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노카> 공연 시리즈가 다 끝났던 작년 여름에 만난 홍다솜 기자와 공연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고 이를 계기로 페친이 되어 종종 소식을 주고 받곤 하다가 올해 공연 소식을 접하고 취재를 오신 홍다솜 기자님! 결국 공연 탐방문 형식의 인터뷰 기사를 써 주셨습니다! ^^
고즈넉한 가회동 한옥마을에도 봄이 찾아왔다. 햇살이 따사롭던 5월의 어느 날 한옥마을의 어디선가 연주소리가 들린다. 음악 소리는 한옥의 담장을 넘어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한옥 안으로 들어서자 <Nohka Season2>의 첫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한옥과 현대음악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조화, 그 두번째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한옥에서 따스한 봄을 연주하다
공연이 진행된 한옥 안으로 들어서자 한옥 특유의 느낌이 전해져왔다. 한번에 10명 정도씩 안에 머무를 수 있었고 누구든지 원하는 만큼 감상을 하다가 나올 수 있었다. 초대를 받아 온 사람들 뿐 아니라 한옥마을을 구경 왔다가 음악소리를 듣고 줄을 서서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옥 안으로 들어선 관객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한옥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 차례로 입장하여 한옥 안에는 10명 남짓하게 머무를 수 있다.
노카는 2012년부터 여러 해에 걸쳐서 전국의 한옥에서 퍼포먼스 공연을 펼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50분 동안 진행된 노카 공연은 다른 공연들과 다르게 좀 특별하다. 정해진 악보가 없고 관객들에 의해 음악이 변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관객들이 한옥으로 들어서서 정해진 객석이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그 모습을 미리 설치된 카메라와 제작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미리 설정된 해당 소절을 연주자들이 보는 태블릿 PC로 매 20초마다 송출했다. 그리고 연주자들은 이것을 보고 연주를 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번 공연에는 좀 더 즉흥적인 연주가 이루어졌다. 태블릿 PC를 없애고 연주자들이 관객들의 행동의 보고 콘셉트를 정해 연주를 진행해나갔다. 즉흥 연주는 그것대로 매력을 발산했다. ‘작년과 소리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더 효과적으로 하려고 기계를 사용했었는데 기계가 없을 때 더 액티브하게 됐다.’라고 노카 공연의 연출가이자 작곡가인 신지수씨는 말했다.
우연과 순간의 변화가 만드는 선율
작년 봄에 첫 공연이 열렸던 가회동의 한옥에서 신지수 작곡가와 연주자들이 다시 모였다. 한옥이라는 공간과 현대음악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가 만나 이루는 조화는 어떨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공연에는 플루트, 바이올린, 장난감 피아노와 타악기 그리고 거문고가 연주 되었는데 서양의 악기들과 한국의 거문고의 만남이 어떨지 역시 궁금해졌다. 이수아(바이올린), 이소현(거문고), 황신규(플루트), 그리고 양재웅(토이피아노 및 타악기) 연주자들은 공연 내내 그 공간의 공기와 연주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그들을 만났다.
△ 이소현-거문고(좌), 황신규-플루트 (우)
[연주자 Interview]
노카 공연은 어떻게 같이 연주를 하게 되었나
사실 알음알음 하게 된 거다. 신지수 작곡가가 ‘이런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게 되었다.
한옥에서 현대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좀 생소하다. 처음에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정말 신선했다. 우선 무대 공연이 아니라 퍼포먼스이고 관객참여형이라는 것에 끌렸다. 작년에는 태블릿PC로 했었는데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것에다가 서양과 동양이 섞여있으니까 굉장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한옥에서 거문고를 연주해 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특히 서양악기랑 합주를 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궁금하고 기대가 많이 되었다. 막상 같이 연주해보니 은근히 서양음악이랑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원래는 태블릿PC인데 오늘은 더 즉흥적으로 했다고 들었다. 어려움은 없었나.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 악보를 먼저 보고 숙지를 하고 와서 좀 익숙했기 때문에 다음 파트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형태가 스릴감이 있다. 다음에 뭐가 나올지를 우리도 모르니까. 템포가 있는 게 아니기때문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면 내 자신이 연주를 하면서 흥분해서 박자가 좀 빨리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근데 태블릿 PC는 내 기분과 연주와 상관없이 넘어가버리더라. 오히려 그게 디지털의 폐단이었다. 오늘은 좀 더 액티브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이수아 -바이올린 (좌), 양재웅-토이피아노 및 타악기 (우)
즉흥적인 연주라고 해도 정해진 규칙이 있어야 서로의 연주가 조화될 것 같다.
오늘은 서로 콘셉트를 정했다. ‘관객 중에 누군가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떻게 연주한다’는 식이었다. 태블릿PC이 어떤 정해진 설정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오늘은 관객들이 들어와서 하는 행동들을 본거다. 예를 들면 ‘파란바지를 입은 사람이 들어오면 음악을 다 멈춘다, 연인이 들어오면 종을 친다.’ 이런 것이었다.
