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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여행과 해외체류기

[베네치아] 결국 아쿠아 알타 물난리 체험하다


베네치아에서 2주 넘게 머물다보니 달의 주기에 따라 시나브로 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결국 떠나기 이틀 전이자 수연이(아틀리에 플레인에서의 닉넴은 Soybean!ㅎㅎ)가 놀러 온 날 아침에는 완전히 차오르다 못해 뭍에까지 물난리가 일어나는 아쿠아 알타(acqua alta - "높은 물"이라는 뜻)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쿠아 알타는 겨울을 나는 베네치아인에게는 일상과 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홍수에 대비하는데 굉장히 익숙해 있어서, 1층에는 만조를 대비하는 철문이 있고, 물이 들어찬 길이나 광장을 걸을 수 있게 임시다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2012/11/25 - 물에 잠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집을 지키는 방법

이 날의 기록은 플레인 베니스의 블로그 포스팅에도 재미있게 잘 나와있답니다^^

아쿠아 알타가 시작되기 직전, 이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베네치아 전역에 울려퍼집니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사이렌 소리가 난 후, 수위에 따라 음 높이가 켜켜히 쌓이는 특유의 사이렌 소리가 추가적으로 울리지요.  이 날은 아침에는 한 음만 들렸다가 저녁에 더 심한 아쿠아 알타가 도달했을 때엔 위로 음이 두개 추가되어서 3화음의 느린 아르페지오와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답니다. (대략 B - D# - F로 추정되는데 기억이 잘 안남 ㅠ)

산 마르코 광장의 길, 그리고 장화 신은 경찰.

위력을 발휘하는 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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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다시 나왔습니다. 아틀리에 플레인 베니스 집 주인이 운영하는 호텔을 지나가다가 마침 주인분이 계셔서 수가 인사하러 갔습니다.  호텔도 철저히 아쿠아 알타에 대비한 모습이네요..

그랜드 피아노에 주황색 비닐을 씌워둔게 마치 이쁜 장화같습니다 ㅎㅎ

물바다가 된 산 마르코 광장.  아이폰으로 수전증을 억누르며 최선을 다해봤습니다...만..ㅠ

택시보트 타러 가는 길이 위태롭기 그지없군요 ㅎㅎ

이 호텔은 아예 로비 안까지 다리를 설치 해 뒀는데, 결국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군요^^;;; 장화를 신고 철구조물 위에 서서 체크인을 하는 투숙객의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아쿠아 알타는 이렇게 외부에서 보기와 다르게 평온하고, 조금 불편하지만 시민들에겐 그저 일상적인 하나의 현상이었습니다.  물론 바포레토가 제대로 운영을 하지 않는 등, 불편하고 거추장 스러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긴 합니다만, 어떤 환경에서든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이 또한 인간의 저력이니까, 베네치아 시민도 예외가 아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