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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일상

곡쓰러 시골갔다 24년만에 피아노 조율


할머니가 계신 청원군 가덕면 산 중턱의 시골집에 갈 때마다 할머니는 "자고 가~" 를 연신 외치셨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세면도구를 챙겨오지도 않은 채로 충동적으로 자고 갈 수가 없었죠 ;;

부모님이 매주 주말 정원일을 하며 가꾸시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사진 속은 할머니^^


지난주에는 아예 며칠간 머물면서 곡을 좀 쓰려고 이것저것 챙겨서 시골에 갔었습니다.

그리하여, 몇십년간 묵혀두던 피아노 위의 할아버지 유품도 치우고 쓸고 닦고, 수소문해서 조율사님도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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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위에 먼지가 어찌나 많던지... 하다못해 청소기로 건반을 밀어버리는 사태까지...;;;




조율하기 전 피아노소리 >.<  

바로크 시대의 포르테피아노(fortepiano)와 흡사한 소리가 나는군요 ㅋ



조율하는 광경.  무려 반음 이상이 내려가있는 소리들을 끌어올리는 묘한 글리산도의 향연 >.< 한 건반을 때리는데 두 음이 들리는 특수효과!!!  특이한 체험이었죠! 


조율 후 피아노소리^^  불과 몇시간이 지났는데도 벌써 E음이 내려가 있더라구요 ㅠ 피아노나 조율사님을 탓하진 않겠습니다.  이토록 관리 안하고 방치해둔 쥔장 잘못이죠 ㅠㅠ

박수칠때 떠나라~!  틀린음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연주를 멈췄습니다^^;;


인터넷도 안되는 곳에 와서 낮에는 요양시설로 출퇴근 하시는 할머니 덕에 하루종일 사람구경은 커녕 동네 슈퍼를 가려해도 30분은 걸어가야 하니..(그나마도 어딘지 잘 모름 ㅡㅡ)  곡을 쓰고 낮잠을 자다가 정 답답하면 그냥 동네 산책을 해야합니다.. 그나마도 산 중턱에 자리잡은 집 덕에 나름 등산 수준으로 힘을 써야 하죠...아햏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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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폭풍처럼 쏟아진 후 산책을 나갔더니 공기가 무척 상쾌했지요.. 그러다 내 발등을 스치고 지나간 이녀석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랐.....;;;;  지도 놀랐는지 요지부동...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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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텃밭에는 상추가 자라고 있습니다.  매일 할머니가 새벽같이 뜯어다가 상에 차려놓으신게 백장 ㅠ 다먹을때까지 소리지르시죠.. (귀는 안좋으신데, 목청은 아주 좋으십니다^^ )



많아봐야 20가구즘 되는 산골마을에도 전도의 손길이 닿더군요.. 할머니를 위해 마련된 야쿠르트와 삶은계란, 그리고 박하사탕은 곧장 가필드마냥 제 입으로 직행했습니다... 할렐루야~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뽀샤시 처리ㅋ


정말 오랫만에 작곡이란 걸 집중하면서 많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분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 오고 싶..........은데, 인근의 채석장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더군요.  워낙 조용한 동네다보니 꽤 멀리 있는 소리까지도 잘 들려서 문제ㅠ



며칠 시골에 지낸 결과, 이곳을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결론!

앞으로 시골의 드넓은 공간을 이용해 뭔가 일을 꾸미기로 어머니와 의기투합 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나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