한옥에서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일은 별로 없다. 노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퍼포먼스를 같이하기 때문에 그 순간에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오늘 같은 경우도 관객이 없었으면 음악도 없는 거다. 그리고 서로를 호흡하면서 느끼는 것. 또 다른 긴장이 있는 것 같다. 악보가 주어졌을때보다 귀를 더 열고 다른 연주자들이 무슨 소리를 내고 있는지 계속 집중해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집중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거기에 신경이 예민해지는 건 아니었고 즐길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작곡가 신지수에게 앞으로의 노카는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
신지수 : 어떤 형태일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계속 할 거다. 조금 다른 방식일 것 같은데 한옥에서 계속 할 예정이다. 작곡가도 더 모집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한옥의 매력에 빠지다
△ 이수아 연주자
노카 공연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이 곳이 한옥이기 때문이다. 연주를 골목에서 들을 때와 한옥 안에 들어가서 들을때의 느낌이 또 달랐다. 그도 그럴것이 한옥안에서는 가까이에 있는 악기의 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지만 담장 너머로 들을 때는 선율이 모두 어우러져서 흘러나오고 있었기때문이다. 그게 또 다른 한옥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옥이라는 공간과 현대음악은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한옥은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이고 오늘의 공연 역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모호했다. 봄날의 50분이라는 시간동안 연주자와 관객 그리고 한옥이라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다.
한옥에서 이런 공연을 열 수 있게 된 것은 킬번 부부의 도움이 컸다. 킬번 부부는 2011년 런던에서 열렸던 한국예술가협회에서 신지수 작곡가의 강연과 프로젝트에 대해 흥미를 느꼈고 자신의 한옥에서 공연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것이 한옥과 현대음악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Kilburn 부부 Interview]
△ 킬번 부부와 신지수 작곡가
노카 콘서트의 초연에 이어 시즌2에도 첫 공연을 하게 되었다.
이 공연은 특별하다. 상업적이지 않고 그저 손님들을 사적인 공간에 초대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것은 공연장에 가서 의자에 앉아서 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그래야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신지수 예술 감독의 공연은 좀 다른 방식이다. 이렇게 새로운 방법으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도 하나의 공연이 된다.
한옥과 현대음악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옥은 매우 융통성이 있는 건물이다.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으며 자연과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쉽게 생각하면 현대음악과 한옥은 대조를 이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옥과 현대음악 모두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고 사람들이 생활을 즐기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한옥에서 음악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체험할 수 있었고 음악은 기회를 제공하면서 조화를 이루었다. 다시 말해 한옥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 중에 음악이 들어가고 그것을 함께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옥에서 여러 가지 문화공연, 전시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노카 공연 전에도 한옥에서 문화행사를 많이 했다. 뮤지컬이라든지 영화, 음악이나 사진전, 무용도 했다. 목적이 뚜렷한 활동이다. 사람들에게 한옥에 대한 경험을 새로운 방법으로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옛날에는 한옥이 사람들의 집이고 삶 자체였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한옥에서 살아보거나 심지어 와본 적이 없다고도 한다. 한국은 너무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것이 꼭 좋은 변화나 나쁜 변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건 엄청나게 대단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자나 서민들의 삶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한옥에 대한 효용이나 가치도 사라져갔다. 지금 한국 사람들은 한옥에 꼭 살지 않더라도 한옥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가치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옥과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본능. 처음 1988년에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게 없었다. 아내와 인사동을 걷고 있었는데 눈에 딱 들어오는 게 있어서 저게 무엇이냐고 물어봤었다. 그때 한옥을 처음 본 것이었고 보자마자 여기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한국은 이미 한옥에서 살려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는데 외국인이 한옥을 구입한다니까 신기해했다. 4개정도의 한옥을 돌아봤는데 이 집에 딱 들어서는 순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여기다’ 그렇게 이 집을 사고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을 한옥과 같이 하고 있다.
한옥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 그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영국에 있는 한옥과 비슷한 시기의 건물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오히려 값어치가 높다. 또한 그 건물들에 대해 자부심이 굉장히 크다. 근데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건물, 새로운 도시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암스테르담이나 런던 등의 건물들은 지금까지 보존되어왔고 사람들 역시 새건물로 바꾸기를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래된 건물들이 그들의 역사와 존재의 한 부분이라고 느끼고 있다. 오래된 건물을 방문한다는 것은 책을 넘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 국가의 주권과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없다면 금방 잊혀지게 된다. 사람들은 좋지 않았던 과거를 잊고 싶어할 수 있지만 역사는 역사고 그 사실에서 도망갈 수 없다. 비극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들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고 역사를 이해해야만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옥과 한옥마을에 관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옥에 대한 기사를 잡지나 뉴스에 써왔다. 한옥을 보존하고 지켜야 된다는 이야기를 25년 동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옥에 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덕적이나 법적으로 잘못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더 편한 곳에 사는 것이 맞다고 대답하더라. 하지만 사람들은 다 자신이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난 여전히 한옥에 사는 것이 좋다.
△ 관객들은 한 옥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한옥에 대해 이야기하는 킬번 부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한국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는 앞으로도 노카콘서트 이외에도 사람들이 한옥을 많이 찾을 수 있는 문화 행사를 계속해서 열 것이라고 했다. 한옥이라는 공간과 현대음악이라는 문화가 만나 더욱 빛이 났던 시간. 현재 <노카 시즌2>는 전국의 한옥을 탐방한 후 적절한 한옥을 선발하여 순회공연을 여는 것과 동시에 더 많은 작곡가들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더 많은 한옥에서 울려 퍼질 현대음악, 노카의 두번째 이야기가 기대된다.
2012/10/21 - <문화놀이터>에 제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 작년 기사에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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