하고 공감하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며, 기성세대도 그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취업에 성공한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하지만, 김형태씨의 답변 또한 저는 많은 공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제가 열정을 가지고 뛰어들어 해낸 일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나 먼 미래에 대한 치밀한 계산따위는 없었을 경우에 더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기나긴 여담을 접고, 이제 본격적으로 제가 받은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작곡에 재능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일단 작곡에 재능이 있다는 것의 기준을 세가지로 분류해서 제 주관적인 생각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1. 음감 - 절대/상대, 음색 구별, 기억력 등

절대음감에 대한 개념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2012/03/22 - 트루음 쇼 - 절대음감의 비밀

이 외에도 소리를 듣고 그 성질을 구별하는 능력, 음악을 듣고 기억하는 능력 ('누구의 무슨 곡이다'를 기억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음악 자체를 기억할 수 있는, 한마디로 기억력) 등이 있으면 편합니다.  참고로 저는 어릴때는 남이 연습하는 곡을 나도 모르게 외워버려서 혼자 살살 쳐보곤 했고, 고등학교때는 악기 전공하는 친구들이 모르는 곡을 제게 물어보면 거의 항상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원하는 음악은 머리속에서 재생이 가능했기 때문에 길을 가며 mp3를 듣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재생속도도 조절할 수 없고 곡 중간에 내가 특히 좋아하는 선율이나 순간적인 소리들을 자꾸 다시 듣고 싶은데 기계로 들으면 reply를 위해 수시로 버튼을 눌러야 하며, 그나마도 주변이 시끄러우면 잘 들리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제 머릿속에서 소리를 끄집어내서 상상하는 것이 훨씬 즐겁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했지만 기억력도 좋았던 이유겠지요.  


2. 시간개념 - 밀당 감각

음악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행되는 해프닝들의 연속이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에 듣는 이를 어떻게 쥐락펴락 할지에 대한 감각이 살아있으면 좋은 곡을 쓰기 편합니다.  특히 뮤지컬과 같은 극음악이라면 더욱 중요하구요.  적절한 시점에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유도하고 이를 이완시키는.. 이걸 저는 밀당 감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ㅋㅋ  (실제로 작곡가들이 연애에 능하다는 ...믿거나 말거나 카더라통신;;; ) 이런 감각은 듣는이를 휘어잡는 곡을 쓰려는 작곡가에게는 필수입니다.  이것은 작곡뿐만 아니라 시간적 구성을 해야하는 모든 예술분야에 해당 될 것 같습니다.  (영화감독, 무용 안무가, 연극 연출가, 하다못해 소설가까지도?)


3. 천성 - 창조에 대한 목마름

사실상 1.2.를 올킬하고도 남는 요소가 바로 3.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재능이라기 보다 개인의 성격, 성질에 가까운 것인데, 남들이 듣고싶어하지 않아도 뭔가를 말하고자 하거나, 기존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고 싶어하는 '끓어오르는 그 무엇'이 자신의 마음에 들어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게 충분히 있다면 작곡을 계속 하기 매우 편할겁니다 ㅎㅎ  (이것또한 작곡에 국한된 것이 아닌 예술가와 창작을 하는 모두에게 유용한 천성입니다)


제가 항상 "...면 편합니다"라고 표현을 하는 이유는, 이 모든 요소들이 다 꼭 필요하다기 보다, 작곡을 위한 좋은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에 불구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모든 피겨선수가 김연아와 같은 긴 팔다리와 유리한 신체구조를 갖고 있지 않지만, 피겨를 매우 사랑하고 연습과 대회를 너무 좋아해서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고 대회에 나가 결국 상위권에 랭크가 된다면 그 또한 보람된 일 아니겠습니까?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너무 커버린 키 때문에 점프할때 회전축이 불안전하여 피겨선수로서 오히려 불리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유럽선수권을 여러차례 입상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세계 선수권을 우승했습니다.  


