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서울] 2월호 보러가기(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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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느리고 여유롭게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질 때가 있다. 음악도 시대를 반영한 예술이다보니 전체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빨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반하는 움직임으로 느린 음악을 만드는 사조도 생겨곤 하였다. 특히, 서양예술의 한계를 느낀 전위예술가들이 20세기에 들어와서 동양 철학과 예술을 접하고 돌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이 때 시간의 개념이 서양의 그것과 다른 흐름으로 진행되는 음악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느림’에 대한 갈망은 음악에서도 반영될 때가 있는데, 이를 극단적으로 반영한 두개의 20세기 후반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Organ2/ASLSP

전위예술하면 둘째가라 서러워할 존 케이지(John Cage)의 음악 중에, "최대한 느리게(as slow as possible) 연주할 것"이라고 지시사항이 적혀있는 작품이 있다. 하지만, 대체 얼마나 느려야 "최대한 느리게"인걸까?

그 의문을 지금 독일에서 풀기 위해 옛 동독지역의 작은 마을 교회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에서 지금도 음악이 흐르고 있다. 할버슈타트(Halberstadt)라는 이 곳의 교회에 설치된 오르간에서는 존 케이지가 작곡한 "Organ2/ASLSP" (ASLSPAs SLow aS Possible의 약자)가 현재 13년째 연주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피아노용으로 1985년에 작곡되고 1987년에 오르간 용으로 편곡이 된 이 곡이 작곡된 지 10년이 지난 1997년에 트로싱겐(Trossingen)에서 열린 오르간 심포지엄에서 이 곡을 대체 어떻게 해석하여 연주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위해 오르가니스트, 엔지니어, 설계사, 음악학자 등이 한데 모였다. 결국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이 곡은 이론적으로는 영원히 연주될 수 있으며, 현실 세계으로는 파이프오르간의 자연수명에 따라 연주시간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현대의 조율법에 따른 옥타브 내 12음이 모두 존재하는 오르간이 최초로 만들어진 곳이 할버슈타트이므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오르간 중에 가장 오래된 악기가 이곳에 있다. 이 악기가 만들어진 연도는 1361. 만약 2000이라는 숫자에서 1361을 뺀다면 639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그리하여 상징적인 의미로서 할버슈타트에서 639년간 연주를 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6세기에 걸쳐 연주될 존 케이지의 곡은, 한 음이 바뀌는 간격이 대부분 1년이 넘는다(보통 음악에서 아주 긴 음도 몇초가 넘어가지 않는 걸 생각한다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속도인 셈이다). 그래서 음이 바뀌는 중요한 순간을 사람들이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것을 직접 체험하러 음이 바뀌는 날에는 수많은 관광객과 음악애호가들이 성당 주변으로 몰려온다.

현재까지 열 세번 음이 바뀐 적이 있었는데, 가장 최근에 바뀐 음은 2013105일이었고, 이는 약 7년간 지속될 계획이다. 그러므로 음이 바뀌는 현장에 가보고 싶은 사람은 202095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벌써 곡이 상당히 진행 되어서 626년밖에 연주시간이 남지 않은 존 케이지의 ASLSP를 조금이라도 라이브로 직접 들으실 분들은 늦기 전에 독일행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여유가 없으신 분은 너무 낙담하지 않아도 좋다. 왜냐하면 이보다 더 긴 1000년짜리 곡도 존재하기 때문이다.[각주:1]


2. 롱플레이어(Longplayer)

작곡가이자 설치예술가인 젬 파이너(Jem Finer)에 의해 만들어진 “롱플에이어(Longplayer)”1000년의 주기로 반복이 되는 패턴으로 된 음악이다. 이 음악에 재료로 쓰이던 원곡은 2020초 짜리인데, 이를 다양한 길이와 음 높이로 변환하여 6개의 패턴이 1000년간 단 하나도 같은 조합으로 이루어지지 않게끔 작곡된 곡인데, 악기로는 티베트 싱잉 볼(Tibetian singing bowl)을 활용하고 있다. 사실상 1000년 주기로 반복이 되기 때문에 관리만 꾸준히 된가면 영원히 지속되는 음악인 것이다. 작품에서 태양계의 원리도 함께 담고자 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런던 근교에 설치물이 준공된 후 19991231일 자정부터 연주가 시작되었다.

롱플레이어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사람은 롱플레이어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생방송으로 언제든지 현재의 진행되는 음악을 스트리밍 받아서 들을 수 있으며, 직접 듣는 것은 연주가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설치물이 있는 곳( 런던 근교의 Trinity Buoy Wharf 내 등대)으로 방문해야 한다.