1. 이 부족한 사람은 음높이가 중요하지 않은 형태의 음악(예: 타악기 위주의 소리로 된 음악, 행위예술에 가까운 즉흥음악, 노이즈 뮤직..)아니면 음악이 아닌 다른 예술분야을 하면 될 것이고, 

2. 가 부족한 사람은 음악의 긴 흐름을 단락별로 나눠서 개별적으로 작업을 하거나 시간개념이 다른 형태의 음악미학을 추구할 수 있고,

3. 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다른 감각을 활용하여 편곡자, 또는 실용음악 중에서 창조성과 독창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음악을 맡아서 예를들어 엔터테인먼트사 소속 Kpop 작곡가 등의 일을 하면 될 것입니다. (이럴 경우 대중의 취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셋 중 하나가 부족하다고 해도 불가능한것은 아니며 전체적으로 재능이 없지 않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린 1.2.3.을 자신이 갖추고 있는지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건 실제로 작곡을 오랫동안 해 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나마 1.정도는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알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는 작곡가로 활동하는 부분에서 극히 미미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제가 읽은 질문의 숨겨진 요점은 대략 이러했습니다(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저는 뮤지컬 작곡가가 되고싶은데, 누가 저보고 재능이 있고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좀 해 줬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좋아하기만 하고 막상 잘 할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서 이 꿈을 제가 꾸는 것이 현명한건지 모르겠습니다. "

19세의 나이에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이 잘 구별이 안가서 어디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어야 할지 정하기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열정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이 되어야 직업으로 작곡가를 삼을 수 있을지 확실한 지표가 없는 상태에서 지금의 꿈이 끓어오르는 젊은 혈기인지, 허황된 뻘짓인지 알 수 없는 두려운 마음이 충분히 들 것 같습니다.  사실,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은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면 매우 무모한, '비싼 취미생활'이 될 확률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것이 절대 나쁜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 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질문자님께 되돌려 질문하겠습니다.  

저는 최근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어릴때부터 세발자전거 타는것을 너무 좋아했고, 친구들 자전거를 보다가 맘에 드는 디자인이 있으면 어디 제품인지 꼭 알아내곤 했습니다.  자전거를 좋아하고 자전거타기도 하고싶은데, (두발)자전거를 길에서 넘어지지 않고 잘 탈 수 있는 능력이 제게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괜히 탔다가 넘어지기만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ㅠ 제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초등학교 5학년이 될때까지 자전거를 탈 줄 모르던 저는 위 질문의 해답을 찾아 온갖 고뇌에 빠졌다가, 자전거를 산지 며칠만에 직접 타보고 나서 간단하게 해결 되었습니다.  그냥 배우면 되는 거더군요 ㅋ


지금 제가 가르치는 학생중 한명은 취미로 작곡을 배우는 중학생인데 저한테 배우기 훨씬 전부터 이미 혼자서 큐베이스로 영화음악 비슷한 오케스트라 소리들을 만들어보고 있었습니다.  영화음악 작곡가가 되고 말고를 떠나서 그저 너무 재미있어서 마치 게임하듯이 혼자 곡을 쓰고 다듬고 작업을 이리저리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자 님이 뮤지컬 작곡가가 될지 안될지 지금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것은 뮤지컬음악을 사랑하느냐, 언젠가 한번 뮤지컬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 일 겁니다. 그다음에는 직접 써보거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음악감상, 악기연주, 작곡.. 이 세가지는 매우 다른 성질의 활동이기 때문에 셋 중 두가지를 좋아하고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남은 하나도 잘 한다는 보장이 (직접 해 보기 전에는) 없습니다. 


장황하게 글을 썼지만, 이 긴 글에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질문하신 분은 질문을 하신 것이 아니라고 저는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음표로 끝나기는 했지만, 결국 "저는 지금 두렵습니다"하고 자신의 막연한 마음을 털어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공감을 해 드리고, 결정을 위한 참고사항들, 결정을 위한 동기부여를 해 드리는데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이제 선택은 질문자님 몫입니다.  부디 두려워 하거나 조급해 하지 말고 지금 현재 관심있는 일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으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집중을 하며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만약에 작곡공부를 시작해보겠다는 결심이 섰고, 구체적인 질문이 생기신다면 언제든지 진짜 질문을 들고 다시 찾아오세요! ^^

이미지 출처: aspoonfulofsuga.wordpress.com

요약: 재능보다는 그 분야에 대한 열정이 더 중요하며 앞으로도 열정이 계속 생길지, 정말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재능이 있어서 그 일을 계속 하게 될 지는 직접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계속 두렵기만 하다면 그냥 마음을 접어라. 재능이 넘쳐흘러도 힘든것이 작곡가(예술가)의 삶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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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맨 위 사진은 아틀리에 플레인 베니스 아티스트 레지던시 중에 찍힌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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