도저히 한 사람의 일생에서 다 들을 수 없는 어마어마하게 긴 음악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도 신기한데,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과 단체 및 재단의 노력을 생각해보니, 예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 작품들의 어느 점, 무엇때문에 이토록 많은 자원과 노력을 쏟아붓는 것일까? 이를 통해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이 작품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연주가 끝나는 순간)을 자신의 생애에 절대 목격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존속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조차 분명하지 않다. 마치 자식을 낳아 기르고 그들이 자식을 낳는 끝없는 삶의 고리를 자신의 한정된 생애에서 부분적으로만 형상화 하듯이 말이다.

경제 논리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극단적인 예술형태들이 영국과 독일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은 그들이 선진국이기 때문일까? 롱플레이어를 현실화 시키는데 도움을 준 단체인 아트엔젤 신탁(Artangel Trust)20여년간 이러한 불가능에 가까운 해괴망측한 예술작품을 후원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문화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늘어나면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수세기에 걸친 음악이 연주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자료출처:

www.aslsp.org

longplayer.org




2012/10/01 - 세상에서 가장 느린 음악 - 존 케이지의 639년짜리 오르간 곡 Organ2 / ASLSP


  1. 이 내용은 예전 블로그 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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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tok pf concerto No. 3, 2악장

이 곡을 처음 접했던 것은 2002년 이신우 선생님이 맡으신 작곡법 강의 시간이었다.  

수업 내용은 기술적인 작곡 기법에 관한 것이었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바르톡이 말년에 이 작품을 썼다는 사실이고, 그 때 당시로서는 굉장히 혁신적인 음악어법을 많이 남긴 작곡가 치고는 상당히 듣기 쉬운 음재료와 조성음악으로 이 작품을 작곡하는데 임한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고 Andras Schiff가 협연하는 바르톡 피아노 협주곡 3번의 2악장.


영상의 1:10부터 시작되는 피아노 파트의 첫 다섯마디의 화성을 분석해보면 아래와 같다:
I - IV(1전위) - I7(2전위) - IV - iii - V7 - vi - IV7 - V
(잘 들리지 않는 음들은 제외하고 분석하였음)

7화음이 다소 남발되긴 하였지만, 전통화성학의 범주에서 봤을때 상당히 정격진행 위주의(크게 모나지 않고 일반적인) 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편안한 진행을 하고 있다.  바르톡의 당시 작품으로 비추어 봤을 때 상당히 시대를 역행하는 진행인 것이다.  이는 어린 아들을 위해 작곡한 미크로코스모스의 가장 단순한 곡들보다도 더 "듣기 편한", 전통적인 화성이다.

아들 피터 바르톡과 함께 한 벨라 바르톡 (출처: 구글이미지)

사실 많은 작곡가들이 노년에 들어서 아방가르드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부정하고 완전히 다른 어법을 사용하곤 했다.  리게티, 펜데레츠키 등 많은 20세기 후반의 작곡가들이 무조음악을 넘어선 클러스터(덩어리) 기법을 사용하다가 조성을 다시 활용하기 시작한 것(후에 "신낭만주의"로 분류되는)을 보면 느낄 수 있다.  (반면 스툭하우젠 처럼 겉잡을 수 없는 4차원의 세계로 빠져들어 현실감각을 상실한 경우도 없진 않지만... ㅠ)

사람이 몸이 아프고 쇠약해져서 자신이 갈 때가 된 것을 알게 되면, 어렵고 기술적인, 혁신적인 도전들에서 살짝 거리를 두고, 또는 자신이 추구하던 높은 목표를 내려놓고, 좀 더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인가?   실제로 피카소와 같은 화가들도, 자신의 손기술이 드러나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말년에 많이 만들기도 하였으니...

바르톡을 그리하여 자신이 쓰고 있는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의 느린 악장에 쉬어가는 페이지로서 자신의 그러한 기분을 표현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 3악장의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과 같은 음악에서 벗어난, 비오는 창밖을 통유리로 된 집에서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잔(또는 소주 한잔?)과 함께 회상에 잠긴 듯한 음악이 내게는 2악장의 느낌이고, 그렇기 때문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달콤한 멜랑꼴리함에 빠지고 싶어질 때 왠지 이 곡을 찾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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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rthurjung.tistory.com BlogIcon Arthur Jung 2012.12.16 1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종의 힐링뮤직이군요? ㅋㅋ
    사실 이 작품은 처음 듣는데, 바르톡이 부인을 위해 작곡했다고 하는군요..

    • Favicon of https://jagto.tistory.com BlogIcon 작토 2012.12.16 1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인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하기 위해 몰래 작곡했다는 일화도 있더라구요.. 바르톡은 참 가정적인 분인듯.. 아이를 위한 미크로코스모스에다가 부인을 위한 협주곡까지!

  2. cfranck 2013.08.18 1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아니스트 얼굴을 봐도 유튜브의 설명을 봐도 Jeno Jando가 아니라 Andras Schiff가 맞는것 같아요~